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10부의 첫장을 넘기면서부터, 남은 7-80 페이지를 읽는 내내 상투적인 표현 그대로 '눈물이 주루룩' 흘렀다. 참으려고 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가슴에서 무언가 너무 커다란게 느껴져서 울지 않았으면 어땠을지 짐작가지 않는다. 그러곤, 남은 그 페이지들을 다 읽고 나선, 방안을 이리저리 서성거렸다 침대위에 앉았다 일어났다를 한참 했다. 헛헛하고, 아리다. 예전에 책 제목만 흘깃보고 스쳐갔었던 기억 외엔 이 책에 관한 어떤 사전 정보도 없었다. 그래서 더 놀랐는지도. 책을 훔치는 말라깽이 소녀 리젤의 이야기를 죽음의 신이 전한다. 그가 가장 많은 영혼을 안아올려야 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하일 히틀러' 시대에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그저 느낀 독일인들. 유대인. 그리고 '말'에 관한 이야기 리젤과 루디와 한스와 로자와 막스와 같은 사람들을 또 만나긴 아마도 쉽지 않을 것. 아직도 자꾸만 찌릿찌릿해서 적당한 단어를 찾기가 힘든데. 궁금해서 자꾸 뒷장을 힐긋거리게 되는 책이 있는가 하면, 자꾸 되돌리고 또 되돌리면서 아껴 읽게 되는 책이 있다고 한다면, 이 책은 단연 후자인 셈이다. '말'의 힘은 놀랍고 무섭다. 아끼는 사람들에게 건네 줄 책이 -'자기 앞의 생'과 함께- 더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