히페리온
댄 시먼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언제인지 짐작도 가지 않는 미래.
아마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을 '옛 지구'라고 부르며,
옛 지구인들이 대이주를 대비해 조성한 우주의 수많은 거주지들이 '헤게모니 연방'이란 이름으로 월드웹을 형성하고,  우주선을 타기 보다는 '파캐스트'를 통해 월드웹의 행성들을 여행하는 사람들의 시대에서.

헤게모니 연방에 맞서고 있는 '아우스터'들이
알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시간의 무덤'을 품고 있는 외곽별 '히페리온'을 향하게 되자
마음 속에 빚을 지닌, 혹은 소원을 지닌 7명의 순례단을 히페리온으로 보내게 된다.
그리고 그 여행길은 서로 다른 시간빚을 지고 있는-조금씩 다른 시대를 살아낸 7인의 이야기로 가득찬다.

정말이지, '가득 찬다'는 말이 맞다는 느낌이다.
7인의 이야기가 어찌나 각양각색인지.
히페리온과 시간의 무덤, 거기에 있는 오직 죽음으로만 이야기하는 신 슈라이크는 7인의 사연속에서
연인이 되었다가 종교가 되었다가 시가 되었다가 죽음이 되기도 해고 또 다른 것들이 되기도 해서,
책을 읽으면서 좀 시끄럽다고까지 생각하게 되긴 했지만,
각각의 이야기들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너무 강렬해서 꿈속에서까지 재현될 정도.

시간의 무덤 앞에서 이야기가 멈춰선다는 걸 미리 알았더라면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히페리온의 몰락'이 나올때까지 기다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악, 드디어 여기까지 왔는데! <- 대략, 이런 기분.

일리움을 읽으면서 셰익스피어와 프루스트를 모르는 게 얼마나 답답한 일인가 했는데,
그래서 작가의 대표작이라는 이 소설을 읽을 것인가에 대해 조금 망설였는데, 그럴 필요는 없었다.
시인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굳이 이 책을 읽으면서만 느끼는 건 아니니까.

콤로그니 파캐스트니 하는 것들을 그저 자신의 상상가능한 정도로만 이해하고 넘어간다면 이 책은 SF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에게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듯. 오히려 7인의 사연들은 SF라고 한정짓기에 너무 아까운 이야기들이다.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의 필력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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