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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의 의식 - 스페인 최고의 소설가와 고생물학자의 뇌 탐구 여행
후안 호세 미야스.후안 루이스 아르수아가 지음, 남진희 옮김 / 틈새책방 / 2025년 5월
평점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의식이라는 주제는 흥미로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섣불리 다가가기 어려운 무게감을 지니고 있는 거 같습니다. 저명한 고생물학자와 스페인을 대표하는 소설가가 함께 이 그 거대한 질문에 도전합니다. <사피엔스의 의식>은 과학과 문학이라는 너무나 다른 두 세계의 만남을 즐길 수 있는 책입니다. 한 저자는 냉철한 과학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다른 한 저자는 따뜻한 문학의 감성으로 인간 존재의 근원을 탐구하는 흥미로운 구성이에요. 제목과 저자를 보고서는 너무 전문적이어서 따라가기 벅차거나, 모호한 이야기로 흘러가진 않을까 하는 걱정은 기우였던 거 같습니다. 한편의 에세이처럼 여러 장소에서 두명의 대화를 따라가는 형식은 모두가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장점일 거에요.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그 독특한 형식입니다. 과학자와 소설가가 함께하는 산책이라는 설정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에요. 실제로 두 사람은 마드리드 도서전의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또는 한적한 카페에서 마주 앉아 끝없이 대화를 나눕니다. 고생물학자가 프루스트의 마들렌 이야기를 꺼내며 기억과 뇌의 작동 방식을 설명할 때, 우리는 마치 그들의 대화에 함께하는 친구처럼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의 파트너는 소설가다운 톡톡 튀는 상상력으로, 때로는 평범한 독자의 시선으로 전문적인 설명에 질문을 던지는데 이 과정이 정말 흥미롭더라고요. "장미 냄새는 장미의 영혼 같은 비물질적인 것이라고 믿었다"는 작가의 순수한 고백은, 이후 이어지는 과학적 설명을 더욱 귀 기울여 듣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덕분에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과학 지식이 마치 꼬꼬무 같은 교양 예능처럼, 혹은 스릴 넘치는 미스터리 소설처럼 다가옵니다.
이 책은 의식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파고들기 위해 생물학, 철학, 심리학, 뇌과학, 문학 등 다양한 학문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듭니다. 아르수아가 교수가 플라스틱 뇌 모형을 분해하며 각 부분의 기능을 설명하고, 로드리고 키안 키로가 교수와 함께 '제니퍼 애니스턴 뉴런' 같은 최신 연구 결과를 소개할 때, 우리는 복잡한 과학 지식의 세계로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되죠. 반면 미야스 소설가는 유물론적 관점에서 뇌와 정신을 동일시하는 과학자의 설명에 "미켈란젤로가 피에타를 조각한 대리석과 조각상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라며 끊임없이 회의하고 질문합니다. 이처럼 서로 다른 두 관점의 충돌과 조화는 의식이라는 현상을 훨씬 더욱 풍부하게 이해하도록 돕더라고요. 이 책은 명쾌한 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이러한 질문들을 독자 스스로에게 곱씹어보게 만들게 합니다. "나는 누구인가?"와 같은 오래된 질문들이 새삼 가슴에 와닿는 순간들을 경험하게 되네요.
<사피엔스의 의식>은 독특한 형식과 지적인 이야기에 두 저자들의 인간적 매력과 유머가 곁들여진 수작입니다. 두 거장의 대화를 따라가는 여정은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진지하며, 인간적인 온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특히 미야스 소설가가 사인회에서의 소심함 등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부분을 읽을 때는, 이러한 전문가들 역시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인간임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이 책은 과학에 대한 교양을 쌓고 싶은 분들에게, 그리고 인간 존재에 대해 깊이 사유하기를 즐기는 분들에게 가장 권하고 싶은 교양서입니다. 혹은 그저 좋은 이야기를 통해 삶의 지혜를 얻고 싶은 분에게도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쩌면 우리가 우리 자신과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에 작지만 중요한 변화를 가져다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전과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나'라는 존재를 바라보게 된 소중한 기회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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