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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위한 침묵 수업 - 소란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침묵의 뇌과학
미셸 르 방 키앵 지음, 이세진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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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우주님이 모집하신 #우주클럽_글쓰기방

어크로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넥서스』, 『사피엔스』의 작가 유발 하라리가 방한했을 당시, 출판사에 단 하나의 요청을 했다고 한다.
"명상할 수 있는 시간을 꼭 마련해달라". (출처, 김영사 인스타그램)

명상이 좋다는 이야기는 자주 들었지만, 정작 왜 좋은 건지, 자는 것과 멍 때리는 것과 명상은 무엇이 다른 건지, 명상은 어쩌면 선택받은 자만이 할 수 있는 게 아닌지 등의 의문만 품고 있었다. 명상에 대한 실천은커녕 방법조차 모르고, 심지어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일명 FOMO(Fears Of Missing Out) 때문에 한시도 눈과 손을 휴대폰에서 놓지 못한다. 이렇게 살아도 딱히 문제는 없다, 아니 없는 것 같다.


… 이렇게 시끄럽게 살아도 과연 정말 아무 문제 없을까?


안면 근육마비로 쓰인 침묵 수업

모든 안전 수칙은 피로 쓰였다는 유명한 문장이 있지 않은가.
이 책은 한 뇌과학자의 안면 근육마비로 인한 충격으로 쓰였다.

연사로 초청받아 강연을 일주일 앞둔 뇌과학자 미셸 르 방 키앵은 갑작스러운 안면 근육마비를 겪게 된다. 검사 결과,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의사는 스트레스나 피로가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그리고 그에게 모든 활동을 중단할 것이라는 처방을 내린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라니, 너무 고역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키앵은 프로젝트, 이동, 강연을 모두 취소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기, 침묵하기, 회복을 위해 우연히 동네에 있었던 명상 수련원까지 찾아간다. 그러자 2주 차부터 조금씩 신체는 회복하기 시작했다. 명상과 침묵으로 마침내 안면 근육마비에서 회복한 뇌과학자는 이러한 힘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이 책, 『뇌를 위한 침묵 수업』을 집필하게 된다.


뇌과학이 설명하는 침묵의 필요성

나는 앞서 말했듯 명상은 잘 모르던 독자였다. 이렇게 살아도 딱히 문제가 없다고 느꼈다. 내가 어느 정도 세상을 이해하기 시작할 때에는 이미 TV와 컴퓨터가 있었고, 자라면서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생겼다. 이런 환경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던 세대다. 스피커에서는 항상 소리가 흘러나오고, 스크린에서는 항상 영상이 재생되는 환경 말이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에도 '유튜브를 조금 멀리하는 정도'면 될까 했던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영역에서 소란스러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귀만 닫고, 신체를 가만두는 것뿐만 아니라 듣기 위해서도 침묵을 지키면 뇌 건강에 이롭고, 눈을 감는 순간 뇌는 미세 휴식을 취할 수 있다고 키앵은 말한다.

우리 신체 기관 중에 고통을 알리지 않고 서서히 병들어가는 기관이 몇 있다는데, 뇌도 사실 그런 신체 기관 중 하나가 아닐까. 우리는 평소 인지하지 못할 뿐 엄청난 문제를 끌어안고 살고 있을 수 있다. 저자가 뇌과학으로 설명하는 스트레스 상태에서의 우리 뇌의 변화와 침묵이나 명상을 했을 때의 우리 뇌의 변화는 보통 사람들이 인지하기 힘든 것들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저자는 안면 근육마비라는 형태로 드러났지만, 나의 경우 자아 상실을 겪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증상으로 나타났다. 누군가는 또 다른 형태의 장애를 겪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키앵의 제안대로 침묵과 명상으로 답을 찾아 나갈 수 있을까, 평소 명상은 잘 모르는 문외한이라 하더라도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한 번 시도해 볼까' 하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우리가 살아가는 말 많고 소란스러운 사회에서

침묵을 치유와 자기 계발의 도구로 삼는다는 발상은 참신해 보인다.

하지만 사실 동서양 위대한 현자들은 이미

침묵이 신체와 정신에 끼치는 미덕을 알고 있었다.

고대인들은 침묵을 존중했고 내면의 삶을 여는 귀한 시간으로 여겼다.

이러한 침묵의 힘이 이제는 과학으로 증명되고 있음을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될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여러분이 그 힘을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이 책은 알려줄 것이다.

─ P.20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에 살며 시끄럽고 번잡스러움이 느껴지고 있지는 않은지, 직장에서 스트레스로 번아웃을 겪은 적은 없는지, 감미로운 음악이라도 끊임없이 귀에 뭔가 들려야 편함을 느끼고 있지는 않은지. 거의 모든 사람들은 이 책을 은연중에 필요로 하고 있지 않을까. 많은 현대인들이 명상의 필요성을 『뇌를 위한 침묵 수업』으로 느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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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에 관하여
베레나 카스트 지음, 최호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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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을유문화사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불안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우리와 함께하는 듯하다. 아주 사소한 일상적인 불안부터, 사회적인 불안까지 그 감정은 불쑥 튀어나와 우리를 시도 때도 없이 자극한다. 집에서 나올 때 문은 잘 잠그고 나왔는지, 가스불은 잘 껐는지, 뉴스를 틀면 언제 어디선가 벌어진 온갖 사건사고가 보도되고 마침내 사람을 사귀는 것마저 위험요인이 되어버린다.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불안 역시 우리를 위협한다. 우리가 사주나 타로 같은 미신에 의존하게 되는 것도 이런 불안감을 해소하고 싶기 때문이다.

인간이 불안을 느끼는 건 생존을 위한 필연적인 요소라고들 한다. 하지만 켜켜이 쌓인 트라우마가 어떤 임계점을 넘는 순간, 불안이라는 감정이 나를 바닥없는 곳으로 끝없이 끌어내리는 기분처럼 느껴진다면. 이런 절망에 빠진 상황에서 우리는 어디서 답을 찾아야 할까.

융 심리학의 권위자 베레나 카스트 교수의 『불안에 관하여』는 독자들이 불안의 다양한 구성 요소를 토대로 일상생활과 심리 치료 상황에서 불안에 대처하는 법과 불안을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법을 살펴볼 수 있게 한다.

불안을 느낄 때, 당신은 그 감정을 어떻게 다루는 편인가. 불안 앞에서 나타나는 모습은 다양하다. 최대한 외면하고 피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두려움 앞에서 용기를 내는 사람도 있다. 저자는 야스퍼스의 표현을 가져와 우리에게 '불안을 마주할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

불안은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불안은 우리 자신을, 우리의 진정한 자기를 부르는 소리다.

불안에 사로잡힐 때 우리는 삶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우리를 진실로 떠받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게 된다.

그 때문에 우리에게는 야스퍼스의 자주 인용되는 표현처럼

'불안을 마주할 용기Mut zur Angst'가 필요하다.

─ P.43


나는 불안 앞에서 어떠했던가. 불안 앞에서 나의 모습에 대한 적절한 문장을 발견했다. 81쪽, '불안 속에서 나는 작고 열등하게 느껴진다'고. 오랜 시간 불안 속에 살았고, 여전히 불안은 껌딱지처럼 찐득하게 달라붙어있다. 카스트 교수가 짚어주는 불안을 느끼는 상황, 그리고 우리들의 신체적, 심리적 변화를 읽으며 나와 타인을 이해하려 애써본다. 내가 지금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외부 세계에 대한 두려움은 아닐까, 나에게 공격적이었던 어떤 사람의 태도가 어쩌면 불안을 느끼고 했던 방어 기제가 아니었을까 하며.

​때로 불안은 장애를 유발하기도 하는데, 4장에서는 이러한 장애들, 강박과 공황, 공포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떤 두려움 때문에 강박적으로 하는 행동이 있는지, 혹은 특정 상황에서 발한, 전신 떨림, 경련 등의 신체적 변화를 경험하고 있지는 않은지. 책은 이러한 증상의 일부인 치료 사례들이 함께 실려있는데 읽으며 자신의 일부를 느끼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저자는 이런 장애에 대한 대처법도 소개하고 있다. '불안 장애가 있는 사람을 치료하기 위한 주요 방법 중 하나는 불안을 유발하는 자극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라고.


/

불안을 지각하려면 불안에 이름이 있거나,
우리가 불안에 이름을 붙일 수 있어야 한다.

─ P.88


불안은 누구나 느낄 수밖에 없고 죽을 때까지 함께해야만 하는 감정이다. 관계에서 불안이 해소되기도 하지만 관계가 불안을 유발하기도 하고, 불안은 어느 날 꿈의 형태로 보이기도 한다. 우리는 불안을 끝까지 모호한 형태로 두기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글을 읽으면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누군가가 불안에 관하여 알아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이 책을 가장 먼저 찾아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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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가 필요 없는 사회
윤은주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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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우주님이 모집하신 #우주서평단 

세창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 정치는 가급적 멀리하고 싶었다. 우리에게 정치가 주는 이미지는 어떠한가. 흔히 볼 수 있는 장면들은 서로 싸우고, 비난하고, 그러다가 선량한 이미지메이킹으로 사진 찍고 그런 모습들뿐이다. 게다가 언론은 선택적으로 정보를 공개하니, 시민들은 어떤 중대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 자세히 알기도 너무 힘들다. 어떤 기사에서는 너무 좋은 거라고 호들갑을 떠는데 또 어떤 기사에서는 신랄하게 비판한다. 직업으로서의 정치인이 아니라 시민들의 정치는 또 어떠한가. 듣도 보도 못한 당 개수만큼 각자의 생각과 사정이 다르고, 의견도 너무도 다르다. 한국인들에게 정반대의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난다는 건 마치 한바탕 싸울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것처럼 다가온다.


​숭실대학교 철학과 교수 윤은주 저자는 변질되어버린 '정치'를 다시 되찾기 위해 펜을 들었다. 책 제목인 『한나 아렌트가 필요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저자는 한국의 현 상황을 바꾸기 위해 한나 아렌트가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마침 한국에는 비상계엄령이 선포되었다.


/

아렌트가 경험한 전체주의는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정치 체제였다.

전체주의는 대중의 합의로 형성된 정치권력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전체를 위해 개인을 희생한 독재 권력이다.

전체주의는 무한히 많고 다양한 인간을 하나의 개인으로 조직한다.
─ P.37-38



우리나라의 정치도 타인을 인정하는 게 싫어서 쉽게 싸움으로 번지지 않던가. 명절에는 정치 이야기는 금물입니다, 그런 모습이 끊임없이 대물림되어 정치 밖 영역에서도 타인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저자는 오늘날 한국에서 아렌트가 겪은 전체주의를 보았던 것이다.


/

우리는 의견을 내놓으면 그것으로 상대를 설득하려고만 한다.

하지만 설득과 의견은 다르다.


설득은 하나의 목적을 향해 이야기를 집중하는 것이며,

의견은 자신이 표현한 것을 상대가 알도록 나열하는 것이다.

설득은 구체적인 목적이나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상대가 태도를 바꿔 자기 것으로 수용하는 것이지만,

의견은 하나의 대상에 대해 서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말하여

로의 태도를 확인하는 것이다.
─ P.61-62



우리가 해야할 것은 ​싸우는 게 아닌,
생각하고 이야기 나누기,
깨끗한 공론장 만들기.

/
수년간의 난민 생활을 경험한 아렌트는 우리에게

어둠을 깨뜨리고 빛이 있는 새로운 시대로 나갈 것을 요구한다.

새로운 시대에 자유롭게 생각하고, 의지하며, 판단하는 자유로운 정치적 행위의 주체가 되라고 요구한다. 정치적 행위는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정치적 영역인 공론장에서 정치적 자유와 정치적 평등을 실현하는 정치적 행위의 추제가 되는 것, 이것이 정치적 인간의 삶이며 아렌트가 바라는 정치다.

─ P.134-135


​저자는 현재 우리 몸에 깊게 새겨진 정치에 대한 착각과 부정적인 생각, 그리고 복수성을 띠는 우리가 타인을 대하는 방법을 바로잡고 더 나아가 함께 할 수 있는 깨끗한 공론장 만들기를 제안한다. 정치는 특별히 선택되는 사람만이 하는 것이나 싸울 각오를 한 사람만이 하는 게 아니다. 자유롭게 생각하고, 의지하며, 판단하는 주체가 되자는 저자의 주장은 깊이 공감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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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제럴드, 글쓰기의 분투 - 스콧 피츠제럴드는 ‘이렇게 글을 씁니다!’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래리 W. 필립스 엮음, 차영지 옮김 / 스마트비즈니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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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우주님이 모집하신 #우주서평단

스마트비즈니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헤밍웨이의 글쓰기에 이어 피츠제럴드의 글쓰기 철학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 출간되었다.

스마트비즈니스 출판사의 『피츠제럴드, 글쓰기의 분투』. 독자가 이 책을 읽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작가는 어떻게 글을 쓰는가를 보며 나의 글쓰기에 적용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소설가는 어떤 생각으로 그의 소설들을 썼는지 읽고 느껴보는 것이다.

(1) 작가는 어떻게 글을 쓰는가.

/

예술에서 새로운 창조가 더 위대한지,

기존 형식을 완벽하게 보완하는 것이 더 위대한지,

네가 물었지.

피카소가 거트루드 스타인에게 한 말을 인용하면

적절한 대답이 될 것 같구나.


"우선 뭐든지 새로운 걸 해라. 그러면 누군가 따라와서 예쁘게 다듬을 것이다."

─ P.105,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에게, 1938, <서신집>

초등학생 때 숙제로 제출했던 독후감에는 빨간 글씨로 F가 적혀있었고, 팬픽이 유행할 시기에 나도 한 번 써볼까 몇 줄 끄적여봤지만 소설을 도대체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그만두었다. 글쓰기와는 거리가 먼 삶이라고 생각했는데, 꾸역꾸역 쓰다 보니 내 이야기 정도는 풀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소설 쓰기는 어려웠던 사람이다. 작가, 그런 꿈은 10년, 20년 묵혀둬야 진심 같고 응원하고 싶어지는 건 아닌지. 내가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하려면 좀 더 묵혀둬야 할 것만 같았다.

『피츠제럴드, 글쓰기의 분투』는 피츠제럴드가 주고받은 편지들과, 쓴 글에서 '글쓰기'와 관련된 문장들을 발췌해 엮은 글이다. 짧은 글마다 담긴 글쓰기의 정수. 수없이 많은 이유로 아직은 작가가 될 수 없음 딱지를 떼지 못하고 있지만, 그 걱정 중 하나는 이 책으로 덜어낼 수 있게 되었다.

/

내가 그럭저럭 괜찮은 이야기를 써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무도 이 이야기를 받아 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며,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거야.

편집자를 의식하는 행위는 내게 재앙과도 같거든.

그들의 비판은 나중에 생각하지 뭐…….

─ P.74, 헤럴드 오버에게, 1935, <서신집>

/

어느 순간 오직 특정한 사람들을 위해서만 글을 쓰는 때가 올 겁니다.

그리고 그 외의 사람들이 어떤 의견을 가지든,

거의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않게 되겠지요.

─ P.75, 크리스천 가우스에게, 1934, <서신집>

예술가들은 종종 흔들리기 마련이다. 글을 쓰는 예술가들이 스스로의 의지가 흔들릴 것 같을 때 피츠제럴드는 어떻게 난관을 헤쳐나갔는지, 이 책으로 찾아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덧붙여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헤밍웨이의 책도 쓰는 삶에 도움이 될 것이다.

(2) 소설가는 어떻게 이 소설을 썼는가.

독서인이든 비독서인이든 살면서 피츠제럴드의 작품을 안 들어본 이가 과연 있을까. 『위대한 개츠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폭죽이 터지는 밤하늘을 뒤로하며 건배를 올리는 그 유명한 장면의 원작이 피츠제럴드의 소설이다. 가름끈이 짧아 여전히 읽지 못했지만, 소설이 어렵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는데, 피츠제럴드가 어떤 관점으로 그의 작품을 써 내려갔는지도 이 책으로 확인할 수 있다. 피츠제럴드는 '『위대한 개츠비』를 쓸 때 롱아일랜드의 전형적인 이야기나 사기꾼, 불륜이라는 흔한 소재를 배제'하고, '언제나 그를 강하게 사로잡는 작은 지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했음을 동료 작가에게 이야기하고, 소설 속 인물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등을 많은 편지를 통해 알렸다. 작품을 온전히 나의 생각과 상상력으로 씹어 먹어도 좋은 독서 경험이 되어 주지만, 작품과 함께 작가의 관점을 즐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않을까. 글쓰기에 뜻이 없는 독자라도 피츠제럴드의 작품을 좋아하고, 더욱 많은 이야기가 듣고 싶다면 꼭 권하고 싶다.

이번 책은 서평단을 모집하신 우주님과 함께 글쓰기 활동을 하며 읽어나갔다. 글쓰기방이 혹시 소설 쓰기인 걸까, 처음엔 걱정하며 들어갔는데, 이번 기회에 처음으로 이야기를 오천 자나 써봤다. 여전히 공개하기엔 부끄럽고, 내가 작가가 되기엔 마음이 걸리긴 하지만…. 글쓰기에 뜻이 있다면, 이 고전 작가의 글에서 힌트를 얻어 새로운 영감을 얻든 창작 활동에 첫 발을 내디든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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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올로기 브레인 - 우리 안의 극단주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레오르 즈미그로드 지음, 김아림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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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어크로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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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올로기를 둘러싼 싸움은 언어 게임과 비슷하다. 단어와 수사적 장치가 상대방에게 던져지고 아슬아슬하게 비켜간다. 반동주의자, 혁명론자, 보수, 진보, 음모론자, 우월주의자, 인종차별주의자, 급진주의자, 광신자 같은 단어들. 우리는 이러한 꼬리표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또는 실제로 누구를 지칭하는지 아는 경우가 거의 없다. … 우리는 사람이나 생각을 무 자르듯이 깔끔하게 각각의 범주로 나누어 명확성을 높이고 어떤 정체성을 씌우려고 한다. 이웃에 광신도가 있다! 10대 아이들은 바보다! 이런 분류법은 유쾌하거나 충격을 안긴다. 하지만 이것은 언어학적인 양동이와 같아서 사람들의 삶 속에 존재하는 이데올로기의 실제 모습을 덮어 씌운다. 삶 속의 이데올로기는 지저분하고, 위선적이고, 오만하고, 자기파괴적이다. 거기에는 상실과 기쁨, 유머, 후회, 두려움, 좌절, 주저, 반추, 친밀함, 슬픔이 있다. 그리고 눈물과 한탄, 환한 미소, 혼란스러워하는 곁눈질도 있다.

─ P.22, 「1, 이데올로기를 가진 사람들」 中


『아버지의 해방일지』에서 화자의 아버지는 오랜 기간 '빨갱이'였다. 이 사람은 이렇고요, 저 사람은 저렇대요.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오늘날 우리는 신념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언어의 집이 여기저기 세워지면서 이데올로기는 우리의 일상에 더욱 깊게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러면서 극단적인 사람도 마주하게 된다. 아, 말이 안 통할 것 같다는 예감. 그냥 대화를 애초에 안 하면 서로서로 편하다. 딱 그 정도로만 살고 있었다.


나는 어째서 사람이 극단적인 생각에 빠지게 되는지 여기에 대해서는 한 번도 고민하거나 의심해 보지 못했던 것 같다.


레오르 즈미그로드의 『이데올로기 브레인』은 이데올로기와 우리가 이데올로기에 빠지게 되는 이유를 철학, 심리학, 신경과학, 역사와 종교 등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본 책이다. 이데올로기란 무엇인가. 감옥에서 태어난 이데올로기가 세상 밖으로 나오며 어떻게 변질되었고, 사람들은 어떻게 극단적인 생각에 치우치게 되는가.


동그란 원에 기다란 막대가 두 개 달려있다. 동그란 원 안에는 점이 찍혀있다. 이것은 오리인가, 토끼인가. 하나의 그림에서 어떤 사람은 오리를 보았고, 어떤 사람은 토끼를 보았다. 그것은 오리이며 토끼일 수는 없다.


/

같은 대상, 같은 사건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이 우리를 양극으로 분열시킨다.

우리는 단순한 착시와 모호성을 받아들이는 대신 각자의 해석을 상대에게 설교하며 전쟁을 벌인다.


─ P.236, 「14, 정치적 착시」


서로 조율할 수 없다면 극단주의는 큰 골칫거리가 된다. 문제가 생겼기에 연구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신경과학자들은 아이들을 인터뷰를 하고, 뇌를 들여다보고, 환경과 삶을 분석한다. 아몬드처럼 생긴 편도체는 두려움, 분노, 혐오 등 부정적 감정을 맡는다. 보수주의자는 이 편도체가 더 큰 경향이 있다. 집, 이웃, 도시, 국가, 기후로 인해 극단주의로 빠지는 경우도 있다. 따돌림당한 뇌 역시 극단주의에 빠지기 쉽다.


저마다의 뇌는 들여다볼 수 없어도, 또 뇌구조나 환경이 애초에 그러하니 어쩔 수 없었다고 해도, 우리의 내면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이분법적이고 극단적인 사고방식이 있을 수 있음을 인지하는 순간 우리의 행동은 바뀔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나의 신념은 옳을까?


이 책은 읽는 동안, 나 자신을 계속해서 의심하게 만든 책이었다. 편견으로 가득한 말을 들어오고, 때로는 특정 부류의 사람인 양 변명도 못해보고 낙인찍혀봤기에 내가 타인을 대할 때에는 유연한 사고로 대하고자 다짐했지만, 얼마 전에도 다른 책을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나의 경직된 사고를 확인했었기 때문이다. 이데올로기적 사고에 대한 이 책은 극단주의에 빠지기 쉬운 뇌를 가진 사람들의 사례들과 나의 공통분모는 없었는지, 내 생각의 오류를 발견했을 때 오류에서 빠져나올 때 더디거나 머뭇거리지는 않았는지, 나는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또 다른 극단주의적 생각에 빠져있는 건 아닌지 검토해 보게 된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자신의 경직된 사고를 인지하고 고치기 위해 노력할까? 지금 내가 타인에 대해 일말의 기대조차 없는 것도 경직되고 편향된 사고일 수도. 이 책을 읽고 다 같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유연하게 생각해 봐요! 대립하고 싸우지 말고, 서로 타협안을 찾아가요! …라고 어딘가에 외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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