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제국 쇠망사 - 우리는 왜 멸종할 수밖에 없는가
헨리 지 지음, 조은영 옮김 / 까치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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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까치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이제는 인류세라는 말을 써야 한다는 주장은 과학계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을 정도로 인간이 자연계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어마 무시하다. 첨단 기술을 손에 넣은 호모 사피엔스는 기존에 있던 생태계를 밀어내고 그 위에 도시를 건립하거나, 돈이 되는 자원을 위해 무자비하게 착취하고, 무책임하게 자연에 버린다. 까마득한 과거와 달라진 요즘 날씨와 어릴 때 기대했던 바와 다르게 흘러가는 세계정세 등을 바라보며 앞으로 미래는 어떻게 흘러갈지 걱정했던 적이 이제는 하루 이틀이 아니게 되었다. ’지구가 망할까?‘라던가, ’아니, 망하는 건 인간일 거야‘라던가 무수히 많은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들 속에서 영국의 한 과학저술가는 미래에 인류는 어떻게 멸종할지에 대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풀어냈다. 헨리 지의 『인간 제국 쇠망사』라는 책으로.

인간의 힘이 이 정도로 커진 건 공룡밖에 없었다고, 헨리 지는 공룡과 마찬가지로 인류에게도 파멸만이 기다리고 있음을 지적하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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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생물종이 자기 구역의 모든 경쟁자를 물리치고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되면,

그 즉시 포기를 모르는 새로운 적과의 (패배가 예정된) 길고 고된 싸움이 시작된다.

그 새로운 적은 바로 이 땅, 지구이다.

일단 정상에 오르면 그다음에는 내려오는 길만이 유일하고,

─ P.15

무수히 많은 사람 과에서 호모 속에서 지금 인간은 진화하고, 모여서 생활하며 살아남았다. 헨리 지는 인류 생존의 역사에서 우리는 늘 희귀한 존재였음을 말하며 동시에 그렇기에 우리는 갑작스러운 재난에 대응하기 어려운 존재라고도 말한다. 거의 모든 인류가 번영했을 당시에는 그저 행복했을 뿐 전혀 몰랐겠지만 말이다.

헨리 지는 인류 쇠락의 과정을 설명하는 첫 단추로 ’농업‘을 이야기한다. 이만큼 풍족한 시기가 없을 텐데 하는 의문은 페이지를 넘길수록 풀릴 것이다. 필요에 의해 성장한 농업 기술은 식단의 다양성 감소와 현대인의 질병으로 이어지 자본주의는 식량 수급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마찬가지로 자본주의의 결과이기도 한 기후 쇼크의 잦은 발생은 식량 불안정을 낳아 기근을 맞이하게 될 거라는 예측이다.


/

전쟁, 역병, 기아라는 삼중고가 유스티아누스의 백성들을 괴롭혔고,


이어 여전히 창궐하는 감염병과 기생충을 이유로 꼽는다. 의학 기술이 과거와 비교했을 때에는 당연히 뛰어나게 발전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 때 그 어떤 나라도 갑작스러운 출현에 적절한 대비를 하지 못했음을 언급하며, 알 수 없는 전염병 사태가 미래에 발생한다면 인구는 또다시 큰 피해를 입으리라는 전망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드는 의문이라 하면, 특정 국가에서는 여전히 인구수가 증가하는 것 같은데, 왜 우리는 멸망으로 가는가이다. 헨리 지는 여성의 인권이 성장한 것과 남성의 정자 수가 아예 반토막이 났다는 데이터를 들며 인구 감소는 예정된 수순임을 말한다.

기후 변화라는 이유까지 더해 5가지 근거를 바탕으로 저자는 우리가 망할 수밖에 없음을 설명한다. 하지만 그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고 다만 지금까지의 행보를 그대로 이어갔을 때의 모습이라고 말하며 앞으로 우리가 종말에서 탈출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안한다. ’인간, 뭐 망하든지‘라고 스켑티컬하게 생각해도 이 해결책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피부로 망했음을 느낀 자 이 책을 읽어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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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지식인 - 아카데미 시대의 미국 문화
러셀 저코비 지음, 유나영 옮김 / 교유서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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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교유당 서포터즈로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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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사에 중대한 의미를 갖는 문제'에 대한 진실을

'그 문제에 대해 뭔가 해낼 수 있는 대중'에게 알리려고 노력하는 것이

지식인의 책무이다.

─ 『지식인의 책무』, 노엄 촘스키

1987년, 한 작가가 미국 공공 지식인의 소멸을 지적하고 젊은 지식인들이 어떻게 사라졌는지 낱낱이 해부한 책을 공개한다. 이 문제작은 적어도 많은 교수들을 자극한 것은 분명하다. 지식인과 구별되는 학자와 전문가, 책의 어떤 부분이 그들을 분노하게 만들었을까?

그 문제작은 러셀 저코비의 『마지막 지식인』이다.

지식인이란 무엇인가?

오늘날 지식인이라고 했을 때, 우리는 주로 똑똑하거나 많이 아는 사람 정도를 많이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지식을 가지고만 있는 것은 중요치 않다. 노엄 촘스키가 말한 바와 같이 그 지식을 대중에게 알리려고 노력하는 것까지 지식인이 갖춰야 할 소양이다.

러셀 저코비가 책에서 이야기하는 사라진 '지식인'도 대중에게 말을 거는 지식인을 말한다. 대중적 언어로 교양 있는 독자들을 상대하고, 공공의 삶을 살찌우는, 도시의 거리와 카페에서 성장한 그런 지식인 말이다.

저자는 이러한 상실의 문제를 젠트리피케이션과 교외화, 학계의 출세주의 등의 각도에서 분석한다.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도시 보헤미아의 임대료가 오르며 기존 지식인들은 교외로 밀려나며 쇠퇴하게 된다. 교외로 밀려난 이들의 이동 수단은 자동차가 되고, 점점 서로 간의 접점이 사라지며 공적 담론이나 토론, 충돌, 비판의 기회는 줄어든다는 설명도 함께 덧붙인다.


/

전화가 편지를 대신하고 카페가 학회로 대체되면,

이 변화는 사고 자체에도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보헤미아가 퇴조하면 단지 도시 지식인과 그 독자들뿐만이 아니라

도시의 지성도 따라서 퇴조한다.

카페 사회는 아포리즘과 에세이를 생산하고,

대학 캠퍼스는 논문과 강의를 생산한다.

─ P.062

대학을 반드시 가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가 이미 형성되었을 때 나고 자란 나에게 대학에 대한 저자의 의견은 신선하면서도 충격적이었고 또 깊게 와닿기도 했다.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대학이라는 틀 바깥에서 활동하는 저널리스트나 프리랜서 작가가 경제적인 타격을 받기 쉬운 사실을 체념하듯 서술하는 것처럼 많은 지식인들이 대학으로 간 까닭에 경제적인 부분도 없지 않았음을 이야기한다. 어빙 하우는 안정적인 집필 환경을 제공해 주는 대가로 대학이 지식인을 흡수하자, 그들은 전통적인 저항 정신을 상실할 뿐만 아니라 지식인으로서의 기능 역시 중단했음을 지적했다. 그 결과 오늘날 지식인은 전문적이고 배타적이게 되었고 점점 그들끼리 고여버린다.

책은 미국의 지식인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대화나 논의가 아닌 타이틀과 출세를 중요시하던 한국의 사회상과도 겹쳐 보이지 않는가? 대학 바깥에서 지적 생활을 영위한다는 생각이 부재하는 사회에서 독서율이 하락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처럼 느껴진다. 뒷날개에 광고로 실린 리처드 호프스태터의 『미국의 반지성주의』가 눈에 들어왔다. 저자는 책의 2000년판 서문에서 일부 평자들이 그의 의견을 반지성주의적 요구로 취급했음을 언급하지만, 책을 읽으며 지식의 공공성을 잃어버리는 것 역시 반지성주의로 가는 길이기도 하지 않나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반지성주의의 부작용을 생각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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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은 내 빈 심장에 끼워둘게 교유서가 시집 5
송하얀 지음 / 교유서가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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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교유당 서포터즈로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교유서가 시집의 디자인은 대체로 담고 있는 시의 느낌을 잘 보여준다. 소후에 시인의 『우주는 푸른 사과처럼 무사해』는 푸른, 초록 사과의 이미지가 연상되고, 원성은 시인의 『비극의 재료』는 붉은 표지만큼 붉은 단어들을 시 속에서 종종 마주칠 수 있었으니.

교유서가 시집 5번째로 출간된 송하얀 시인의 『그 책은 내 빈 심장에 끼워둘게』를 이번 교유당 서포터즈 마지막 지정도서로 받게 되었다. 표지는 깊고 어두운 남색 바탕 위에 시퍼렇게 차가운 서릿빛 글씨가 올려져 있었다. 하지만 시집은 차가운 첫인상과는 달리 읽는 사람의 분노를 뜨겁게 자극하며 시작한다.

[1부] 아무도 모르는 바깥의 유령아

”읽기 전에 심호흡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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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나의 팔 안쪽 살을 만진다

똑바로 닦아

너 같은 애가 청소 시간에 주저앉아 하혈을 했어

깨끗한 바닥을 더럽혔어

─ 『청소 시간』

「청소 시간」이라는 시를 보며 중학생 시절이 문득 떠오른다. 요즘도 누군가의 일상에 매 순간 폭력이 비집고 들어올까, 교실 밖에 나온 지금도 종종 이름조차 모르는 타인이 말을 마구잡이로 휘두를 때가 있는데, 없어질 리가 있으랴.

1부에서는 일상에서 타인의 폭력을 포착해 산문 형식의 시로 표현한 시가 많이 등장한다. 운율을 강조하던 전통 시 형식에서 보다 자유로운 시 형식이 등장하게 된 역사는 짧지 않으니 이에 문제는 없으나, 문득 의문이 들었다. 오늘날 우리는 폭력을 과연 간결한 시로 압축할 수 있을까 하고.

이어 등장하는 「오버타임」이라는 시는 타인의 따가운 말과 행동에 어느새 무뎌진 우리들의 초상을 보는 듯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는 찰나 끼어드는 손목들. 문을 열어주던 때와 아무리 두드리고 욕설을 퍼부어도 문을 닫아버리는 태도의 간극에는 나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있고, 화자는 무심한 듯 아침에는 잘린 손목을 밟고 가야 할 길을 나아간다. 곱씹을수록 점점 남의 이야기가 아니게 되어버리는 시들.

[2부] 내일은 더 산산조각으로

2부에서 가장 눈에 밟히는 키워드는 엄마에 대한 애증이었다. 시인은 왜 엄마를 그토록 죽여야 했을까,라고 하지만 나도 엄마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종종 생각했었다. 나와 같은 상황이 혹시 시인에게도 있었을까, 어떤 폭력 앞에서 엄마와의 연대가 불가능했던 순간들이. 시의 공백을 눈으로 어루만지며 생각에 잠긴다.

시의 언어로 그려진 타인의 폭력과 싸늘한 현실에 분노하게 되다가도 시집은 가끔 연대와 저항이 느껴지는 시를 보인다. 광장에는 천막에 앉아있는 우리들과, 그곳에 살며 속마음을 편하게 드러내는 소녀들, 친구들이 있다. 그렇기에 시인이 표현한 이 세계는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애증처럼 아이러니한 세상.

또다시 서평보다 감상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시집 말미에 실린 최진석 문학평론가의 해설보다 서평을 더 잘 쓸 수 있을까. 아무튼 이 주절거리는 감상의 마무리는 지어야겠다.

시인은 어떤 삶을 살아온 걸까, 어떤 장면을 목격했던 걸까, 식은 피로 쓰인 뜨거운 시와 최진석 문학평론가의 해설을 읽으며 송하얀 시인이 시의 언어로 폭력을 이야기하지 않는 세상은 과연 올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

시집 한 권이 뭐라고.

시집은 고통의 기록이지.

─ 「단성생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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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과 이야기 - 에세이와 회고록, 자전적 글쓰기에 관하여
비비언 고닉 지음, 이영아 옮김 / 마농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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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마농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상을 받거나 기관을 통해 등단하지 않아도 작가가 되어 자신만의 글을 쓰고 책을 낼 수 있는 시대가 왔다. 혹시 이러한 흐름을 보며 당신도 자기 자신만의 글을 쓰기로 결심하진 않았는지. 그렇다면 비비언 고닉의 『상황과 이야기』는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한다.


​『상황과 이야기』는 미국의 비평가이자 에세이스트, 독보적 글쓰기를 자랑하며 작가들의 작가로 불리는 비비언 고닉이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을 바탕으로 자전적 글쓰기와 읽기에 대한 책이다. 비비언 고닉은 이 한 권의 책에 자신이 발견한 논픽션 글쓰기의 필요한 요소들을 정리한다. 조지 오웰, D. H. 로런스, 조앤 디디온, 마르그리트 뒤라스, W. G. 제발트 등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에세이를 꼼꼼하게 분석하며 자신이 발견한 것들을 독자에게도 보여준다.

자신이 잘 모르는 바를 쓰려 했던 D. H. 로런스의 에세이 「여성은 변하는가?」를 인용하며 소설가로서는 타고났지만, 여성을 이해할 마음이 없는 글을 봤을 때 훌륭한 에세이스트는 아니라고 지적하고, 편두통에 관한 조앤 디디온의 에세이 「침대에서」를 인용과 분석을 반복하며 디디온이 편두통에서 길어낸 한 조각 진실과 글에 존재하는 디디온의 흔들리는 페르소나를 포착한다.

회고록을 다루는 장에서는 "인생을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칭찬받을 수 없다"는 프리쳇의 문장을 인용하며 좋은 사례가 되는 글들을 역시 소개하고 분석한다. 저자는 모범적인 회고록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명확히 던진다고 하며, 삶의 고유한 사건에서 단 한 조각의 자각으로 자기 자신을 깊이 있게 탐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은 독자에게 에세이와 회고록에 관해서도 많은 것을 알려주지만, 개인적으로 글쓰기에 있어 한 가지 구원받은 부분이 있었다. 바로, 논픽션 페르소나를 통해 정직과 솔직을 분리하기.

대학생 시절, 한 교수님이 수업 시간에 항상 정직하게 말하고 행동하라고 따끔하게 조언한 적이 있었다. 너희들은 과제를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거라고. 그리고 그때의 말은 언령[言靈]처럼 작용해 대학을 그만둔 지금까지도 내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다만 때때로 정직이 아니라 지나치게 솔직해져야 한다는 강박이 되어 글쓰기에서도 종종 어려움을 느낄 때가 있었다. 비비언 고닉은 민낯이라는 원료에서 논픽션 페르소나를 빚어내는 것을 책을 시작하기에 앞서 권한다. 상황에서 거리를 두고 이야기를 끄집어내라는 그의 조언은 무조건 (정직이 아닌) 솔직해야 한다는 족쇄에서 나를 해방시켜 주었다. 어쩌면 나와 같은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모든 삶이 다르듯, 모든 자전적 글이 똑같을 수 없으니 저자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논픽션 글들을 한 편 한 편 분석하지만, 맺음말에서 저자는 '글쓰기를 가르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고백한다. 책 역시 작법서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거리 두기의 기술과 상황을 통해 경험과 서사와 지혜를 찾아내는 방법, 스스로에게 질문 던지는 법을 배우는 것만으로도 나의 글이 흘러갈 방향이 보일 것이다. 책을 통해 저자가 에세이와 회고록 읽는 방법을 보고, 자전적 글 읽기의 즐거움을 더불어 얻어 가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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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브레인 욕망을 설계하라 - 소비자의 심리를 움직이는 17가지 행동과학 법칙
낸시 하허트 지음, 송보라 옮김 / 더퀘스트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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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길벗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이 책은 다소 개인적인 이유로 꼭 읽고 싶었다.

'마케팅'이라는 한정되고 전문적인 분야의 책을 선택한 계기는,

바로 엊그제 출판 마케터가 되고 싶다고 결심했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물건을 파는 마케팅의 역사는 꽤 오래되었다. 시장과 교역이 생기며 고대 폼페이에서는 벽마다 홍보 광고가 그려져 있었고, 상행위가 꾸준히 이어지며 20세기 초에 대학에서 마케팅 강좌가 개설되며 학문 분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 세상을 바라보면 정석적인 커리큘럼을 따라가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흐름은 거세고 종잡을 수 없다. '두쫀쿠'가 가고 '버터떡'이 오는 것처럼 까닭 없이 무언가가 유행하는 시대에 마케팅이란, 그저 운 좋게 유행의 기류에 탑승하기를 바라는 것만이 정답일까? 마치 기우제를 매일 지내는 제사장처럼 말이다.


3년간 서평단을 하며 책 읽고 책에 대해 즐겁게 이야기하는 건 좋아하게 되었지만, 마케팅 자체는 문외한인 탓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걱정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데 선택지는 너무 많고, 여러 가지 고민이 있던 차에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마케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겠다면,

고개를 들어 낸시 하허트를 보라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먼저 사과를 드리고 싶다. 살면서 처음 읽은 마케팅 책이라 비교 군이 없다. 하지만 장담컨대, 시작은 무조건 이 책으로 해도 좋다. 200개가 넘는 마케팅 관련 상을 수상하고 주요 마케팅 콘퍼런스의 단골 연사로 활동해 온 낸시 하허트의 『마케팅 브레인 욕망을 설계하라』가 지난 3월 13일 더퀘스트를 통해 출간되었다.


낸시 하허트는 이 책에서 오랜 역사 동안 축적되어온 심리학과 행동과학, 그리고 무수히 많은 구체적인 사례들을 바탕으로 17가지 마케팅 법칙을 정립한다.


/

마케터는 사람들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접할 때

구매의 감정적, 이성적 이유를 모두 수용한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 P.35


결국 결정은 사람이 한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심리와 행동을 자극하게 만드는 건 중요하다. 낸시 하허트는 그녀만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공개한다. 속된 표현으로 '홍대병'이라고도 하는 비주류 취향을 갖고 있는 나조차도 마케팅에 걸려 지갑을 열 때가 종종 있었음을 책으로 확인하면서 신뢰도가 더 깊어진다.


책 속에서 언급된 구체적인 사례들은 내가 하고 싶은 출판 마케팅과는 관련이 없는 경우가 다소 있기는 했지만, 사례를 훑으며 책이라는 분야에서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상상하게 만든다. 또 이론적인 부분을 살펴보는 동안 북스타그램을 하며 보았던 출판사의 마케팅적 활동이 종종 떠오르기도 했다.

「3장, 희소성」에서는 '사람들은 가질 수 없는 것을 원한다'라고 한다. 「9장, 정보 격차 이론」에서는 사람들이 새로운 것에 끌려 하는 점을 주목한다. 새롭고 가질 수 없는 것, 출판업에서는 한정판 리커버가 사례라고 본다. 「5장, 사회적 증거」에서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하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따라 한다'라고 설명하는데, 곧바로 인플루언서가 떠오르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개인적인 목표 탓에 출판과 연결 지어 책을 읽게 되었지만, 이 책은 그 어떤 분야라도 적용 가능한 행동과학 기반의 마케팅 법칙을 알려주고 있다. 실제 트렌드·광고 사례들을 보다 보면, 저마다 속한 분야에서 어떻게 적용할지 아이디어가 샘솟지 않을까. '뭐든' 잘 팔고 싶은 초보 마케터라면 반드시 집에 구비해 두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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