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7월1주)
트랜스포머2가 스크린을 다 잡아먹은 한 주를 보낸 가운데, 이번 주말에 새로운 영화가 개봉을 했다. 일단 개봉 영화에겐 얼마간의 스크린이 주어지는 형편이니 트랜스포머2에 질려버린 나같은 마이너리티에겐 개봉작 소식이 반가울 터! 하지만, 영화사들도 눈치껏 개봉일을 잡아야 하는 형편이라 헐리웃 초강력 핵폭풍급 영화 개봉 다음주에 개봉하는 무리수는 다들 피하고 보자인 마음인지라 개봉작이 달랑!!! 2편, 뿐이다.
그러나 어디든 틈새는 있는 법! <트랜스포머2>라는 골리앗이 전체 스크린의 절반을 넘게 점유해 버렸지만, 이미 그 영화를 봤거나 나처럼 아예 관심없는 사람들은 다른 영화를 찾게 마련! 그런 틈새를 노리고 이런 살벌한 시점에 개봉을 한 용감한 영화 2편을 살펴보자.

두 편 중 먼저 <킹콩을 들다>에 눈길이 간다. 개봉날이 잡히기 전까진 이런 영화가 있는 줄도 몰랐는데, 스포츠를, 그것도 역도를 소재로 한 영화라는 점이 마음을 끌었다. 이제껏 무수한 스포츠들이 영화의 소재로 사용되었으나 역도는 처음이 아닐런지. 게다가 가녀려 보이는 조안이 역도 선수로 분했단다. 조안과 역도라, 쉽게 조합이 안 되었지만 몇 컷의 영화 스틸 사진에 담긴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영화가 급궁금해졌다.
그래서 이 영화, 개봉날 보고 왔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리를 안타깝게 했던 사재혁 선수를 연상시키는 영화의 첫장면이, 매번 올림픽 경기 중계를 볼 때마다 떠올리는 씁쓸함을 다시 생각나게 했다. 그들이 그 자리에 서기 위해서 그동안 얼마나 땀 흘렸는지에는 관심도 없으면서 승자에게만 환호하고 오로지 금! 금! 금!! 메달의 색깔에만 집착하는 우리들의 모습이 영화의 첫장면에서 그대로 쏟아져 참 부끄러워졌다.
줄거리는 대충 이렇다. 올림픽에 출전했다가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은퇴한 이지봉(이범수)은 여러 곳을 전전하다 시골학교 역도 코치로 부임한다. 자신의 실패 때문에 역도를 하려는 아이들을 말리지만 아이들의 열정에 결국 마음을 열고 최선을 다해 소녀들을 지도한다. 그렇게 함께 만들어가는 감동 드라마도 잠시, 뜻하지 않은 역경에 부딪치게 되고 진심으로 제자를 위하는 이 코치와 그런 스승의 뜻을 받들어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소녀들의 모습이 관객들의 마음을 울린다.
솔직히 <킹콩을 들다>는 다소 좀 빤한 스토리의 뻔한 감동을 담은 영화다.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대개 그렇듯 <킹콩을 들다> 또한 어려운 환경을 이기고 빠지지 않는 악역들의 훼방으로 곤경에 처하지만 그런 역경을 이기고 성공으로 나아간다는 예측 가능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사이사이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들도 그리 신선하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재미와 감동, 웃음을 제법 맛깔스럽게 이어가던 영화는 후반부에 이르러 강도 높은 악역의 등장으로 갈등을 고조시키고 조금은 억지스런 상황 연출로 하면서 감동을 강요하면서 급격히 신파적인 면을 보인다. 초반의 즐거움을 후반까지 이어갔으면 좋으련만, 감동도 좋지만 너무 대놓고 울어봐!라고 하니 조금은 김이 빠진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나쁘지 않은 건 제자를 생각하는 선생의 진심어린 마음 때문이다. 자신이 가르치는 제자의 작은 부분까지 세심하게 살피고 신경쓰는, 그리고 그들의 꿈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것을 아낌없이 베푸는 멋진 조력자가 되어주는 스승의 마음, 그 진심이 뻔한 스토리를 이기고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더불어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실화 속 주인공의 이야기는 영화에 대한 나머지 감정까지 모두 순화시켜 버린다. 약삭빠른 이 시대에 진정 저런 분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이 세상은 살아갈만한 곳이 아닐까. 영화보다 더 진한 감동을 남겨주는 엔딩 크레딧이었다.
더불어 이범수와 조안을 비롯한 출연 배우들의 연기 또한 좋았다. 근육질의 몸을 자랑하며 첫장면에서 역기를 번쩍 들어올리는 이범수도 멋졌지만, 무엇보다 화장기를 걷어내고 늘어진 티셔츠와 추리닝에 얼굴에 버짐 분장까지 하며 역도 선수로 분한 조안의 연기는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예전에 드라마 <토지>를 잠깐 보다가 악녀 귀녀 역을 맡은 그녀의 연기가 기억에 남았는데, 이 영화를 통해 배우로 한 발 더 나아간 모습이 앞으로 기대를 갖고 지켜봐도 좋을 배우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녀와 함께 출연한 역도부원 소녀들 역을 맡으며 함께 땀흘린 배우들의 멋진 연기가 이 영화를 한층 빛나게 해준다.

영화 <언노운 우먼 : The Unknown Woman>은 내가 사는 작은 도시 그 어느 영화관에도 개봉하지 않는 영화라 영화사이트에서 처음 알았다. 포스터부터 심상찮은 이 영화, 대체 어떤 영화인가 싶어 봤더니 오홋! 그 내용이 화려하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세계의 호평과 감동을 이끌어낸 명작 <시네마 천국>의 두 거장 쥬세페 토르나토레와 엔니오 모리꼬네가 8번째로 만난 영화란다. 이번 장르는 스릴러라고.
The Unknown Woman은 직역하면 모르는 여자(갑자기 장진 감독의 <아는 여자>가 생각나는 이유는? ^^;), 알려지지 않은 여자 정도? 영화의 내용을 보면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자, 정도로 해석하면 될 것 같다. 보석상인 아다처 가에 들어가기 위해 기존의 가정부를 사고로 위장해 없애버리고 그 집의 가정부이자 딸아이 ‘떼아’의 유모로 취직해 주인 부부의 환심을 사려고 갖은 노력을 하는 이레나는 어느날 정체 모를 남자에게 쫓기게 되고, 주인 부부가 집을 비운 사이에 그들의 딸 떼아에게 잔혹한 훈련을 시키기 시작한단다. 과연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여자, 이레나는 누구일까?
<시네마 천국>의 감독과 세계적인 작곡가 엔리오 모리꼬네가 함께 했다는 빵빵한 배경을 갖고 있음에도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비주류인 유럽 영화이기 때문인지 <언노운 우먼>은 이번주 개봉작임에도 불구하고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개봉관조차 제대로 잡지 못한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관들이 돈 되는 영화에 스크린의 절반을 뚝 떼어줘 버린 터라 다른 절반을 남은 영화들이 모두 달려들어 나누다보니 피터지는 경쟁에 휘말릴 수 밖에. 그나마도 흥행력있는 영화들이 먼저 자리를 잡으니 이런 작은 영화들은 발붙일 곳이 없다. 어쨌거나 시놉시스를 읽다보니 궁금해지는데, 이곳에서는 개봉을 안 하니 궁금한 마음을 참을 수 밖에. 안타까울 따름이다.


<거북이 달린다>는 <트랜스포머>의 광풍 가운데서도 꿋꿋하게 살아남아 거북이처럼 끈질긴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좋은 영화는 관객이 알아보는 법!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게 봤던 영화였던 만큼 이렇게 질긴 흥행세로 롱런을 해주니 반가울 따름이다. 잘 짜여진 스토리와 능수능란한 연출, 배우들의 호연과 곳곳에 숨겨둔 웃음까지..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바로 <거북이 달린다>다. 아직 안 보신 분들은 어서 보러 가시라고 여전히 강추하는 작품!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다시 불을 지피며 역대 최대 스크린에서 개봉한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은 개봉 2주차에 접어들며 스크린수가 조금 줄긴 했지만 여전히 전체 스크린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며 엄청난 흥행세를 과시하고 있다. 원래 기대치도 있겠지만 볼만한 시간에는 죄다 이 영화만 상영하니 기타 관객들까지 모조리 흡수해버린 덕분이지만. 트랜스포머 태풍을 피해 개봉일을 잡은 다른 영화들 덕분에 <트랜스포머2>의 불붙은 흥행세는 아마 당분간은 계속될 듯하다.
7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하반기 기대작인 우리 영화 <차우>, <해운대>, <국가대표>, 8월에 <10억> 등이 대기중이라 흥행 판도가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물론 <트랜스포머2>는 뚜렷한 경쟁작이 없는 7월 중순까지 무한질주하며 충분히 주머니를 채우겠지만. 여튼 로봇들 말고 다른 영화들도 마음대로 골라볼 수 있는 날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