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긋는 남자 - 양장본
카롤린 봉그랑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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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 누구든 이런 일을 맞닥뜨리면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고개를 두리번거리겠죠..거기다 공주병이나 왕자병의 조짐을 하나둘 내보이고 있는 사람이면..분명 자기를 향해 연정을 품은 자의 소행으로 여길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이 재미있는게 아닌가 합니다.책속에 밑줄 그어진 문장들도 ..글 속에 묻혀 있든..따로 나와 단문으로 존재하든 아름답고 깊이 있다 느꼈습니다. 코에 걸면 코걸이..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말이 생각났죠..누가 읽어도 자기를 향한 말 같이 여겨질거고..독서라는 행위 자체가 혼자하는 은밀한 것이기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봅니다.

밑줄 긋는 남자를 찾기 위한 모험과(?) 그 와중에 비쳐지는 프랑스의 생활도 재미있습니다. 어떤 남자를 찾기 위한 무모한 행위에 기꺼이 동참해준 클로드와 연인 사이로 발전하는 건 아주 당연해 보였습니다. 남녀란 시간을 같이 보내면 정들게 마련이거든요..^^동성끼리라면 우정이 되겠죠. 진행되는 일이 미처 생각도 못한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모양을 내는 건..한 치 앞도 모르고 인생을 사는 우리 인간들의 아이러니한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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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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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첫 부분에 각기 다른 부엌의 생김새와 느낌에 대한 묘사가 나옵니다. 순전히 그 문장들의 느낌이 평소 내가 떠올리는 ..주방..부엌..정지로 분류되는 것들에 대한 생각과 많은 부분이 다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바나나의 글 속..부엌을 세상에서 제일 좋아한다는 주인공의 얘기가 궁금했습니다. 어떻게 그려 놓았을까하는 단순한 호기심과..이십일세기 현대 여성의 성향에서 약간 비겨난듯.. 촌스럽게 부엌을 좋아하고 ..가끔은 싱크대에서 신나게 칼을 날리며 음식을 만들어야 몸의 독이 빠진다고 느끼는 ..구시대의 유물 같은 감정을 갖고 사는 나와 닮은 듯한 미카게의 모습이 어쩐지 ..키친이라는 책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일본 부엌 매니아의 삶은 어떨지 궁금해서...

재미가 없지는 않았는데 ..일본 소설을 읽으면 늘 느끼는..뜨거움의 부재..확 솟구치는 그 무언가가 늘 허전하고 아쉽기만 합니다.  키친도 마찬가지구요...

키친이든 부엌이든 그것만으론 존재의 의미가 없겠죠..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이 있어 의미가 있는 게 아닌가 하고..순전히 인간중심의 오만한 사고 방식으로 단정지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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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집
기시 유스케 지음 / 창해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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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가 스산하고 오싹하다. 책 읽기도 전에 앞 그림이 주는 무서움에 벌써 한 껏 깔리고 들어갔다. 오그라든 마음으로 첫장을 넘기는데..으음..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가히 인간의 탈을 쓴 제삼의 인종..그 인종의 인간이 만들어낸 피바다의 소용돌이다. 어미가 먹고 살기 위해 자식을 죽인다.. 세상의 엄마들이 다 들고 일어나겠네..자식 죽이는 에미가 어디 있다고..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을 입에 올리느냐..그거 쓴 사람 제정신이냐부터..일절부터 사절까지 절로 나온다. 절대 동감...

책을 읽는 내내 역시 일산이네(일본소설)..감성코드가 엽기를 넘어서 감히 도달하고 싶지 않은 곳을 향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공포를 만들어내는 그 쪽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이 참 무섭고 섬뜩하다. 우리 민족이 오천년을 더 살아도 ..딴 건 다 그들보다 나아도..이런 부분만은 절대 따라갈 수 없을 것 같다..얼마나 다행인지...

인간들이 역사를 이루고 산지가 얼만데..왜 이런 일이 없겠는가..이 소설도 실제 사건을 보고 구상했다고 하니..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마는..이처럼 이 소설에 공포스런 전율과 분노를 느끼는 건 ..추호도 의심없이 확신하건데..사람이 할 짓이 아니니까..사람 사는 모습이 이래서는 안되니까..어떤 이유가 있어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여서다. 사람이 살다보면 있어서 안 되는 일은 있지만..있을 수 없는 일은 없는 것 같다.

초등학교 이학년 때 뭘 모르고 읽었던.. 하르쯔산의 인간 이리를 빼곤..이렇게 무서운 책은 처음이다. 그 무서움이 나라는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도를 벗어났다고 느껴진다. 근데 난 어른인데..왜 이렇게 무서울까..이 작가가 그려낸 모습이 어떤 건지를 알고 있어서 그런걸까..이 생각이 더 무섭네..정말 잊을 수 없는 책이다. 하지만 진짜로 잊고 싶은 책이다..아주 깨끗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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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는 나무 외 청목 스테디북스 62
셸 실버스타인 지음, 이상영 옮김 / 청목(청목사)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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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제 나이 열넷이었나봐요..친구들 사이에 전설처럼 이 빠진 동그라미 얘기가 떠 돌았죠. 들은 풍문엔 아주 그럴듯하더라구요.

이 빠진 동그라미가 있는 데..그 빠진 이를 찾아 세상 구경을 하며 하염없이 굴러다닌데요..눈도 맞고 비도 맞고..내리쬐는 뜨거운 태양은 어디 남의 얘기겠어요..그렇게 가다가 꽃을 만나면 인사하고..향기도 맞고..나비도 만나고..틈틈이 ..자기 몸에 꼭 맞을 것 같은 조각들과도 만나죠..사연 많은 시간과 날들이 흘러가고 ..드디어 잃어버린 한 쪽을 만나서..멋진 동그라미로 완벽하게 거듭나죠..

세상일엔 모두 일장일단이 있다죠..우리의 동그라미도 그 법칙을 비껴갈 수는 없네요..채우지 못한 부분을 채우고..정말 동그라미다운 동그라미가 되었지만..이 빠져 있으므로 해서 배우던 세상은 잃어버리고 말죠..부르던 노래도 못 부르고..친구들과 얘기할 수도 없고..그런 슬픈 일들을 겪고는..동그라미는 결심을 합니다..어렵게 찾은 한 쪽을 빼버리기로..그래서 동그라미는 다시 노래하고 춤추며 세상을 행복하게 굴려다니며 행복하게 살았다는 얘기...

아하..세상은 이렇게 사는 거구나..우리가 원하는 것을 모두 가져도..절대 행복하기만 한 건 아니구나..그러니까 우린 자기 한 쪽을 빼 버린 동그라미처럼 ..그렇게 약간은 헐렁하게 살아야 하는 거구나..다 가지고도 행복할 수 없다면..그럼 어떻게 살아야하나..등등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후로 쭈욱 자기를 비워내며 사는 것만이 옳게 사는 법이라 여기며..그렇게 될려고..그 흉내라도 내며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근데 그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사는데 한 가지 방법만이 옳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어쩜 딴 동그라미는 잃어버린 한 쪽을 찾아다니다.. 한 쪽을 찾고는 아주 행복하게..(다시 빼버리지 않고도)..살았을지도 모른다라고 생각해 봅니다.

길이 여러 갈래이듯이..사는 모습..사는 방법도 다 다릅니다. 헐거운 동그라미로 행복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비워진 부부을 꼭 채우고서야 행복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거라 봅니다. 정말 중요한 건.. 이거든 저거든..내가 살고 싶은 방식과 모습입니다. 딴 사람이 어떤 모습..어떤 색깔로 살든 나하곤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우리 모두가 자신에게 이해시키고 납득시키는 일일거라 여깁니다.

전 이 부분이 제일 마음에 들던데요..동그라미가 굴러가다 한 조각을 만나서 자기와 맞는지 맞춰 보자고 합니다..그럼 그 조각이 이렇게 말하죠..난 누구의 부분도 아니고 난 그냥 하나의 조각일 뿐이라구..작은 덩치에 ..우주만큼 크고 멋진 철학을 지니고 세상을 살아가는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작은 조각처럼 멋진 자기 철학과 원칙을 가진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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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사전
이외수 지음 / 동숭동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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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말로 글을 써도 어쩌면 이렇게 아름다운 생각과 글을 쓰시는지..이외수님을 진정한 챔피언으로 인정하고 싶습니다. 우리 글..우리 생각..우리 마음의 바위같은 챔피언..하나하나가 보석입니다. 어떤 글은 글이 주는 무게와 깊이에 마음이 뚝 떨어져 발치에 고이고..어떤 글은 온 국민을 웃기는 개그보다 더한 ..배꼽 잡는 유쾌함으로 박장대소하게 만듭니다. 감히 말하건데 전 이런 글 쓰시는 분 ..이외수님 밖에는 못 본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외워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머리가 굳은 관계로 그런 황홀한 일은 없을 것 같군요.

얼굴은 비추어지지 않고 마음만 비추어지는 천상의 해 맑은 거울. 미국인들은 수많은 인력을 동원하고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여 달에다 유인우주선을 쏘아 올리고 발자국을 찍고 성조기를 꽂았다. 한국인들은 아직도 툇마루에 홀로 앉아서 값싼 막걸리를 마시며 달에다 계수나무를 심는다. 옥도끼로 찍어 내고 금도끼로 다듬어서 양친부모를 모셔다가 천 년 만 년을 살고 싶어서다. ...달이라는 글의 부분인데요..양친부모를 모셔다가 천 년 만 년을 살고 싶다는 그 마음이 내 마음 같아선가요..읽으면 눈도 빨개지고 가슴에 따끈이 넣은 것처럼 훈훈하고 좋습니다. 이외수표..감성사전따끈이~조슴다.^^ 사물을 바라보고 인식할 때.. 따아악.. 감성사전 같으면야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건 욕심이지 싶고..그 흉내라도 낼 수 있는 내 자신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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