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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문명 - 숲이 물러난 자리에 새겨진 5,000년의 기록
존 펄린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26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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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더퀘스트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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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처음 세상에 나온 이후, 30여 년의 시간을 거쳐 개정판이 출간된 책이 있다. 파타고니아가 선택한 유일한 역사서, 시카고지리학회 올해의 도서, 하버드가 선정한 100대 명저, 시카고 지리학회 올해의 도서 등 내로라한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존 펄린의 『숲과 문명』이다. 더퀘스트 출판사를 통해 이번에 한국에서 소개되는 책은 간단히 표현하자면 인류와 문명의 방대한 흥망성쇠를 숲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풀어내는 역사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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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팔자에서 우리를 표현하는 중요한 다섯 원소 중 하나가 나무라고, 나무가 인류 역사에서 매우 중요했음을 책에서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집을 짓고, 선박을 건조하고, 도구를 만들기 위해 인류는 오래전부터 나무를 써왔다. 이어 목생화, 나무로 불을 키우고, 화극금, 그렇게 만들어진 불로 금속 제련을 하며 청동기, 철기 시대 문명을 열었다. 이런 오행의 상생·상극 구조처럼 번영하는 과정이 어느 나라나 미묘하게 다른 듯 비슷한 양상을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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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노든은
"나무를 아낌없이 써버리고 (…) 나무를 심는 데는 무관심한 것"이
"뭔가를 허물어버리려는 보편적인 충동"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P.327
하지만 먼 훗날 존 노든이라는 영국의 지리학자가 인류가 나무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하듯, 모든 역사 속에서 인류는 욕망과 목적을 위해 나무를 다 써버리고 숲은 늘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인간은 항상 저질러놓고 후회하는 생물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부분이 어느 나라에서나 결국 숲을 위해 법이나 규칙을 만든다는 패턴이 익숙해지기 시작하면서였다. 다들 펑펑 쓸 땐 몰랐지, 숲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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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의 한 신학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참나무가 말끔히 없어진 것은 (…) 왕국의 발전이고,
목재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은 (…) 나라가 발전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다."
─ P.383
하지만 웃다 보니 웃을 때가 아니라는 유명한 밈이 있듯 우리도 계속해서 자원을 소진하다가 되풀이되는 역사와 같은 전철을 밟고 있는 게 아닐까. 449쪽에서 인용된 어느 독실한 시인의 말을 다시 인용하자면 "황금의 시대는 / 황금을 얻기 위해 빠르게 흘러갔다"고, 이 시구처럼 우리가 전례 없는 엄청난 풍요를 누리며 더 많은 황금을 욕망하는 순간 가혹한 미래는 우리의 예상보다 빠르게, 더 빠르게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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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키워드 하나에 초점 맞췄다고 또 다른 서사가 펼쳐지니 그래서 역사가 그렇게 어려웠나 싶기도 했던 도전적인 책이었지만, 전혀 몰랐던 인류사의 또 다른 변주곡을 들은 듯해 색다르고 흥미로웠다. 여기에 더해 존 펄린의 서술과 함께 눈으로 확인하는 풍부한 삽화 자료는 텍스트만으로는 부족한 것들을 채워준다. 600페이지에 육박하는 거대하고 반복되는 서사를 다 읽고 다시 서문으로 돌아가면 저자는 이 책이 인류에게 닥친 긴요한 과제를 명확하게 알려주는 책이 되기를 바란다고 한다. 오랜 세월 잠들었다 다시 깨어난 책이 영향력을 다시 끼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