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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원리
차동엽 지음, 김복태 그림 / 동이(위즈앤비즈)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 인터넷 직거래 장터에서 물건을 구입했다. 전화로 서로 합의를 본 후 송금을 했는데 배송에서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판매자의 사정으로 인해 처음 합의본 것보다 배송시기가 늦어졌고, 배송방법 또한 달라져 예상보다 배송기간이 길어졌다. 가능한 빨리 받아야 했던 물건이었기에 3,4일이나 늦어진 배송기간이 신경쓰였고, 그 문제로 인해 말다툼이 생겼다. 서로 자신의 입장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상대의 잘못을 들춰내다 보니 양쪽 모두 마음이 상했고, 다행히 문제의 합의점을 찾아 마무리 된 후에도 그 흥분은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전화를 끊은 뒤 복잡한 마음에 울컥하다가 문득 옆에 펼쳐둔 책 속의 한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 당한 건 난데 왜 내가 용서해야 해? (『무지개 원리』 252쪽)
순간.. 뜨끔한 마음과 함께 찬물을 뒤집어 쓴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문제의 원인은 상대방이 물건 배송을 제대로 안했기 때문인데 왜 내가 미안하다는 말을 하며 사과를 했을까..라는 생각에 나름 억울했던 마음이 스멀스멀 기어오르고 있던 찰나 이 글귀를 본 것이다. 사실 이 일은 양쪽 모두 작은 실수가 있었고, 그 실수를 자신의 입장에서 정당화하며 사소하게 취급했기에 일어났던 일말의 소동이었다. 먼저 그걸 인정하고 조금씩만 양보했다면 기분 상하지 않고도 적절한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었을 텐데 서로 자신의 입장만을 내세우다 보니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다. 아직 내 마음의 그릇이 작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누군가를 용서한다는 것은 쉬우면서도 참 어려운 일이다. 작은 용서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큰 용서는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한다. 예수님은 원수를 일곱번의 일흔번이라도 용서하라고 말씀하셨지만 정작 우리는 일곱번 용서하는 것조차도 인색하지 않은가. 그러나 용서를 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누군가를 용서하는 것은 상대방은 물론 나 자신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라는 걸. 누군가를 미워하고 증오하는데 쏟던 마음이 그를 용서함으로써 자유로워진다는 것을. 오늘 나도 그랬다. 사실 용서를 하고 말고 할 상황도, 입장도 아니었는지라 그저 나의 잘못을 먼저 인정하고 상대방에 대한 원망을 거둬들이는 게 전부였지만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용서는 궁극적으로 미움에서 나를 해방시키는 일이다.
'하는 일마다 다 잘 되리라' .. 라는 아름다운 부제를 달고 있는 <무지개 원리>는 삶을 은혜롭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일곱가지의 법칙을 품고 있는 책이다. 그 개수가 일곱 개라서 '무지개 원리'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저자의 발상이 아름답다. 아마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삶의 원리라는 뜻도 내포하고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이 책의 저자인 차동엽 신부님은 일곱 개의 무지개 원리의 밑바탕에 성경의 내용을 기본전제로 깔고 있다. 그리고 그 위에 탈무드 속에 담긴 유다인들의 오랜 지혜인 '셰마 이스라엘'에 내포된 뜻과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된 인간의 뇌의 부위에 따른 기능을 접합함으로써 삶을 총괄하는 원리를 뽑아냈다.
또한 <무지개 원리>는 매 원리마다 폭넓은 인용을 통해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고 상세한 설명을 첨부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또한 그것들은 지은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보다 또렷하게 전해준다. 축복의 메시지로 독자를 맞이하는 책의 부제처럼 책 속에 담긴 일곱가지 삶의 원리는 우리로 하여금 행복하고 복된 삶을 누리는 길로 충실히 안내한다.
차동엽 신부님이 들려주는 일곱가지 무지개 원리는 다음과 같다.
1.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2. 지혜의 씨앗을 뿌리라.
3. 꿈을 품으라.
4. 성취를 믿으라.
5. 말을 다스리라.
6. 습관을 길들이라.
7.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
우리의 뇌는 논리적 사고를 지배하는 '좌뇌'와 감성적 사고를 지배하는 '우뇌', 그리고 좌뇌와 우뇌를 연결해 서로의 생각을 교환해주는 '뇌량'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기 자신의 영역을 주관하는 뇌의 세 부위가 골고루 발달되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저자는 각각의 뇌가 지배하는 영역과 무지개 원리의 자세를 일치시킨다. 또한 지은이는 오랜 세월동안 수많은 위인을 배출해낸 유다인의 교육 방법 중 '셰마 이스라엘(이스라엘은 들으라)'에 집중해 '마음과 목숨과 힘을 다하'여 사는 것을 진정한 삶의 자세로 보고 그 속에서 무지개 원리를 찾아낸다. 과학을 뜻하는 '뇌'의 구조와 믿음을 나타내는 '탈무드'가 조화를 이뤄 같은 삶의 법칙을 보여준다. 그에 보태어 마지막 '거듭거듭'이란 어구를 통해 찾아낸 법칙으로 무지개 원리를 마무리 짓는다.
무지개 원리 중 ①②번은 '좌뇌-논리적 사고'의 기능과 탈무드의 '힘(지성계발)을 다해'에, ③④번은 '우뇌-감정적 사고'의 기능과 '마음(감성계발)을 다해'에, ⑤⑥번은 '뇌량'의 기능과 '목숨(의지계발)을 다해'에 속하며, 마지막 ⑦번은 '거듭거듭'의 전인화에 해당된다. 위의 일곱가지 법칙이 뇌의 기능과 탈무드의 지혜를 융합시켜 찾아냈다는 것이 무척 흥미롭다. 과학적 원리와 과학으로 증명할 수 없는 믿음을 조화시켰다고나 할까.
나를 긍정하자. 긍정이 이끄는 생각의 힘을 믿자. 지혜의 말씀으로 내 삶의 씨를 뿌리자. 꿈을 품으며 그 꿈을 그려나가자. 내가 품은 꿈을 믿으며 그것을 향해 나아가자. 긍정의 말을 통해 내 마음을 깨우자. 내 삶을 변화시킬 습관을 만들자. 한계란 없으니 나를 가로막는 장해물에 절대, 절대로 좌절하지 말자..
<무지개 원리>는 이같은 일곱가지의 법칙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것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결국 하나의 원리로 통합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바로 '긍정의 힘'이다. 이것이 위의 법칙들 밑바탕에 흐르며 전체를 관통하는 정신이다. 나의 삶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그 꿈을 믿고 성취하기 위해 지혜의 말씀을 섬기며 말과 습관을 길들이고 끝까지 좌절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무지개 원리>를 통해 지은이가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일 것이다.
<무지개 원리>에는 위의 7가지 삶의 법칙 외에도 여러가지 삶의 지혜를 같이 품고 있다. 글의 처음에 언급한 '용서(관계의 치유)' 뿐만 아니라 '상처의 치유', '영혼의 치유'를 통해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들려준다. 또한 함께 행복하기 위해 서로를 축복하고, 항상 행복하기 위해 감사하며, 지금 이 순간 가장 행복한 때이니 그 행복을 사양하지 말고 누리자고 이야기한다.
일곱가지 무지개 원리의 바탕이 '긍정의 힘'이라면 이 책의 전반에 흐르는 정신은 바로 '나 자신을 사랑하기'이다. 자책감, 열등감에서 벗어나 자신감을 가지는 것과 상대를 용서하는 것, 서로를 축복하고 지금의 행복을 누리는 것은 모두 '나를 사랑하는' 행위에서 기인한다. 넓게 보면 긍정하는 자세 또한 나를 사랑하는 한 방법일 것이다.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한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는 모두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들이다. 그러니 나를 사랑하고 나를 믿으며 그 믿음을 향해 끝없이 나아간다면 마침내 꿈꾸던 삶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차동엽 신부님이 오랜 세월 동안의 연구 끝에 찾아낸 이 일곱가지의 법칙은 우리가 진정 바라는 길을 가도록 도와주는 삶의 자세이며, <무지개 원리>는 그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판 같은 책인 셈이다. 길을 갈 때 나침반이 가르킨 방향을 믿고 나아가 듯이 이 책이 제시하는 삶의 자세를 믿고 따른다면 어느새 훌쩍 성장한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진정 원하는 것이 있는가. 마음을 다하여, 목숨을 다하여, 힘을 다하여 구하라. 거듭거듭 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