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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집
기시 유스케 지음 / 창해 / 2004년 8월
평점 :
일시품절
표지부터가 스산하고 오싹하다. 책 읽기도 전에 앞 그림이 주는 무서움에 벌써 한 껏 깔리고 들어갔다. 오그라든 마음으로 첫장을 넘기는데..으음..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가히 인간의 탈을 쓴 제삼의 인종..그 인종의 인간이 만들어낸 피바다의 소용돌이다. 어미가 먹고 살기 위해 자식을 죽인다.. 세상의 엄마들이 다 들고 일어나겠네..자식 죽이는 에미가 어디 있다고..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을 입에 올리느냐..그거 쓴 사람 제정신이냐부터..일절부터 사절까지 절로 나온다. 절대 동감...
책을 읽는 내내 역시 일산이네(일본소설)..감성코드가 엽기를 넘어서 감히 도달하고 싶지 않은 곳을 향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공포를 만들어내는 그 쪽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이 참 무섭고 섬뜩하다. 우리 민족이 오천년을 더 살아도 ..딴 건 다 그들보다 나아도..이런 부분만은 절대 따라갈 수 없을 것 같다..얼마나 다행인지...
인간들이 역사를 이루고 산지가 얼만데..왜 이런 일이 없겠는가..이 소설도 실제 사건을 보고 구상했다고 하니..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마는..이처럼 이 소설에 공포스런 전율과 분노를 느끼는 건 ..추호도 의심없이 확신하건데..사람이 할 짓이 아니니까..사람 사는 모습이 이래서는 안되니까..어떤 이유가 있어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여서다. 사람이 살다보면 있어서 안 되는 일은 있지만..있을 수 없는 일은 없는 것 같다.
초등학교 이학년 때 뭘 모르고 읽었던.. 하르쯔산의 인간 이리를 빼곤..이렇게 무서운 책은 처음이다. 그 무서움이 나라는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도를 벗어났다고 느껴진다. 근데 난 어른인데..왜 이렇게 무서울까..이 작가가 그려낸 모습이 어떤 건지를 알고 있어서 그런걸까..이 생각이 더 무섭네..정말 잊을 수 없는 책이다. 하지만 진짜로 잊고 싶은 책이다..아주 깨끗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