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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199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봤을 땐 살까말까 주저했습니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라는 책 제목이 너무 고와서..왠지 삼류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그런 이유로 망설이다 표지 그림에 인디언 꼬마를 한 번 믿어보고 싶었습니다..웃습게도. 그리고 결과는 가슴을 쓸어내리죠. 이 책을 못 만났다면..그건 정말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읽는 내내 작은 나무의 모습이 내 마음을 울게도 하고 웃게도 했습니다. 보기엔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그저 산에 사는 늙은 인디언에 불과하지만..사람이 가져야 하는 가장 빛나는 덕목을 지니고 ..생활에 실천하며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가진 건 ..두 말할 필요도 없는..작은 나무의 작으면서도 큰 행운이었습니다.
사람을 대할 때나 자연속에 있을 때 머리보다 마음이 먼저 움직이고..마음으로 생각하는 모습은..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가 불편해서 잊어버리고..귀찮아서 뒤로 밀쳐두는 ..향기 있던 우리의 옛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의미로 우리 모두는 부정할 수 없는 천하의 바보들입니다.
작은 나무를 만나고 전 이상한 버릇이 생겼습니다. 이 책만 보면 사고 싶어지는 거예요. 그냥 한 권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또 한 권을 구입했죠. 가지고 있다가 멀리 가는 친구에게 위안이 되었으면 해서 선물 했습니다. 다시 한 권을 더 샀죠. 이 책은 제가 세상의 또 다른 따스함을 절절히 느끼게 만들었던 첫조카에게 선물 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권을 샀습니다. 한 권으로는 헛헛함을 느끼는 내 영혼의 충만함을 위해..나란히 책꽂이에 꽂아뒀습니다.
살아 오면서 많은 책을 읽었지만..한 눈에 온 맘이 혼빵 빨려들어갔던 책은 체 열 손가락을 채우지 못합니다. 그렇게 맘이 빨려들어갔던 책을 만날 때마다..혼자서 극단적인 생각을 합니다. 과연 이 세상에 단 한 권의 책을 선택하고 남겨야 한다면..이 책을 남겨도 될까..이 책이 과연 남겨질 만한 위대하고 섬세하고 모든 것이 책일까... 물론 아닙니다. 그런 확신이나 믿음을 준 책은 없습니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단 한 권을 제외하고는요.
책을 은혜하는 사람으로..무섭고 아름다운 확신을 합니다. 만약..정말 만약에..세상에 단 한 권의 책을 남겨야 한다면..전 일초의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을 끌어안고 웃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