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계곡
엘리자베스 로웰 지음, 안정희 옮김 / 신영미디어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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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로웰은 탄탄한 이야기 구성의 재미를 한껏 느끼게 해주는 작갑니다.  남편과 함께 추리소설을 쓰기도 한다니..그래서 그런지..미스테리를 가미한 로설을..엘리자베스 로웰만큼 빈틈 없이 꾸려가는 작가도 드문 게 사실입니다.

바람의 계곡은 그런 작가의 역량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웅대하고 장엄하고 힘 있고..거침없는 재미..그게 바람의 계곡을 가장 잘 표현한 말입니다.  거친 서부의 거대한 자연을 배경으로..삶과 죽은..기쁨과 슬픔..희망과 절망..모든 것이 담겨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바람의 계곡을 엘리자베스 로웰의 최고작으로 꼽습니다.  현대에서 나왔던 천년시리즈와 궁전시리즈도  거부할 수 없는 재미와 매력을 느끼게 하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람의 계곡이 가장 빛나는 로웰의 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세밀하고 세세하게 풍경을 묘사하면서도..늘어지지 않고..주인공들의 심리나 템포가 빠르면서도..무심하지 않고..강하면서도 다감한 재미를 느낍니다.  다 쉽지 않은 일들이지요.

표지나 내용..제목까지 어느  한 곳 허술한데 없이 완벽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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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퀼트 - [할인행사]
조셀린 무어하우스 감독, 위노나 라이더 (Winona Ryder)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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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트니 오토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책과는 약간 차이가 있지만..그 차이가 모자람이나 불쾌함으로 다가들진 않는다.  책이 가진 태생적인 한계를 영화가 받아서 무심한듯..초연한듯..그렇게 흐르는 장면들을 직접 보여주고 있다.  위노라 라이더의 눈에 비치고..귀에 들리는..초로의 여인네들의 삶이 화면 정숙하고 성숙한 여자같은 화면의 느낌을 준다.  과거와 현재가 반복되면서 보여지기 때문에..한순간 타임머신에 의지해 시간을 여행을 하는 듯도 싶고..어리둥절 해지기도 하지만..머리에 백발이 성성한 나이가 돼 버린 여인네들의..잊지못할 꿈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이젠 지나 가버린..여자의 아름다운 봄날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그 봄날에 아무리 뜻하지 않은 모진 날과 시간이 있었을지라도..그 찬란한 봄날의 아름다운 한 때를 어찌 잔인함으로 기억할 수 있겠는가하는 말 없는 웅변을 듣는 듯도 싶고...스피디한 화면도 없고..자극적인 에로티시즘도 물론 없다.  그래도 맘이 채워지고 메워진다.  제각각인 여인들의 삶이 조각보처럼 꿰매지고..퀼트처럼 완성됨을 흐뭇하게 느낄 수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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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캐서린 앤더슨 지음, 정효정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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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리뷰 쓰신 님들의 글처럼..연인은 따뜻하고 만족스럽습니다.  캐서린 앤더슨의 모든 설들이..연인과 같은 구도와 인물들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세상에 상처받은 여자와..그 여자를 사랑해서..보통 남자론 흉내내고 싶었도..쉬이 흉내낼 수 없는..어마한 인간성..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에게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연인 또한 앞서 언급한 모든 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캐서린 앤더슨이 쓴 연인에 대해선 불만이  없습니다만..연인이라는 책에 대해선 불만이라고 해도 좋고..그저 할 말이라고 해도 좋은 게 있습니다.  부족한 점이라고 해도 좋고(물론 제 기준입니다)..대화체가 영 엉성하고 일관성이 없습니다. 남주의 대화체가 그렇습니다.  어디서 보니까 로설 번역하시는 분들의 고민이..남주의 말투라고 합니다.  했소체를 쓰자니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 같고..안 쓰자니 맛이 안 사는 건 물론이고..똑 떨어지게 대체할 무엇이 있지도 않고..남주 레이프의 말투가 왔다갔다 합니다.  완전히 방향을 잃고 천지사방 분간을 몬하고..

남주 레이프가 어떤 배경을 가진 남잡니까..아름다운 아내와 행복한 결혼생활을 했었고..아들 딸이 있었고..큰 목장을 가지고..남성다운 일을 쭈욱 하던 남자고..불의의 사고로..아내와 아이들을 다 놓치고..그 충격으로 노숙을 하면서 알콜중독이 된 경험이 있는 남자가..여자와 대화할 때 쓰는 말들이 어쩜 그리도 곱고 정숙한지..로설 읽는 기분이 확 깹니다.  이러세요 저러세요 하고..바로 달아서 했소 안했소..하다  바로 했습니다 안 했습니다..이러니 도대체 이 남잘 뭘로 보고 있는 건지..

정녕 이렇게 번역하는 책들이 태반으로 나오면 전 로설 끊어야할까 봅니다.  어쩜 별난 내 성격이나 취향탓일 수도 있지만..연인이라는 책에서 이 문제를 나만 문제로 보고 있는 거지도 모르지만..정말 맘에 안 차네요.  정말 이해가 안 돼요.  (책값이나 싸..무려 구천원짜리 또깝한 책을 이래 망쳐도 되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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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라임오렌지나무
J.M 바스콘셀로스 지음, 전혜경 옮김 / 혜원출판사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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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정말 다시는 손에 들고 싶지 않은 책들이 있다.  주로 어릴때 읽었던 책들이다.  인어공주..은혜 갚는 호랑이..플란더스의 개..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등등이다.  제목만 봐도..누구나 읽고..누구든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책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다시는 읽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됬느냐하면..깊고 넓고 재미난 내용에도 불구하고..너무 슬프기 때문이다.  아니 왜 이렇게 사람 맴을 찢어놓는 글들이 있을까 싶은 게..그래서 내가 이 책을 다시 읽으면 성을 간다는..어쩌구니 없는 결론까지 내고 있었다.

특히 라임오렌지의 제제가 영 사람 맘을 편케 안 하는 지라..누가 물으면 정말 좋은 책이니 꼬옥 읽어보라 등 떠밀면서도..정작  난  첨 읽었던 십수년 전에 한 번 읽고..그 후 다시는 손에 들지 않았다.  혜원의 라임오렌지를 사기까지는..

첨 읽었던 때가 사춘기 초입이라..제제의 아픔이..제제를 속박하는 모든 것들이 너무 싫고 너무 슬퍼서..두 번 다신 읽지 않겠노라 다짐 했지만..서른을 넘어서..그냥 정말 그냥 느닷없이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그 책이 좋았지..그 책이 참 슬펐어..다시 읽어보면 어떨까..그 때처럼 눈물이 흐르겠어 설마 했다.  이 생각은 나의 판단 미스..그 때보다 더 울었다.  더 철철 울었다.  보호받아야할 대상이 아닌..누군가를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는 어른이고 보니..여전히 나이 먹지 않고 있는 어린 제제가..여전히 가족들한테 맞고 있는 모습은..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내겐 무력감마저 느끼게 했다.

그 때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기억 속에선 제제가 매 맞는 장면이 젤 아프게 남았지만.. 지금은 유일하게 제제의 의지가 되고 언덕이 돼 주던 포르투칼 아저씨가 사고로 죽은 장면이 더 짠하고 슬프다.  거의 충격적이었다.  살면서 날 사랑해주고 아껴주는 누군가를 잃는다는 게 어떤 일이고 의민지 알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주위의 모든 것들이 슬프게 내려앉아 있는 제제같은 아이에게 그런 사람이 가지는 크기와 의미를 생각해보면..아버지에게 허리띠로 매 맞는 일쯤이야..사랑하는 어린 동생에게 암 것도 해줄 수 없는 현실쯤이야..정말 하찮은 것이지 않을까..싶었다.

얼마 전에 방송된 일달러의 행복이라는 일요스페셜을 보면서..여전히 가난한 제제가 많은 브라질을 보면서..브라질의 가난한 수 많은 제제를 보면서..어린 날에 가졌던..라임오렌지에 대한 생각 하나를 바꿨다.  그 땐 정말 드문 일을 드물게 그려낸 책이라 여겼지만..바스콘셀로스에게 제제는 특별히 불행한 환경을 가진 아이가 아니었을 것이다.  이웃에 있었고..조금난 눈 돌리고 귀 기울이면..볼 수 있는 아이였던 것이다.  슬프게도 여전히 브라질에 가난한 제제가 많고..여전히 우린 제제를 보면서 눈물을 훔치고...

여적 살면서 큰 부자이길 바란 적도 없고..되고 싶었던 적도 없다.  돈 많으면 그 돈 다 뭐할라꼬..죽을 때 싸집어지고 갈끼가 하는 생각으로 살았다.  근데 라임오렌지를 보면서  내가 부자였음 했다.  큰 부자였음 했다.  세상을 사고 남을 부자였을 싶었다.  돈에 깔려죽을 만큼의 양을 남겨도..그 정도 부자면  세상의 존재하는 가난한 제제들에게 장난감 하나 정돈 선물할 수 있을 않을까 싶어서..세끼니를 모두 책임질 순 없어도..가끔 소박한 밥상은 받게 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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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미소 1
줄리 가우드 지음, 이은정 옮김 / 현대문화센터 / 199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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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설이지만..탁 깨놓고 말하면 천사의 미소는 로맨스가 약합니다. 그래서 실망스럽냐..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얼마나 재미나고 따뜻하고 좋은대요..피 한 방울 안 섞인 5남매가 어쩜 이리도 정답고 정겨운지..각박한 세상에서 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충분히 때 묻은 맘이 정화될 것 같습니다.

천사의 미소를..더욱 빛나게 하는 건..책속 곳곳에 실려 있는 편집니다. 한 번도 뵙지 못한..아담의 어머니에게 그들 각자가 쓰는 편지들..비록 배 아파 낳아주지는 않았지만..그 어머니에게 쓰는 편지들이 정말 가슴 찡하게 합니다. 어디서 이렇게 아름다운 글들을 볼 수 있을까 싶다니까요..

책 전체를 다시 잘 읽지는 않지만..가끔 편지글들만 찾아서 읽습니다. 이 편지들은 눈에서 시작해서 마음으로..마음에서 위로 아래로 그들의 맘이 실린 글들이 퍼져나가..따끈이 몸 속에 지니고 있는 것 같은..기분 좋은 온기를 나눠줍니다. 사람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건 많지만..젤 기분좋은 따뜻함은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맘인 것 같습니다. 이들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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