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숨겨진 주역, RNA. 노벨상 수상자의 위대한 발견.

RNA의 역사 - 노벨상 수상자가 밝히는 생명의 촉매, RNA의 비밀
토머스 R. 체크 지음, 김아림 옮김, 조정남 감수 / 세종(세종서적) / 2025년 5월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RNA는 오랫동안 DNA의 그늘에 가려진 존재였습니다. 유전 정보를 전달하는 보조 역할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해요. 저 역시도 공부할 적 RNA라는 단어에 대해 그 정도의 단순한 이해를 가지고 있었던 거 같아요. 하지만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토머스 체크 교수의 <RNA의 역사>는 그러한 고정관념을 뒤흔드는 책입니다. RNA가 생명의 역사와 작동 방식에서 얼마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지 그 경이로운 세계를 그려내요. 분자생물학의 일생을 바친 과학자가 RNA라는 분자에게 보내는 깊은 존경과 애정을 담긴 한 편의 세레나데와 같았습니다.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단연 뛰어난 전달력이에요. 노벨상 수상자의 깊이 있는 지식을 다루면서도,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한 점이 엿보입니다. 저자는 복잡한 분자생물학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일상적인 사물을 활용한 적절하고 창의적인 비유를 구사합니다. 가령, 아미노산과 mRNA를 연결하는 분자를 어댑터에 빗대거나, RNA 스플라이싱 과정을 워드프로세서 기능에 비유하는 방식은 추상적인 원리를 직관적으로 파악하게 도와줘요. 덕분에 저처럼 관련 전공 지식이 부족한 독자라도 충분히 책의 여정을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어려운 용어가 있더라도 '용어 설명' 챕터가 따로 있어 바로 찾아보이게도 용이해요. 또한, 단순히 지식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RNA 연구의 중요한 발견들을 하나의 흥미로운 서사로 엮어냅니다. 발견의 순간과 그 의미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RNA의 중요성을 체감하게 됩니다.

저자는 자신의 리보자임 발견이라는 역사적 성과를 중심으로 이 책을 전개하지만 결코 거기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RNA 연구의 초기 역사부터 시작하여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mRNA 백신과 같은 최첨단 생명공학 기술에 이르기까지, RNA와 관련된 광범위한 주제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기초 과학 연구가 예기치 않은 발견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결국 인류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면서 과학의 본질적인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더라고요. 더불어 과학 연구가 지식의 축적 과정일 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노력과 협력의 산물임을 보여줍니다. 저자는 자신의 연구 과정에서 느꼈던 지적 희열과 어려움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도, 동료 연구자들에 대한 존중과 감사를 잊지 않더라고요. 이러한 서술이 과학계를 보다 인간적인 공간으로 느끼게 하면서 독자들에게 따뜻한 공감을 선사하는 거 같습니다. 과학적 발견 뒤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통해 연구 과정을 더욱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었어요.

<RNA의 역사>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RNA라는 분자의 세계를 탐험하는 매력적인 교양서입니다. 저자는 깊이 있는 과학적 통찰과 뛰어난 전달력, 그리고 인간적인 시선을 겸비한 작가에요. 덕분에 RNA가 생명 과학과 의학의 미래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생명과학 관련 전공자는 물론 과학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가진 일반 독자들에게도 추천을 마다하지 않을 책이에요. 노벨상 수상자의 권위 있는 내용을 탁월한 비유와 스토리텔링으로 손 쉽게 접할 수 있는 교양서입니다. 이 책을 통해 생명의 경이로움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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