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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의 전설
백지영 지음 / 알렙 / 202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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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알렙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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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백지영 작가의 네 번째 장편소설 『치킨의 전설』은 나에게 있어 꽤 아이러니함을 느끼게 하는 소설이었다.
소설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나(배준환)의 시선과 이야기로 진행된다. 아내 수연과 이혼 후 아들 진수마저 오해로 인한 학폭 사태로 영국에 보내게 된 나는 이를 악물고 모아둔 돈과 주식까지 처분해 사업을 시작했지만, 번번이 실패하며 감당할 수 없는 빚만 늘어가고, 전 직장의 보스는 탄탄한 기반을 바탕으로 항상 승승장구를 한다. 거기에는 나의 사업 아이디어도 있었다. 그날도 울분에 차 탑 타워가 보이는 곳으로 가다가 어두운 시장 임대를 내놓은 '치킨의 전설'이라는 가게를 발견하게 되고, 나는 '배수진'을 치는 마음으로 그곳을 인수해 보스의 '뉴치킨'이 차지하고 있는 '황금날개'를 탈환하리라 마음먹는다.
명백한 계급을 드러내는 단어가 많이 보였던 1장이었다. 높고, 크고, 화려한 것으로 수렴하고 싶어 하는 한국인, 아니 인간의 욕망을 은유하는 듯한 '탑(TOP) 타워', '왕(王) 식품', '황금날개' 등의 단어는 우리는 남을 짓밟고서라도 나만 더 잘 되어야 한다는 자본주의 사회의 뿌리 깊은 사고를 보여준다.
2장에 들어서며, 소설은 화려함과 번화함을 보여주는 데서 벗어나 우리가 보지 못하는 주변인들로 시선을 옮긴다. 8차선 도로 건너편 탑 타워에 비해 몹시 초라한 나라시장이라는 무대. 그곳에서 하얀 닭과 24시간 돌아다닌다고 이사도라 할머니라는 멸칭 같은 별칭을 가진 인물을 다룬다. 이 장에서 모순을 강하게 느끼게 되었는데, 이 모순이란 비판적인 의미보다는 인간의 모순적이고 아이러니한 모습을 작가가 텍스트로 적절하게 요리하는 느낌이었다.
이미 '왕식품'의 '보스'에게 착취의 수단으로 쓰였던 '나'라는 인물이 성공의 발판으로 다른 약한 생명체를 수단으로 쓴다는 점. 옥상을 뛰어다니는 하얗고 잘생긴 닭을 보며 치킨집 광고모델로도 손색이 없다는 독백을 하다가도 살아 있는 닭에 정신을 차리는 점. 하지만 이러한 점들에는 꼭 톱과 바텀 양 극단에 있지 않더라도 괜찮다는 작가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작가는 이사도라 할머니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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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일이 그렇게 딱 선을 긋는다고 되는 건 줄 알아?
모든 일에 선을 딱딱 그으려고 하니 세상이 이 모양이지.
─ P.73
그리고 펼쳐지는 이사도라 할머니의 서사로 시작해 나의 과거로 이어지는 흐름, 그렇게 탄생한 레전드 치킨은 장자의 오상아[吾喪我]를 떠올리게 한다. 과거 데모와 간첩으로 점철된 시대에 아득바득 살려고 타인을 팔아넘겼던 '나'의 기억들. 그때의 추억과 잘못에 대한 반성과 용서를 구하는 마음(+아들에 대한 사랑)으로 다시 '레전드 치킨'은 다시 부활하게 된다. 시대와 세대를 이어온 많은 이야기, 나의 이야기가 담긴 치킨은 여러 사람의 추억을 되살릴 수는 있었지만 결국 우승은 하지 못했는데 그렇기에 이 작가의 메시지가 더욱 강하게 다가온다. 비록 톱이 되지 못했더라도, 자신만의 이야기[說]로 또 한 번 새로운 출발을 하며 끝이 나는 이야기는 이쪽과 저쪽, 위와 아래로 갈리며 서로를 밀어내는 비극을 가로지르는 육교의 역할을 한다.
사실 내겐 다소 이야기하기 어려웠던 소설이었다. 평소 소설을 읽을 때 멀찍이 떨어져서 이렇네 저렇네 쉽게 말해왔지만, 백지영 작가의 『치킨의 전설』은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우리 삶의 문제가 피부로 확 와닿았던 탓이었다. 나 역시 때론 소설 속 '나'의 위치에 있기도 하고, '탑 타워'의 주민 같은 위치에 있으니까.
나는 우리 모두 길을 좁히고, 담을 허물자고 과연 말할 수 있을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을 때 이 소설을 떠올릴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