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하는 친구를 도닥도닥 달래고, 앞으로의 계획을 같이 이야기 하고 나서
걸어나오는 삼청동길이, 그 밤길이 예뻤다.
쭉 이어진 좁은 길과, 적당히 늦은 밤 쌀쌀한 공기와 모처럼 드문 인적.
간만에 차분해진 마음. 오랜 친구.
완벽하게 어우러진 이것들이 모처럼만에 마음을 훈훈하게 하였다.
그 길이 이렇게 예뻤던 적이, 그 마지막이 그와 함께였던 기억이다.
이토록, 긴 이별. 언제쯤 끝날까.
드라마에서 1년간의 연애를 마치고 긴 이별을 이야기 하는데 나의 4년은 언제쯤 흐릿하게나마 지워질까.
드라마를 보며 울고 또 울었다. 연속해서 계속 보면서 자꾸 눈물이 났다.
왜? 후회되는 건가?
나도 그 순간으로 돌아가서 다시 그게 아니라고 말하고 붙잡았어야 하는 건가.
그 때 그렇게 보내지 말거나, 3월에라도 걸려온 너의 전화를 받았으면 돌아오는 2월에 네가 결혼하지 않았을까.
드라마와의 차이는, 그 남자 주인공은 드라마 답게 끝까지 여자를 사랑하거나 혹은 애틋한 마음을 품었다는 것이고
우연하게 연애가 끝.이 나고 다른 여자를 만났다는 것인데
현실의 너는 연애를 끝내지 않고도 다른 사람을 만났다는 것이고 쌩하니 돌아서서
나의 마음이 어떻고간에 너에게 다시 돌아갈 수도 없이 기회도 없었다는 것이지.
나에 대한 마음은 어디 품을 새도 없이 너는 결혼 준비니 상견례니 그리고 신혼이니 하는 것으로 바빴을 것이고.
왜이렇게. 길게. 미련하게.
그래, 언제나 돌아보면 나의 잘못이다.
후회라고 한들. 돌아갈 수도 없는데. 후회인지도 모르겠고 사랑인지도 모르겠고. 그 무언들 어찌할 수도 없는데
생각해서 또 무엇할까.
이 좋은 날씨에, 이 봄에.
혼자 이런 마음으로 눈물 흘리고 있는 것도 지겹다.
모르겠다.
똑똑한 척 친구에겐 잔뜩 설교해 놓고 행복해져라, 해 놓고 와서는 이모양으로 요러고 있으니.
드라마의 해피엔딩은 언제쯤 나에게 오나.
제발 좀 와 주라. 정말. 행복해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