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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은 붉은 구렁을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 는 작가 의식(본문 343페이지)이 이 책의 핵심을 말해준다고 본다.
4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으면서, 첫? 이야기에서 '4편으로 구성된 이야기책'의 특징을 설명하고, 흡사 도플갱어처럼 구성요소는 모두 다른데 구성 원리는 똑같은 2,3,4편이 쓰여져 있고, 모든 이야기를 계속 관통하는 한 편의 책이 있고...... 제 꼬리를 계속 물던 도마뱀의 형상(에셔였나?)같달까, 명쾌한 듯 복잡하게, 얽힌 듯 풀리고, 굉장히 공들여 짠 플롯이 매력 포인트다. '잘 된 이야기가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작가의 여정 고백 같기도 한... 굉장히 묘한 이야기책.
그런데 1,2편에 비해 3,4편의 긴장감이 떨어져서 뒤로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p131 거금을 주고 커다란 접시를 샀거든요. 표면에 잔뜩 가느다란 실금이 가고 거칠거칠한 접시였어요. 그런데 처음에 물에 담가두지 않고 바로 썼더니, 그 가는 금 사이에 무슨 음식인지는 잊어버렸지만 그만 음식 물이 들어서 지워지지 않지 뭐예요. 아무리 씻어도 소용이 없었어요. 전 그 접시를 볼 때마다 그 책이 생각난답니다. 그런 느낌으로 제 의식의 모세혈관에 그 이야기가 남아 있어요.
이 책, 이런 식으로 내 의식에 끼었다. 좋은지 나쁜지 모르겠고, 여튼 흔적없이 사라지는 시시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