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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석산의 서양 철학사 - 더 크고 온전한 지혜를 향한 철학의 모든 길
탁석산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7월
평점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1. 실로 파격적이다. 우리가 아는 철학은 이성이 치열하게 부딪히는 학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서양 철학사가 신학, 과학뿐만 아니라 에소테리시즘의 뒤엉킴, 즉 신비주의, 오컬트, 마법까지 포함하는 역사로 해석한다. 이것은 철학의 역사를 단순히 논리적 발전의 연대기로만 생각한 이들에게 짜릿한 반전을 준다. 어쩌면 우리가 외면하고 있었던 진실에 마주하는 게 아닐까. 초기 철학자들이 신화적 요소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모습이나, 플라톤은 '갑자기'라는 표현으로 신비주의적 여운을 남기기에.
2. "기존의 통념을 깨라."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할 때 가장 큰 목표였으리라. 그는 널리 알려진 헤라클레이토스에 대한 주장이 플라톤의 오해였음을 밝혀내고, 소크라테스의 죽음에서 정치적 해석을 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철학사를 지적 유희의 장으로 만드는 동시에, 우리의 단단한 고정관념에도 의문을 던진다. 아리스토텔레스가 탈레스를 비판한 방식은 시대착오적이었다. 후대의 관점으로 과거를 재단하는 오류를 경계해야 한다. 우리는 자연스레 철학자 앞에서도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논쟁의 여지를 찾도록 한다. 이것은 저자가 바라는 '철학함'의 첫걸음일 것이다.
3. 독자들을 위한 섬세한 배려가 느껴진다. 저자는 철학이 쉽지 않은 영역임을 솔직하게 인정한다. 그러니 쉽게 포기 하지 않도록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준 듯 하다. 처음에는 개념이 생소하고 어려울 수 있으니, 소설 읽듯이 한 번 편하게 읽어보라고 한다. 그는 우리가 좌절하지 않고 부담감을 덜어주려는 친절한 선생님의 역할이 되어준다. 게다가 인물을 중심으로 풀어내 이해하기 쉽게 서술한 점 또한 돋보인다.
4. 이 책에서 느껴지는 단단함은 아마도 저자의 치밀한 참고 자료에서 나오는 것일테다. 세계 유수의 철학사 서적을 기반으로 삼으면서도, 특정 분야에 대해서는 전문 서적까지 섭렵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파르메니데스의 경우 크리스토퍼 실즈의 연구, 미국 분석철학은 스콧 솜의 저술의 도움을 받았다고 정확하게 언급하는 식. 게다가 원전에서 필요한 부분까지 가져왔다고 하니 그 내용의 정확성과 깊이는 사소하지 않으리라. 이렇게 방대한 지식을 한권으로 음미할 수 있다니 놀랍지 않을 수 없다.
5. 이 책이 전달하는 지혜는 무엇일까? "철학에 옛날은 없다"는 역설적인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철학적 고민은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적인 가치를 지닌다는 의미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신, 자연 그리고 인간을 다루는 질문은 끊임없이 있었다. 철학사는 이미 그것에 대해 정리하고, 그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준비한 상태다. 우리는 따라서 단순히 철학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철학함'이라는 능동적인 행위를 배워야 한다. 우리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낯선 사유의 지도를 따라가다 문득, 우리 안의 뜨거운 물음과 마주하는 시간. 탁석산은 우리를 생각의 모험가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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