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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였다 ㅣ 내가 죽였다
정해연 지음 / 반타 / 2026년 6월
평점 :
📝이 게시물은
#오팬하우스 (@ofanhouse.official )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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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이 어떻게 왜곡되는가?!
누군가는 거짓을 사실로 만들었고 누군가는 침묵을 선택했다.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진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결국 누군가는 진실을 말하게 된다는 사실.
보통 미스터리는 '누가 범인인가'를 쫓아가지만, 《내가 죽였다》는 처음부터 범인이 자신이라고 말하는 사람을 등장시킨다.
🧐범인이 죽었다면 사건은 끝난 것일까.
오히려 그 죽음은 더 거대한 진실의 시작이 된다.
정해연 작가는 이 강렬한 설정 하나만으로 독자의 호기심을 끝까지 붙잡는다.
이 작품은 시간이 지나며 독자는 "누가 죽였는가"보다 "왜 진실은 7년 동안 묻혀 있었는가"라는 질문을 따라가게 된다. 그리고 그 질문의 끝에는 개인의 죄책감뿐 아니라 사회가 만들어 낸 거대한 침묵과 은폐가 자리하고 있다.
정해연 작가는 이미 《유괴의 날》, 《홍학의 자리》 등을 통해 뛰어난 페이지터너라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내가 죽였다》는 그 명성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7년 만의 복간이라는 사실도 충분히 이해될 만큼 지금 읽어도 전혀 낡지 않는 흡인력을 가지고 있다.
돈이 된다면 무엇이든 맡는 현실주의 변호사 김무일.
정의감 하나로 움직이는 행동파 형사 신여주.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인물이다.
김무일은 처음 등장할 때부터 호감형 주인공은 아니다.
저작권 기획 소송으로 합의금을 받아내며 살아가는 속물 변호사이고,
스스로도 돈이 우선인 삶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건이 진행될수록
그는 자신의 이익보다 진실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들과 마주하게 된다.
반대로 신여주는 계산보다 행동이 먼저인 형사다.
두 사람은 성격도 가치관도 정반대지만, 사건을 함께 추적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준다. 처음에는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웃음을 주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는 관계가 상당히 매력적이다.
여기에 변 사무장까지 더해지면서 작품은 지나치게 무거워지지 않는다.
긴장감 넘치는 사건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웃음을 만들어내는 감초 역할을 하며,
잘 만든 드라마를 보는 듯한 리듬을 완성한다.
7년 동안 사고사로 덮여 있던 사건을 따라가다 보면, 개인의 범죄를 넘어 사회가 어떻게 진실을 외면하고 은폐하는지까지 보여준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건은 한 사람의 죄책감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욕망과 이해관계가 얽힌 거대한 구조였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그래서 독자는 계속 질문하게 된다.
▪️정말 범인은 한 사람이었을까.
▪️진짜 죄인은 누구였을까.
이 질문이 마지막까지 긴장을 유지하게 만드는 가장 큰 힘이다.
작품의 시작을 알리는 이 문장은 마지막까지 잊히지 않는다.
🔖"모르는 사람이야. 그리고 자살 아니야."
그리고 이어지는,
🔖"내가 죽였어."
이 대화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출발점이다. 이 짧은 대화만으로도 정해연 작가가 왜 '페이지터너'라는 별명을 얻었는지 단번에 이해하게 만드는 강력한 오프닝이었다.
처음에는 자백인 것처럼 들리지만, 끝까지 읽고 나면 이 한마디가 얼마나 많은 의미를 품고 있었는지 새롭게 다가온다. 가장 평범한 문장으로 가장 강력한 반전을 시작하는 정해연 작가의 장기가 잘 드러난 부분이었다.
또 하나 오래 남는 문장은 무일의 변화가 드러나는 장면이다.
🔖"남의 상처를 끌어내려면, 적어도 그 상처가 나을 수 있게 도와주겠다는 각오 위에서만 가능하다."
처음의 김무일이었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생각이다.
돈을 좇던 변호사가 사람의 상처를 먼저 생각하게 되는 변화는 이 소설이 성장소설의 면모도 함께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어지는,
🔖"사고사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곧바로,
🔖"사고사가 아닙니다."
라는 대사는 진실을 확신하게 되는 순간의 긴장감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무일은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가능성을 말하지만, 곧 확신으로 말을 고친다.
짧은 문장이지만 사건의 흐름을 완전히 뒤집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후반부의 이 장면 역시 기억에 남는다.
🔖"역시 사건을 잘못 건드린 거야."
🔖"그만해야 해."
사건을 파헤칠수록 진실이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생명의 위협이 커진다는 사실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대사였다. 정의를 밝히는 일이 반드시 안전한 길은 아니라는 현실감도 함께 느껴졌다.
《내가 죽였다》를 읽으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정말 잘 읽힌다는 것이었다.
복잡한 설정을 늘어놓지 않아도 사건은 끊임없이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가고,
한 장만 더 읽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어느새 마지막 장까지 도착하게 된다. 잔혹한 장면이나 자극적인 연출에 의존하지 않고도 긴장감을 유지하는 힘은 정해연 작가만의 장점이다.
독자가 계속 페이지를 넘기게 만드는 것은 사건 자체보다 사람이다.
욕망과 양심 사이에서 흔들리는 사람들, 서로를 믿지 못하면서도 함께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오랫동안 숨겨졌던 진실이 결국 세상 밖으로 나오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에 도착하게 된다.
특히 무일과 여주, 변 사무장이 만들어 내는 유쾌한 호흡은 시리즈를 계속 읽고 싶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다. 이들의 이야기가 후속작 《내가 죽이지 않았다》로 이어진다는 사실만으로도 다음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정해연 작가 특유의 빠른 전개와 치밀한 복선, 매력적인 캐릭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분명 만족할 만한 작품이다. 한 번 책을 펼치면 멈추기 어려운 이유를 직접 확인하게 될 것이다.
《내가 죽였다》는 인간의 죄책감과 욕망, 그리고 끝내 모습을 드러내는 진실을 흡인력 있는 전개 속에 녹여낸 작품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거대한 음모의 실체가 드러나고, 마지막에는 '처음의 그 자백'이 완전히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그래서 이 소설은 마지막 장을 덮은 뒤에도 첫 문장을 다시 떠올리게 만드는, 오래 남는 미스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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