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읽은 2작품이고 그런 방향으로 리뷰도 올렸건만

한켠으로 사족을 붙이고 싶은 마음이 있어 이렇게 페이퍼로 빼내본다.

 

스타더스트의 경우, 별 아가씨 이베인의 운명이 맘에 걸린다.

그녀가 지상으로 떨어진 것은 자의도 타의도 아닌 우연이다.

그리고 그 우연은 그녀를 영원히 지상에 묶어버리고 만다.

설령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손 치더라도

그것은 지상으로의 추락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전제로 하고 얻은 행복인지라

슬픔을 덮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더구나 사랑이라는 것 또한 그녀가 거스르기 힘든 맹약의 힘을 어느정도 빈 것이다.

그녀가 내릴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너무 좁아서 행복해도 행복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뭐랄까, 빈국에서 부모님이 팔거나 납치되어 타국으로 넘어오게 되었고,

브로커에 의해 결혼까지 하게 되었는데

그 남자가 괜찮은 사람이어서 알콩달콩 살았더라 같은 이야기라는 느낌이다.

'지금 여기의 세계사'에는 모 국가에 아직도 존재하는 납치혼을 취재한 에피소드가 실려있다.

납치혼을 하였지만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부부의 모습을 보며

기자가 약간 혼란스러워하는 대목이 있는데

스타더스트를 읽고 내 느낌이 그렇다.

물론 별아가씨의 추락은 어떤 악의에 의한 것도 아니고

사랑을 이루는 과정 또한 납치혼하고는 비교할 수 없음에도 그렇다.

 

그냥 행복에 감정이입해서 즐겁게 읽었지만

또 조금 다르게 읽으면 뭔가 꺼끌꺼끌한 느낌이 남는다.

 

테메레르의 경우, 드래곤들의 번식방법이 맘에 걸린다.

6권까지 출간예정이라고 하니 후편에서 어떤 설명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1권에서는 드래곤의 번식이 그런 형태인 것이 설명이 되지 않고 있다.

그러니까 드래곤들의 번식과 사육이 인간에게 맡겨져 있는가 하는 의문이다.

 

그렇게나 강하고 현명한 용들이지만 교배를 통해 품종이 개량된다고 할 정도로

인간에게 번식이 맡겨져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쉽게 두 가지 추측이 떠오른다.

 

첫번째는 드래곤의 품종에 대한 기록 중

가축을 해치기에 농부들에게 사냥당했다는 어떤 종의 설명이 나온다.

인간이 결국은 드래곤보다 강한 무력을 가지고 있고,

드래곤들은 자신들의 번식과 사육 - 이후 이어지는 드래곤의 활용 - 을

인간에게 맡기고 대신 생존을 얻은 것이라는 추측.

 

두번째는 테메레르에서 드래곤의 특성인 자신의 파트너에 대한 전폭적인 유대를 이용하여

인간이 파트너인 드래곤뿐만 아니라 그 알에 대해서도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다는 추측.

 

물론 이러한 부정적인 추측말고도

전혀 다른 각도의 이유, 평화롭고 애정으로 가득찬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런 경우에라도 드래곤들의 종족적 자율성이

인간의 손에 맡겨져 있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한 종족이라는 관념은 있는 것 같은데

국적으로 나뉘어 전투를 벌이는 드래곤,

그러나 사실 드래곤은 국가와 무관하고 단지 파트너를 따르고 있을 뿐이라고

작품 내에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알이 인간의 손에 맡겨져 있고

태어나서 파트너가 되는 인간이 안장을 얹고 사육하게 되며

그 파트너와의 유대 때문에 전쟁에 나선다는 것은

인간에게 드래곤이 이용당한다는 느낌이 든다.

 

또 이상하게 예를 들어보자면

인간과 드래곤의 좋은 관계란 마치 지배국 국민에게 인정받는 피지배민족 엘리트랄까.

'자, 하세가와 상. 김 상은 조선인이지만 정말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고

무엇보다 나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인간적인 친교를 맺고 있다네.'

쯤의 대화를 떠올릴 수도 있는 것이다.

역시나 조금 다르게 읽으니 꺼끌꺼끌하다.

 

두 작품을 즐겁게 읽어놓고서는 이렇게 사족을 단다.

하지만 목으로 부드럽게 넘어가지 않고 걸려 있으니 나로서는 별수가 없다.

어떤 면에서는 고개 갸웃할만한 부분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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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 2007-08-24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테메레르에 대한 님의 여러가지 궁금증은 2권에서 해소될 겁니다. ㅋㅋ
2권은 9월 안에 출간된답니다. ^^

Textian 2007-08-25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월이면 머지 않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