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감한 방관자가 될것인가,민감한 목격자가 될 것인가

왜 아이들은 낯선 사람을 따라갈까?
EBS <아동범죄 미스터리의 과학> 제작팀 지음 / 지식채널 / 2010년 6월

"맨날 그런책만 읽으니까 아이가 아직도 낯가림이 있지~" 책을 읽고있는 나에게 남편의 한 마디다.
인정한다. 나때문에 아이가 그럴수 있음을... 하지만, 요즘은 낯선(얼굴을 알거나 모르거나 어디에선가 한번쯤 봤거나 모두) 사람들에게 어느정도의 경계심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왔고 현재의 생각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처음 이 책을 접할때는 '어떻게하면 우리아이를 유괴의 그늘에서 벗어나게 할수 있을까..' ,'어떻게하면 이 아이에게 보다 효과적인 방법이 있을까.'를 배울수 있을꺼란 기대를 갖고 읽기시작했던것 같다.
하지만 읽는 내내 '아..그럼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가' 라는 보다 포괄적이고 무지 광범위한 고민에 빠져들고 있었다. 이 책에서는 집에서 (입으로만 그렇게 가르쳤었던것처럼)아무리 '모르는 사람을 따라가지 말라'고 해도 아이들은 여전히 그들을따라가고 또 범죄의 온상에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원인을 설명했다.  입으로 잔소리처럼 말하는 것은 아무 효과가 없다는 말이다. 자존감이 없는 아이는 자존감이 없기때문에, 과잉보호를 받던 아이는 칭찬한마디에 어깨가 으슥해져서는 그들의 요구대로 응해줄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의 유형을 부모가 파악하고 있어야 하고 또 그 유형별로 가르치는 방법또한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진정 내아이에 대해 제대로 정말 잘 알고 있었던 것일까. 의구심이 든다.  

이 책을 덮자마자 내가 한 일은 컴퓨터를 켜고 '성범죄자 알림e' 라고 하는 싸이트를 들어가 보기로 했다. 말 그대로 성범죄자들의 신상정보를 열람하는 곳이다. 두근두근...이렇게 구체적으로 적극적으로 알아볼 생각은 하지못했었는데 미리 알아두자는 예방하자는 취지에서 꼭 봤어야 했다. 내가 사는 이 곳 가까이에 살고 있으면 어쩌나 하는 마음? 과거의 것은 나오지 않는듯했고 이 법이 시행된 시점으로부터 나오는것 같았다.  인천에 2명, 서울에 3명,성인인증을 하고나면 그들의 위치와 그들이 범죄를 저지른 인원수를 표시(이름과 주소를 알 수 있었다)한 것이 지도에 나타났다. 다행히 아주 가까이에는 없어 살짝 안심을 했지만, 또 누가 아나? 즈네 동네에서 안하고 다른 동네에로 마실나와서 목표물을 잡을 수도 있는거고.. 세상은 아직 살만한 데라고 생각했었는데.. 좀 불안하고 착찹한 기분이 들었다. 오메~사악한 세상이여~ 

아이를 유괴하는 목적이 '부모에게 돈을 뜯기위한' 행위로만 알고 있었던 것에 비해 유괴의 목적에 양육과 성적유희 납치 유괴 학대등 내가 알고 있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한 이유들이 있음을 알게되었다. 내 아이만 안전하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그들을 외면하고 있는가. 그들의 일이 내 일이 될 수 있음을 상기하자.  1995년 6월에 구로구에서 실종된 5살짜리 하늘이를 잃어버린 엄마에게 당시 경찰은, "이 아이가 가출한 것은 아니냐"고 물었다고 한다. 미친거 아니야~? 가 바로 내 입에서 튀어나온다. 이제 만4살인 아이가 엄마를 등뒤로 하고 가출을 했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소리인가. 그 경찰은 어떻게 경찰이 되었는지 알 수 없을만큼 정신세계가 없는 자일것같다.  남의 일이라고 이렇게 함부로 말해서 되는것인가. 세상은 그런곳인가? 성폭행을 당한 아이도 아이지만, 성폭행을 당한 아이의 엄마도 죄인아닌 죄인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이가 잘못된 경우 그 책임은 전적으로 부모의 몫이 된다고 한다. 성폭력을 당하면 지역사회는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편한 관계가 된다. 왜 그럴까. 우리의. 나의 잘못된 이기적인 생각과 판단이 그렇게 만드는것일것이다. 

때가 되면 품 안의 자식을 놓아줘야 한다. 언제까지고 네다섯살에 멈춰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인정. 결국 부모는 보호와 자율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한다. 아이와 함께 등하교를 하면서 엄마 없이는 놀이터도 못 가는 아이로 키울것인지, 아니면 아이의 자립심을 키워주는 훈련을 통해 스스로의 방어력을 갖게 만들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어렵지만 부모로서 꼭 해야 할 일이다. 부모로서, 부모에게 독립할 수 있도록 키우는것인데.. 놀라웠던 것은 여기에서도 자존감문제가 또 거론되었다는 것이다. 자존감문제를 다시한번 더 생각하게 했다.   아이들이 자존감을 형성하는 초등학교 입학 전후의 시기에 부모와 선생님이 지대한 영향을 끼침은 물론이다. 아이는 자신의 몸이 소중하고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자아에 대한 자부심을 형성하게 된다. 이 시기에 열등감 혹은 자신감을 느낀다면 그 감정은 성장기 내내 지속되면서 아동.청소년기에 당하기 쉬운 범죄의 방어력에도 영향을 끼친다.  

책 안에는 매우 많은 이야기가 있기때문에 그 이야기를 다 하려면 이 지면이  많이 부족   중에서도 내가  가장 놀랍게 생각했던 부분 몇가지를 소개하고 마칠까 한다. 여자고등학교 교사로 일하면서 아이들을 성폭행해온 56세의 성범죄자의 인터뷰내용과 처음 내가 어떻게 아이를 키우고 지켜낼지에 대해 심심한 고민을 했던 부분에 대해 전하려고 한다.

번듯한 직업에 아내와 아들까지 있는 한 가장이.. 도대체 왜 11세 아이에게... "어차피 나중에 다 경험할 건데, 크면 나중에 다 경험할 건데 미리 한 번 해보는 게 어떤가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세상이 어차피 그런 거 아닙니까? (생략)" 아이를 작은 성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것 같았다. 어떻게~ 교사이면서 전혀 죄식이 없었다.죄가 죄인지 모르는것 이것이 소아기호증들의 공통점이라고 했다.  교사 경찰관 아파트 경비등.. 수많은사람들에 의해 성범죄가 늘고 있다. 내 아이가 아니라고 그냥 방치하고 있을것인가. 어디를 믿고 아이를 맡길 것인가. (아이들이 공중에 붕~ 떠있는 느낌이다. ) 아이들은 한번 만난 사람도 아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범인들 중에는 수려한 인상의 미남형도 적지 않다. 인종.성별.나이와 상관없이 평범한 사람들인데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쳐줘야 할까. 우선 방법으로는, 연령별로 그 연령에 맞는 실전연습(만약에 놀이')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자존감을 키워주면서 예방교육을 할 수 있을까. 한 어머니가 아동성범죄자의 편지다. 소아애호증이라는 말로도 그리많이는 못 접해봤던 하지만 그 수 만큼은 너무 방대하고 다양한 직업의 어른들과 함께 하는 아이들이 많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 소아애호증(읽는 내내 섬뜩했다. -.- ) 의 편지와 보너스부분을 꼭 읽어숙지하라고 권하고 싶다. (한국의 3가지 패턴&부모와 아이가 함께보는 안전수칙50가지)

내가 당신의 아이를 곧 추행할 것을 알리기 위해 이 편지를 씁니다. 아이가 말하고 싶은 것을 듣지 않고 중요하지 않은 유치한 대화로 치부할 때, 당신은 당신의 아이를 나에게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나에게는 아이가 말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는 귀가 있습니다. 당신이 아이의 친구 앞에서 아이를 혼내거나 비숫을때, 당신은 당신의 아이를 나에게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나는 아이들의 눈물을 닦아질수 있습니다. -중략- 나는 당신이 아이에게 주지 않았던 관심과 애정을 주는 좋은 사람입니다. 그 답으로 당신의 아이가 해야 하는 것은 내 성적 요구를 따르는 것입니다. 난 멈출수가 없습니다.  끔찍하지 않은가   

칭찬할때는 물론이고 혼내는 데에도 요령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네가 뭘알아? 이제부턴 엄마가 시키는대로 해,알았지?"식의 훈계는 아이의 심정은 물론 자존감형성에도 좋지 않은 교육법이다. 혼내는 요령을 터득해야 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일을 격려해주고 아이를 성공하게 도와줘야 한다. 또 놀이로 시작해서 핀잔으로 마무리되지 않도록 정해진 규칙과 작은 습관부터 실천할 수있게 하라. 대화하고 공감하라고 말한다. 그 어떤 방법보다도,, 관계를 통해 인정받고 사랑 받는 정도에 따라 아이의 자존감이 달라진다니 ... 부모는 사랑을 많이 퍼줘야 하겠다. ㅎ 이 모든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부모 스스로 적극적이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아이는 자존감이 높은 부모를 따를수 밖에 없으니까. 

우리 모두가 각별한 관심과 애정으로 그들의 아픔을 보듬어주면서 함께 책임져야 할 사안이다. 건강한 사회는 절대 피해자와 그 가족을 고립시키지 않는다. 우리사회가 건강한 사회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피해 가족들을 고립시키는 일 따위는 이젠 좀 하지 않았으면 한다.  전문인력들을 활용해, 이 책을 밑거름삼아 건강한 사회로 가는 길을 조금씩 밟아볼수 있었으면 좋겠다. 모든 부모들이 알아야 할 책이다. 알기만 할 것이 아니라 숙지하고 있어야 하는... 부모들에게 뿌려주고 싶은 책이다. "부모는 절대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  라는 말이 귀가에,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