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터
이지은 지음 / 열림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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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림원출판사 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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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치는 과연 무엇으로 증명되는가.'
-아마도 그 답은 점수가 아니라, 살아온 시간 속에서 천천히 쌓인 마음의 무게일 것이다.



《하터》는 설정만 보면 디스토피아 청소년 소설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입시'가 아니라 '사랑을 증명해야만 존재를 인정받는 아이들'의 외로움이었다. 작가는 '인성을 점수로 측정한다'는 다소 비현실적인 장치를 통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얼마나 쉽게 사람을 숫자로 평가하는지를 날카롭게 비춘다. 성적, 스펙, 봉사 시간, 생활기록부처럼 보이지 않는 기준들 속에서 사람의 가치마저 계량하려는 현실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특히 하트가 많아야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설정은 현대 사회의 경쟁 구조를 비틀어 보여 주는 강력한 은유처럼 느껴졌다. 사랑과 배려조차 평가 대상이 되는 순간, 사람들은 진심보다 '착한 척'을 배우게 된다.

'좋은 사람이란 과연 누가 정하는가?'

주인공 이여섬은 전교 1등이지만 하트는 겨우 0.2그램이다.
사회는 그녀를 인성이 부족한 아이라고 규정하지만, 악한 사람이 아니라 상처를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아이였다. 그래서 더욱 안쓰러웠다.

가장 마음에 남았던 문장은 다음 구절이다.
🔖"여섬은 조금씩 멋있게 자라고 싶었는데, 아무도 기다려 주지 않는 것 같았다. 아직 채워지지 않은 사람인데, 사람들은 여섬을 다 안다는 듯 말했다."

이 문장은 청소년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우리는 누군가를 너무 쉽게 판단하고, 한 번 본 모습으로 그 사람 전체를 정의해 버린다. 하지만 사람은 계속 변하고 성장하는 존재다. 아직 미완성인 사람에게 완벽함을 요구하는 사회가 얼마나 잔인한지를 보여 주는 문장이라 오래 마음에 남았다.


이 작품에서 가장 따뜻했던 존재는 김 화였다.
그는 여섬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대신 곁에서 묵묵히 손을 잡아 준다.
🔖"그 고요한 지지가 그리웠다는 걸 여섬은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이 문장을 읽으며,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충고가 아니라 끝까지 곁을 지켜 주는 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존재 자체가 위로가 되는 순간을 담담하게 그려낸 장면이라 오래 기억에 남는다.

또한 🔖"세상의 모든 귀가 닫히고 비난하는 입만 있는 것 같은 순간에, 김 화가 가진 커다란 귀는 참 위로가 되었다." 라는 문장도 깊은 울림을 남겼다.
우리는 조언하는 사람보다 끝까지 들어 주는 사람을 더 오래 기억한다.
진심으로 들어주는 태도가 얼마나 큰 사랑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 문장이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핵심은
🔖"꿀벌 한 마리의 평생이 7그램이듯, 네 인생도 그렇다.", 그리고 🔖"누가 보면 고작 7그램이지만, 꿀벌한테는 자기 인생을 다 걸고 열심히 산 증명인 셈이지. 하찮고 말고를 누가 판단해. 넘치면 어떻고 모자라면 어때." 라는 대사다.

이 문장은 소설이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 그 자체였다.
누군가에게는 작은 성취처럼 보여도, 그 사람에게는 삶 전체를 담아낸 결과일 수 있다. 우리는 자꾸 다른 사람의 기준으로 자신의 삶을 평가하지만, 사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진심으로 살아왔느냐일 것이다.

🧐사람의 삶은 숫자로 환산할 수 없으며, 누군가에게는 작아 보이는 노력도 그 사람에게는 삶 전체를 담은 무게일 수 있다는 사실을 따뜻하게 일깨워 준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을 붙든 문장은
🔖"난 그냥 내가 좋아지는 거, 그게 제일 중요한 거 같더라." 였다.

우리는 늘 더 좋은 대학, 더 좋은 직장, 더 나은 성과를 목표로 살아가지만, 정작 ⁉️'내가 나를 좋아하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은 자주 잊고 산다.

이어지는 🔖"그래, 뭐가 꼭 되려고 하거나 뭐를 꼭 달성하지 않으면 어때. 사는 건 이대로도 괜찮지."라는 문장은 성취보다 존재 자체를 인정해 주는 위로처럼 느껴졌다. 이 말은 여섬뿐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필요한 문장일 것이다.


작가의 말 역시 소설 못지않게 인상 깊었다.
학생들을 가르치며 만난 다양한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사랑은 얼마나 필요할까', '결핍된 사람은 어떻게 성장할까' 라는 질문을 품었다는 고백은
이 작품이 교육 현장에서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탄생한 작품임을 보여 준다.

특히 🔖"실수하고 실패하지만, 스스로 고민하면서 천천히 성장하는 사람도 있으며, 그래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라는 작가의 말은 작품 전체의 의미처럼 느껴졌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두에게 같은 기준을 강요하는 것이 어른들의 조급함일 수 있다는 작가의 성찰은 오래 생각하게 만들었다.

《하터》는 사랑을 점수로 환산하는 세상을 그리지만, 결국 숫자로는 결코 잴 수 없는 것들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타인의 기준에 맞춰 좋은 사람이 되려 애쓰기보다, 스스로를 조금씩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작품은 청소년뿐 아니라 이미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누군가의 평가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얼마나 쉽게 사람을 평가하는지, 타인의 마음을 점수처럼 계산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스스로에게조차 너무 높은 기준을 요구하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결국 이 작품은 '좋은 사람'이란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타인의 성장도 기다려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도, 자신을 사랑하는 일도 수치로 환산할 수 없다.'
그래서 《하터》는 숫자가 아닌 마음으로 읽어야 하는 소설이다.

읽고 난 뒤에도 오래 남는 것은 하트의 무게가 아니라,
누군가의 손을 끝까지 놓지 않았던 김 화의 따뜻한 마음과,
조금씩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 가는 여섬의 성장이다.


그리고 책을 덮으며 자연스럽게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지금 내 하트는 몇 그램일까?'

하지만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일 것이다.
🎈'나는 오늘, 어제보다 조금 더 나를 좋아하게 되었는가.'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하터》는 오래 기억에 남는 성장소설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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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재버워크
이사카 고타로 지음, 민경욱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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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믿고 있는 현실은 과연 진짜일까."
"진실은 기억보다 늦게 도착하고, 인간은 이성보다 먼저 흔들린다."
"우리 안에도 이미 재버워크 같은 충동은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 괴물은 어쩌면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우리 안에서 깨어날 수 있는 충동일지도 모른다.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가장 놀라운 점은 시작과 끝의 거리가 상상 이상이라는 것이다. 《굿바이, 재버워크》 역시 시작은 매우 현실적이다. 폭력을 견디다 못한 한 여성이 남편을 우발적으로 죽인다. 아이가 돌아오기 전에 시체를 숨겨야 한다는 절박함은 독자를 순식간에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그러나 몇 페이지 지나지 않아 이 현실은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다.

기억은 끊어지고, 시간은 뒤틀리며, 사람들은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독자는 료코와 함께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끝없이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이사카 고타로가 미스터리라는 장르 안에 인간의 폭력성과 자유의지, 그리고 기억이라는 불안정한 존재를 함께 담아낸다는 것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작가가 '폭력'을 인간 안에 원래 존재하는 본능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재버워크는 인간에게 폭력을 새롭게 심는 존재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공격성을 억제하지 못하게 만드는 장치처럼 묘사된다. 그래서 더욱 현실적이고 섬뜩하다. 누구나 이성을 잃는 순간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과장된 설정 속에서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누가 범인인가?"보다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현실은 무엇이었는가?"라는 질문이 훨씬 중요해진다는 점이 흥미롭다. 독자는 료코와 함께 기억을 하나씩 맞춰 가면서 자신이 읽은 장면조차 의심하게 된다. 이러한 구조는 처음의 모든 장면을 다시 떠올리게 만들며, 복선이 하나씩 회수되는 과정에서 큰 지적 만족감을 선사할 것 같다.


가장 마음을 붙잡은 문장은 역시 이 문장이다.
🔖"남편은 죽었다. 죽어 있다."

이 짧은 문장은 사건의 결과를 처음부터 모두 보여준다. 그런데도 긴장감은 오히려 커진다. 범인이 누구인지가 아니라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가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고백은 독자가 료코를 범죄자가 아니라 절박한 인간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강한 시작이었다.

또 하나 깊게 남은 문장은 다음이다.
🔖"재버워크는 혼란을 의미한다네요."

이 한 문장은 작품의 제목과도 연결된다.
재버워크는 인간 사회와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혼란 자체를 상징하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제목인 《굿바이, 재버워크》는 혼란과 두려움을 극복하려는 의지처럼 읽혔다.

작품 속에서 반복되는 '거울'의 이미지는 더욱 흥미롭다.
🔖"모든 게 '뒤집힌' 듯한 감각에 사로잡혔다. 정말 거울 속에 들어온 걸까."

거울 속 세계는 현실과 닮았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다.
료코가 마주하는 세계 역시 그렇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착각인지 끝없이 의심하게 만드는 장치가 작품의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것 같다.
독자 역시 료코처럼 현실을 의심하게 되고, 마지막에 모든 퍼즐이 맞춰질 순간을 기대하게 된다. 이사카 고타로가 말하는 미스터리는 범인을 찾는 게임이 아니라 현실을 다시 해석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더욱 흥미로웠다.

이 작품의 핵심 소재인 ☆'재버워크'☆는 인간의 공격성을 해방시키는 존재로 묘사되지만, 작가는 그것을 오히려 술이나 기생충에 비유하며 인간 안에 이미 존재하던 본능을 드러내는 장치처럼 설명한다.

특히 작품 속에서는 전두전야를 유치원에 비유하며 설명한다.
🔖"재버워크는 그 전두전야에 들러붙어 사령관을 잠들게 하지."

이어지는 설명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자기 멋대로... 그 선생님이 바로 전두전야야."

🔖"재버워크에 씐 인간의 뇌는 대체로 그런 느낌이야. 수습되지 않는 유치원 같지."


폭력을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뇌의 변화와 연결시키는 방식은 이사카 고타로 특유의 현실적인 상상력이 잘 드러나는 부분처럼 보였다. 이 비유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뇌과학을 놀라울 만큼 쉽게 이해하게 만든다.

인간은 이성으로 충동을 조절하며 살아가지만, 그것이 사라진다면 얼마나 쉽게 폭력성과 본능에 휘둘릴 수 있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또한 내가 보고 있는 현실은 진짜인지, 기억은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 인간은 무엇을 기준으로 현실을 판단하는지를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만든다.



《굿바이, 재버워크》는
- "우리는 얼마나 자신의 기억을 믿을 수 있는가."
-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이성인가, 본능인가."
- "현실이라고 믿는 세계는 정말 현실인가."

이 질문들을 끝까지 붙잡고 가는 작품이다.

▪️료코는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조차 확신하지 못한다.
▪️후배 가쓰라는 정말 그녀를 도우려는 사람일까.
▪️하야마와 에마는 믿어도 되는 사람일까.
▪️지금 보고 있는 세상은 현실일까.

이처럼 작품은 독자가 어느 누구도 쉽게 믿지 못하도록 만든다.
이러한 구조는 인간은 자신이 믿는 현실조차 언제든 흔들릴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철학적 질문처럼 다가온다.


살인사건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인간의 기억과 의식, 폭력성, 그리고 현실의 본질을 묻는 작품처럼 느껴졌다. 처음에는 숨 막히는 스릴러를 읽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철학과 SF, 그리고 본격 미스터리가 한데 어우러진 거대한 퍼즐을 맞추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 같다.

특히 이사카 고타로가 특유의 유머와 개성 넘치는 인물들, 치밀한 복선 회수를 통해 독자가 끝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는 점이 기대된다. 모든 의문이 하나의 진실로 이어지는 마지막 순간에는 '아, 그래서 처음부터 이 이야기를 이렇게 시작했구나.'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책을 덮고 나면 사건보다도 ⁉️"내가 믿고 있는 세계는 정말 진짜일까?"라는 질문이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을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 이 작품을 읽는 이들에게 현실과 인간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선물하는 소설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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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랑스 드빌레르의 스무 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철학의 위로 - 일상 언어에 숨어 있는 ‘왜’를 찾아 위대한 철학자들과 나누는 내밀한 위로
로랑스 드빌레르 지음, 김태권 그림, 이정은 옮김 / 리코멘드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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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 보면 흔들리는 순간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데, 생각의 방향을 비춰 주는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 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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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유통기한
레베카 설 지음, 금도희 그림 / 모모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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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모두 언젠가는 떠나. … 오늘 너는 어느 쪽을 택할 거니?
오늘을 살아갈 거니, 아니면 천천히 죽어갈 거니?"

-"끝을 안다고 해서, 사랑을 덜 아프게 할 수 있을까."
-"끝을 알면서도, 오늘 당신은 사랑을 선택할 것인가."



사람은 누구나 사랑이 오래가기를 바란다.
하지만 동시에 언젠가는 끝날 수도 있다는 사실 역시 알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랑을 시작한다.
《로맨스 유통기한》은 바로 그 너무나 익숙하지만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에서 출발하는 작품이다.

처음에는 '연애 기간이 적힌 쪽지'라는 판타지적 설정이 흥미를 끌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이 소설이 말하고 싶은 것은 연애의 운명이 아니라 불확실한 삶을 받아들이는 용기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주인공 다프네는 새로운 연애가 시작될 때마다 상대와 함께할 시간이 적힌 쪽지를 받는다. 3일, 5주, 3개월…. 예언은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
그래서 그녀는 사랑하기보다 계산하는 법을 먼저 배운 사람이다.
얼마나 마음을 줘야 덜 아플지, 언제쯤 거리를 둬야 상처를 줄일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계산하며 살아간다.
그런 다프네 앞에 처음으로 날짜가 적혀 있지 않은 쪽지가 도착한다.
이름 하나만 적힌 쪽지.
'제이크.'
그 순간부터 그녀는 평생 피해 왔던 감정과 마주한다.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판타지를 이용해 현실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우리는 다프네처럼 쪽지를 받지는 않지만, 사실 모든 관계에는 끝이 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헤어짐일 수도 있고, 환경의 변화일 수도 있고, 죽음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사람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친구를 만들며 새로운 인연을 선택한다. 그래서 이 소설은 연애소설이라기보다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처럼 다가왔다.

초반에 등장하는 이 문장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나는 항상 끝을 알고 있었다. ... 끝날 줄 몰랐다는 말은 나에겐 해당되지 않는 말이니까."

이 문장을 읽으며 문득 깨달았다.
우리는 미래를 알고 싶어 하는 이유가 상처를 피하고 싶어서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상처보다 기대하는 마음 자체가 두려운 것인지도 모른다.
다프네 역시 이별보다 사랑에 깊이 빠지는 일을 더 두려워했고,
쪽지는 그녀에게 안전장치이자 감옥이 되어 버렸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문장은 제이크가 말한 짧지만 깊은 한마디였다.

🔖"‘가벼움’의 반대는 ‘진지함’이 아니잖아요."
"‘가벼움’의 반대는 ‘깊이’예요."

이 대사는 이 소설을 관통하는 핵심이라고 느꼈다.
우리는 흔히 가벼운 관계와 진지한 관계를 구분하지만, 사실 중요한 것은 오래 만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서로를 이해했느냐일 것이다. 짧은 인연도 깊을 수 있고, 오랜 관계도 얕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 한 문장이 담백하게 말해준다.

책은 사랑만을 이야기하지 않으며, 친구와의 관계, 가족, 꿈, 삶의 방향까지 모두 연결된다. 특히 다음 문장은 인간관계의 본질을 너무도 따뜻하게 표현했다.

🔖"‘너를 선택할게.’ 한 번으로 끝내지 않고 계속해서, 거듭해서 그 마음을 전해야 했다."

관계는 한 번의 선택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좋은 관계는 운명처럼 저절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반복해서 서로를 선택하는 사람들의 노력 위에서 유지된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들려준다. 참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사랑뿐 아니라 우정도 가족도 모두 같은 방식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자신이 무언가를 간절히 원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려면 그 꿈이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까지도 받아들여야 한다."

이 문장은 사랑을 넘어 삶 전체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져 개인적으로 가장 오래 마음에 남았다. 원하는 것이 생길수록 실패할 가능성도 함께 생긴다.
그래서 사람들은 상처받지 않기 위해 애초에 바라지 않는 척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삶은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삶일지도 모른다.



🔖"우린 모두 언젠가는 떠나. ... 오늘을 살아갈 거니, 아니면 천천히 죽어갈 거니?"

가장 큰 울림을 준 문장은 이 부분이었다. 누구나 끝을 향해 살아간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결말이 아니라 오늘을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느냐는 것이다. 이 한 문장이 《로맨스 유통기한》이 말하고 싶은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듯했다. 오늘을 포기하지는 않는 것. 끝이 있다는 사실이 삶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오늘을 더욱 소중하게 만든다.


결국 이 소설이 말하는 것은 '사랑'보다 '용기'였다
읽는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끝이 정해져 있어서 사랑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끝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사랑을 두려워한다.

끝을 모르기 때문에 두렵고,
끝을 모르기 때문에 더 깊이 사랑하게 되는 아이러니 말이다.


다프네는 쪽지 덕분에 미래를 알고 있었지만 정작 자유롭지 못했다.
반대로 미래를 모르는 사람들은 불안하지만 그 불확실성 속에서 희망을 품는다. 결국 행복은 미래를 아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알 수 없는 미래를 기꺼이 선택하는 용기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이 작품은 조용히 들려준다.

그래서 제목의 '유통기한'은 사랑의 시간이 아니라 우리의 두려움을 상징하는 장치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모두 인생이라는 유한한 시간을 살아간다. 그래서 사랑도, 우정도, 가족도 언젠가는 끝이 온다. 하지만 끝이 예정되어 있다는 사실이 그 시간을 의미 없게 만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끝이 있기 때문에 오늘의 다정함과 함께한 시간이 더욱 소중해지는 것이 아닐까.



《로맨스 유통기한》은 불확실한 미래를 두려워하면서도
결국 사랑하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였다.

책을 덮고 나니 한 가지 질문만 남았다.

📌끝을 알고도 사랑할 수 있는가?

아마 이 소설이 내놓는 대답은 이것일 것이라 생각해 본다.

사랑은 영원을 보장받아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끝이 올 것을 알면서도
오늘이라는 하루를 함께 선택하는 용기에서 시작될 것이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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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였다 ㅣ 내가 죽였다
정해연 지음 / 반타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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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이 어떻게 왜곡되는가?!
누군가는 거짓을 사실로 만들었고 누군가는 침묵을 선택했다.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진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결국 누군가는 진실을 말하게 된다는 사실.


보통 미스터리는 '누가 범인인가'를 쫓아가지만, 《내가 죽였다》는 처음부터 범인이 자신이라고 말하는 사람을 등장시킨다.

🧐범인이 죽었다면 사건은 끝난 것일까.
오히려 그 죽음은 더 거대한 진실의 시작이 된다.
정해연 작가는 이 강렬한 설정 하나만으로 독자의 호기심을 끝까지 붙잡는다.

이 작품은 시간이 지나며 독자는 "누가 죽였는가"보다 "왜 진실은 7년 동안 묻혀 있었는가"라는 질문을 따라가게 된다. 그리고 그 질문의 끝에는 개인의 죄책감뿐 아니라 사회가 만들어 낸 거대한 침묵과 은폐가 자리하고 있다.


정해연 작가는 이미 《유괴의 날》, 《홍학의 자리》 등을 통해 뛰어난 페이지터너라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내가 죽였다》는 그 명성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7년 만의 복간이라는 사실도 충분히 이해될 만큼 지금 읽어도 전혀 낡지 않는 흡인력을 가지고 있다.


돈이 된다면 무엇이든 맡는 현실주의 변호사 김무일.
정의감 하나로 움직이는 행동파 형사 신여주.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인물이다.

김무일은 처음 등장할 때부터 호감형 주인공은 아니다.
저작권 기획 소송으로 합의금을 받아내며 살아가는 속물 변호사이고,
스스로도 돈이 우선인 삶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건이 진행될수록
그는 자신의 이익보다 진실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들과 마주하게 된다.

반대로 신여주는 계산보다 행동이 먼저인 형사다.
두 사람은 성격도 가치관도 정반대지만, 사건을 함께 추적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준다. 처음에는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웃음을 주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는 관계가 상당히 매력적이다.

여기에 변 사무장까지 더해지면서 작품은 지나치게 무거워지지 않는다.
긴장감 넘치는 사건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웃음을 만들어내는 감초 역할을 하며,
잘 만든 드라마를 보는 듯한 리듬을 완성한다.


7년 동안 사고사로 덮여 있던 사건을 따라가다 보면, 개인의 범죄를 넘어 사회가 어떻게 진실을 외면하고 은폐하는지까지 보여준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건은 한 사람의 죄책감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욕망과 이해관계가 얽힌 거대한 구조였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그래서 독자는 계속 질문하게 된다.

▪️정말 범인은 한 사람이었을까.
▪️진짜 죄인은 누구였을까.

이 질문이 마지막까지 긴장을 유지하게 만드는 가장 큰 힘이다.

작품의 시작을 알리는 이 문장은 마지막까지 잊히지 않는다.

🔖"모르는 사람이야. 그리고 자살 아니야."

그리고 이어지는,

🔖"내가 죽였어."

이 대화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출발점이다. 이 짧은 대화만으로도 정해연 작가가 왜 '페이지터너'라는 별명을 얻었는지 단번에 이해하게 만드는 강력한 오프닝이었다.

처음에는 자백인 것처럼 들리지만, 끝까지 읽고 나면 이 한마디가 얼마나 많은 의미를 품고 있었는지 새롭게 다가온다. 가장 평범한 문장으로 가장 강력한 반전을 시작하는 정해연 작가의 장기가 잘 드러난 부분이었다.

또 하나 오래 남는 문장은 무일의 변화가 드러나는 장면이다.

🔖"남의 상처를 끌어내려면, 적어도 그 상처가 나을 수 있게 도와주겠다는 각오 위에서만 가능하다."

처음의 김무일이었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생각이다.
돈을 좇던 변호사가 사람의 상처를 먼저 생각하게 되는 변화는 이 소설이 성장소설의 면모도 함께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어지는,

🔖"사고사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곧바로,

🔖"사고사가 아닙니다."

라는 대사는 진실을 확신하게 되는 순간의 긴장감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무일은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가능성을 말하지만, 곧 확신으로 말을 고친다.
짧은 문장이지만 사건의 흐름을 완전히 뒤집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후반부의 이 장면 역시 기억에 남는다.

🔖"역시 사건을 잘못 건드린 거야."

🔖"그만해야 해."

사건을 파헤칠수록 진실이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생명의 위협이 커진다는 사실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대사였다. 정의를 밝히는 일이 반드시 안전한 길은 아니라는 현실감도 함께 느껴졌다.


《내가 죽였다》를 읽으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정말 잘 읽힌다는 것이었다.
복잡한 설정을 늘어놓지 않아도 사건은 끊임없이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가고,
한 장만 더 읽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어느새 마지막 장까지 도착하게 된다. 잔혹한 장면이나 자극적인 연출에 의존하지 않고도 긴장감을 유지하는 힘은 정해연 작가만의 장점이다.


독자가 계속 페이지를 넘기게 만드는 것은 사건 자체보다 사람이다.
욕망과 양심 사이에서 흔들리는 사람들, 서로를 믿지 못하면서도 함께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오랫동안 숨겨졌던 진실이 결국 세상 밖으로 나오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에 도착하게 된다.

특히 무일과 여주, 변 사무장이 만들어 내는 유쾌한 호흡은 시리즈를 계속 읽고 싶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다. 이들의 이야기가 후속작 《내가 죽이지 않았다》로 이어진다는 사실만으로도 다음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정해연 작가 특유의 빠른 전개와 치밀한 복선, 매력적인 캐릭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분명 만족할 만한 작품이다. 한 번 책을 펼치면 멈추기 어려운 이유를 직접 확인하게 될 것이다.

《내가 죽였다》는 인간의 죄책감과 욕망, 그리고 끝내 모습을 드러내는 진실을 흡인력 있는 전개 속에 녹여낸 작품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거대한 음모의 실체가 드러나고, 마지막에는 '처음의 그 자백'이 완전히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그래서 이 소설은 마지막 장을 덮은 뒤에도 첫 문장을 다시 떠올리게 만드는, 오래 남는 미스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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