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강박 - 행복 과잉 시대에서 잃어버린 진짜 삶을 찾는 법
올리버 버크먼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플레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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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언제부턴가 행복이란 단어가 부담스럽게 다가오더라고요. 미디어와 수많은 자기계발 담론은 무조건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조언합니다. 오히려 이것이 어깨를 더 무겁게 짓누르는 때가 있습니다. 혹시라도 우울하거나 불안한 감정을 느끼면 나에게 큰 문제가 있지 않나 자책하게 되고요. 올리버 버크먼의 <행복 강박>은 바로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정면으로 맞서는 책입니다. 저자는 날카로운 시각을 가진 영국 저널리스트로, 이번에도 우리의 고정관념을 흔드는 강력한 시도를 합니다. 맹목적 긍정주의의 허상을 벗겨내고, 오히려 부정적인 면을 직시하는 것이 진정한 평온에 이른다는 주장이죠. 다들 행복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의 전환을 경험하시게 될 겁니다.


이 책의 강점은 바로 긍정주의가 가진 역설적 함정을 파헤친다는 데 있어요. 저자는 행복을 직접적으로 쫓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억지로 밀어내려고 하면 할 수록, 역설적으로 불행이 커지는 심리적 메커니즘을 보여줍니다. 대니얼 웨그너 교수에 따르면 특정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할수록 그 생각이 더욱 강렬해진다고 합니다. 실험자들은 마치 흰곰을 생각하지 말자고 하면 할 수록 흰 곰 도전에 실패하는 모습을 보여줘요. 또한, 저자는 자기계발 산업이 만들어낸 환상을 가감없이 폭로합니다. 목표를 기록해 둔 졸업생이 엄청난 부를 쌓았다는 예일대 연구가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허구임을 밝히고, 심지어 인생에서 불가능이라는 단어를 삭제하라고 외쳤던 긍정주의자 로버트 H. 슐러의 교회가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는 아이러니한 사례까지 제시합니다. 이렇게 적나라한 고발은 회의감을 갖고 저자를 신뢰하게 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듯 해요. 우리를 옭아매던 긍정주의의 사슬을 끊어낼 새로운 관점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한 비판을 넘어서 대안을 제시한다는 데 있어요. 저자는 일이 최악으로 흘러갈 가능성을 미리 상상하는 것이 오히려 불안을 줄이고 현재에 대한 감사함을 높인다고 말합니다. 세네카 같은 스토아 철학자들의 지혜를 빌려 지금 가진 것을 언제든 잃을 수 있음을 상기하는 것은 어쩌면 역설적으로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지혜임을 시사해요. 더 나아가 불교의 '무소유'와 '마음챙김' 개념을 통해 감정을 지나가는 날씨 처럼 관찰하며 휘둘리지 않는 법을 배우는 자세의 중요성까지 폭넓게 다룹니다. <해리포터>의 J.K. 롤링이 성공 이전에 겪었던 극심한 실패가 오히려 자신을 자유롭게 했다는 고백처럼, 실패를 단순한 좌절이 아닌 새로운 시작과 성장의 기회로 받아들이도록 강한 용기를 불어넣어줘요. 이처럼 저자는 철학, 심리학, 문화인류학을 종횡무진하며, 무한 긍정에 지친 현대인에게 진정한 평온에 이르는 길을 제시합니다..


<행복 강박>은 인간 본연의 존재와 우리의 행복에 대한 근본적인 솔루션을 찾아가는 역작입니다.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피상적인 긍정주의를 날카롭게 비판하면서도, 그 대안이 결코 비관적인 삶의 태도가 아님을 설득력 있게 보여줘요. 때로는 불편하고 부정적인 감정들까지도 끌어안을 때 비로소 우리는 견고하고 흔들리지 않는 내면을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행복이라는 모호한 질문을 안고 살아가는 분, 혹은 기존의 자기계발서에 식상함을 느꼈던 분이라면 가장 추천하고 싶은 책이에요. 분명 새로운 관점을 얻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삶의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통제하려는 집착에서 조금은 벗어나, 불완전한 자신을 좀 더 너그러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거에요. 어쩌면 행복은 끊임없이 좇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삶을 온전히 마주할 때 비로소 드러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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