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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다음날 약속이 있는데, 1시에 잡고서 삼십분만 읽어야지 하던 것을
다섯시까지 붙들고 있어버렸다. 결국 오늘 k와의 약속은 파토^^;;
공지영 류.의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무언가 감상적이면서 아름다운. 그런 건 별로-.
그래서 이 소설이 가족간의 사랑 이야기 겠네 하고 지레 생각하고 읽지 않을랬지만
표지가 나를 잡았다ㅡ 뭔가 다른건가, 표지에 닥쳐라, 재수없어라라랄랄랄, 너가 너무 미워 진짜
싫거든 이렇게 써있었기 때문에. 일러스트도 맘에 들고. 원래 하던 걸로 잘 나가는 사람의
다른 시도라. 그런 거라면 볼 만 할 지도 몰라 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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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내내 눈물콧물 바람에 숨을 쉬느라 가슴이 아팠다.
책상엔 휴지가 10cm은 쌓인 것 같았다.
이성이 아니라 감성으로만 책을 읽고 가까이 다가간 건 오랜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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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잘 쓸 수 있는 건, 자기 이야기라고 생각한다ㅡ
그 자신이라면 한가지 작은 순간에도 수백가지 생각을 하고 가정을 하고 또 후회를 하고,
온갖 철학을 동원하여 위로를 하고 지나치게 충분히 생각을 하게 되니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얼마나 많을까, 억지로 짜내지 않은 그 순수한 감정들.
자전적 이야기 인줄 몰랐는데- 작가 후기를 보고 알았고 공지영 이라는 작가를 다시 보게 되었다.
남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들과 살아가기 위한 힘이 책 속에 녹아있었으니까.
"남들은 엄마를 세번 이혼한 여자로만 보지, 세번 사랑한 줄은 몰라"
세번 사랑했다고 말하는 사람. 엄마, 열심히 사시는 구나. 하고 자긴 열심히 살았다고,
작가적 상상력에 대한 자존심이라며 분명히 소설이라고 말하면서도
수줍은듯 당당하게 자기 어필을 하고 있다.
공지영 엄마. 는 새로운 느낌이다.
문득 엄마되기가 썩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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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으로 웹서칭을 하다 위기철이 위녕의 아빠에 해당하는 사람이구나,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본인이 그것을 천박한 호기심으로 치부할 지는 몰라도
실제의 사람을 생각해보면 더 글을 가까이 이해가 된다.
아무리 작가가 노력한다 해도
인물의 묘사에는 한계가 있는 법인데, 실제 인물이라 하면 미쳐 말하지 못한
소설 속의 인상이 명확해져서 나름대로의 이해로 완성을 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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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즐거운 나의 집. 이란 책이 좋아졌지만 그 전의 작품을 읽기는 망설여진다.
자전적 소설이 가진 크나큰 장점을 내가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그녀에 대해 실망을 할까봐.
언제고 새벽을 지새운 이 책에 대한 흥분이 조금 가라앉을 무렵에
가볍게 다른 책을 들어 볼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