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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풍속화집 ㅣ 서문문고 311
이서지 지음 / 서문당 / 1997년 8월
평점 :
음악을 듣기 위해 LP나 CD를 사서..처음 들었을 땐 그닥 마음에에 닿지 않던 그 음들이 서너달 쯤 지나서..김치 익는 것처럼..깊은 맛이 들었다고 느낀 경험이 있습니다. 이 책이 그렇습니다. 처음 펼쳐들고 봤을 때는..달력 인심 후한 시절에 그 달력에 있던 그림과 별 반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왠 걸요.. 이렇게 재미있고 멋진 책을 그 땐 왜 못 알아 봤을까 싶었습니다. 정말..지인~짜로 멋진 책입니다. 그림 밑 쪽에 우리글 소개와 영문 소개는 펴낸이의 정성과 자부심을 충분히 느끼게 합니다.
163점 한장 한장에 제 개똥평을 쓰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참았고..몇 편만 쓰고 싶은 대로 썼습니다.
새벽(26p)...이른 아침에 먼 시야로 사람들이 지게 지고 소를 몰고 가는 건 단순히 풀을 매고 거름질 하기 위한 것만은 아닐 겁니다. 분명 그들은 그들의 인생을 매러 희망을 지고 가는 길이라 생각해 봅니다.
소나기(113p)...보는 순간 눈이 번쩍 뜨입니다. 등 뒤로 검은 구름이 바짝 쫒고 간발의 차이를 두고 소와 소년이 눈썹이 휘날리게 달음질을 칩니다. 우리그림이 가진 넉넉한 여백과 그 달아나는 모습에 웃음이 납니다.
고추잠자리(163p)...처음 선교사가 이 땅에 왔을 때 물동이를 이고 가는 여인을 보고 곡예사인지 물었다고 하죠..그림의 여인도 머리에 광주리를 이고 잠든 꼬맹이를 업고..그 뒤를 좀 큰 녀석이 따라 갑니다. 그 주위를 나는 고추자자리...고추잠자리가 아니라 꽃이라 착각할 만큼 그 느낌이 이쁩니다.
가을마당(175p)...운치는 이런 풍경을 두고 하는 말일겁니다. 노인이 앉아 있는 그 자리에 ..문지방에 팔을 대고 책을 읽는 내 모습을 생각하며 행복해 합니다. 그대로 그림이 되고 싶습니다.
겨울밤(220p)...겨울의 이미지가 제겐 차가움이나 매마름이 아니고 ..따뜻함..푸근함으로 떠오르는 건 아마도 따뜻한 방에 오손도손 모여든 가족들의 모습..그것 때문이겠죠.
여자의 일생(76p)...새색시를 중심으로 쭉 둘러선..젖먹이부터 팔순 노인까지를 한 번 스윽 봅니다. 같은 여자지만 머리수만큼 다른 인생 이야기가 있겠죠..과연 여자의 일생이 무언가 고민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