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구경하는 사회 -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김인정 지음 / 웨일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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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문해력은 안녕하십니까?

요새 핫한 키워드 중의 하나가 문해력이다.

글자 그대로 문해력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다.

숏폼이 유행하고, 동영상으로 학습하다보니 실제 글을 읽고 해석하는 능력이 떨어졌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여기 있다.

바로 고통에 대한 문해력이다.

타인의 고통에 대해 이해하는 능력이 점점 쇠퇴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고통을 구경하는 사회가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고, 같이 아파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구경거리처럼 지켜만 볼 뿐인 것이다.

내 일이 아니니까, 그저 매끈하기만 한 고통

도대체 매끈한 고통은 어떤 고통일까?

저자의 표현 그대로라면 타인의 고통을 보는 것이 이제는 별 다른 가치의 혼돈을 가져오지 않는다.

이는 단지 고통을 구경하는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바로 이 고통을 중개하는 사람들, 즉 언론인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어떤 고통을 보여줄 수 있고, 어떤 고통을 보여줄 수 없는지에 대한 논쟁

고통을 스펙타클하게 보여주고 싶은 욕망과 가치 사이의 갈등..

여기서 뉴스의 가치가 결정된다고 말한다.

즉, 말 그대로 대박치는 뉴스, 핫한 뉴스를 독점 발표하고 싶은 욕망들과 사람들이 뉴스로 인해 받게 될 가치의 혼란 등에 대한 사전 판단 등이 충돌하게 되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고통의 포르노 시대가 되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언론인이 가져야 할 자세가 무엇인지에 대해 저자는 끊임없이 고민한다.

폭력적 소비의 유해 저널리즘이 될 것인가?

사회적 공감의 기폭제 역할을 하는 윤리적 저널리즘이 될 것인가?

자신의 선택이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

또 자신의 의도와 달리 그 결과가 어디로 치닫게 되는지에 대한 저자의 끊임없는 고민을 읽고 있노라면

지금의 뉴스 기사들이 과연 '어떤 가치'를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들도 던지게 된다.

그저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뉴스

선정적이고, 아무런 중심 가치를 전달하지 못하는 뉴스

지나친 TMI만 남발하는 뉴스

특히 최근 남현희, 전청조 관련한 뉴스들은 도대체 어디까지 우리는 뉴스라고 봐야 할지라는 고민도 하게 된다.

이러한 뉴스들의 범람은 과연 바람직한가?

(29) 고통을 중개하는 일에는 윤리적 딜레마가 따라붙는다.

전달하는 선택을 하는 순간, 동시에 다른 행동을 할 책임을 방기하게 된다는 딜레마.

끊임없이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살아가야 하기에 이를 딜레마라고 표현해야 하는 것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딜레마라는 표현 하에 '책임'을 경감시키고자 하는 의도는 아니었는지 조금은 삐딱한 시선으로도 쳐다보게 된다. 소위 말하는 기레기들에 대한 면죄부를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일까..

고통을 증가하는 일에 따르는 윤리적 딜레마, 그리고 타인의 고통에 동참하는 우리들이 가져야 할 자세,

사회적 공통 테마가 수렴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공통 테마 수렴을 위해서는 우리들이 먼저 생각해야 한다.

어느 것이 옳은 방향이고, 어느 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인지..

이러한 담론을 올바르게 형성할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과연 지금 시대에 이러한 담론의 장이라고 할만한 공간이 있을까?

극과 극으로 치닫는 정쟁 가운데서

우리 사회에 시급하게 필요한 사회적 담론들에 대한 논의는 뒷전인 것 같아 씁쓸해진다.

적어도 이러한 책들을 통해 담론의 필요성, 소비적 언론의 행태에 대한 심각성을 일깨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여겨야 하는 시대인 것 같다.

*출판사 지원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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