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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지만, 용기가 필요해 - 도망가고 싶지만 오늘도 이불 밖으로 나와 ‘나‘로 살기 위해 애쓰는 모든 어른들에게
김유미 지음 / 나무사이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나'로 살기 위해 애쓰는 어른들을 위한 에세이이다.
10년째 매일 퇴근 후 판다를 그리는 17년 차 직장인인 저자가
처음엔 단체전 하나를 준비하는 것도 벅차했던 자신이
최근엔 1년에 한번은 개인전을 열고
100호 크기의 캔버스가 들어가는 작업실을 갖겠다는 소망도 머지않아 실현될 것 같게 된
이야기를 조곤조곤해준다. 대단한 성취는 없지만 자신이 되길 바라던
어른의 모습에 한 발짝 가까워지기 위한 고군분투기를 귀여운 판다 그림과 함께
솔직히 고백하니 호응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역시 귀여운 게 세상을 구한다는 말이 일리가 있다.
고흐는 천재였지만 언제나 자기 확신이 부족했다.
놀라울 정도로 부지런히 그림을 그리고, 대단한 작품들을 완성해 내면서도
계속 자기 자신에게 의심을 품었던 것이 생전에 인정받지 못한 데 한 몫을 했을지도 모른다.
반면에 자신의 그림이 걸린 미술관에 전화해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인 척 능청스럽게
"피카소라는 유명하고 훌륭한 화가가 있다던데, 그의 작품이 있나요?"
라고 물었던 피카소는 자기 확신이 가득한 천재였다.
자신이 해낸 일을 자신이 긍정하지 못하면 의심과 불행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완벽하지 못한 날들이 계속되어도 완벽하길 기대하지 않고
그냥 남들이 내게 하듯, 내가 남들에게 하듯,
나에게 조금 더 친절하게 살아가면 된다는 말에 공감이 되었다.
오늘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내일도 그럴 거라는 보장도 없고,
시간이 지나면 '그때는 그럴 수 있었겠다'라고 이해되기도 하는 순간도 온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삶이 멈추지는 않는다.
꼭 무언가에 열광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자세,
나의 평범한 하루에 좋아하는 것들을 가득 채우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저자의 행복한 판다 모습을 보며 입꼬리를 올리니 기분도 한결 좋아져서
더 마음이 몽글몽글해진 탓도 있겠다.
완벽하게 시작해야 오래가는 것도 아닌 게, 대충 시작했다가 삶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시작한 것을 꼭 완성할 필요도 없고, 그냥 도전해 본 경험만으로도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되고
도전의 경험으로 용기가 생겨, 하고 싶은 건 언제라도 해보고 맞지 않으면 그만두면 된다.
대충 시작하면 단념도 가볍게 할 수 있다.
꿈을 이루려 누가 시키지도 않은 삽질을 많이 한 만큼 그 땅은 내 것이 되고,
거기서 싹이 돋고 기회가 열린다는 말이 와닿았다.
매일 그림을 그리면서 맛본 작은 승리가 뭔가를 시작하고 반복하는 즐거움을 알려줬고
새로운 꿈이 찾아왔고, 도전을 망설이는 순간에 느낌표를 던질 수 있는 용기가 생긴
저자가 너무 멋있고 부러워지는 책이었다.

#어른이지만용기가필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