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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화 역사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뒷간 이야기 ㅣ 파랑새 풍속 여행 2
이이화 원작, 김진섭 지음, 심가인 그림 / 파랑새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아이들에게 '방귀','똥꼬','똥'만큼이나 사랑받는 단어가 또 있을까. 나의 어린시절을 되짚어 보면, '00네 아버지는 똥퍼요/하루에 20원씩 벌어요/10원은 ~사먹고 10원은 ~사먹고~어쩌구/하면서 부르던 '똥퍼요'노래가 떠오른다. 지금 생각하면 누가 그런노래를 만들었는지 유치하면서 똥이라는 더러운 배설물에 노래까지 붙인 아이들의 관심사에 놀라울따름이다.
이이화할아버지는 누구실까. 역사와 문학에 조예가 깊으신 할아버지로 추정된다. 더럽고 냄새나는 뒷간이야기가 한순간 궁금하고 호기심가득한 눈으로 바라보게 하는 뒷간의 역사와 수많은 일화들... 오래전 문헌들을 들춰가며 근거를 찾아내고 또 왜 그 시절의 사람들은 그런 미신을 믿을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자세하고도 친절한 설명들이 눈에 띈다. 단락단락 짧게 구성되어있는 글 덕에 다섯살난 우리딸에게도 이 뒷간이야기 한 권을 다 읽어줄 수 있었다. (하루에 한 두 마당씩~)
이 책에서 만났던 곳에서처럼 내가 살던 화장실이 모두 그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나, 시골 큰아버지댁에 가면 제일 골치아팠던 것이 소변,대변이 마려울때였던 것 같다. 깜깜한데다 불도 없고, 게다가 코를 찌르는 지독한 냄새때문에 되도록이면 수풀속에서 볼일을 보고 싶었던 적이 많았다. 그마저도 아주 어린아이들에게나 해당되었지~ 좀 커서는 아무대나 가서 볼일을 보기엔 너무 장성해진 나머지 울면서 그런 뒷간을 이용해야했다. 볼일을 보려다가 옆에서 꿀꿀 울어대는 돼지소리에 깜짝놀라 나오던 똥도 다시 들어가버리는 수도 종종 있었다. 지금생각하니 모두 추억이고 향수겠지만 그때는 정말 그 것때문에 시골에 가는일이 두려워질정도로 집밖에 나와있는 뒷간에 대한 공포가 살포시 있었음을 기억한다.
사람의 변을 이용해 거름을 주고자 했던 옛 조상들의 지혜가 곁들어있음을 생각하며 바라보니, 바라보는 시각도 한층~업그레이드되가는듯싶다. 일본의 뒷간도 우리와 비슷했으나 발효되지 않은 변을 사용하니 병균이 득실되었던 반면, 우리의 조상들은 짚을 덮고 변과 함께 버무려 퇴비를 주어(발효시켜) 거름을 주었다는 것을 알고 나니,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얼마나 남다른지 괜시리 친해지고픈 생각에 웃음이 났다. 뒷간이야기에 더불어 방안에서 쓰던 오강은 쇠로 된것과 항아리로 된 것을 사용해 본적이 있었던 나로서는.. 구리?쇠로 만든것에 잠깐 쉬~~하고 일어났음에도 손으로 만져보면 동그란 자국이 깊게 패여서 아팠던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왕의 오강과 양반들의 오강 모두 흥미로웠지만 양반(남자)들이 사용했었다는 오강은 사람이 옆으로 누워있는 모습을 연상케 하기도 했다. 왜 이런모양을 만들었을지도 궁금해지기도 했다. 나는 다른것보다 변을 보고 난 다음의 뒷처리(?)의 모습에 과히 흥분하기에 이르렀다.. '에헥~설마..이런걸로 닦았을까?' 싶은 물건들이 대거 등장했다. 아팠지 않을까? 온 식구가 이것 하나에 뒷처리를 했다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의 사실들.. 줄에 앉아있는 모습에 두 모녀 경악~
일전에 '똥떡'이란 책을 통해 알게된 우리나라 똥떡의 풍습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짚고 넘어가고~ 측신의 변덕스럽고 신경질적인 성향에 대해서도 배울수 있었다. 왜 발가락에다 머리카락을 끼고 셈을 하는지 이해할수는 없었지만..그런거로 깜짝 깜짝 놀라는거라면, 측신도 마음이 무척 소심한 (더블S 성향을 가진)여인이 아니었을까 짐작아닌 짐작을 해본다. 귀신이야기로 살짝 소름이 돋은 팔을 뒤로 하고 그래도 자주 들어봤던 '해우소'라는 이름을 가진 뒷간을 찾아간다. 변을 보면서 "내 마음의 근심과 욕심도 빠져나간다"고 생각하며 다시 스스로를 새롭게 하였던 것 같다. 더러운 이야기를 잔뜩하는 김에, 살짝~ 내 이야기를 얹는다면, 고3때생긴 변비가 여전히 20년가까이 나의 벗이 되고 내가 되고 그가 된 지금..화장실에 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된 작업(?)인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화장실에 가는것을 "응..나 알 낳으러 갔다올께~"이렇게 표현하곤 했다. 아직 어린 딸도.. "엄마, 알 낳고와~" ㅎㅎㅎ
불교는 아니지만, 해우소라 이름붙인 스님들의 생각을 살짝 들여 내속에 있던 또다른 나의 알들은, 힘들도 짜증나고 귀찮은 나의 모든 안좋은 부분들을 알로 꽁꽁 뭉쳐 밖으로 배출해내는 것이리라.. ㅎ 조만간 짜증나는 모든 것들을 나만의 알로 재탄생시켜서 새로운 내가 이르기까지 노력하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이상하고도 수상한 냄새가 가득한 희망아닌 희망을 품어본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