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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노의 컬러풀 아프리카 233+1
미노 지음 / 즐거운상상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하루, 한 달, 일 년...... 시간이 흐를수록 또렷이 보인다. 내가 완고해져가는 흐름.
껍질이 단단해져 혹은 딱딱해져가는 모든 세포의 노화현상처럼, 내 의식도 분명하게 막을 씌워간다. 야들야들 보들보들 유지하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하다. 그들의 촉촉한 물기어린 정신을 보며, 최소한, 세상에 저런 사람도 산다는 것을 잊지 않고 자각하기 위해 무척 노력하며 살겠지만, 내 의식이 노화되어 딱딱해지는 것에 대해선 지나치게 민감하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미노의 여행기 속에 보이는 정직한 사진과 사연들을 보며, 내가 아프리카를 배낭여행으로 가게 될까, 회의적으로 도리질한다. 무식해서 용감하던 시절 어느 낯선 곳에서 때때로 느끼던, 날 것 그대로의 감정들이 떠오른다. 닥치면 담담하게 대처할 수 있겠지만 또다시 애써 찾아가고 싶진 않다. '파라다이스'라고 그려지는 지상낙원형 자연이 아닌 야생, 그러니까 날 것 그대로의 자연은 두렵다. 미노의 여러 사진들 앞에서 난 멈칫한다. 서바이벌 개념으로, 살아남기 위해, 닥치면 대처하겠지만 뛰어들긴 싫다. 단순히 '불편함'이라고 치부해버릴 수 없는 '본질적인 불편함'이 있다고 (나는) 본다.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내가 감히 실행할 수 없는 여행을 훔쳐볼 수 있게 해주어 고맙다. 혹시 또 아는가, 때때로 들춰보며 상상하고 이해하다가 훌쩍 가게 될지도 모를 일이니, 실낱같은 계기나마 준 이 책이 고맙다. 읽어볼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