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귀고리 소녀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양선아 옮김 / 강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읽어보기 전에는 로맨스 소설일줄 알았는데

읽어보니 로맨스가 아니다.

소설은 그리트가 겪는 여러가지 사건과 감정을 축으로 하고 있으며

베르메르에 대한 애정도 그리트의 여러가지 감정 중 조금 중요한 감정 정도로 느껴진다.

로맨스보다는 잘 구현된 17세기 네덜란드의 삶과 예술이 더욱 즐거운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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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권택영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평점 :
절판


어떤 사회적 함의없이 순수하게 미적인 감각으로만 읽었으면 하는 것이

 - 작가 본인이 쓴 '롤리타라고 제목이 붙은 책에 관하여'에서 이야기하는- 작가의 마음이라면

나는 작가가 원하는대로 책을 읽어준 셈이다.

오직 욕망의 이야기로 받아들이며 그 생생함에 심취했다.

롤리타는 무언가 지루한 것 같으면서도 결국은 다른 책들 사이에서 이 책을 집어들어

끝까지 읽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

 

그 느낌은 주인공 험버트의 착 가라앉고 우울하면서도 끊이지 않는 욕망과도 닮아 있다.

사회가 금한 관계 즉, '아이'에게서만 애정과 욕정 -이 경우 분리되지 않지만- 을 느끼는 험버트.

하지만 그의 비극은 사회가 뻗쳐오는 통제의 손길이 아니다.

그는 그 손길을 피해 미국의 도로를 타고 끝없이 도망쳤고

피로와 의심으로 흠뻑 젖었을지언정 도망에 성공하고 있었다.

그의 좌절은 바로 그의 애정의 대상인 롤리타의 외면이라는

매우 간단하면서도 극복할 수 없는 이유로부터 비롯된다.

더구나 사랑스러운 롤리타가  험버트가 아무리 노력해도 얻을 수 없었던 그녀의 애정을 보내는 이는

험버트가 생각하기에 너무나 역한 인간이다.

 

사회가 인정하지 않는 영역에서 험버트는 질투와 분노를 폭발시킨다.

그렇다.

사랑과 실연과 상실과 질투와 분노.

사회가 인정하지 않는 영역에서 일어났을 뿐 너무나 고전적인 애정의 비극.

(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떠오를까?)

롤리타가 주는 또 다른 묘한 느낌, 무언가 어긋난 것을 읽고 있는 것 같은데

또한 무언가 지순한 것을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은 이로부터 기인한다.

금기와 고전적인 애정이 황금배율로 녹아든 이 작품은

둘을 하나로 만들어 우리에게 미를 선사하며,

우리는 이로써 금기의 안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마음 속에서 넘어선다.

 

고전적인 사랑이 금기의 세계에 담구어져 재탄생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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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커 스타일 - 카가미 키미히코에게 어울리는 살인
사토 유야 지음, 주진언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와, 일그러져 있다.

항상 감탄하는 바이지만  일본인들은 일그러진 이야기들을 상품화시키는데 능하다.

책표지의 문구를 적어보자면 -

가족, 유괴, 살인, 오컬트, 강간, 감금.

이러한 소재들을 엮어서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다니.

난 읽고 나서 약간 질린 느낌을 받았는데 일그러짐으로 점철된 책 한 권을 꿀꺽 삼키기에는

그래도 내 마음의 하늘에 빛이 비추고는 있기 때문인 듯 하다.

하지만 반대로 끝까지 읽어내려갈 수 있었던 것은 마음의 거리에 자욱한 안개 탓이기도 하니까

일그러진 기분 속으로 침잠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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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어보니 콜필드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어

희망과 가능성들이 낭떠러지로 떨어지지 않도록 지켜주는데서 생의 아름다움을 느끼던데.

 

나는 삶의 아름다움을 어디서 찾고 있는가?

아니, 삶이 아름답게 보이기는 하는가?

즐겁게 느껴졌던 적은 있었지만 아름다웠던 적은 없는 것 같다.

 

삶을 아름답게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까?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며 삶의 아름다움을 느낄까?

그렇다면 삶이란 단지 회상될 때에만 아름다운 것이다.

 

사람과 삶은 키보드 위에서 단지 키 하나 차이에 불과하다.

그리고 현실에서도 그만큼 유사하다.

그럼 아름다운 삶이 없다는 것은 아름다운 사람도 없다는 이야기인가?

 

글쎄,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생의 찬미,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자신의 가치를 빛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나에게 꼭 그렇게 삶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문득 전혀 읽지 않던 인생담들이 읽고 싶어진다.

 

질문을 바꾸자.

나는 무엇으로 나의 삶을 아름답게 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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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3
J. D. 샐린저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일기 전에 들었던 명성에 비해서는 조금 감흥이 미약하지만

50년대라는 시대를 생각해보면,

그리고 내가 이 책을 청소년기에 읽었다고 가정한다면 그 명성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누군가 나에게 우울증이란 상황을 사실 그대로 보는 것이라고 말해주었었다.

그게 심리학적으로 정말인지는 상관없이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다.

그냥 산다고 하는 것이 그리고 그러다가 죽는다고 하는 것이 어느모로 보면 상당히 우울하지 않은가.

 

작품 전체에 드리워진 사회와 인간에 대한 콜필드의 냉소적인 시선 또한

단지 상황을 사실 그대로 본 것뿐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최후에 삶을 아름답게 보게 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콜필드는 호밀밭에서 뛰놀고 있는 아이들이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파수꾼이 되고 싶어한다.

그것은 어른 아닌 아이들에게서 지켜줄 가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그러한 아이에는 자신의 여동생이 포함된다.

여동생이 회전목마를 타고 있는 것을 보며 그는 삶에 대한 아름다움을 느낀다.

 

아마도 아이란 희망 그리고 가능성이겠지.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삶은 아름다워지기도 한다.

 

사회에 대한 냉소적 비판

그리고 대책없고 이유도 모르는 희망.

나의 청소년기에는 딱 괜찮았을 책인데

다른 이들에게는 어떨런지?

한 번쯤 권해주고 싶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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