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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탕, 할머니 귀가 커졌어요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54
엘리자베트 슈티메르트 글, 카를리네 캐르 그림, 유혜자 옮김 / 비룡소 / 1999년 7월
평점 :
조카 집에 놀러왔더니, 이 책이 있었다.
우리 꼬맹이에겐 글밥도 너무 많고.. '7살이 되면 이렇게 긴 것도 읽어줄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하며 책을 펼쳤다. <우당탕탕, 할머니 귀가 커졌어요>라는 제목은 아마도 도서관에서인가 "추천도서"란에서 본 것 같아 관심있게 기억하고 있던 터였기 때문에 더 궁금증이 더 해졌다.
예쁜 그림은 아니었지만, 한번 읽고, 다시 또 한번 읽었다. 평소 책은 혼자읽고 있던 조카녀석도 잠잘때가 되니, 책 몇가지를 읽어달라며 슬금슬금 다가오는 모습이 귀여웠다. 역시..아이들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책 읽어주는 걸 듣는것도 참 좋아한다. 그래서 우리 꼬맹이에겐 좀 어렵겠지만, 양해를 구하고 읽기 시작했다.
윗층에 새로 이사온 가족들에 대한 적개심을 갖고 있던 한 할머니의 기상천외한 변화를 재미있게 표현한 책이다. 아이들이라곤 생전 만나보지 못했던 고약한 할머니인줄 알았는데, 후엔 그 아이들 덕분에 변신한 귀를 낫게 되는이야기라니. 엄청나게 커진 귀때문에 아이들은 바닥을 구르고 킬킬대며 재미있어 어쩔 줄 몰라했다. '그게 그렇게나 재미있나' 싶어 나만 혼자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 다음 이야기를 읽어내려갔다.
아이들은 그림속에서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부분도 찾아내며 말했다. "근데, 이 할머니 발은 왜 붕대 같은게 있어요?" 글세다.. 이야기속에는 아무리 찾아도 할머니가 다쳤단 얘긴 없지만, 그림엔 분명 있었다. 아마도 발을 다치신 모양이네'하고 넘어가려는데, 아이들은 할머니가 의자를 밟고 올라가다가 다친게 아니냐는 의견을 내 놓았다. "그런건 상관없어~"하고 하려다가.. "그래..그럴수도 있구~"하면서 착한 책읽어주는 사람이 되어보기로 한다. ㅎ
넓은 새집에 이사를 오게 된 (아이들이 있는 가족) 가족이 만날 수 있는 이러한 가족이야기는, 우리에게 남다른 공감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아랫집 윗집 살면서 그런 일로만 서로의 얼굴을 대하게 된다면 얼마나 각박한 생활일까.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아빠들은 종종 이유없이 죄인이 되기도 한다. 숨죽여 놀리고 두꺼운 매트를 깔아도 불안에 떨고... 아이들은 무조건 밖에 나가 놀아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날이 추워지는 계절이 다가오는지라~ 심히 공감하며 읽어내려갔던것 같다. ㅎ 다섯살짜리에게도 재미있게 느껴졌다니 감사할 따름이다.
아빠가 등 뒤에 대고 소리쳤죠. "기분이 너무 좋아서 그런 겁니다!"
이 이야기가 더 돋보이고 재미있었던 것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결말이 해피엔딩으로 끝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랫집 할머니와 윗집 아이들간의 경계가 해제됨으로 용기를 내어 서로 소통에 성공한 그들이 있어 이 이야기가 더욱 빛나고 있는 듯하다. 서로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재미까지 더해지니 아이들도 너무 좋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