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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라임오렌지나무
J.M 바스콘셀로스 지음, 전혜경 옮김 / 혜원출판사 / 2003년 3월
평점 :
품절
살면서 정말 다시는 손에 들고 싶지 않은 책들이 있다. 주로 어릴때 읽었던 책들이다. 인어공주..은혜 갚는 호랑이..플란더스의 개..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등등이다. 제목만 봐도..누구나 읽고..누구든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책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다시는 읽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됬느냐하면..깊고 넓고 재미난 내용에도 불구하고..너무 슬프기 때문이다. 아니 왜 이렇게 사람 맴을 찢어놓는 글들이 있을까 싶은 게..그래서 내가 이 책을 다시 읽으면 성을 간다는..어쩌구니 없는 결론까지 내고 있었다.
특히 라임오렌지의 제제가 영 사람 맘을 편케 안 하는 지라..누가 물으면 정말 좋은 책이니 꼬옥 읽어보라 등 떠밀면서도..정작 난 첨 읽었던 십수년 전에 한 번 읽고..그 후 다시는 손에 들지 않았다. 혜원의 라임오렌지를 사기까지는..
첨 읽었던 때가 사춘기 초입이라..제제의 아픔이..제제를 속박하는 모든 것들이 너무 싫고 너무 슬퍼서..두 번 다신 읽지 않겠노라 다짐 했지만..서른을 넘어서..그냥 정말 그냥 느닷없이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그 책이 좋았지..그 책이 참 슬펐어..다시 읽어보면 어떨까..그 때처럼 눈물이 흐르겠어 설마 했다. 이 생각은 나의 판단 미스..그 때보다 더 울었다. 더 철철 울었다. 보호받아야할 대상이 아닌..누군가를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는 어른이고 보니..여전히 나이 먹지 않고 있는 어린 제제가..여전히 가족들한테 맞고 있는 모습은..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내겐 무력감마저 느끼게 했다.
그 때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기억 속에선 제제가 매 맞는 장면이 젤 아프게 남았지만.. 지금은 유일하게 제제의 의지가 되고 언덕이 돼 주던 포르투칼 아저씨가 사고로 죽은 장면이 더 짠하고 슬프다. 거의 충격적이었다. 살면서 날 사랑해주고 아껴주는 누군가를 잃는다는 게 어떤 일이고 의민지 알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주위의 모든 것들이 슬프게 내려앉아 있는 제제같은 아이에게 그런 사람이 가지는 크기와 의미를 생각해보면..아버지에게 허리띠로 매 맞는 일쯤이야..사랑하는 어린 동생에게 암 것도 해줄 수 없는 현실쯤이야..정말 하찮은 것이지 않을까..싶었다.
얼마 전에 방송된 일달러의 행복이라는 일요스페셜을 보면서..여전히 가난한 제제가 많은 브라질을 보면서..브라질의 가난한 수 많은 제제를 보면서..어린 날에 가졌던..라임오렌지에 대한 생각 하나를 바꿨다. 그 땐 정말 드문 일을 드물게 그려낸 책이라 여겼지만..바스콘셀로스에게 제제는 특별히 불행한 환경을 가진 아이가 아니었을 것이다. 이웃에 있었고..조금난 눈 돌리고 귀 기울이면..볼 수 있는 아이였던 것이다. 슬프게도 여전히 브라질에 가난한 제제가 많고..여전히 우린 제제를 보면서 눈물을 훔치고...
여적 살면서 큰 부자이길 바란 적도 없고..되고 싶었던 적도 없다. 돈 많으면 그 돈 다 뭐할라꼬..죽을 때 싸집어지고 갈끼가 하는 생각으로 살았다. 근데 라임오렌지를 보면서 내가 부자였음 했다. 큰 부자였음 했다. 세상을 사고 남을 부자였을 싶었다. 돈에 깔려죽을 만큼의 양을 남겨도..그 정도 부자면 세상의 존재하는 가난한 제제들에게 장난감 하나 정돈 선물할 수 있을 않을까 싶어서..세끼니를 모두 책임질 순 없어도..가끔 소박한 밥상은 받게 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