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서연사랑 > 당신, 묵비권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피의자가 됐을때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지 말라”(한겨레. 2006. 9.14)
[월요기획] 현직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
한겨레
  기획연재 : 현직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
[관련기사]
갑자기 수사기관에 체포되거나 소환 통보를 받으면 누구나 당황하기 마련이다. 이럴 땐 법에 보장된 피의자의 권리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면 큰 도움이 된다. <한겨레>는 억울한 처벌을 피할 수 있는 방법에 관한 현직 검사의 조언을 매주 월요일 연재한다. 건강한 사회에서는 제대로 형벌을 가하는 것 못지않게 법을 몰라 억울한 일을 당하는 국민도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인 금태섭(39) 검사는 사시 34회로 현재 서울중앙지검 형사부에서 일하고 있다. 편집자주

<기고 연재 순서> 

1-(1) ‘수사받는 법’ 연재를 시작하는 이유
(2) 피의자로서 수사를 받을 때의 대처방안(개관)
2. 조사받을 때의 대처방안①
3. 조사받을 때의 대처방안②
4. 조사받을 때의 대처방안③
5. 소환 통보를 받거나 체포되었을 때 대처방안
6. 구속되었을 때의 대처방안
7. 압수수색을 당했을 때의 대처방안
8. 범죄 피해자의 권리
9. 참고인의 권리
10. 마무리

1-(1) ‘수사받는 법’ 연재를 시작하는 이유

처음 동료 검사들에게 수사를 받는 법에 관한 글을 쓰겠다고 말했을 때의 반응을 잊을 수가 없다. 이 자가 미쳤나하는 눈빛으로 한참을 바라보다가 그런 걸 다 가르쳐주면 앞으로 수사를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는 말을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한 친한 검사로부터는 반농담조로 “조직에서 추방당하고 싶냐?”라는 말까지 들었다.




그러나 수사를 둘러싼 환경은 너무나 변했다. 변호사를 동반하지 않은 피의자를 상대로 밤새도록 똑같은 질문을 해서 자백을 받는 시대는 지났다. 교통사고를 가장해서 피의자의 집 대문을 열게 한 것을 무용담으로 자랑하는 것도 그만두어야 한다. 검찰이 그런 방식으로 수사를 해서도 안 되고 여론의 지탄을 받는 범죄라고 하여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진상을 밝히라는 식의 시대착오적인 언론보도도 이제는 접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수사를 포기하고 범죄를 방치해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수사기관과 피의자, 피해자 또는 참고인등 형사절차의 참여자들이 공정한 게임(fair game)을 통하여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 이 글의 취지이다. 그리고 그러한 체계를 갖추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수사기관에 종사하는 사람이 피의자의 권리를 정확히 알려주는 것도 유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피의자들은 법에 규정된 정당한 권리를 잘 모르거나 또는 잘 알면서도 혹시나 그런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담당 판사나 검사, 경찰관에게 나쁜 인상을 주지 않을까 걱정해서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진술거부권을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수사과정에서 진술을 거부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 수사기관은 이러한 상황을 이용해서 증거를 수집하고 사건을 해결해 왔다. 그러나 더 이상 이런 임기응변적인 수사를 계속할 수는 없다. 먼저 사건 관계인들이 법률에 따른 권리를 잘 알고 두려움 없이 행사한다면 그러한 상황을 전제로 수사기관도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수사방법을 고안해내게 될 것이다. 필요한 경우에는 법률의 개정을 통해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할 수 있는 무기를 달라는 요청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글은 범죄자가 법망을 빠져나가는 방법을 알려주려고 쓴 것이 아니다. 계좌추적을 피하는 법, 완벽하게 증거를 인멸하는 법, 시시각각 좁혀져 오는 체포를 피하는 방법과 같은 것은 여기에 소개되어 있지 않다. 마찬가지로 수사기관이 사용하는 흥미진진한(!) 수사기법이 등장하지도 않는다. 단지 현행법상 피의자 또는 사건 관계인들에게 인정되는 권리의 행사방법을 상세히 설명해주고 이러한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라고 권유하려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수사기관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 피의자의 권리를 설명하는 글을 쓴 적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주위의 여러 가지 상당한 근거 있는 염려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이제는 우리의 형사절차도 보다 선진적이고 체계적인 것이 되어야 하고 불가피하게 수사를 받게 되는 국민들도 과학적이고 투명한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약자의 입장에 있을 수밖에 없는 피의자에게 알아서 권리를 행사해 보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수사에 있어서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먼저 다가가서 설명을 해주고 안심시켜주는 것이 순서에 맞는 것이고 보다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이 우리의 수사 관행을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것이 되게 하고 품격 있고 공정한 수사기법을 정착시키는데 일조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1-(2) 피의자로서 수사를 받을 때의 대처방안(개관)

수사기관에 입건되어 피의자가 된 때의 곤혹스러움은 경험자가 아니면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아무런 죄가 없는 사람도 최종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기까지 엄청난 스트레스를 겪는다. 심지어 오랫동안 판사, 검사, 변호사로 활동하던 법률가나 수사가 직업인 경찰관도 피의자가 되면 불안에 떤다. 그리고 불안과 초조에 시달리다 보면 누구나 터무니없는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피의자 약자 신세
유리한 주장 하려 하다보면 자칫 함정에 빠진다
대신 변호사에게 맡겨라

피의자가 수사에 대처하기 힘들어하고 실수를 저지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수동적으로 수사를 받는 피의자는 약자의 처지에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민주적인 사법제도를 갖춘 나라에서도 피의자와 수사기관이 실질적으로 동등한 위치에 있다는 견해는 찾아보기 어렵다. 약자인 피의자가 반드시 지켜야할 행동지침이 두 가지 있다. 첫째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둘째는 변호인에게 모든 것을 맡기라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말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억울함을 밝혀야 하지 않겠는가. 설사 죄를 지은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조금이라도 유리한 점을 찾아내서 수사에 대응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당신은 이미 파멸로 이끄는 길에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수사에는 밀행성의 원칙이 있어서 진행 상황을 비밀로 하게 되어 있다. 공개가 원칙인 재판과는 달리 수사를 받는 피의자는 충분한 정보도 없이 어둠 속에서 헤매야 하는 것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섣불리 행동하면 상처를 입는다. 가만히 있으면서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현명한 태도다. 더구나 수사기관에는 피의자에게 유리한 사실까지 찾아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어떤 검사도 무고한 피의자를 기소했다가 무죄를 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기다리고 또 기다려라. 스스로 만든 함정에 빠지는 것만은 피하라. 상황을 파악한 이후에도 수사에 대응할 충분한 시간과 기회가 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원칙은 변호인에게 모든 것을 맡기라는 것이다. 검사나 경찰관은 수사에 있어서 프로라고 할 수 있다. 아마추어가 프로와 싸워서 이기려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것에 불과하다. 사람들은 병에 걸렸을 때는 의사를 찾아가면서도 수사를 받을 때는 스스로 무언가 해보려고 한다. 완전히 잘못된 판단이다. 의사도 아플 때면 다른 의사를 찾아간다. 자신의 운명이 걸린 승부에서 냉정을 유지하는 것은 지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변호인에게 사건을 의뢰하는 데는 금전적인 부담이 따른다. 그러나 직업적인 범죄인이 아닌 평범한 사람이 수사를 받는 것은 일생에 몇 번 없는 일이다. 중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야 한다.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아낌없이 투자하여 훌륭한 변호인을 구해야 한다. 도저히 그럴 수 없는 경우에도 국선 변호인 제도를 이용하는 등 다른 방법이 있다. 변호인을 이용하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이후에 자세히 소개할 예정이다.

» 서울중앙지검 금태섭 검사
수사란 다른 사람이 과거에 저지른 행동을 밝혀내는 것이다. 신이 아닌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협조 없이 범죄를 완벽하게 재구성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검사나 경찰관은 피의자로부터 어떤 반응이라도 끌어내기 위해서 온갖 시도를 한다. 여기에 반응하는 것은 결코 현명한 일이 아니다. 어떤 문명국에서도 피의자에게 수사에 협조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지 않다. 수사기관의 행동에 섣불리 대응하지 않고 변호인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피의자의 권리이며 이러한 정당한 권리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현명하게 수사를 받는 제1의 원칙이다.

서울중앙지검 금태섭 검사.

 

 

 

 

 

 

 

 

 

(다음은 오늘자 한겨레 기사.)

〈한겨레〉에 ‘현직 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9월11일치)을 기고한 서울중앙지검 형사부 금태섭(사진) 검사(연수원 24기)가 검찰총장의 경고 처분에 이어 수사와 관련 없는 부서로 인사 조처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6일 금 검사를 총무부로 발령냈다고 20일 밝혔다. 금 검사는 17일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국회의 국정감사 직후 총무부로 자리를 옮겼다. 검찰은 지난 11일 금 검사에게 “검사로서 부적절한 글을 기고했다”는 이유로 검찰총장 경고 처분을 내린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들어 피의자들이 진술을 거부하거나 조서에 날인을 거부하는 등 수사가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이 늘었다”며 “(금 검사에 대한) 검찰 내부 여론이 나빠 당분간 자숙의 시간을 가지도록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검찰은 애초 금 검사를 공판부로 발령낼 것을 검토했지만, ‘좌천성 인사’라는 지적을 받을 것을 우려해 총무부로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총무부는 서울중앙지검장의 비서실 구실을 하는 부서로 검찰청 운영계획 및 심사분석, 직원과 사법연수생, 사법경찰관리의 지도·교양, 국정감사 준비 등 기획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의 조처가 대검 감찰위원회의 징계 권고 등 정당한 절차 없이 이뤄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검 감찰위원회는 지난 9월20일 회의를 열어 금 검사 문제를 논의했으나, 징계 대상은 아니라는 의견이 많았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금 검사에 대한 경고 처분은 인사상의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실상의 징계”라며 “앞으로 어떠한 현직 검사도 피의자의 권리를 알려주는 글을 쓸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혁 김태규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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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법정'의 번역자이고 위의 한겨레 신문 기사를 썼던 금태섭 검사가 결국은 좌천성 인사발령을 받았다고 한다. 

이 기사 실렸을 때 스크랩해서 아이들이랑 같이 수업까지 하면서 이런 기사가 신문에 실리는 걸 보니 우리 나라도 많이 발전한 것 같다고 까지 했었는데.....이런이런.....애들보기 부끄럽다.

누구를 위한 대한민국의 법이며, 누구를 위한 대한민국의 검찰인가.

돈많고 배경좋은 사람들은 검찰에 송환되어도 귀족 대우를 받을 것이다. 비서들이 알아서 최고의 변호사를 구해줄 것이고 검사들도 꼬박꼬박 존댓말 써 가며, 어디 불편한 데는 없으십니까 하면서 수사하지 않을까. 이런 사람들은 '피의자로서 수사받는 법'같은 기사에는 눈돌릴 필요도 없겠지.

하지만 돈 없고 빽없는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런 기사가 필요하지 않을까.

국민들이 잘 모르는 권리, 하지만 꼭 알아야 할 권리에 대해서 알려준 것 뿐인데

수사하기 어려워진다고 이런 인사발령을 내다니....

대한민국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국민의 인권을 이런 식으로 취급하면서 유엔 총장 나왔다고 기뻐할 것만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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