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최전선 프린키피아 4
패트릭 크래머 지음, 강영옥 옮김, 노도영 감수 / 21세기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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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리앤프리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보통 완성된 과학 지식을 결과물로서 접합니다. 교과서에 실린 법칙, 뉴스에 보도된 발견처럼 말이죠. 하지만 하나의 진리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그 이면에 숨겨진 열정, 그리고 수많은 이들의 협력이 있었는지는 쉽게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패트릭 크래머의 <과학의 최전선>은 바로 그 과정을 따라가는 아주 특별한 교양서입니다. 저자는 세계적인 연구기관 막스플랑크협회의 회장이라는 독보적인 위치에서, 일반인은 결코 엿볼 수 없는 84개 연구소의 가장 내밀한 풍경을 그려냅니다.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적인 장면으로 전환하는 탁월한 표현력에 있습니다. 단순히 외계 행성을 연구한다고 서술하는 대신, 행성의 대기를 통과한 미세한 빛을 분석해 물 분자의 흔적을 찾는 과정을 묘사하는 식이죠. 마치 과학이라는 미술관의 큐레이터처럼 섬세합니다. 칠레의 거대 망원경에 들어갈 부품을 깎고 다듬는 기술자들의 자부심 어린 표정을 엿보는 듯한 기분도 들고요.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복잡한 우주 인플레이션 가설을 연구원이 마치 날씨 이야기를 하듯 편안하게 설명해주는 대목입니다. 이렇게 열정과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의 생생한 활동임을 이토록 인간적으로 그려내는 과학 교양서는 흔치 않은 거 같아요.


또한 이 책은 84개 연구소라는 방대한 무대를 아우르면서도 결코 산만하게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그 이유는 "인류는 지금 무엇을 궁금해하는가?"라는 명확한 질문의 끈을 놓지 않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 최첨단 연구가 단지 지적 유희가 아니라 인류가 직면한 난제를 해결할 실마리임을 끊임없이 강조해요. 특히 저자 자신이 새로운 분야 앞에서 순수한 호기심으로 질문을 던지는 모습은, 우리가 느낄 법한 거리감을 자연스럽게 좁혀주는 역할을 합니다. 덕분에 우리는 지성들의 대화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관계가 아니라 함께 배우고 고민하는 일원으로서 참여하는 거 같더라고요.


<과학의 최전선>은 우리를 인류의 발전의 순간에 동참하도록 합니다. 혹시 미래에 대한 막연한 담론 대신, 지금 이 순간 미래를 만들어가는 과학의 최전선에서 어떤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고 싶은 분이 있다면 가장 추천하고 싶은 책이에요. 과학 교양서를 넘어, 한 시대의 지성이 기록한 품격 있는 수필이자 인문학적 성찰이라고 생각해요. 과학을 지식의 영역에서 질문하고 탐색하는 과정의 영역으로 옮겨 생각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지적인 만족감과 깊은 영감을 동시에 얻을 수 있어 매우 흥미로웠던 시간이었어요.


#리앤프리 #패트릭크래머 #과학의천전선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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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그대로의 자연 - 우리에게는 왜 야생이 필요한가
엔리크 살라 지음, 양병찬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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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리앤프리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종종 잊고 살아가는 거 같아요. 지금 살고 있는 이 땅과 숨 쉬는 공기, 그리고 모든 생명이 얼마나 정교한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지를 말입니다. 엔리크 살라의 <자연 그대로의 자연>은 바로 이러한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는 듯 해요. 그는 스스로를 해양 생물의 부고문을 쓰는 일에 지쳐 현장으로 뛰어든 탐험가라 소개합니다. 이 책은 저자가 온몸으로 마주한 경이로운 자연과 인류가 직면한 위기에 대한 깊은 성찰의 기록입니다. 단순한 환경 고발서가 아닌, 잘 짜인 한 편의 장대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그 설득의 방식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저자는 다짜고짜 통계나 데이터를 들이미는 대신, 독자의 마음을 먼저 움직이는 길을 택택해요. 가봉 대통령에게 복잡한 보고서 대신 원격 조종 잠수정(ROV)을 건네 자국 바다의 경이로움을 직접 목격하게 한 일화는 이 책의 철학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머리가 아닌 심장으로 먼저 다가가는 저자의 철학이 엿보이더라고요. 이렇게 감성적인 공감대가 형성된 우리에게 저자는 실패한 인공 생태계 '바이오스피어 2'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인간의 최첨단 기술로도 재현하지 못한 프로젝트는 역설적으로 지구의 복잡성과 균형을 증명하하게 되죠. 그만큼 우리가 얼마나 위태롭고 기적적인 시스템 위에 서 있는지를 직관적으로 깨닫게 되는 일화입니다. 덕분에 생태학의 복잡한 개념들이 흥미로운 탐사기처럼 다가와요.


감성적 호소에만 머물렀다면 이 책은 그저 좋은 교양서에 그쳤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자는 가장 현실적인 질문, 즉 "그래서 우리에게 어떤 이득이 있는가"에 정면으로 답합니다. 그는 자연 보호가 단순한 선행이 아니라, 인류의 번영을 위한 가장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투자임을 구체적인 사례로 증명해요. 예를 들어, 해양 보호 구역 지정이 몇 년 후 주변 어장의 어획량을 폭발적으로 늘려 오히려 어민들의 소득을 증대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죠. 자연이 제공하는 홍수 조절, 탄소 흡수 등의 생태계 서비스를 돈으로 환산하면 천문학적인 가치를 지닌다는 분석은, 자연 보호가 경제 발전을 저해한다는 낡은 프레임을 여지없이 깨부숩니다. 이 책은 사람이냐, 자연이냐는 소모적인 이분법을 넘어 사람과 자연이 함께 번영하는 길을 명확히 제시하고자 해요.


<자연 그대로의 자연>은 자연에 대한 사랑과 생존을 위한 이성을 정교하게 엮어낸 보기 드문 역작입니다. 환경 문제의 당위성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구체적인 논리와 생생한 일화를 배울 수 있게 된 건 처음이에요. 생태계의 원리를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친절한 교과서이자, 동시에 자연 보호의 경제적 타당성을 증명하는 냉철한 보고서입니다. 환경 문제에 대해 어디서부터 알아가야 할지 막막했던 분들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어요. 이 책은 우리에게 자연을 지키는 행위가 단순한 도덕적 의무를 넘어, 우리 자신과 미래 세대를 위한 가장 합리적이고 현명한 선택임을 깨닫게 해줍니다.


#리앤프리 #자연그대로의자연 #엔리크살라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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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책 인문학 세계 고전
사사키 다케시 외 83명 지음, 윤철규 옮김 / 이다미디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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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북뉴스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고전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무게감있게 다가오는 거 같아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마키아벨리까지 이름만으로도 범접하기 어려운 지성의 꼭대기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들의 사상이 현대 사회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면서도, 막상 원전을 펼쳐 들기엔 상당한 어려운 게 현실이죠. 바로 그런 이들에게 준비된 교양서였습니다. 여러 전문가가 참여하여 집필한 <1일 1책 인문학 세계고전>은 따뜻하신 선생님처럼 다가오는 책이 아닐까 싶어요. 현대 사회에서 변화의 속도는 더욱 더 빨라지지만, 그럴수록 인간과 세계의 본질을 탐구하는 고전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하는 거 같습니다. 한권으로 이렇게 수많은 고전과 친밀해질 수가 있을까 생각하면 즐겁게 읽히더라고요.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장점은 역시 핵심을 꿰뚫는 명쾌함과 뛰어난 접근성이라고 생각해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에서부터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그리고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에 이르기까지, 서양을 빛낸 주요 고전들의 핵심을 놀랍도록 간결하게 정리해 제시합니다. 예를 들어, <정치학> 해설 부분에서 '시동인'이나 '목적인'처럼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철학 용어에 대해 원인과 결과라는 관계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게 좋더라고요. 덕분에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원전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각 사상의 정수를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단순히 내용을 요약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 고전이 탄생한 시대적 배경과 저자의 생애, 그리고 그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까지 입체적으로 조명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해요.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을 집필하며 겪었던 정치적 부침이나, 홉스가 <리바이어던>을 통해 혼란스러웠던 청교도혁명기를 어떻게 사상적으로 정리하려 했는지 등의 배경 설명은 해설의 생동감을 불어넣어 줍니다. 마치 그 시대의 지식인들과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요. 정치, 경제, 철학,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고전을 시대순으로 배열하여, 인류 지성사의 거대한 흐름을 조망할 수 있도록 돕는 구성 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1일 1책 인문학 세계 고전>은 고전의 세계로 첫발을 내딛는 분들에게 더없이 훌륭한 입문서가 될 것이라 생각해요. 혹은 이미 고전에 익숙한 분들에게도 각 사상의 핵심을 다시 한번 정리하고, 그 현대적 의미를 되새기는 좋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듯 하고요. 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분석을 대중적인 언어로 풀어내고, 다양한 자료를 통해 이해를 돕는 세심한 구성이 매우 만족스러워요. 바쁜 일상 속에서 어떤 책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던 저에게 분명 든든한 자산이 되어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책을 통해 고전 읽기의 즐거움을 새롭게 발견하는 지적 여정의 첫걸음이 된 거 같아 매우 즐거웠던 경험이었습니다.


#북뉴스 #1일1책인문학세계고전 #사사키다케시 #이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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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서 온 그들과 친구 되는 법 - 호기심이라는 배를 타고 ‘우리’라는 섬에서 ‘그들’의 세계로
스콧 시게오카 지음, 이윤정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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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리앤프리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호기심을 종종 어린아이의 전유물 정도로 여기곤 하는 거 같아요. 스콧 시게오카의 <별에서 온 그들과 친구 되는 법>은 이러한 통념에 정면으로 도전하며, 호기심이 가진 놀라운 깊이와 가능성을 탐구하는 도서입니다. 저자는 자신을 "도시에 거주하는 진보적 동양계 미국인이자 정신적 퀴어인 하와이 출신 교수 겸 연구자"로 소개하는데요, 그의 다층적인 정체성만큼이나 이 책이 다루는 호기심의 세계는 복잡하고도 매혹적입니다. 호기심이 세상을 바꾼다는 문장은 처음에는 이상하다 느낄 수도 있을 거에요. 그러나 저자가 말하는 호기심은 단순한 지적 유희를 넘어, 우리 삶의 태도와 사회를 변화시키는 근본적인 힘으로서 조명하고 있어 깊이 빠져들게 됩니다.


이 책은 '깊은 호기심'이라는 개념을 명확히 제시하고, 이를 실천할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DIVE 모델'을 제안합니다. DIVE 모델은 벗어나기(Detach), 의도하기(Intend), 가치 있게 여기기(Value), 수용하기(Embrace)라는 네 가지 요소로 구성되는데요. 이는 잊고 지냈던 나의 지적 근육을 다시 단련하는 훈련법처럼 느껴집니다. 예를 들어, '벗어나기'는 우리가 가진 고정관념, 편견, 그리고 섣부른 확신에서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는 연습을 의미해요. 저자가 트럼프 지지 집회에 참여해 자신과 정치적 견해가 극단적으로 다른 이들과 대화를 시도하며, 스스로의 선입견을 마주하고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발견하려 애쓰는 과정은 특히 인상적입니다. 이러한 접근은 그의 솔루션이 실제 삶에서 부딪히는 갈등을 해결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합니다. 저자 자신이 '깊은 호기심'을 직접 실천하고 그 변화를 온몸으로 증명해 보였다는 사실 덕분인지, 저도 할 수 있겠다는 동기부여가 되더라고요.


단순히 개인의 성장을 넘어, 현대 사회가 겪는 무관심의 시대와 그로 인한 분열, 고립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룹니다. 저자는 호기심의 부재가 어떻게 우리 사회의 소통 단절과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키는지, 그리고 이것이 개인에까지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설득력 있게 제시해요. 특히 저자는 '깊은 호기심'을 위해 직접 미국 전역을 45,000마일이나 여행합니다. 자신과 전혀 다른 배경과 신념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소통하려 했던 경험은 책의 주장에 강력한 진정성을 더합니다. 그의 여정은 이 책이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혐오와 불신이 팽배한 세상에서 어떻게든 연결의 끈을 찾으려는 간절함으로 다가왔어요. 어쩌면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갈등 역시, 서로에 대한 호기심' 잃어버린 데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별에서 온 그들과 친구 되는 법>은 우리가 잊고 지냈거나 혹은 가볍게 여겼던 '호기심'이라는 감정의 놀라운 가능성을 발견합니다. 단순히 세상을 이해하는 도구를 넘어, 타인과 진정으로 연결되고, 나아가 더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 필요한 근본적인 태도를 제시하고 있어요. 혹시 현대 사회의 극단적인 대립에 피로감을 느끼거나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과의 공존을 모색하는 분들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중간마다 호기심을 갖도록 직접적으로 도와주는 '연습문제' 페이지도 흥미로웠고요. 명쾌한 해답도 해답이지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세상을 새롭게 바라볼 용기를 주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리앤프리 #스콧시게오카 #별에서온그들과친구되는법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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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에 집착하는 시대 - 창의성은 어떻게 현대사회의 중요한 가치가 되었는가
새뮤얼 W. 프랭클린 지음, 고현석 옮김 / 해나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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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리앤프리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창의성을 당연하다는 듯 미덕으로 여기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이 강력한 단어가 언제, 어떻게 우리 사회의 가치로 떠올랐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드물지 않을까 싶어요. 새뮤얼 프랭클린의 <창의성에 집착하는 시대>는 이러한 우리가 맹목적으로 추앙해 온 창의성의 역사적 뿌리를 집요하게 추적합니다. 저자는 문화사 연구자로서 스탠퍼트 예술 연구소의 연구원과 미국 자연솨 박물관 전시를 담당했던 이력이 있는 만큼 창의성의 최전선에 몸담고 있던 인물이라 할 수 있어요. 그러한 경험 덕분인지 치밀한 논증과 방대한 사료에 기반한 인사이트로 생각의 틀을 부수기에 충분했습니다. 창의성은 어떻게 현대사회의 중요한 가치가 되었는지 적나라한 진실에 목도하게 되죠.


이 책이 가장 흥미로운 이유는 창의성이란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 가치라는 통념을 부순다는 점이에요. 놀랍게도 최근인 20세기 중반,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라는 배경 속에서 사회, 경제적 필요에 의해 적극적으로 발명된 현상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합니다. 저자는 마치 고고학자처럼 창의성이라는 단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시점부터, 그것이 어떻게 심리학 연구의 대상이 되고, 기업 경영의 핵심 전략과 광고 산업의 매혹적인 언어로 자리매김했는지 그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내요. 냉전 시대 개인의 자율성과 국가 경쟁력을 동시에 고취해야 했던 미국은 창의성이라는 개념이 급부상했고, 기업들은 대량생산과 소비주의에 대한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창의적 개인이라는 이미지를 활용했던 것입니다. 이처럼 저자는 심리학, 경영학, 광고학, 교육학 등 다양한 분야를 종횡무진 넘나들며 창의성의 민낯을 파헤칩니다. 그동안 창의성 서적은 어떻게 창의적일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춘다면, 이 책은 우리가 왜 창의적이어야 하는 걸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우리의 가치관을 흔들어요.


더욱 인상적인 점은 저자가 단순히 창의성의 역사를 기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현상 이면에 숨겨진 모순과 때로는 기만적인 측면까지 날카롭게 파헤친다는 거에요. 책의 원제인 '창의성의 숭배(The Cult of Creativity)'에서 보듯이 저자는 창의성이란 단어 이면의 사회경제적 이해관계나 엘리트주의적 시각을 드러냅니다. 반복적이고 지난한 노력보다는 순간적인 영감을 과도하게 신비화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지적들은 우리가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통념에 균열을 일으킵니다. 이러한 비판적 접근은 오늘날 리처드 플로리다의 '창조 계급' 이론이나 실리콘밸리의 기업 문화와 같이 창의성 강박의 빛과 그림자를 이해하는데 실마리가 된다고 생각해요. 창의성이란 단어는 마치 마술사의 트릭처럼 자본주의를 미화하기 위한 하나의 이데올로기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창의성에 집착하는 시대>는 창의성이라는 키워드에 대해 깊이 있는 지적 만족감을 선사합니다. 단순히 창의성을 계발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우리가 왜 이토록 창의성에 열광하는지, 그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사유할 수 있도록 돕는 인문학 서적에 가깝습니다. 특히 문화 트렌드나 사회 현상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거나 교육, 마케팅 같이 관련 종사자라면 흥미롭게 읽으실 수 있을 거에요. 이 책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가치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함으로써, 세상을 좀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지혜를 건네줄지도 모릅니다. 개인적으로는 창의성에 열광하는 사회에서 한발 물러나 비판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 좋은 책이었습니다.


#리앤프리 #창의성에집착하는시대 #새뮤얼프랭클린 #해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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