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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 - 절망을 이기는 용기를 가르쳐 준 감동과 기적의 글쓰기 수업
에린 그루웰 지음, 김태훈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에 티비에서 스승의 날 기념 다큐를 본 적이 있다. 어려운 가정 형편의 탄광촌 아이들에게 '시(詩) 쓰기'를 통해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주셨다는 한 선생님에 관한 이야기였다. 힘든 시절에 꿈을 포기한 아이들은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선생님께 마음의 문을 열게 되었고, 선생님을 따라 시작한 '시 쓰기'를 통해 좌절 대신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탄광촌 꼬마 시인들이 자신의 삶을 바탕으로 지은 진솔한 시들은 함께 모아져 학급문고로 출간되었고, 그 경험은 한때 두려움 속에서 좌절하던 아이들에게 꿈을 선물해 주었다. 브라운관 안에서 이젠 훌쩍 커버린 꼬마 시인들이 어느새 고인이 되신 선생님을 떠올리며 흘리는 눈물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요즘을 두고 선생은 많지만 스승은 없는 시대라고 한다. 학교에는 여전히 수많은 선생님이 있지만 스승을 찾기는 힘들다. 슬프게도 선생이란 이름표조차 부끄러운 얼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는 건 위에서 언급한 탄광촌 마을의 선생님 같은 분들 때문이다. 그저 교과서 속의 지식만을 전해주는 선생님이 아니라, 자신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꿈과 아픔과 고민을 함께 나누고, 방황하는 손을 잡아 바른 길로 이끌어 주시는 선생님. 그런 분들이 아직 우리 주변에 있기에 그래도 세상이 아직은 따뜻하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싶다.
여기 또 한 명의 스승을 만났다.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의 에린 그루웰 선생님이 바로 그 주인공.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 위치한 윌슨 고등학교에 초임 국어 교사로 부임해 학교의 골치거리였던 문제아들을 훌륭한 자유의 작가로 만든 그녀. 학교에서 '문제아'로 낙인 찍힌 아이들을 편견과 오해없이 한 사람의 인격으로 존중했던 그루웰 선생님은, 아이들과의 수업을 위해 자비로 책을 샀고, 영화와 박물관 견학 등의 체험활동을 주최했으며, 방과 후 아르바이트로 그 비용을 충당했다.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사람들을 강사로 초빙하기도 했다. 보통 사람으로선 쉽지 않았을 그녀의 열정에 읽는내내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문제아'라는 낙인과 사람들의 편견으로 인해 점점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져드는 아이들에게 그루웰 선생님은 책읽기와 글쓰기로 그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삶의 희망을 전파한다. 처음엔 가시 돋힌 반응을 보이던 아이들도 점점 그녀의 헌신적인 교육에 이끌리기 시작했고, 그 결과 구제불능 문제아에서 꿈을 펼치는 당당한 인격체로 변화했다. 그리고 그 감동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많은 독자들에게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사실 이 책의 일기에는 우리가 쉽게 공감하지 못할 일들이 자주 등장한다. 어느날 친구가 갱들의 총에 맞아 죽고, 마약의 유혹에 빠져 삶이 황페해져 가고,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하거나 임신으로 인해 고민하며, 학교 내에서 인종별로 나뉘어 패싸움을 벌이며, 백인과 유색인 간의 인종차별이 여전히 행해지고, 교내 클럽의 새내기들은 선배들의 온갖 가학행위를 견뎌내야 한다. 처음엔 우리와는 전혀 다른 세상 이야기 같던 그들의 고민에 점점 공감하게 되는 까닭은, 총과 마약만 없을 뿐 이 땅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날이 심해지는 교내 폭력과 따돌림 등은 더이상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맞닥뜨리는 모양새와 크기가 다르더라도 아이들이 겪는 성장통의 무게는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연유로 그들의 이야기에서 우리 아이들의 고민과 아픔을 전해들을 수가 있을 것이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그루웰 선생님이 맡은 국어반 아이들의 일기를 모아 엮은 책이다. 처음 그루웰 선생님을 만난 1학년에서부터 졸업하기까지 4년간의 여정이 아이들의 일기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 기존의 선생님과 달리 열성적인 이 괴짜 국어 선생님을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거부감, 자신이 처한 처지에 대한 한탄과 원망, 희망없는 삶에 대한 좌절 등의 내용들로 채워졌던 일기들은 어느새 그루웰 선생님이 권한 책들을 읽으며 느낀 생각들과 책을 통해 깨달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며 다짐하는 내용들로 변해간다. 책읽기와 글쓰기가 비관적이고 자포자기였던 아이들을 어떻게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변화시키는 지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아이들의 마음에 불을 지폈던 두 권의 책 - <안네 프랑크의 일기>와 <즐라타의 일기>. 인종차별의 비극을 기록한 이 두 권의 책은 아이들로 하여금 세상에 무수히 존재하는 편견과 오해에 맞설 수 있는 힘을 전해주었다. 흑인이기 때문에, 남미계 미국인이라서, 또는 가난하기 때문에 자신은 실패자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아이들은, 이제 인종차별은 잘못된 것이며 우리는 피부색과 상관없이 사랑받고 존중받아야 할 똑같은 사람이라고 당당하게 외칠 수 있게 되었다.
자신감을 찾은 아이들은 자신들을 '자유의 작가'라고 지칭하고 고통받는 십대의 모습과 세상의 오해와 편견에 맞서는 의지를 담은 글을 썼고, 책으로 출판했으며, 그 책을 통해 그들의 목소리를 사람들에게 전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일기를 통해 사회에 존재하는 편견과 오해가 얼마나 부당하고 위험한 것인지 들려준다. 한때 문제아였던 아이들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작은 초석이 되고, 그 울림이 결국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으로 발전하는 모습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벅차게 만드는 감동을 전해준다.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는 열정을 품은 한 사람이 세상을(학교를, 각각의 아이들을) 바꿀 수 있다는 것과 책읽기와 글쓰기라는 행위 안에 얼마나 거대한 힘이 숨어있는 지를 또렷이 보여준다. 그리하여 교육이 이렇게 중요하다고 다시금 강조한다. 꿈도 희망도 없었던 슬램가의 아이들을 자신의 꿈을 향해 세상의 편견과 당당히 맞설 줄 아는 열정적인 작가들로 변화시킨 그루웰 선생님. 그녀같은 스승을 앞으로도 계속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한다. 더불어 인종차별 따위의 잘못된 편견들이 하루 빨리 이 땅에서 사라지기를 바라본다.
500페이지가 넘는 두께가 전혀 부담스럽지 않는 감동의 다이어리,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
오랫만에 가슴 벅찬 따뜻한 감동을 전해주는 책이었다. 별점 다섯 개가 아깝지 않다.
자유의 작가가 전해주는 감동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한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라는 장담과 함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