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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자유 - 일의 미래, 그리고 기본 소득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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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열린책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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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가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생산해 준다면
이제 남은 것은 재화의 분배 문제뿐이다.
기계가 생산한 부를 적절히 분배한다면 모두가 호사스럽게 살 수 있고,
반대로 기계의 소유주들이 그런 식의 글로벌한 분배에 완강히 저항한다면
대다수 사람은 끔찍한 가난에 시달릴 것이다.
지금까지의 추세를 보면 두 번째의 가능성이 커 보인다.
기술의 진보는 불평등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 스티븐 호킹,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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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과 알파고가 대국을 하고, AI가 우리 일상에 점점 자리함이 피부로 와닿기 시작하며, 누구나 자신의 일자리가 흔들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누군가는 그 모습을 보며 적어도 창작 분야는 안전하리라 믿었겠지만, 지브리 화풍으로 변환시킨 그 프로필 사진이 친구 목록을 가득 채우자마자 그 희망마저도 절망으로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노동은 인간의 본질을 실현하는 수단이라고 마르크스는 말했다. 인간의 노동이 기계로 대체되는 지금 우리는 어떻게 미래를 그려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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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독일 철학의 아이콘,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는 그의 저서 『모두를 위한 자유』에서 오늘날 노동과 근로가 기계에 의해 어떻게 위협이 받는지, 노동의 양상은 어떻게 변할지를 짚어보고, 노동에 대해 독자에게 다시 생각해 보게 하며, 거대한 불안이 유령처럼 배회하는 이 급변하는 사회에서 도발적인 제안을 던진다.
날로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세상에 공개되고 있는데, 어떤 직업이 자동화될까? 선사 시대와 열대 우림에 흩어져 살던 시절에서 어떻게 사무실 의자에 앉아서 일을 하게 되었을까? 아방가르드의 판타지에서 일하지 않는 사람이 돋보인 이유는 일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인데, 노동자가 아닌 산책자를 왜 동경하게 되는 걸까? 노동의 의미는 왜 변해버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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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은 사람이 만족을 모르는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돈과 물질적 재화로 우월감을 과시하려고 하는가?
장차 <우월감에 대한 욕구>나 <돈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배우고 가르치는 문화적 진보가 없다면
밝고 평화로운 미래는 없을지 모른다.
─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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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노동 사회의 두 가지 도전, 즉 불공평해지는 부의 분배와 수백만 임금 노동자의 퇴출(P.122)이 예상되는 오늘날, 더 이상의 러다이트 운동은 할 수 없고, 기계와 AI로 인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노동에서 밀려나 생계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오직 극소수만이 엄청난 부를 누리게 된다. 사람들은 나만 아니면 된다고 울부짖고, 비트코인과 주식과 부동산 투기에 열을 올리는데, 관성적으로 전통적 노동관을 그저 따르는 게 맞는 걸까? 이 책의 주장을 별로 좋아하지 않을 사람도 필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가 소수에 수렴할 수밖에 없는 생산의 구조, 앞으로를 살아야 할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리하르트의 '공화주의적' 제안, 기본소득을 보장하자는 주장은 괜찮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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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거의 6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에 사회과학, 철학, 경제학 등 분과학문을 가리지 않고 다루고 있기에, 자칫 어려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철학자라는 이점이 우리에게는 있다. 제목이 『모두를 위한 자유』이니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관성적으로 이대로 살기 보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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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미래에 대해 아는 것이 딱 한 가지 있다면,
그것은 미래를 가늠할 수 없다는 사실뿐이다.
이 사실만큼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그 자체로 매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 P.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