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권 - 누가 AI 전쟁의 승자가 될 것인가
파미 올슨 지음, 이수경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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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요즘 인공지능, 특히 챗GPT 같은 생성형 AI이 우리 삶 곳곳에 스며들고 있습니다. 업무의 효율을 높여주고, 창작의 영역을 넓혀주는 등 신기하고 편리한 점이 많으면서도, 막연한 두려움이나 불안감도 드는 게 솔직한 심정이에요. 인공지능은 과연 우리에게 유토피아를 가져다줄까요? 아니면 디스토피아를 초래할까요? 바로 이 시점에서 파미 올슨의  <패권>은 세간의 불안감을 명확한 시선으로 정리해주는 필수적인 교양서입니다. 저자는 오랫동안 기술 규제와 인공지능 분야를 다뤄온 베테랑 저널리스트로 실제 업계의 속사정을 꿰뚫는 탁월한 취재력을 지닌 인물이에요. 구글 딥마인드의 은밀한 시도를 최초로 폭로하며 전 세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이력을 보면 그녀의 능력이 어느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처음엔 인공지능 기술 개론서쯤으로 생각했는데, 읽을수록 그 깊이와 폭넓은 시야에 감탄하게 되는 AI 안내서였어요.


이 책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AI 개발이라는 거대한 기술 혁명 뒤에 숨겨진 인간적인 드라마를 기가 막히게 그려낸다는 거에요. 샘 올트먼의 오픈AI와 데미스 허사비스의 딥마인드, 이 두 천재적인 인물이 각각 어떤 철학과 비전을 가지고 인공지능에 뛰어들었는지 그리고 그들의 꿈이 막대한 자본과 만나면서 어떻게 변질되어 갔는지 그 과정이 마치 한 편의 스릴러 영화처럼 펼쳐집니다. 선의에서 출발한 인물들이 거대 기업의 이윤과 경쟁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버리는 과정은 씁쓸함을 남기면서도 자본주의 사회의 냉정한 현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하더라고요. 이 책은 단순히 기술 발전의 연대기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의 패권 다툼에 얽힌 개인적인 야망, 라이벌 의식, 그리고 철학적 이견들이 어떻게 기술의 궤적을 결정했는지 섬세하게 그려내요.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흥미진진한 뒷이야기나 거대 기업들의 권력 투쟁만을 파헤치는 책이 아닙니다. AI 발전의 밝은 면만을 비추는 서적들과 달리, 우리가 반드시 직시해야 할 어두운 그림자에 대해서도 아주 날카롭게 경고합니다. 예를 들어, 학습 데이터에 내재된 편향성이 어떻게 인종이나 성별에 대한 차별을 강화하는지, 또는 기업의 이윤 추구가 안전이나 윤리적 문제를 어떻게 뒷전으로 밀어내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지적해요. 우리가 흔히 쓰는 AI 도구에 기업 CEO를 생성해달라고 하면 백인 남성을, 범죄자를 생성해달라고 하면 흑인 남성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식입니다. 그렇다고 내용이 너무 딱딱하거나 전문적인 용어로 가득 차서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책은 아니에요. 복잡한 기술 개념보다는 인간적인 이야기와 현실적인 사례로 내용을 이끌어가기 때문에, AI에 대해 잘 모르는 저 같은 일반 독자들도 충분히 술술 읽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패권>은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기술 혁명의 본질을 이해하고, 인류가 맞서야할 거대한 질문을 던지는 논픽션입니다. 저자의 균형 잡힌 시각은 AI의 미래와 인류의 가치가 어떻게 공존해야 할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공하죠. 인공지능이 인류의 미래를 결정할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 이 순간 많은 이들이 읽어야 할 필독서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AI라는 변화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싶으시다면, 또는 기술에 숨겨진 인간의 욕망과 윤리적 딜레마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고자 하신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강력히 추천해요. 아마도 이 책의 질문들은 오랫동안 깊은 여운을 남기며 우리를 미래의 한복판으로 이끌 것입니다.


#리뷰어스클럽 #패권 #파미올슨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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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권 - 누가 AI 전쟁의 승자가 될 것인가
파미 올슨 지음, 이수경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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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미래를 좌우할 AI 전쟁, 그 격전의 현장 속으로. 베테랑 저널리스트의 시선으로 그들의 내부 전략과 판세를 읽어보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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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서양
니샤 맥 스위니 지음, 이재훈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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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리앤프리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역사에 서양사라는 주제는 너무나도 익숙합니다.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되는 위대한 문명의 계보. 우리는 학창 시절 내내 그렇게 배워왔으니까요. 또 하나의 거대한 담론을 늘어놓는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니샤 맥 스위니의 <만들어진 서양>은 고고학자답게 유물을 발굴하듯 우리가 당연하게 믿어온 생각의 지층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들려줘요. 우리가 교양서에서 기대하는 점을 정확히 충족시키면서, 동시에 예상을 뛰어넘는 지적인 충만함을 선사하는 놀라운 책입니다. 이 책은 서양의 역사를 알려주기보다, 서양이라는 '관념'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이용되어 왔는지를 집요하고도 우아하게 추적합니다.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거대하고 추상적인 역사를 14명이라는 인간의 삶을 통해 구체적으로 들여다본다는 점이에요. 마치 잘 만든 역사 옴니버스 시리즈를 보듯 우리는 각 인물의 어깨 위에서 그들의 눈으로 시대를 생생하게 경험하게 됩니다. 헤로도토스를 흔히 역사학의 아버지로 알려져 있지만, 저자는 그를 고향에서 쫓겨난 아시아계 이민자이자 다문화주의자로 재조명합니다. 그의 눈에 비친 아테네의 헬레네스 우월주의는 오늘날 우리가 미디어에서 접하는 프로파간다와 놀랍도록 닮아 있죠. 로마 제국의 황녀 리빌라가 자신을 유럽의 계승자가 아닌 아시아 난민의 후예로 포장하며 제국의 정당성을 홍보하는 장면은 우리가 서양이라는 틀에 얼마나 갇혀 있었는지 깨닫게 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단순히 우리가 알던 역사는 틀렸다고 폭로하는 데서 그치지 않아요.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틀린 신화가 왜 필요했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책의 전반부가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통해 '순수한 서양'이라는 신화를 해체하는 과정이라면, 후반부는 그 신화가 제국주의와 인종주의를 정당화하는 이념적 도구로 어떻게 쓰였는지 추적하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이는 마치 잘 짜인 추리소설처럼 과거와 현재가 맞물리며 거대한 실체에 다가서는 지적인 쾌감을 안겨주죠. 특히 앎을 통해 세상을 지배하려 했던 프랜시스 베이컨, 노예의 몸으로 서양 고전의 정수를 꿰뚫었던 시인 필리스 휘틀리 같은 인물들의 이야기는 지식이 권력과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만들어진 서양>은 우리 스스로의 편견에 대한 성찰을 촉구합니다. 서양이라는 익숙하면서도 위험한 신화를 해부하는 과감한 도전을 감행합니다. 저자는 기존의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고, 비판하는 것이야말로 서양이 쌓아 올린 가장 위대한 가치 중 하나가 아니냐고 되묻는 듯해요. 역사를 통해 생각의 지평을 넓히는 이야기를 즐기는 분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이 세계를 조금 더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드는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거에요. 서재의 한켠에서 오랫동안 빛내줄, 품격 있는 시대의 지성이 담긴 귀중한 도서였습니다.


#리앤프리 #만들어진서양 #니샤맥스위니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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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최전선 프린키피아 4
패트릭 크래머 지음, 강영옥 옮김, 노도영 감수 / 21세기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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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리앤프리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보통 완성된 과학 지식을 결과물로서 접합니다. 교과서에 실린 법칙, 뉴스에 보도된 발견처럼 말이죠. 하지만 하나의 진리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그 이면에 숨겨진 열정, 그리고 수많은 이들의 협력이 있었는지는 쉽게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패트릭 크래머의 <과학의 최전선>은 바로 그 과정을 따라가는 아주 특별한 교양서입니다. 저자는 세계적인 연구기관 막스플랑크협회의 회장이라는 독보적인 위치에서, 일반인은 결코 엿볼 수 없는 84개 연구소의 가장 내밀한 풍경을 그려냅니다.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적인 장면으로 전환하는 탁월한 표현력에 있습니다. 단순히 외계 행성을 연구한다고 서술하는 대신, 행성의 대기를 통과한 미세한 빛을 분석해 물 분자의 흔적을 찾는 과정을 묘사하는 식이죠. 마치 과학이라는 미술관의 큐레이터처럼 섬세합니다. 칠레의 거대 망원경에 들어갈 부품을 깎고 다듬는 기술자들의 자부심 어린 표정을 엿보는 듯한 기분도 들고요.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복잡한 우주 인플레이션 가설을 연구원이 마치 날씨 이야기를 하듯 편안하게 설명해주는 대목입니다. 이렇게 열정과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의 생생한 활동임을 이토록 인간적으로 그려내는 과학 교양서는 흔치 않은 거 같아요.


또한 이 책은 84개 연구소라는 방대한 무대를 아우르면서도 결코 산만하게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그 이유는 "인류는 지금 무엇을 궁금해하는가?"라는 명확한 질문의 끈을 놓지 않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 최첨단 연구가 단지 지적 유희가 아니라 인류가 직면한 난제를 해결할 실마리임을 끊임없이 강조해요. 특히 저자 자신이 새로운 분야 앞에서 순수한 호기심으로 질문을 던지는 모습은, 우리가 느낄 법한 거리감을 자연스럽게 좁혀주는 역할을 합니다. 덕분에 우리는 지성들의 대화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관계가 아니라 함께 배우고 고민하는 일원으로서 참여하는 거 같더라고요.


<과학의 최전선>은 우리를 인류의 발전의 순간에 동참하도록 합니다. 혹시 미래에 대한 막연한 담론 대신, 지금 이 순간 미래를 만들어가는 과학의 최전선에서 어떤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고 싶은 분이 있다면 가장 추천하고 싶은 책이에요. 과학 교양서를 넘어, 한 시대의 지성이 기록한 품격 있는 수필이자 인문학적 성찰이라고 생각해요. 과학을 지식의 영역에서 질문하고 탐색하는 과정의 영역으로 옮겨 생각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지적인 만족감과 깊은 영감을 동시에 얻을 수 있어 매우 흥미로웠던 시간이었어요.


#리앤프리 #패트릭크래머 #과학의천전선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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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그대로의 자연 - 우리에게는 왜 야생이 필요한가
엔리크 살라 지음, 양병찬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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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리앤프리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종종 잊고 살아가는 거 같아요. 지금 살고 있는 이 땅과 숨 쉬는 공기, 그리고 모든 생명이 얼마나 정교한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지를 말입니다. 엔리크 살라의 <자연 그대로의 자연>은 바로 이러한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는 듯 해요. 그는 스스로를 해양 생물의 부고문을 쓰는 일에 지쳐 현장으로 뛰어든 탐험가라 소개합니다. 이 책은 저자가 온몸으로 마주한 경이로운 자연과 인류가 직면한 위기에 대한 깊은 성찰의 기록입니다. 단순한 환경 고발서가 아닌, 잘 짜인 한 편의 장대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그 설득의 방식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저자는 다짜고짜 통계나 데이터를 들이미는 대신, 독자의 마음을 먼저 움직이는 길을 택택해요. 가봉 대통령에게 복잡한 보고서 대신 원격 조종 잠수정(ROV)을 건네 자국 바다의 경이로움을 직접 목격하게 한 일화는 이 책의 철학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머리가 아닌 심장으로 먼저 다가가는 저자의 철학이 엿보이더라고요. 이렇게 감성적인 공감대가 형성된 우리에게 저자는 실패한 인공 생태계 '바이오스피어 2'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인간의 최첨단 기술로도 재현하지 못한 프로젝트는 역설적으로 지구의 복잡성과 균형을 증명하하게 되죠. 그만큼 우리가 얼마나 위태롭고 기적적인 시스템 위에 서 있는지를 직관적으로 깨닫게 되는 일화입니다. 덕분에 생태학의 복잡한 개념들이 흥미로운 탐사기처럼 다가와요.


감성적 호소에만 머물렀다면 이 책은 그저 좋은 교양서에 그쳤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자는 가장 현실적인 질문, 즉 "그래서 우리에게 어떤 이득이 있는가"에 정면으로 답합니다. 그는 자연 보호가 단순한 선행이 아니라, 인류의 번영을 위한 가장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투자임을 구체적인 사례로 증명해요. 예를 들어, 해양 보호 구역 지정이 몇 년 후 주변 어장의 어획량을 폭발적으로 늘려 오히려 어민들의 소득을 증대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죠. 자연이 제공하는 홍수 조절, 탄소 흡수 등의 생태계 서비스를 돈으로 환산하면 천문학적인 가치를 지닌다는 분석은, 자연 보호가 경제 발전을 저해한다는 낡은 프레임을 여지없이 깨부숩니다. 이 책은 사람이냐, 자연이냐는 소모적인 이분법을 넘어 사람과 자연이 함께 번영하는 길을 명확히 제시하고자 해요.


<자연 그대로의 자연>은 자연에 대한 사랑과 생존을 위한 이성을 정교하게 엮어낸 보기 드문 역작입니다. 환경 문제의 당위성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구체적인 논리와 생생한 일화를 배울 수 있게 된 건 처음이에요. 생태계의 원리를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친절한 교과서이자, 동시에 자연 보호의 경제적 타당성을 증명하는 냉철한 보고서입니다. 환경 문제에 대해 어디서부터 알아가야 할지 막막했던 분들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어요. 이 책은 우리에게 자연을 지키는 행위가 단순한 도덕적 의무를 넘어, 우리 자신과 미래 세대를 위한 가장 합리적이고 현명한 선택임을 깨닫게 해줍니다.


#리앤프리 #자연그대로의자연 #엔리크살라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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