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뒷세이아 - 영원한 고전, 철저한 고증,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영화 <오디세이>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호메로스 지음, 김헌 옮김 / 을유문화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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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을유문화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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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뒷세이아》를 떠올리면 먼저 생각나는 것은 수많은 괴물과 신들, 바다 위에서 펼쳐지는 모험이다. 하지만 작품의 내용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트로이아 전쟁을 끝낸 한 영웅이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까지 오랜 세월을 떠돌고, 수많은 죽음과 유혹과 상실을 지나 마침내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는 이야기다. 그래서 오뒷세우스의 여정은 먼 옛날의 영웅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삶이라는 길을 걷고 있는 독자 자신의 모습과도 겹쳐 보인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작품이 처음부터 오뒷세우스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의 귀향을 둘러싼 이야기는 다른 인물들의 삶에서 시작되고, 텔레마코스의 성장과 함께 오뒷세우스의 부재가 더욱 선명해진다.

오뒷세우스가 없는 집에서 그의 아들은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 나서고, 페넬로페는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린다. 그러다 마침내 오뒷세우스가 등장했을 때, 그가 되찾아야 하는 것은 고향이라는 공간만이 아니었다.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왕으로서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까지 되찾아야 했다.
그래서 《오뒷세이아》의 '귀향'은 집으로 돌아가는 일을 뜻하는 것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오뒷세우스의 긴 항해가 오래전 그리스의 한 영웅에게만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오뒷세우스의 가장 위대한 능력은 끝내 돌아가려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살다 보면 예상하지 못했던 길로 너무 멀리 떠밀려 갈 때가 있다. 내가 원했던 삶과 실제로 살아가는 삶 사이에 거리가 생기기도 하고, 수많은 선택과 실패를 거치면서 내가 누구였는지조차 흐릿해질 때가 있다. 수없이 낯선 장소와 관계와 상황을 지나고, 때로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시간을 견디며 살아간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정말 돌아가고 싶은 곳이 어디인지, 그리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오뒷세우스가 긴 방황 끝에 이타카를 향하는 모습은 '잃어버린 나를 다시 찾아가는 과정'처럼 읽힌다. 누구에게나 각자의 트로이아 전쟁이 있고, 각자의 키르케와 세이렌이 있으며, 아무리 멀리 돌아가더라도 결국엔 자신이 돌아가야 할 곳을 찾는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오뒷세이아》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번역'이었다.

일반적으로 생각이나 정신, 분별력처럼 이해하기 쉬운 단어로 받아들일 만한 표현을 이 책에서는 고대 그리스인의 세계관을 살려 '횡격막'이라고 옮겼다. 처음에는 상당히 낯설었다. '횡격막에 담즙이 솟구친다'는 표현도 현대의 독자인 나에게는 익숙하지 않다. 그런데 바로 그 낯섦 때문에 고대인의 사고방식이 선명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현대인은 생각과 감정을 주로 머리나 마음이라는 추상적인 언어로 표현하지만, 고대 그리스인들은 인간의 정신과 감정을 오늘날과는 다른 신체적 개념으로 이해했다. 이를 현대적인 말로 매끄럽게 바꿔버린다면 읽기는 편해질지 모르지만, 그 시대의 인간이 세상을 바라보던 방식까지는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번역은 '낯선 세계를 낯선 모습 그대로 만나게 하는 것'에 가까워 보였다. 특히 🔖“‘횡격막에 담즙이 솟구친다’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흔히 '화가 날까 봐'라고 바꿔버릴 법한 표현을 그대로 살려 놓으니, 정말 오래된 시대의 인간을 마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낯섦은 불편함이라기보다 시간의 거리였다. 책을 읽으면서 그 거리를 억지로 좁히기보다 잠시 그 낯선 세계에 머물러 보는 것이 《오뒷세이아》를 읽는 또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남자를 내게 말하라, 무사여, 곡절 많던 그는 아주 많이 / 떠돌아다녔다, 트로이아의 신성한 도시를 함락한 후에.”

오뒷세우스는 강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의 위대함은 한 번도 흔들리지 않는 완벽함에 있지 않다. 그는 실수하고, 자만하고, 동료를 잃고, 유혹에 흔들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다시 길을 나선다. 인간의 위대함은 넘어지고도 다시 자신이 가야 할 방향을 찾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문장에서 특히 '떠돌아다녔다'는 말이 마음에 남았다.
영웅의 삶을 한 단어로 압축한다면 어쩌면 '방황'일지도 모른다.


🔖“그것을 큰 파도가 몰고 다녔다, 흐름을 따라 이리저리.”

이 장면에서는 오뒷세우스가 자신의 의지만으로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는 인간이라는 사실이 강하게 느껴졌다.

바다는 사람을 어디까지 데려갈까? 바다 위에서는 인간의 힘이 너무나 작다. 아무리 뛰어난 영웅이라도 파도와 바람 앞에서는 방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오뒷세우스의 여정이 흥미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모든 것을 이겨내는 초인이 아니라,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세계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는 인간이다.

삶도 그렇다.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서 모든 일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때로는 아무리 애써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닥치고, 내가 선택하지 않은 길 위에 서게 된다. 중요한 것은 바람이 불어오는 상황에서도 다시 방향을 찾는 힘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뒷세이아의 귀향은 '수없이 방향을 잃고도 다시 돌아가는 과정'으로 읽힌다.


오뒷세우스에게 가장 큰 적은 괴물만이 아니었다.
그를 붙잡았던 것은 때로 유혹이었고, 때로 망각이었으며, 때로는 자신의 자만이었다.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있어도 돌아가지 못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못된 일은 잘 되는 법이 없지. 느린 자도 빠른 자를 잡는 법.”이라는 문장도 그런 인간적인 세계를 보여주는 듯했다.

오뒷세우스가 강한 사람이어서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때로는 자신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다리고, 속이고, 변장하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이 문장은 세상에서 모든 일이 즉각적으로 결판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빠르다고 반드시 이기는 것도 아니고, 늦다고 반드시 지는 것도 아니다.

오뒷세우스가 집으로 돌아가는 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했던 것처럼,
우리 삶에서도 어떤 일은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그런 의미에서 《오뒷세이아》는 조금 이상하지만 중요하다고 느끼는 질문을 생각하게 만든다.

🤔나는 정말 내가 돌아가고 싶은 곳을 알고 있는가?

목적지가 분명하다면 아무리 긴 방황도 여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른다면 같은 길을 반복해서 걸어도 그저 떠돎에 머물 수 있다.
오뒷세우스가 끝내 이타카로 돌아갈 수 있었던 힘 가운데 하나는, 수많은 유혹 속에서도 이타카를 잊지 않았다는 데 있지 않을까.


또 하나의 문장.
🔖“죽음이란 모두에게 동등한 것, 신들이라도 사랑하는 남자에게서조차 그것을 막아 줄 수는 없지”

죽음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작은가. 이 문장은 오뒷세우스가 아무리 위대한 영웅이라 해도 인간이라는 사실을 다시 일깨운다.

신들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가 끊임없이 교차하는 《오뒷세이아》에서 인간은 신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방해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죽음이라는 운명 앞에서는 인간의 힘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이 문장이 오히려 삶을 더 선명하게 만든다고 느꼈다.

끝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시간이 중요하다. 언젠가 모든 것이 사라진다는 사실이 삶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누군가 죽었을 때 살들도 뼈들도 힘줄들이 더 이상 꽉 잡아 주지 못하고, 그것들을 활활 타오르는 불길의 강력한 기세가 제압한단다, 일단 기개가 하얀 뼈를 떠나고 난 다음엔, 그러면 넋이 꿈처럼 푸드덕거리며 빠져나와 날아다니지.”

이 문장 역시 현대적인 표현과는 상당히 다르다. 죽음을 추상적인 개념으로 설명하지만 않으며, 육체와 넋이 분리되는 모습을 구체적인 이미지로 보여준다.
읽으면서 죽음이 아름답게 포장되지 않았다는 점이 더 인상적이었다.

《오뒷세이아》에는 영웅적인 순간도 있지만, 그만큼 죽음과 상실이 반복된다. 오뒷세우스의 귀향이 값진 이유도 그가 무언가를 얻기만 한 여정이 아니라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린 여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귀향은 살아 돌아온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의 흔적까지 함께 품고 있는 이야기다.


책을 읽고 난 뒤 오뒷세우스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오뒷세우스보다 더 오래 마음에 남는 인물이 페넬로페였다.

오뒷세우스가 세상을 떠돌며 싸우고 살아남았다면 페넬로페는 같은 장소에서 기다리며 자신의 삶을 지켜냈다. 움직이는 사람만이 용감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한자리를 지키는 일 역시 엄청난 인내와 지혜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책 속의
🔖“얼마나 좋은 횡격막이 있는가, 흠 없는 페넬로페에겐, / 이카리오스 딸에겐, 얼마나 잘 기억했나, 오뒷세우스를” 이 구절이 기억에 남았다.

페넬로페는 남편을 기다리는 여성으로만 비춰진 것이 아니라,
내게는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기억과 판단을 지켜낸 사람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오뒷세우스가 돌아왔어도 모든 것이 단숨에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었다.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고, 서로가 겪은 삶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사람의 재회가 더 애틋하게 느껴진다.

귀향은 집에 도착하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변해버린 시간을 다시 건너 서로를 알아보는 과정까지
포함하는 것이 아닐까.


수천 년 전 만들어진 이야기가 오늘날까지 계속 읽히는 이유는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어도 인간이 겪는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비슷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사람들은 여전히 떠나고, 길을 잃고, 유혹받고, 실패하고, 누군가를 잃고, 다시 돌아가고 싶어 한다. 그리고 '나는 누구인가', '내가 정말 원하는 곳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을 품으며 산다.

오뒷세우스는 그래서 고대 그리스의 영웅이면서 동시에 아주 현대적인 인물처럼 느껴진다. 그가 괴물과 싸우는 장면보다 길을 잃고 흔들리는 순간들이 더 인간적으로 다가오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오뒷세이아》를 읽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것은 '귀향'이라는 단어였다.

사람은 태어나면 어딘가를 향해 살아가지만, 그 목적지가 언제나 분명한 것은 아니다. 나 역시 그랬다. 때로는 남들이 정해준 길을 따라가기도 하고, 또 때로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 채 한참을 돌아가기도 했다.

그럼에도 언젠가 내가 진정으로 돌아가고 싶은 곳을 알게 된다면,
지금까지의 방황 역시 완전히 헛된 시간은 아닐 것이다.

오뒷세우스는 긴 여정을 통해 수많은 죽음과 상실, 유혹과 실패를 지나온 뒤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왔다. 그래서 《오뒷세이아》의 마지막은
긴 여정을 지나 자신이 누구인지 다시 확인하고 어떤 모습으로 돌아왔는지를 마주하는 과정의 완성처럼 느껴진다

지금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도 각자의 이타카가 있을 것이다.
아직 그곳이 어디인지 모를 수도 있고, 너무 멀리 돌아가고 있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삶이라는 항해에서 중요한 것은 한 번도 길을 잃지 않는 것이 아니라,
길을 잃은 순간에도 내가 돌아가야 할 곳을 완전히 잊지 않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책을 덮으며 오뒷세우스에게 이런 말을 건네고 싶어졌다.

잘 돌아왔다고...

그리고 동시에 나 자신에게도 묻고 싶어진다.

지금은 어디쯤 와 있는 것일까...
그리고 언젠가 돌아가고 싶은 이타카는 어디일까.

인생에서 가장 긴 여행은 세상을 돌아다니는 여행이 아니라,
수많은 경험과 상실과 선택을 지나 다시 나 자신에게 돌아오는 여행인지도 모르겠다.

시대는 바뀌었지만 인간은 여전히 길을 잃고,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고,
죽음을 두려워하며, 자신이 돌아갈 곳을 찾는다.

그래서 《오뒷세이아》는 앞으로도 수많은 독자들에게 자신의 이타카를 떠올리게 하는 명저로 오래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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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치 - 한 번뿐인 아름다운 삶에서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임을 진정으로 믿는 법
제이미 컨 리마 지음, 허선영 옮김 / 알레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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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알레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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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왜 항상 부족하다고 느낄까?”

이상하게도 무언가를 이루면 비로소 괜찮은 사람이 될 것처럼 살아간다.
더 좋은 직장에 들어가면, 돈을 더 벌면, 원하는 몸을 갖게 되면, 누군가에게 인정받으면 그때는 나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하나의 목표를 이루고 나면 또 다른 기준이 눈앞에 놓인다.
‘이것만 이루면 괜찮을 거야’라고 생각했던 마음은 어느새 ‘그다음에는 이것을 해야 해’라는 마음으로 바뀐다.

문제는 충분히 이루지 못해서가 아니라,
무언가를 이루어야만 내가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믿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제이미 컨 리마 저자 역시 눈부신 성공을 경험한 사람이지만, 성공이 자신의 내면에 있는 부족함까지 해결해주지는 않았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이 책은 성공과 실패를 떠나 ‘어떤 조건이 붙지 않아도 나는 가치 있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들여다보게 하는 책에 가깝게 다가왔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저자가 자신감과 자존감을 구분하는 방식이었다.
자신감은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믿음이라면, 자존감은 잘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내가 여전히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에 가깝다. 그래서 자신감은 성과와 환경, 타인의 평가에 따라 쉽게 흔들릴 수 있지만 자존감은 그보다 더 근본적인 곳에 자리한다.

책에서는 이를 집에 비유한다. 자신감이 집을 지어 올리는 것이라면 자존감은 그 집을 받치는 토대와 같다는 설명이다. 이 비유가 오래 마음에 남았다.

사람들은 자신감을 키우기 위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더 잘하려고 노력하고, 성과를 만들어내려고 한다. 물론 그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멋진 집을 지어도 토대가 약하다면 작은 흔들림에도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나는 실패해도 가치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다면 실패를 경험했을 때조차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는 자존감은 ‘나는 최고가 아니어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힘에 더 가깝다.


특히 마음 깊숙이 들어온 부분은 책 속 질문이었다.

🔖“누군가가 당신을 거부했을 때,
열심히 했는데도 실패했을 때,
혹은 두려움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못했을 때,
그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무엇인가요?”

누군가에게 거절당했을 때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에 덧붙이는 해석 때문에 더 아파할 때가 많다.

‘이번에는 안 됐구나’가 아니라 ‘역시 안 되는 사람이야.’
‘그 사람이 나를 선택하지 않았구나’가 아니라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야.’
‘실패했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패자야’까지 나아가 버리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어쩌면 고통받는 많은 순간에는 사건과 자기 가치 사이에 필요 이상으로 강한 연결고리를 만들어놓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절은 하나의 사건이고 실패 역시 하나의 경험일 뿐인데, 그것을 너무 쉽게 자신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한 번의 실패가 ‘나는 부족한 사람’이라는 오래된 믿음을 다시 확인해주는 증거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저자가 말하는 “당신은 미친 게 아니라 처음일 뿐이다”라는 문장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다. 처음 해보는 일 앞에서 서툰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처음 거절당했을 때 마음이 무너지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처음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두려운 것도 당연하다.

서툼을 결함으로 해석하지 않는 것.
어쩌면 그것 역시 자존감을 지키는 방법일 것이다.


또 하나 오래 생각하게 만든 부분은 ‘목표 체중이 되기를 기다리지 마라’는 이야기였다. 외모뿐 아니라 삶의 여러 영역에서 끊임없이 ‘~하면 그때 시작하겠다’고 말한다.

조금 더 날씬해지면 사진을 찍고,
조금 더 자신감이 생기면 사람들을 만나고,
조금 더... 조금 더...

그런데 이렇게 조건을 하나씩 붙이다 보면 삶은 계속 미래형으로 남는다.
책 속에서 저자는 몸에 대한 자기 제한적 믿음 때문에 놓칠 수 있는 수많은 순간들을 떠올린다. 수영을 함께할 시간, 여행과 추억, 사람들과의 유대감처럼 지금 당장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내가 충분히 괜찮아진 다음’으로 미뤄지는 것이다. 이 부분은 외모에 관한 이야기만이 아니라고 느꼈다.

‘조금 더 나은 내가 된 다음에야 삶을 시작하겠다’는 생각 자체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미래의 완성된 나를 위해 현재의 나를 자꾸 희생한다. 하지만 미래의 나는 언제나 또 다른 기준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래서 p.109의
🔖“세상에 당신의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는 것은 자유로움 그 자체다.”
라는 문장이 특히 오래 남았다.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는 것은 나 자신에게조차 감추고 싶었던 모습을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는 일일지도 모른다.


책은 개인적인 자존감의 문제를 넘어 여성이 사회에서 자신의 능력과 존재감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되는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여성이 단호하게 행동하면 ‘공격적’이라고 평가받고, 같은 행동을 남성이 하면 ‘자신감 있다’고 평가되는 이중적인 기준에 대한 이야기는 사회에서 여전히 생각해볼 만한 문제다.

특히 ‘돋보이면 쫓겨날 것이다’라는 믿음은 여성 리더의 문제만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며 살아가는 많은 사람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괜히 눈에 띄지 않으려고 하고내가 잘하는 것을 일부러 낮춰 말하고,
칭찬을 받아도 “별거 아니에요”라고 넘기고,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기보다 다른 사람이 편한 쪽을 선택하는 것.

그렇게 해서 갈등은 줄어들 수 있지만, 동시에 나 자신의 존재감까지 줄어들 수 있다.

책 속 p.113의
🔖“진정한 인간관계를 맺으려면 당신은 당신이 되어야 하고, 당신이 진정한 당신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라는 문장이 이 부분과 정확하게 맞닿아 있었다.

진짜 관계는 내가 만들어낸 ‘괜찮은 사람’과 맺어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 나와 맺어지는 관계일 것이다. 그렇다면 사랑받기 위해 끊임없이 나를 수정하는 삶은 가장 중요한 사람인 나 자신과의 관계를 잃게 만들지도 모른다.


🔖“자신과 진실하고 친밀한 관계를 맺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온전히 보고, 인정하고, 포용하는 것이다.”

또한 이 문장을 읽고 나니 자존감이라는 단어를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됐다.
자존감은 거울 앞에서 매일 “나는 소중해”라고 외치는 것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내가 질투하는 모습도 보고, 실패해서 초라해진 모습도 보고,
누군가의 사랑을 간절히 원하는 모습도 보고, 상처받고 화내는 모습도 보고,
때로는 아무것도 하기 싫은 모습까지 바라보면서
‘그래도 너는 나야.’ 라고 말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어쩌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의 시작일 것이다.


책을 읽으며 ‘가치’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
사람들은 너무 쉽게 타인에게 가격표를 붙인다.

직업이 무엇인지, 얼마나 벌고 있는지, 어떤 학교를 나왔는지,
얼마나 많은 일을 해냈는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몇 명에게 사랑받고 있는지.
그리고 어느 순간 그 기준을 자기 자신에게도 그대로 적용한다.

하지만 인간의 가치를 성취의 합계로 계산한다면 평생 불안할 수밖에 없다.
더 많이 가진 사람이 나타나면 내 가치가 줄어들고, 실패하면 또 줄어들기 때문이다.

책에서 제시하는 ‘충족감 = (자신감 × 성장 × 기여) × 자아 가치’ 라는 공식 역시 이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자아 가치가 0이라면 다른 요소가 아무리 커도 결과가 0이 된다는 설명이다.

물론 인간의 행복과 충족감을 실제 수학 공식처럼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성과와 성장만으로는 내면의 충족감을 완성하기 어렵다는 메시지를 강조하는 비유적인 공식으로 읽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많이 이루는 것과 나 자신을 가치 있는 존재로 느끼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신은 가치 있다. 당신은 사랑이다. 사랑은 이미 당신이다.”

는 처음에는 선언하는 것처럼 들렬지만, 책 전체를 읽고 나니 이 문장이 왜 마지막에 놓였는지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이 아니라, 오랫동안 자신에게 들려왔던 ‘나는 부족하다’라는 목소리를 하나씩 의심해본 끝에 도달하는 문장이기 때문이다.

나는 무엇을 이루었기 때문에 가치 있는 사람이 아니라,
무언가를 이루지 못한 순간에도 가치가 사라지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

누군가가 나를 선택하지 않았다고 해서 내가 선택받을 가치가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며, 한 번의 실패가 나의 전체를 설명할 수도 없다.

p.318에 소개된 틱낫한의 문장,
🔖“다른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 필요는 없다. 당신은 자신을 받아들여야 한다.” 역시 같은 맥락에서 오래 남는다.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지고 싶은 마음은 너무 자연스럽다.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것은 인간에게 당연한 욕구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타인의 인정은 필요 없어’라고 말하는 것보다, 타인의 인정이 내 존재의 가치를 결정하도록 내어주지는 말자는 의미로 읽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느꼈다.


《나의 가치》를 읽고 난 뒤
아주 평범한 하루에 나 자신에게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실수했을 때 나는 나에게 뭐라고 말하는지.
거절당했을 때 나를 어떻게 판단하는지.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나의 부족한 부분만 찾아내고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무엇인가를 이루어야만 비로소 나를 인정해주겠다고 미루고 있지는 않은지. 등등

자존감은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아주 작은 선택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책 속 p.322의
🔖“매일 아침 일어나서 어제보다 조금 더 자신을 사랑하기로 결심한다면 그 작은 부분들이 누적될 것이다.” 라는 문장처럼.

작은 변화들이 쌓여 ‘나는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의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이것이 《나의 가치》가 말하는 가장 중요한 변화일 것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나를 사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데서부터 더 나은 삶이 시작된다는 것.

때로는 자신감이 넘치다가도 아주 작은 말 한마디에 마음이 무너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그때마다 기억할 수 있다면 좋겠다.
거절은 나의 가치에 대한 판결문이 아니고, 실패는 나의 존재에 대한 평가가 아니며, 타인의 기준은 나를 정의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무언가를 증명한 뒤에야 가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치 있는 존재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

오늘도 어딘가에서 ‘나는 아직 부족해’라고 생각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그리고 가끔 그런 생각을 하는 나 자신에게도 이 책의 마지막 메시지를 건네고 싶다.

당신은 가치 있다.
당신은 충분하다.
그리고 지금의 당신으로도, 삶을 시작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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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그대에게 잘해줄 의무가 없다
페마 초드론 지음, 신동숙 옮김 / 윌마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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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조앤 ( @yozo_anne ) 님이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윌마 ( @wilma.pub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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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힘들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그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후회되는 기억은 지워버리고 싶고, 불안한 미래는 미리 통제하고 싶으며, 관계에서 생긴 상처는 빨리 아물기를 바란다. ‘조금만 더 나아지면 괜찮아질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지금의 나를 끊임없이 고치려 한다.

그런데 《삶은 그대에게 잘해줄 의무가 없다》는 고통을 없애는 방법을 알려주기보다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 안에 머무르는 법을 이야기한다. 괴로움을 삶의 실패로 여기지 않고, 오히려 그 순간이 나 자신과 삶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자리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특히 자기 자신을 향한 자애에 대한 이야기가 오래 마음에 남았다.
🔖“명상 수련은 자신을 버리고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친구처럼 다정히 돌보는 연습입니다.”

이 문장을 읽으며 ‘나를 사랑한다’는 말을 너무 쉽게 생각해왔던 것은 아닐까 싶었다. 종종 자기계발이라는 이름으로 부족한 자신을 끊임없이 수정하려 한다. 더 부지런해야 하고, 더 긍정적이어야 하고, 더 강해져야 하며, 지금보다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페마 초드론이 말하는 자애는 그런 방식과는 조금 다르다.
화를 내고, 겁을 먹고, 질투하고, 스스로 초라하게 느끼는 순간까지도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 완벽해진 다음에 나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완벽하지 않은 지금의 나를 돌보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수행인지도 모르겠다.
타인에게는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실수에는 유난히 가혹하다. 다른 사람의 상처에는 충분한 시간을 허락하면서 자신의 슬픔에는 빨리 털어내라고 재촉한다. 이 책은 그런 나에게 “당장 달라지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는 듯했다.

또 하나 깊게 남은 가르침은 무상과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는 태도였다.
🔖“‘고정된 실체는 없다’라는, 무상에 대한 인식은 우리를 점차 자유의 길로 이끕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 것을 원한다. 사랑도, 관계도, 건강도, 익숙한 일상도 그대로 유지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삶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모든 것이 변한다’는 사실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변화가 찾아올 때마다 그것을 붙잡으려 한다.
이미 지나간 시간을 붙잡고, 예전의 나를 붙잡고, 떠나가는 관계를 붙잡는다. 하지만 붙잡으려 할수록 오히려 더 큰 불안과 고통을 느끼게 된다.

책은 불확실한 상태에 그대로 머무르는 연습을 이야기한다.
고통스럽더라도 피하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물러 보는 것. 당장 답을 찾으려고 애쓰지 않고 지금 느끼는 감정과 상황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

그것이 처음에는 무척 불편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불편함을 견디는 순간부터 조금씩 알게 된다. 내가 두려워하던 감정도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아니며, 지금의 고통 역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흔들리는 중에도 수행할 수 있다면, 이미 훌륭하게 익힌 것이다.”라는 문장이 더욱 와닿았다.

수행이나 마음공부를 생각하면 마음이 늘 평온해야 할 것처럼 느껴진다.
화가 나지 않아야 하고, 불안하지 않아야 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아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책에서 말하는 수행은 오히려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흔들리는 자신을 알아차리는 것에 가까워 보였다.

불안하면 불안한 나를 보고, 화가 나면 화가 난 나를 보고, 두려우면 두려워하는 나를 바라보는 것. 그 감정을 억지로 없애려고 하지 않는 것.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공부가 조금 덜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책에서 소개하는 ‘세 가지 어려움을 수련하라’는 가르침도 인상적이었다.
자신의 마음이 병적인 상태임을 인정하고, 익숙한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하며, 그것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라는 설명은 실제 삶에서 변화하기 어려운 이유를 정확히 짚어주는 듯했다.

특히 첫 번째 단계인 내 마음의 문제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기도 하고, 상대방의 잘못을 먼저 찾기도 한다. 하지만 마음의 움직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않는다면 익숙한 패턴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그 반복을 멈추기 위해 자신을 비난하라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호기심으로 자신을 바라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시선은 자연스럽게 타인에게로 향한다.
🔖“연민은 상처 입은 사람과 치유를 돕는 사람 사이의 관계가 아니라, 동등한 관계에서 주고받는 감정입니다.”

연민이라고 하면 누군가를 불쌍하게 여기고 도와주는 마음이라고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책에서 말하는 연민은 ‘나는 괜찮은 사람이고 당신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위아래의 관계가 아니었다. 나 역시 상처받을 수 있는 사람이고, 두려워할 수 있는 사람이며, 때로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그래서 🔖“자신의 어둠을 잘 알아야만 다른 사람의 어둠에 함께할 수 있다.”는 책의 문장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상처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다른 사람의 상처도 조금 더 판단 없이 바라볼 수 있다는 뜻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인 《삶은 그대에게 잘해줄 의무가 없다》도 결국에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삶은 내가 노력한 만큼 반드시 보상해주지 않는다. 착하게 살았다고 해서 고통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열심히 사랑했다고 해서 모든 관계가 영원히 지속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삶에 끊임없이 요구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렇게 노력했는데 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하지만 삶이 반드시 내 기대에 맞춰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또 다른 고통을 만들어낼 수 있다.

책의 제목은 어쩌면 냉정하게 들리지만, 읽고 나면 오히려 묘하게 따뜻하다. 삶이 나에게 잘해줄 의무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역설적으로 삶에게 지나치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고통은 형벌이 아니며, 기쁨은 보상이 아니랍니다.”

고통을 벌이라고 생각하면 고통스러운 현재를 어떻게든 없애려고 한다.
반대로 기쁨을 보상이라고 생각하면 행복을 붙잡으려 한다.
하지만 고통도 기쁨도 삶의 일부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쁨이 영원하지 않듯 고통도 영원하지 않다.
모든 것은 변하고, 지나가고, 또 다른 모습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행복을 ‘고통이 없는 상태’라고 정의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에는 기쁨과 슬픔이 함께 있고, 평온과 불안이 함께 있으며, 상실과 새로운 시작도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 모든 것을 완벽하게 정리한 뒤에야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계속 살아가는 것이 삶인지도 모르겠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박수를 기대하지 말라”는 가르침이었다.
누군가에게 좋은 일을 하고도 인정받기를 기대하고, 애쓴 만큼 감사받기를 바라고, 한 만큼 상대도 돌려주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당연한 마음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기대가 커질수록 상대의 반응에 따라 내 마음도 흔들린다.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왜 몰라주지?’

이 책은 선의를 베풀면서도 그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지 않는 연습을 이야기한다. 쉽지는 않지만, 타인의 반응에 내 마음의 평온을 맡기지 않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말하는 자유는 원하는 것을 모두 얻는 데서 오는 자유가 아니다.
붙잡지 않아도 되는 자유, 도망치지 않아도 되는 자유, 완벽해지지 않아도 되는 자유에 더 가깝다.

특히 🔖“편안함과 안전함에서 벗어나 미지의 세계,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세계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자유입니다.”라는 문장에서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은 안전해지고 싶어서 많은 것을 통제하려 한다. 하지만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오히려 조금 편안해질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남은 여운은 ‘나를 바꾸려고 애쓰기 전에 나를 바라보자’는 것이었다.

지금의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나를 버리고 새로운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불안한 나도, 때로는 무너지는 나도, 실수하는 나도 삶의 한 부분이다.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며 어떤 부분이 혼란스럽고 어떤 부분이 찬란한지, 무엇이 괴롭고 무엇이 즐거운지 알아내는 것은 단순히 자신을 발견하는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주를 발견하는 일입니다.”

나를 들여다보는 일이 세상을 이해하는 일과 연결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책의 끝에 다가갈수록 ‘깨달음’이라는 것이 어떤 경지라기보다 내가 경험하는 아주 평범한 순간 속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한 순간에도 도망치지 않는 것. 화가 난 순간에도 그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
상처받았을 때 나 자신을 몰아붙이지 않는 것. 그리고 오늘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어쩌면 이런 작은 연습들이야말로 삶을 대하는 태도를 조금씩 바꾸는 수행일 것이다.

《삶은 그대에게 잘해줄 의무가 없다》는 답을 서둘러 찾으려는 마음을 잠시 내려놓게 하는 책에 가깝다.

삶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자꾸 다른 곳으로 도망치고 싶어진다.
“지금 도망치고 싶은 그것을, 정말 피하면 사라질까?”
결론은...
‘사라지지 않는다’ 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도망치는 대신 잠시 그 자리에 머물러 보는 것은 어떨까.

발밑이 흔들려도 괜찮다. 완벽하게 평온하지 않아도 괜찮다.
아직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지 못해도 괜찮다.
흔들리는 그 자리에서 나를 바라보고, 나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타인의 아픔에도 조금 더 마음을 열어보는 것.

그렇게 한 걸음씩 마음을 닦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알게 될지도 모른다.
그토록 찾고 있던 평온은 고통이 모두 사라진 뒤에 오는 것이 아니라, 고통이 있는 지금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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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하고 자각하라 1~2 세트 - 전2권 ㅣ 자극하고 자각하라
허진모 지음 / 싱긋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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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싱긋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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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한 번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순간이 찾아온다.
지금의 삶이 마음에 들지 않는데 무엇부터 바꿔야 할지는 모르겠고, 하고 싶은 것은 있지만 선뜻 시작하지 못하고, 시작하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기도 한다.

그럴 때 동기부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말을 듣고,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목표를 세우면 다시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자극하고 자각하라》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건넨다.

이 책은 지금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절실한지, 그리고 알고도 움직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정면으로 묻고 있다.

🔖“당신은 절박한가. 진정 절실한가.”

이 문장에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이유는 무언가를 원한다고 말하는 것과 그것을 이루기 위해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평소‘하고 싶다’는 말을 쉽게 하지만, 정작 그것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내어놓는 데에는 망설인다. 그래서 책에서 말하는 절박함은 원하는 것을 위해 실제 행동을 만들어낼 정도의 간절함에 더 가깝게 느껴졌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절박함을 무조건적인 만능열쇠처럼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절박함은 누구에게나 기적적인 힘을 내게 만드는 마법이 아니라 노력하는 사람에게 힘을 더해주는 부가 에너지”

절박하다고 해서 저절로 인생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절박함은 행동과 만났을 때 비로소 힘을 발휘한다.

이 부분에서 ‘간절하면 이루어진다’는 식의 막연한 자기계발 문구와는 조금 다른 결을 느꼈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먼저 움직여야 하고, 움직이면서 배우고, 실패하면서 다시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 즉, 변화는 생각과 행동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계속 기억에 남았던 또 하나의 주제는 ‘자각’이었다.
저자는 사람들은 자신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욕망과 가치관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은 채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한다.

🔖“스스로 무엇을 바라며 어떤 삶을 살기 바라는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목표를 세울 때도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는다.
좋은 직업, 안정적인 삶, 많은 돈, 높은 성취처럼 사회가 성공이라고 부르는 기준을 따라가다 보면 정작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은 뒤로 밀려난다.

그래서 자각은 타인의 기준에서 벗어나 나 자신의 욕망과 삶의 방향을 확인하는 과정처럼 느껴졌다.

특히 “자신을 직시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라는 설명은 상당히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나 자신을 제대로 바라본다는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을 인정하는 일인 동시에, 지금까지의 선택이 정말 내가 원했던 것인지 묻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스스로가 원하는 삶을 찾는 것보다, 원하지 않는 삶을 인정하는 일이 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기에 자각은 편안한 과정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불편하더라도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지 않는다면 삶의 방향을 바꾸기도 어렵다.


책에서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성공을 바라보는 관점이었다.
🔖“성공은 힘든 것이지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그러므로 누구나 할 수 있다.”

성공이라는 말을 들으면 특별한 능력이나 뛰어난 재능부터 떠올린다. 하지만 이 책은 성공을 조금 다르게 구분한다. 어렵다는 것은 복잡하고 난해해서 이해하거나 해결하기 힘든 것이고, 힘들다는 것은 그것을 이루는 과정에서 많은 노력과 시간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중요하다.
어떤 목표가 힘들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못 할 거야’라고 결론 내리는 것과, ‘힘들겠지만 배워가면서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 세상에서 모든 사람이 원하는 성공을 이룰 수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출발선과 환경, 경제적 조건, 건강, 운처럼 개인이 통제하기 어려운 요소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이 문장이 의미 있게 다가온 이유는 성공을 지나치게 신비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큰 결심 한 번보다 시작하고, 배우고, 다시 시도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배움은 편안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나를 불편하게 해야 한다

독서와 배움에 관한 부분도 인상 깊었다.
🔖“살면서 한 번은 극한의 고통을 겪으며 무언가를 배워야 한다.”

요즘은 무엇이든 쉽고 빠르게 배우는 방법이 넘쳐난다.
짧은 영상 하나로 지식을 얻고, 요약본을 통해 책의 핵심을 파악하고,
몇 분짜리 강의로 새로운 분야를 익히려 한다.

물론 효율적인 학습 방법은 중요하다. 하지만 진짜 실력은 직접 생각하고, 연습하고, 실패하고, 다시 수정하는 과정에서 생긴다는 점도 부정하기 어렵다.

이 책에서 독서를 특별히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책은 모든 일의 길잡이다. 책은 머리만으로 얻는 경험이 아니다. 생각과 행동의 중간 정도되는 경험이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 인생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책에서 얻은 생각을 현실에 적용하고, 실행하고, 그 결과를 다시 생각하는 과정이 반복된다면 독서는 정보 습득이라는 차원을 넘어 경험의 폭을 넓혀주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읽은 것을 내 삶에서 어떻게 움직이게 했는가일 것이다.


2권에서 눈에 들어온 부분은 ‘쓰레기 발전’이라는 독특한 표현이었다.
🔖“분노가 많은 사람, 쉽게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 미련을 못 버리는 사람, 질투와 부러움을 잘 느끼는 사람”을 예로 들며 그런 감정조차 잘 이용하면 발전의 에너지로 바꿀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사람은 살면서 수많은 감정을 경험한다.
분노, 질투, 열등감, 후회, 미련처럼 흔히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감정도 있다.
물론 그런 감정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감정에 휘둘리면 오히려 자신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감정이 나에게 무엇을 알려주는지 알아차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부러워졌다면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화가 났다면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알 수도 있다. 그렇게 본다면 자극은 반드시 좋은 모습으로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불편함도 자극이 될 수 있고, 실패도 자극이 될 수 있으며, 열등감이나 후회도 자각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디로 가져갈지는 결국 나의 몫이다.

2권의 “매일 새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문장도 오래 생각하게 만들었다.“항상 어제와 다른, 어제에서 조금 나아진 내가 되는 것이다.”

‘변화’에 대한 부담을 조금 덜어준다.
종종 인생을 바꾸려면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습관을 만들고, 이전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아야 할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실제 변화는 그렇게 극적이지 않을 때가 많다.

오늘 책을 몇 페이지 더 읽고, 어제보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고,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고, 어제보다 한 번 더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그 작은 변화가 반복되면서 어느 순간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달라져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책에서 강조하는 ‘꾸준력’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혔다.

🔖“당신에게는 분명 이 능력이 있을 것이다. 이제 그것을 발휘하라. 물론 쉽지 않다. 긴 시간이 필요하니까 말이다.”

빠른 결과를 기대하는 시대에 30년이라는 시간을 이야기하는 것은 상당히 냉정하게 들린다. 하지만 동시에 현실적이기도 하다.

어떤 분야에서든 깊이를 갖추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루아침에 독서 내공이 생기거나, 갑자기 뛰어난 글을 쓰게 되거나, 단기간에 경제적 능력을 갖추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내일도 다시 하는 것이다.

특히 여운이 남은 것은 행복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기려는 마음이 사람을 불행하게 만든다. 경쟁 자체가 불행의 씨앗이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비교한다.
누가 더 잘사는지, 누가 더 성공했는지, 누가 더 많이 가졌는지, 누가 더 인정받는지.

경쟁은 때로 성장의 자극이 되지만, 모든 관계를 승패의 문제로 바라보기 시작하면 삶은 쉽게 지쳐버린다. 그래서 ‘져주는 것’이 반드시 패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상황에서 내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려 하지 않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이기는 것보다 관계 자체를 지키는 것, 때로는 상대에게 양보할 줄 아는 것. 그런 선택들이 오히려 삶의 행복을 지켜줄 수도 있다.

이 책이 이야기하는 성장은 더 많이 알고, 더 잘 행동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까지 포함해야 비로소 ‘잘 사는 것’에 가까워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 ‘그래서 나는 지금 무엇을 원하는가?’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는 생각은 있지만 정작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엉뚱한 방향으로 갈 수 있다.
그래서 시작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어쩌면 자각일지도 모른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하고, 왜 그것을 원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정말 나의 욕망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이 만들어준 욕망인지 구분해야 한다.

그다음에는 움직여야 한다.
생각하고, 배우고,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배우는 것.

책을 읽고 나서 마음에 남은 것은 🔖“책에서 무언가를 발견했거나 깨달은 바가 있을 때 생각만 한다면 상상으로 끝나는 것이고 행동으로 옮기면 질 높은 시도가 된다”는 부분이다.

독서의 목적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좋은 문장을 발견하고 감탄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문장이 내 삶의 어느 한 부분을 움직이게 하는 것.

"정말 원하는가. 그렇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그리고 지금 무엇부터 시작할 것인가."

어쩌면 이 책이 남긴 큰 여운은 바로 그것인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나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내가 원하는 것을 다시 확인하라는 것.
그리고 그 답을 찾았다면 아주 작은 것이라도 시작하라는 것.

삶을 바꾸는 결정적인 순간은 어쩌면 특별한 날에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정말 다르게 살아보겠다’고 마음먹은 평범한 하루에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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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종량제에 버릴 수 없어서 ㅣ 알발리 시선집 3
이규원 지음 / 알발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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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알발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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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감정은 왜 쉽게 버릴 수 없는 것일까.
기쁨이나 행복은 오래 붙잡고 있어도 괜찮다고 말하면서, 슬픔과 우울, 외로움과 방황은 가능한 한 빨리 털어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때가 많다.
괜찮다고 말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다시 일어서라고 말한다.

하지만 마음은 쓰레기가 아니다.
종량제 봉투에 담아 정해진 날 내놓는다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이규원 시인의 《슬픔은 종량제에 버릴 수 없어서》는 슬픔을 없애려 하지 않고, 외면하지도 않으며, 그것이 내 삶에 왜 찾아왔는지를 억지로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그 감정이 그 자리에 존재할 수 있도록 가만히 바라본다.

그래서 이 시집을 읽는 동안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위로보다 ‘존중’이었다.

특히 <무엇이 되고 싶냐는 물음에>가 그랬다.

🔖“무엇이 되고 싶냐는 물음에
무심코 뱉은 말

먼지”


무엇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 ‘먼지’라고 답하는 마음은 얼마나 지쳐 있어야 가능한 것일까. 먼지는 흔하고 작고, 누군가에게는 치워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시인은 곧바로 그것을 ‘아주 작고 쓸모 없는 존재’라고 바라본다. 그런데 마지막에 가서는 그 먼지조차 되지 못해 바라고 있는 자신의 마음을 발견한다.

이 시가 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는 ‘먼지’라는 단어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 솔직해서다.

시인이 말하는 ‘먼지’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아니라,
아무것도 아니어도 존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리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집은 잘 살아내지 못하는 순간에도 자신을 버리지 않는 법을 보여주는 시집에 가깝다.

<누구나 그런 거라고>는 또 다른 방식으로 마음을 건드린다.

🔖“나의 슬픔도
너의 아픔도
이해를 구하지 못하고
짓이겨진다”

그리고 모든 감정은 ‘누구나 그런 것’이라는 말 하나로 뭉뚱그려진다.
이 부분을 읽으며 ‘위로’라는 것이 언제나 따뜻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그래.”
“누구나 힘들어.”
“너만 그런 게 아니야.”

분명 상대를 위로하기 위해 건네는 말이지만,
때로는 그 말이 한 사람의 고유한 슬픔을 지워버리기도 한다.

내가 아픈 것과 다른 사람이 아픈 것은 결코 같은 모양일 수 없다.
비슷한 경험을 한다고 해서 그 감정의 무게까지 같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누구나
누구나 그런거라고”

정말 누구나 그렇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느끼는 이 슬픔까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걸까?


<비둘기>에서는 시선이 사람에서 한 생명으로 옮겨간다.
오래된 아파트의 실외기 옆, 좁고 불안해 보이는 공간에서 알을 품고 있는 비둘기.

🔖“불안과 걱정은 오직 나의 마음”

이 문장이 참 좋았다.
비둘기는 그곳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알을 품고 있는데,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만 온갖 걱정을 한다. 위험하지 않을까, 괜찮을까, 왜 하필 저곳일까.
하지만 정작 그 생명은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

이 장면은 시인의 시선을 잘 보여준다.
시인은 비둘기를 불쌍한 존재로 만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름답게 포장하지도 않았다.
좁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도, 불안정한 환경도 그대로 바라본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렇게 적는다.

🔖“지는 태양 아래
부는 바람에도
흔들림 없는 그의 품은

분명 따스하겠지”

여기에는 억지로 만들어낸 희망이 없다.
그저 바라보고, 생각하고, 헤아리는 마음이 있다.

상대를 함부로 구해주려 하지 않는 것.
상대의 삶을 나의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는 것.
그저 그 자리에 있는 존재를 오래 바라봐주는 것.

그것이 오히려 가장 다정한 시선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광건조> 역시 마음속에 남는다.

🔖“홀로 떠가는 구름
외롭지 않게
눅눅한 고민을 얹어
떠나보냈다”

고민을 말끔하게 없애는 것이 아니라 구름 위에 얹어 떠나보낸다는 표현이 인상적이다.

고민에는 ‘습기’가 있다.
마음이 눅눅해지는 날이 있고,
아무리 털어내려 해도 쉽게 마르지 않는 생각들이 있다.

그런데 시인은 그 고민을 햇볕 아래 말린다.
그리고 언젠가 비가 되어 떨어지고, 땅에 스며들어 꽃을 피우는 꿈으로 이어간다.

슬픔과 고민이 당장 사라지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어떤 감정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모습으로 변해가는 시간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비가 지나간 땅 위를>도 깊은 여운을 남겼다.

🔖“젖은 땅에 찍힌 발자국은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한 번 밟고 지나간 흔적일 뿐이지만, 땅에는 그것이 오래 남는다. 이 문장을 읽으며 사람의 마음도 땅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말한다.
실제로 많은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서 옅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옅어지는 것과 흔적이 사라지는 것은 다른 일이다.

어떤 말은 오래 남고, 어떤 관계는 발자국처럼 마음에 흔적을 남긴다.
그리고 그 흔적까지도 지금의 나를 이루는 일부가 된다.

이 시집에서 좋았던 점은 ‘슬픔을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슬픔을 통해 성장했다고 쉽게 말하지 않는다.
아픔 뒤에는 반드시 더 나은 내가 기다리고 있다고 장담하지도 않는다.
그저 아픈 것은 아픈 채로, 외로운 것은 외로운 채로, 방황하는 것은 방황하는 채로 바라본다. 그래서 오히려 더 진실하게 느껴진다.

사람은 늘 결론을 요구받는다.
하지만 삶에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시간도 분명 존재한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고,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며,
지금의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분명하지 않은 시간.

그 시간을 실패라고 부르지 않고 ‘지나가야 하는 시간’으로 바라보는 시인의 태도가 좋았다.

《슬픔은 종량제에 버릴 수 없어서》라는 제목 역시 책을 읽고 나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버릴 수 없는 슬픔이 있다는 것.
그리고 어쩌면 버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

모든 감정을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감정은 처리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대상일 수도 있다.

슬픔이 있다고 해서 약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고,
방황한다고 해서 삶을 잘못 살아가고 있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길을 잃은 시간이 나를 더 깊이 들여다보게 만들기도 한다.

이 시집을 읽고 난 뒤 남은 것은...
‘마음속에 남아 있는 것들을 너무 빨리 치워버리지 않아도 된다’는 감각이었다.

현재의 나를 힘들게 하는 감정이 있다면 그것을 당장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고, 이름 붙이지 못해도 괜찮고, 아름다운 의미로 바꾸지 못해도 괜찮다.
그저 잠시 곁에 두고 바라볼 수도 있다.

햇볕 좋은 날 옥상에 앉아 눅눅한 고민을 구름에 얹어 보내듯이.
좁은 실외기 옆에서 묵묵히 알을 품는 비둘기를 바라보듯이.
비가 지나간 뒤 땅에 남은 발자국을 애써 지우지 않고 그대로 바라보듯이.

시를 읽는 동안 내가 지나온 슬픔들도 하나둘 떠올랐다.
그때는 빨리 잊고 싶었던 일들, 아무렇지 않은 척 지나쳤던 마음들,
‘이 정도는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스스로 축소했던 감정들.

하지만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해서 나에게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버리지 못한 마음이 있다고 해서 괜찮지 않은 것이 아니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마음이 있다고 해서 내가 멈춰 있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완전히 괜찮아지는 대신, 괜찮지 않은 나 그대로 하루를 살아간다.
그리고 그 하루들이 모여 어느 순간 돌아보면, 지나온 길이 되어 있다.

🤔
지금 당신 마음에는 무엇이 남아 있나요.
아직 버리지 못한 슬픔은 무엇인가요.

이 생각 앞에서 마음을 서둘러 치우지 않고 바라보게 된다.

💧슬픔은 종량제에 버릴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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