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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재버워크
이사카 고타로 지음, 민경욱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6년 6월
평점 :
📝이 게시물은
#인플루엔셜출판사 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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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믿고 있는 현실은 과연 진짜일까."
"진실은 기억보다 늦게 도착하고, 인간은 이성보다 먼저 흔들린다."
"우리 안에도 이미 재버워크 같은 충동은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 괴물은 어쩌면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우리 안에서 깨어날 수 있는 충동일지도 모른다.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가장 놀라운 점은 시작과 끝의 거리가 상상 이상이라는 것이다. 《굿바이, 재버워크》 역시 시작은 매우 현실적이다. 폭력을 견디다 못한 한 여성이 남편을 우발적으로 죽인다. 아이가 돌아오기 전에 시체를 숨겨야 한다는 절박함은 독자를 순식간에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그러나 몇 페이지 지나지 않아 이 현실은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다.
기억은 끊어지고, 시간은 뒤틀리며, 사람들은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독자는 료코와 함께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끝없이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이사카 고타로가 미스터리라는 장르 안에 인간의 폭력성과 자유의지, 그리고 기억이라는 불안정한 존재를 함께 담아낸다는 것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작가가 '폭력'을 인간 안에 원래 존재하는 본능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재버워크는 인간에게 폭력을 새롭게 심는 존재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공격성을 억제하지 못하게 만드는 장치처럼 묘사된다. 그래서 더욱 현실적이고 섬뜩하다. 누구나 이성을 잃는 순간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과장된 설정 속에서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누가 범인인가?"보다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현실은 무엇이었는가?"라는 질문이 훨씬 중요해진다는 점이 흥미롭다. 독자는 료코와 함께 기억을 하나씩 맞춰 가면서 자신이 읽은 장면조차 의심하게 된다. 이러한 구조는 처음의 모든 장면을 다시 떠올리게 만들며, 복선이 하나씩 회수되는 과정에서 큰 지적 만족감을 선사할 것 같다.
가장 마음을 붙잡은 문장은 역시 이 문장이다.
🔖"남편은 죽었다. 죽어 있다."
이 짧은 문장은 사건의 결과를 처음부터 모두 보여준다. 그런데도 긴장감은 오히려 커진다. 범인이 누구인지가 아니라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가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고백은 독자가 료코를 범죄자가 아니라 절박한 인간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강한 시작이었다.
또 하나 깊게 남은 문장은 다음이다.
🔖"재버워크는 혼란을 의미한다네요."
이 한 문장은 작품의 제목과도 연결된다.
재버워크는 인간 사회와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혼란 자체를 상징하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제목인 《굿바이, 재버워크》는 혼란과 두려움을 극복하려는 의지처럼 읽혔다.
작품 속에서 반복되는 '거울'의 이미지는 더욱 흥미롭다.
🔖"모든 게 '뒤집힌' 듯한 감각에 사로잡혔다. 정말 거울 속에 들어온 걸까."
거울 속 세계는 현실과 닮았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다.
료코가 마주하는 세계 역시 그렇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착각인지 끝없이 의심하게 만드는 장치가 작품의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것 같다.
독자 역시 료코처럼 현실을 의심하게 되고, 마지막에 모든 퍼즐이 맞춰질 순간을 기대하게 된다. 이사카 고타로가 말하는 미스터리는 범인을 찾는 게임이 아니라 현실을 다시 해석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더욱 흥미로웠다.
이 작품의 핵심 소재인 ☆'재버워크'☆는 인간의 공격성을 해방시키는 존재로 묘사되지만, 작가는 그것을 오히려 술이나 기생충에 비유하며 인간 안에 이미 존재하던 본능을 드러내는 장치처럼 설명한다.
특히 작품 속에서는 전두전야를 유치원에 비유하며 설명한다.
🔖"재버워크는 그 전두전야에 들러붙어 사령관을 잠들게 하지."
이어지는 설명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자기 멋대로... 그 선생님이 바로 전두전야야."
🔖"재버워크에 씐 인간의 뇌는 대체로 그런 느낌이야. 수습되지 않는 유치원 같지."
폭력을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뇌의 변화와 연결시키는 방식은 이사카 고타로 특유의 현실적인 상상력이 잘 드러나는 부분처럼 보였다. 이 비유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뇌과학을 놀라울 만큼 쉽게 이해하게 만든다.
인간은 이성으로 충동을 조절하며 살아가지만, 그것이 사라진다면 얼마나 쉽게 폭력성과 본능에 휘둘릴 수 있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또한 내가 보고 있는 현실은 진짜인지, 기억은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 인간은 무엇을 기준으로 현실을 판단하는지를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만든다.
《굿바이, 재버워크》는
- "우리는 얼마나 자신의 기억을 믿을 수 있는가."
-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이성인가, 본능인가."
- "현실이라고 믿는 세계는 정말 현실인가."
이 질문들을 끝까지 붙잡고 가는 작품이다.
▪️료코는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조차 확신하지 못한다.
▪️후배 가쓰라는 정말 그녀를 도우려는 사람일까.
▪️하야마와 에마는 믿어도 되는 사람일까.
▪️지금 보고 있는 세상은 현실일까.
이처럼 작품은 독자가 어느 누구도 쉽게 믿지 못하도록 만든다.
이러한 구조는 인간은 자신이 믿는 현실조차 언제든 흔들릴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철학적 질문처럼 다가온다.
살인사건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인간의 기억과 의식, 폭력성, 그리고 현실의 본질을 묻는 작품처럼 느껴졌다. 처음에는 숨 막히는 스릴러를 읽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철학과 SF, 그리고 본격 미스터리가 한데 어우러진 거대한 퍼즐을 맞추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 같다.
특히 이사카 고타로가 특유의 유머와 개성 넘치는 인물들, 치밀한 복선 회수를 통해 독자가 끝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는 점이 기대된다. 모든 의문이 하나의 진실로 이어지는 마지막 순간에는 '아, 그래서 처음부터 이 이야기를 이렇게 시작했구나.'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책을 덮고 나면 사건보다도 ⁉️"내가 믿고 있는 세계는 정말 진짜일까?"라는 질문이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을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 이 작품을 읽는 이들에게 현실과 인간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선물하는 소설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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