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식물 - 아피스토 식물 에세이
아피스토(신주현) 지음 / 미디어샘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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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손...

손재주나 승부 운이 없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나는.. 손재주가 거의 없다.

그래서 다이어리 꾸미기나 바느질, 공예 등등 손으로 하는 것에는 영~~ 재능이 없다.

식물 키우기도 마찬가지다.

식물 키우기보다는 식물 죽이기에 더 특화된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식물이 가득한 그린테리어는 하고 싶어서..

죽이면서도 꾸역꾸역 식물을 들이고는 한다.

정말 안 죽이고 제대로 식물을 키우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처음 식물]을 읽었다.

부럽다..

"세상에, 이걸 어떻게 다 관리해요? 화원이에요?

아니 수족관인가? 햇빛도 안 드는데 잘 키우시네."

라는 말을 나 또한 듣고 싶었다.

그래서 슬쩍 훔쳐본 식물집사 '아피스토'님의 삶은.. 어랏.. 나랑 별로 다르지 않았다.

식물을 택배 상자로 받고,

식물을 많이 죽여서 <내가 죽인 식물의 위령비>를 세우기도 하고..

그런데 죽이고, 포기한 나와는 달리 '아피스토'작가는 '식물 키우는 친구'들과의 커뮤니티를 형성하여

죽어가는 식물도 돌보고, 식물등도 설치하고, 테라리움도 만들고..

부럽다..

그 식물방이라는 곳에도 가보고 싶다.

이야기속에 나오는 식물들

알로카시아, 몬스테라 알보, 부겐베리아, 푸밀라, 오블리쿠아,스킨답서스, 에피프레넘 피나텀, 아미드리움 미디움, 라피도포라, 베고니아 등등

이 아이들을 나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책 읽는 내내 맴돌았다.

테라리움도 직접 만들어보고 싶고..

도대체 작가는 어떻게 이렇게 식물들을 키울 수 있을까?

내가 책에서 찾은 답은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다.

제대로 식물과 살기 위해서는 현재에 집중하며 계속해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94) "식물의 언어에 귀 기울이는 일이란 결국 현재에 집중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는 걸 푸밀라가 깨우쳐주고 있습니다."

(190) "오늘도 머릿속에서는 율마가 끊임없이 새순을 냅니다. 그리고 어김없이 생각의 순따기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달라진 점도 있습니다. 새순이 자랄 때마다 생각합니다. '아, 내가 또 현재에 있지 않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억지로 순을 따기보다 '그렇구나' 하며 지금의 내 상태를 들여다보는 것이지요. 그렇게 현재를 놓치지 않는 법을 배워나가는 중입니다. 식물이 변하는 환경에 맞춰 형태를 바구듯, 우리의 뇌 역시 현재를 알아차리는 만큼 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적응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믿으면서요."

책을 처음 읽을 때는 '식물 키우기 노하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나니 '식물 키우기 노하우' 뿐만 아니라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철학도 얻었다.

생명력에 있어서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그 어떤 생명보다도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식물들'

자신이 살아가던 환경을 떠나 낯선 환경에 처하더라도 적응하며 뿌리를 내리는 '식물'

예전에 읽은 '나무처럼 살고 싶다'가 묵직한 인생의 무게를 느끼게 했다면

이번에 읽은 '처음 식물'은... 가벼운 듯 하지만 그 안에 무한히 뻗쳐 나가는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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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버렸더라면 더 좋았을 것들 -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만 남기는 내려놓음의 기술
고미야 노보루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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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어리다고만 생각했는데..

20대가 알아야 할 책, 30대에 읽으면 좋은 책들이 분명 책장에 있었는데..

이제는 40대를 위한 책들이 책장을 차지하고 있다.

책 제목 정말 잘 지었다.

[마흔에 버렸더라면 더 좋았을 것들] 이라니..

마흔 중반을 향해가는 이 시점에서 어떻게 이 책을 안 읽을 수 있단 말인가..

앞으로 살아갈 인생이 더 많이 남은 시점이지만..

제 2막 인생을 위해 잠시 멈춰서 정비가 필요한 시점인 40대..

그동안 달려왔던 길의 끝이 보이고.. 그 다음 길을 위해 다시 나를 돌아볼 때이다.

책 [와일드]의 저자 셰릴 스트레이드는 4285km의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을 걸으며 거의 매일 자신의 배낭을 비운다.

처음에는 필요할 것이라 생각해서 챙겨넣었던 것을 하나씩 하나씩 비워내면서

삶의 의미에 대해, 자신이 처한 상황들에 대한 통찰과 지혜를 얻어간다.

그리고 그 트레킹의 마지막에 다시금 시작할 용기와 희망을 찾게 된다.


우리의 인생에서 내려놓음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나이가 들수록 '가지는 것'보다 '비워냄'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태어날 때는 주먹을 앙 쥐고 태어나지만

죽을 때는 온 몸에 힘이 빠지고 축 늘어진 채로 죽는다고 했다.

우리 삶은 다물어진 주먹을 점점 벌리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마흔에 버렸더라면 더 좋았을 것들]에서 저자 고미야 노보루는 "인생에서 내려놓아야 할 것들"

그리고 "내려놓기 위해서 생각해 봐야 할 것들"을 말하고 있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 혹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지고 있는 삶의 무게가 무겁다고 느껴질때..

정말 우리가 지고 있는 것들이 필요한 것이 맞느냐고 물어봐야 한다.

나에게는 다행히 이 시기가 조금 더 빨리 찾아왔다.

과연 내가 그동안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삶의 모습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맞는가?

마음에서는 아니라고 말하는데, 계속 이 길을 가는 것이 맞는가?

당시에는 어떤 길이 맞는지 몰랐다.

그러나.. 내 마음이 말하는 길을 걷고 싶었다.

이로 인해 잃게 되는 것이 생기더라도.. 과감히 내려놓았다.

그 내려놓음의 결과.. 지금... 나는 .. 어떠한가?

그 내려놓음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감사하는 내가 있을 수 있었을까?

비록 당시에 나는 이 책의 내용을 알지 못했지만

책에서 이야기하는 "죽음"을 인지하고 있었고,

내가 살아가야 할 날에 대한 카운팅을 했었다.

D-000일을 정해놓고 나니.. 정말 하루 하루가 소중했고,

저절로 "뭐가 중한디~"라는 말이 나왔다.

불필요한 고집이나 집착이 자연스럽게 내려놓아졌다.

당장 내일 죽을 것인데 여기에 연연할 필요가 있을까? 라고 생각하니.. 내려놓음이 수월해졌다.

거기에 감사가 이어지니..하루 하루가 기쁨일 수 밖에 없다.

오늘 또한 감사하고 또 감사한 하루이다.

언제부터인가.. 엄청 큰 목표나 이상을 세우는 것에 대해서는 어렵다.

너무 내려놓았기 때문일까?

그러나 현재에 너무나 감사하며, 내게 주어지는 모든 상황들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

책 [마흔에 버렸더라면 더 좋았을 것들]은 이런 내 삶의 모습이 틀리지 않았음을..

내가 지금 잘 내려놓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 책이다.

거기에 "디마티니 밸류 팩터"라는 질문은 매분기마다 내가 잘 내려놓고 있는지 점검해줄 수 있는 좋은 도구도 알게 되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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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 도쿄 하우스
마리 유키코 지음, 김현화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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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전통 인형 '마트료시카'가 생각나는 책.

[1961 도쿄 하우스]

소재가 신선하다 1961년대의 삶을 재현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왜 하필 1961년 이어야 했을까?

우리나라에서 1961년 5.16 군사정변이 일어난 해이다.

일본의 1961년은?

쇼와 36년이라고 하여 가전제품이 보급되는 시절이라고 소개된다.

쇼와?

이는 일본의 연호이다.

연호?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서기 2023년 이라고 년(年)을 표기하는 것이 아닌 '연호'를 사용한다.

연호는 천황이 바뀌면 그 천황이 다스리는(?) 시대 동안의 연호가 결정이 된다.

즉 쇼와 시대는 쇼와를 연호로 사용하는 천황이 다스린지 36년차가 되는 시대인 것이다.

일본의 연호 발표는 엄청난 이벤트라고 한다.. (그럴만도..)

현재의 연호는 2019년부터 시작한 '레이와' 시대

2023년은 레이와 5년 이다.

레이와 이전에는 "헤이세이"

헤이세이 세대라고 하면 1989년에서부터 2019년까지다.

쇼와 시대는 바로 그 전 세대로 1926년부터 1989년까지..

(음.. 일본 연호로 바꾸면 난 쇼와 시대 사람이군)

종종 일본 작품을 읽으면 '헤이세이' 몇 년, 메이지 몇 년. 이런 표현들이 있었는데

이제 확실히 알겠다.

전기, 가스, 수도의 보급이 시작되고 아파트 단지가 유행하던 쇼와 36년.

당시의 분위기가 남아 있는 Q시의 S가오카 단지..

여기에서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신청해 들어온 2가족..

그런데 시작할 때부터 한쪽에 몰빵식으로 혜택을 몰아주어.. 어딘가 미묘한 분위기를 조장하는 제작진..

(역시 방송국 놈들은 ... 시청률에만 관심...)

500만엔.. 약 4천 5백만원 정도의 상금 때문에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단지 생활을 이어가는 가족들..

그리고 우연치고는 너무나 이상하게 기시감이 들 정도로 비슷한 과거의 일들이 벌어지는데..

1960년대의 삶을 산다는 거... 재미있어보인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예능이 생긴다면? 재미있지 않을까?

1960년대를 살아본 것은 아니지만...

[응답하라 1988]처럼 뭔가 옛 과거에 대한 추억을 상기시킬 것 같다.

(32) "쇼와의 향기였다. 스모그와 구정물과 기름이 섞여서 나는 시큼한 냄새"

하지만 내 삶에 대한 관찰 예능이라니..불편해보인다.

TV에서 연예인들이나 일반인들이 관찰 예능에 출현하는 거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CCTV만 있어도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행동이 부자연스러워지는데..

나의 24시간을 관찰하는 카메라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는 이유는 돈 때문이겠지..

(140) " 그 복종에 박차를 가하는 게 카메라야. 짐바르도 감옥 실험에서도 돌아갔고, 실험자에게 감시 당한다는 점이 피험자를 폭주하게 만든 게 아닐까. 인간은 의외로 매우 게을러. 아무도 안 보면 머리를 굴리고 노력을 안 해. 근데 누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갑자기 혈기왕성하게 활동하려고 할지도 몰라. '언제 어디서든 신이 보고 있다' 라는 교훈은 사람의 그런 습성을 꿰뚫어 본 데서 만들어졌을 거야.

관찰 카메라 앞에 선 두 가족들..

그런데.. 정말 까도 까도 나오는 양파껍질처럼.. 이 리얼리티 쇼에 숨겨진 비밀이 하나 둘...셋.. 넷...

책 후반부에 가면.. 진짜.. 헉.. 아니..이렇다고.. 허헉.... 아니...허헉... 이렇게 된다.

반전에 반전, 비밀 속의 또 다른 비밀..

설마 이렇게 끝나나 싶지 않아 무언가 있겠지 했지만. .이 정도일줄이야.. 했던....

그래서 범인은... 언제나 가까이에 있다.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 책이다.

간만에 추리소설에 푹 빠져서 읽었다.

재미있다.

ㅎㅎ 재미있는 추리소설이다. .이거면 책 소개는 충분할 듯..


*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해 출판사에서 지원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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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구경하는 사회 -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김인정 지음 / 웨일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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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문해력은 안녕하십니까?

요새 핫한 키워드 중의 하나가 문해력이다.

글자 그대로 문해력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다.

숏폼이 유행하고, 동영상으로 학습하다보니 실제 글을 읽고 해석하는 능력이 떨어졌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여기 있다.

바로 고통에 대한 문해력이다.

타인의 고통에 대해 이해하는 능력이 점점 쇠퇴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고통을 구경하는 사회가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고, 같이 아파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구경거리처럼 지켜만 볼 뿐인 것이다.

내 일이 아니니까, 그저 매끈하기만 한 고통

도대체 매끈한 고통은 어떤 고통일까?

저자의 표현 그대로라면 타인의 고통을 보는 것이 이제는 별 다른 가치의 혼돈을 가져오지 않는다.

이는 단지 고통을 구경하는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바로 이 고통을 중개하는 사람들, 즉 언론인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어떤 고통을 보여줄 수 있고, 어떤 고통을 보여줄 수 없는지에 대한 논쟁

고통을 스펙타클하게 보여주고 싶은 욕망과 가치 사이의 갈등..

여기서 뉴스의 가치가 결정된다고 말한다.

즉, 말 그대로 대박치는 뉴스, 핫한 뉴스를 독점 발표하고 싶은 욕망들과 사람들이 뉴스로 인해 받게 될 가치의 혼란 등에 대한 사전 판단 등이 충돌하게 되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고통의 포르노 시대가 되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언론인이 가져야 할 자세가 무엇인지에 대해 저자는 끊임없이 고민한다.

폭력적 소비의 유해 저널리즘이 될 것인가?

사회적 공감의 기폭제 역할을 하는 윤리적 저널리즘이 될 것인가?

자신의 선택이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

또 자신의 의도와 달리 그 결과가 어디로 치닫게 되는지에 대한 저자의 끊임없는 고민을 읽고 있노라면

지금의 뉴스 기사들이 과연 '어떤 가치'를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들도 던지게 된다.

그저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뉴스

선정적이고, 아무런 중심 가치를 전달하지 못하는 뉴스

지나친 TMI만 남발하는 뉴스

특히 최근 남현희, 전청조 관련한 뉴스들은 도대체 어디까지 우리는 뉴스라고 봐야 할지라는 고민도 하게 된다.

이러한 뉴스들의 범람은 과연 바람직한가?

(29) 고통을 중개하는 일에는 윤리적 딜레마가 따라붙는다.

전달하는 선택을 하는 순간, 동시에 다른 행동을 할 책임을 방기하게 된다는 딜레마.

끊임없이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살아가야 하기에 이를 딜레마라고 표현해야 하는 것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딜레마라는 표현 하에 '책임'을 경감시키고자 하는 의도는 아니었는지 조금은 삐딱한 시선으로도 쳐다보게 된다. 소위 말하는 기레기들에 대한 면죄부를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일까..

고통을 증가하는 일에 따르는 윤리적 딜레마, 그리고 타인의 고통에 동참하는 우리들이 가져야 할 자세,

사회적 공통 테마가 수렴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공통 테마 수렴을 위해서는 우리들이 먼저 생각해야 한다.

어느 것이 옳은 방향이고, 어느 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인지..

이러한 담론을 올바르게 형성할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과연 지금 시대에 이러한 담론의 장이라고 할만한 공간이 있을까?

극과 극으로 치닫는 정쟁 가운데서

우리 사회에 시급하게 필요한 사회적 담론들에 대한 논의는 뒷전인 것 같아 씁쓸해진다.

적어도 이러한 책들을 통해 담론의 필요성, 소비적 언론의 행태에 대한 심각성을 일깨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여겨야 하는 시대인 것 같다.

*출판사 지원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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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조선부동산실록 - 왜 개혁은 항상 실패할까? 2023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박영서 지음 / 들녘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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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에서 우리 삶을 뒤흔드는 현재진행형의 문제

바로 '토지' '부동산'의 문제이다.

집 한칸, 땅 한 마지기도 없는 나로서는

부동산은 여전히 먼나라이야기이다.

그런데 저자 박영서님은 안그래도 어려운 부동산 이야기를 시대를 뛰어 넘어 이야기한다.

바로 조선 시대의 부동산이야기다.

조선 사람들이 토지 불균형 문제에 대해 품었던 고민,

그 해결을 위해 노력했던 방안들..

같은 땅 덩어리인데 시대만 달리할 뿐..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흥미롭다.

나는 그동안 부동산에 대해서 나와 크게 상관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소유에 대한 관심이 크게 없어서이다.

그러나 저자는 부동산 문제는 한 국가가 가진 총체적 문제라고 말한다.

(11) "부동산 문제는 저출생 문제처럼, 한 국가가 가진 총체적 문제의 원인이면서 결과입니다. 다시 말하면, 어떤 원인들이 있어서 부동산 불균형이 나타나지만, 동시에 부동산 불균형으로 인한 어떤 결과들이 나타난다는 의미지요. 그래서 부동산 개혁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습니다."

거기에 사실 지금과 같은 '개인 소유'의 땅 개념도 조금 차이가 있다.

신라부터 조선시대까지의 토지제도는 왕토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왕토 사상은 '하늘 아래 모든 토지의 소유자는 왕'이라는 것으로 조세 시스템이 이 '왕토 사상'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한번도 우리나라가 강력한 왕권 국가 라는 생각을 못했는데.. 이렇게 보니. 제법 왕권이 쎈 나라였구나 하는 생각이 듬)

그러나 이 사상을 가지고 있음에도 자꾸만 토지제도가 무너졌기에 개혁론자들은 '원래대로' 돌리기를 원했다.

'모든 토지의 국유화'와 '경작자에게 직접 분배'라는 간단하지만 실현은 어려웠던 아이디어들.

실현이 어려웠던 이유는.. '권력자'들 때문이다.

개혁을 하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 힘을 가진 '권력자들'은 자신의 토지는 가지기를 원했다.

결국 그래서 조선의 토지개혁은 자꾸만 한쪽이 기울어진 채로 이루어졌다.

유토피아의 꿈을 꾸었으나. 시작부터 삐그덕 댈 수 밖에 없었던 조선의 토지개혁.

여기에는 늘 '작은(?) 예외와 타협'이 존재했고, 머리 좋은 사대부들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법은 있으나 그 법망을 피해 얼마나 많은 사리사욕들이 채워지는지..

주어진 대로 세금을 다 내면 바보라는 소시를 듣는..

절세가 미덕처럼 여겨지는 시대라는 것은.. 씁쓸하지만 우리의 현실이다.

이렇게 법과 원칙의 교묘한 선타기를 통해 축적한 재산을 한방에 날려버리는 것은 '법과 원칙'따위는 통하지 않는 연산군이라는 사실이 웃픈 일이다. 지금도 아마 제대로 된 개혁을 위해서는 '연산군'과 같은 미친 00이 나와야 하는 것은 아닐까?

조선시대 역사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등장하는 인물, 사건 등등에 얽힌 토지와 집 이야기가 재미있다. 그냥 역사서를 보면 알 수 없는 당시의 '흉작 현황'들, 그리고 그로 인한 조세 현황들을 볼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책이다.

실거주자에게 살 곳을 이라는 희망이 무너진 조선이 과연 지금의 우리 사회와 다른 점이 있을까? 하는 한숨이 나오기도 하는 책인데.. 과연 우리는 지금 이 시점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만 이 수렁을 탈출 할 수 있을까?

저자는 희망을 포기하지 말라고 하는데..

정말 희망이 있기는 한 것일까? 저자가 말하는 '살(live) 권리'라는 것이 사회적 담론이 형성되어야 할 일인데, 그러한 담론이 형성되기까지는 또 얼마의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

조선의 부동산정책, 주거 정책의 변천과정과 그 실패과정들을 통해 지금의 상황을 돌아볼 수 있었던 책 [시시콜콜 조선부동산실록] 출판사 지원도서로 읽고 솔직하게 리뷰를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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