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야곱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
캐서린 패터슨 지음,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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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의 '에서와 야곱' 이야기를 읽었을때 에서가 참 불쌍하고 안됐단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 리브가도 야속하게 느껴졌다.  아무리 야곱이 더 예뻐도 그렇지, 에서도 자기 자식 아니겠는가. 물론 아버지는 에서를 더 좋아하긴 하지만, 남편을 속이면서까지 야곱을 위하는 모습은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장자의 특권도, 아버지의 축복도 받지못한 에서. 그의 인생에서 축복이란 없는 것 처럼 느껴진다. 하나님조차도 그를 미워했으니.

쌍둥이 언니 사라는 그런면에서 에서와 판박이 이다. 동생 캐롤라인보다 조금 일찍 태어난게 '자신이 살면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순간'이라고 말하는걸 보면 그렇다. 몸이 약하게 태어난 캐롤라인은 온 가족의 관심을 받았지만, 건강하게 태어난 사라는 그렇지 못했다. '넌 착한 아기였어. 단 1분도 걱정하게 만들지 않았단다' 라는 엄마의 말이 사라를 더 슬프게 했다. 아버지도 사라를 아들처럼 거칠게는 아니더라도, 분명 캐롤라인과는 다른 방식으로 대했다.  

바닷일은 남자의 일로 여겨지는 섬 분위기에서 사라는 아버지를 따라 게를 잡는 등 열심히 돕는다. 부모님은 집에 보탬이 되는 사라에게 언제나 고마워 하고, 사라도 그 점을 자랑스러워 한다. 하지만 사람들의 모든 관심은 사라가 아닌 캐롤라인에게 쏠렸다. 피아노, 노래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이자 부모님은 성악 레슨에 드는 교통비를 지원했고 재능을 키워주었다. 사라는 그런 동생이 자랑스러우면서도 한켠에선 서운함과 질투가 쌓이기 시작했다.

캐롤라인이 드라마 여주인공 이라면  사라는 행인1 이나 마찬가지였다. 사라 본인은 그렇게 생각했다. 농담도 제대로 못 알아듣는 콜 만이 유일한 친구였고 학교 생활도 재미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오래전 이 섬에서 살았던 월리스 할아버지가 오면서 콜 외의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게 된다. 처음엔 독일 간첩이 아닐까 했지만 얘기를 나누며 서서히 친구가 되어간다.  

하지만 선장 할아버지를 콜에게 뺏긴 듯한 기분을 맛보게 되고, 자신의 재능을 찾지 못한 실망감 등 최악의 일들이 연이어 벌어진다. 더 최악인건 선장 할아버지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고 그것을 할머니가 알아챘다는 것이다. 이런 사라의 마음을 알리없는 캐롤라인은 선장 할아버지에게 재혼을 생각해보라고 했고, 이번에도 캐롤라인에게 좋아하는 사람의 관심을 뺐겼다고 생각한 사라의 슬픔과 혼란스러움은 계속 된다.  

특히 선장 할아버지가 캐롤라인에게 좋은 일을 베푼 순간은, 사라를 더 절망하게 만들었다. 왜 모든 사람들이 캐롤라인에게 뭘 못해줘서 안달인걸까, 옆에 있는 나는 보이지 않는걸까? 선장 할아버지마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한 사라. 그 와중에 할머니는 "내가 야곱은 사랑하고 에서는 미워했다"라는 구절을 내뱉는다. 저주스러울 정도로 지독하게.. 

'늘 확신에 차 있고 어딜가나 존재하며 굉장히 밝고 황금처럼 빛나는 존재'인 캐롤라인은 자신의 꿈을 향해 섬을 떠났고 성공한다. 하지만 사라는 어머니가 내민 제안(본토에 있는 학교로 가는 것)을 거절하고 묵묵히 아버지를 따라 게를 잡고 굴을 딴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섬을 나가고 싶은 마음, 자신의 현재 상황에 대한 괴로움이 느껴진다. 그 불안함 마음이. 그래서 눈물이 난다.  

"여기에는 내가 있을 곳이 없어요. 그렇다고 도망칠 곳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라는 사라의 말에 선장 할아버지는 "아무도 네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말하지 마. 기회는 남이 주는 것이 아니라 네 스스로가 만드는거야. 하지만 먼저 네가 원하는 것이 문지를 알아야 한다"라고 조언한다. 그 말은 사라로 하여금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생각하게 만들어줬다.

그리고 엄마와의 솔직한 대화는 사라를 다시 태어나게 만들었다. 섬을 떠나게 해달라는 사라의 말에 "물론 떠나도 돼. 네가 한번도 떠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없었을 뿐이잖니" 라는 엄마. 그때서야 사라는 깨닫는다. 섬을 떠나기를 두려워 하는 마음이 커서 부모님,라스 섬, 심지어 할머니에게까지 꼭 달라붙어 있었던 거라고. 

네가 이 섬을 떠나면 아빠와 엄마는 너를 보고 싶어할 거라고, 캐롤라인보다 훨씬 더 많이 보고싶을거라는 말에 사라는 다시 태어난다. 좋은 성적으로 학교를 졸업했고, 작은 마을에 간호 조사원으로 가게 됐다. 다시 의과 대학문을 두드릴 때까지 머무를 생각으로 말이다. 그러다 그곳에서 아이가 셋 있는 남자와 결혼하고 예쁜 아들도 낳는다.  

그렇게 이 마을에 정착하게 되는데 마치 엄마의 젊은 시절을 보는 듯하다.  마지막 장면에서 사라는 쌍둥이 출산을 돕고, 그 중에 한 아이의 생명이 위독한 상황을 맞이하는데 사라와 캐롤라인의 탄생과 비슷하다. 그래서일까. 사라는 잠시 잊고 있었던 건강한 아이를 뒤늦게서야 챙긴다. 자신과 같은 운명으로 태어난 아이를 보며 "그 아기를 할수 있는 한 오래 안아주세요."라고 말한다.  

언제나 사랑을 갈구했던 사라가 이제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을 베풀고 이해하고 있다.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지 않고, 누군가가 자신을 이끌어줬으면 했던 아이가 자신의 길을 선택해 가고 있다. 사라의 성장을 보면 결국 자신의 의지가 중요한 것 같다.  

사라가 섬을 떠난 후의 이야기가 많이 있었으면 했다. 혼자 겪은 마음의 고통을 치유할수 있을만큼의 행복한 이야기가 많이 있었으면 싶었다. 사라가 아닌, 내 자신에게 위로가 필요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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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 그 영화의 비밀 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
이동진 지음 / 예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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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쪽이 넘는 어마어마한 분량의 책이지만 재미있어서 금방 읽게 된다. 어려운 영화 용어,촬영 장비 같은 전문적인 이야기가 거의 없어 어렵지 않았고 좋아하는 감독들의 작품을 세세하게 분석해서 "오~이런 장면에서 감독의 의도는 이런거였군" 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무엇보다 작품 속 대사를 먼저 읊은 뒤 그와 연관되는 질문을 하는 방식이 신선했다.  

책 부록엔 [씨네21] 김혜리 기자와 이동진 기자의 인터뷰가 있어 이 책이 나오게 된 배경과 어려움,궁금증을 풀어줬다. 그 중에서 '부메랑 인터뷰' 방식을 정해놓고( 대사와 연관되는 질문) 어려운 점이 뭐였냐고 물었더니 "어떨 때는 하고 싶은 질문이 있어도 도저히 맞는 대사가 없으면 포기하기도 해요."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도 신선한 질문이 많았던걸 보면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많은 열정과 시간을 쏟았음을 알수 있다.  

가끔은 감독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걸 질문하고 정의를 내리거나, 잘 알아채지 못하는걸 끄집어내는 경우가 있다. 봉준호 감독의 [마더]와 [플란다스의 개]의 유일한 접점인 '폭탄주'를 질문한 것 처럼 말이다. 이동진 기자의 색다르고 깊이있는 인터뷰!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첫번째는 홍상수 감독이다. 이동진 기자는 '남자,여자,침대,술 이라는 욕망의 4원소로 삶의 허망한 구조를 드러낸 영화세계'라고 평했는데 솔직히 난 홍상수 감독의 작품을 제대로 본게 없다. 몇 작품을 봤다고 생각했었는데,어이쿠! 한 작품도 없었다. 그의 작품을 잘 모르면서 인터뷰를 본다는게 왠지 죄송스럽기도 했지만 이 기회에 감독의 생각등을 알수있는 기회가 되었다. 보통은 제목과 작품이 밀접한 관계를 맺지만, 그는 어감이 좋은걸 쓴단다. 일종의 제목의 홀로서기 라는데, 이름에 어떤 상징이나 의미를 포함하는걸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배우들과의 관계, 흥행이 안되는 상황, 주인공들의 직업의 설정,배드신, 남녀관계등에 관한 홍상수 감독의 솔직한 답변이 흥미로웠다. 특히 '이성을 앞에둔 동성끼리의 신경전'이 많이 다뤄지는데, 감독은 "남녀관계에는 다른 관계보다 환상이나 통념,의지나 이성같은게 더 복잡하게 섞여있는것 같다. 그런 관계를 다루면 제가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가장 잘 드러날것 같다"라고 답한다. 앞으로도 우리는 그가 풀어내는 남녀관계에 관한 이야기들을 많이 보게 될 듯 싶다.  

두번째는 봉준호 감독. 워낙 좋아하는 감독이라 인터뷰 기사를 많이 봤고, 이동진 기자가 인터넷에 올린 글도 봤기 때문에 6명의 감독 인터뷰 중에서 신선도(?)는 가장 떨어졌다. 알고있는 이야기가 많아서 그런가보다. 그럼에도 한 글자라도 놓칠세라 꼼꼼하게 읽었다. 특히 봉감독의 최근작이자 가장 어두웠던 [마더]에 관한 이야기는 더더욱! "죄에 대해 이야기할때 우리는 그의 한쪽 얼굴밖에 보지 못한다는 느낌을 살리고 싶어" 이 영화에선 측면 얼굴을 많이 찍었다고 한다. 

'마더'까지 포함해서 제가 만든 영화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하자가 있는 무능한 주인공들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던져 진다는 것(p249)/ 시나리오란 영화를 찍으면 소멸되어 버리는 것. 결국은 영화가 존재하는 것이지 시나리오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시나리오를 완성한 직후부터 거기서 벗어나려고 노력한다(p254) 가 인상깊은 구절이었다. 다음 작품인 [설국열차]로 또 어떤 놀라움을 던져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세번째는 류승완 감독이었다. "제 자신이 웃고 싶었던 심정이 있어서" 탄생한 [다찌마와리] 극장판. 하지만 흥행은 잘 되지 않았다.그 영화에서 가장 크게 웃었던건 임원희가 콧물을 왕창 쏟은 장면이었는데, 현장에서도 폭발적인 인기였단다. 특히 타이밍에 딱 맞춰서 뻥 터져준 임원희의 콧물방울은 축복 이었다는 류감독. 

그는 요새 "내가 할수 있는 다른 것을 해야지. 그들이 할 수 없는 뭔가가 있지 않겠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좋아하고 존경하는 대상을 뛰어넘기보단 자신이 그들과 다른 사람이라는걸 깨닫고 난 후 마음이 편해졌다고 한다. 이렇듯 다른 사람과는 다른 자신만의 확실한 색깔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류승완 감독. 예술가보다는 장인이 되고 싶다는 그의 바램이 영화속에 나타나는것 같다.

류승완 감독하면 액션 영화가 먼저 떠오르는데, 장르적 의미의 액션영화는 [짝패]하나라고 해서 많이 놀랐다. 액션 장면을 중요시하고 좋아해서 인터뷰를 많이 한게 그런 오해를 불러일으킨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액션감독으로 불리는게 자랑스럽다고 한다. 앞으로 그만의 액션 스타일이 여전했으면, 많이 보여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시인 출신인 유하 감독이 네번째 인터뷰 대상이다. 첫 작품 [바람 부는 날이며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로 오래 쉬어야 했지만 [결혼은 미친짓이다]를 시작으로 이야기를 중심으로 일어선 유하 감독. 첫 작품 땐 시인으로서의 자의식이 강했던 시기라 영화를 통해 시를 알리고 싶었고, 영화를 시와 대중문화의 길 트기 작업으로 생각한면이 있다고 한다. 비록 아쉬움이 많이 남았고 8년간 쉬어야 했지만 그 후로 멋지게 재기했다. 특히 [말죽거리 잔혹사]는 "제 머릿속에서 끄집어낸 기억으로만 만든 작품"으로 개인적 추억이 많은 작품이었다고 한다.  

난 [쌍화점]을 보면서 많은 배드신이 지루하게만 느껴졌고, 인물들의 감정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느꼈다. 이에 대해 감독은 "[쌍화점] 배드신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홍림이 육체에 탐닉해서 점차 변해가는 과정을 묘사한 것"이라고 했다. 에로틱하게 만들려고 하지 않았고, 그저 상황을 있는 그대로 묘사해보자는 차원에서 찍었단다. 또 하나의 이유로는 현대극이 아닌, 사극이라는 점을 들었다. 관객들이 에로틱하게 느끼는 데에는 심리적이고 상황적인 측면이 강한데,사극이라 한계가 있었다고 말이다. 그래도 내겐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다섯번째 주자는 임순례 감독. 그동안 좋은 작품을 만들었지만 흥행에는 실패했었는데, [우리들의 행복한 순간]으로 다행히 만회를 했다. 영화를 보면서 감정이 과하다거나 아쉬운 부분이 있었는데 그에 대한 감독의 설명을 들으니 이해도 갔다. 특히 촬영 현장에서 많은 제약이 있었는데 그 안에서 최선의 장면을 찍어야 했던 고충도 털어놨다. "이 영화의 편집이나 촬영을 제 스타일로 했다면, 호흡이 좀더 느려지고 앵글도 달라졌을 것"이라고 했는데 확실히 그전 영화들보단 많이 양보도 하고 새로운 시도도 많이 한 것 같다.  

"마지막 최후의 영화 한편을 만드신다면 어떤 것이 담길까요?" 라는 질문에 "저는 제가 이 세상에 온 이유가 굉장히 궁금합니다. 지금 이곳에 태어나서 한 생을 살아야 하는 이유 말입니다. 바로 그런 것에 대한 영화를 마지막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라고 답했다. 어떤 영화일지 상상이 잘 되진 않지만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가족의 탄생] 이라는 걸작을 만든 김태용 감독이 마지막 주자로 나섰다. 민규동 감독과 공동 연출한 [여고괴담2]와 [가족의 탄생]이 전부이지만, 그럼에도 이 멋진 감독들 틈에 있다는게 어색하지 않다. 그만큼 [가족의 탄생]에서 보여준 이야기와 연출은 굉장했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는 말할 필요도 없고. 

이동진 기사가 "그깟 연애가 뭐라고 이렇게들 나쁘게 살아요?" 라는 대사가 인상적 이었다고 하니 김태용 감독은 너무 기뻐한다. 이 대사를 거론 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이 대사가 장면의 핵심이고 이 영화자체의 핵심이라며 말이다. 김태용 감독의 분량은 짧았지만 유쾌하고 톡톡 튀어서 재미있었다. 김태용 감독의 작품이 더 많이 나오면 지금보다 풍성한 인터뷰가 되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과 미래에 대한 기대가 생겼다.  

내게 영화는 '재미없는 영화'와 '재미있는 영화'로 나뉜다. 극장의자에 앉아 2시간여를 꼼짝없이 봐야하니 이왕이면 재미있는 영화가 좋다. 남들이 혹평한 영화라도 내겐 걸작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단 한 장면 때문에 영화가 그 좋아지는 경우가 있다. 반면 생각만해도 소름끼칠만큼 최악인 영화가 있고 그런 영화는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기 바빴다. 하지만 이 인터뷰를 보니 영화 만드는게 보통 일이 아니구나, 그냥 아무 생각없이 지나친 한 컷트를 위해 감독은 머리를 싸매고 시나리오를 고치는구나를 다시 한번 느꼈다. 물론 앞으로도 난 재미없는 영화를 볼때마다 내가 지불한 시간과 돈을 아까워할 테지만,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노력만큼은 잊지 않을 것 같다. 적어도 만들지 말았어야 할 영화는 없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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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잉 일본 철도 여행 - 스케치북과 카메라로 기록한 드로잉 여행 1
김혜원 글.그림 / 씨네21북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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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도 일주일치 밀려쓰는 나 인지라,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참 부지런하고 대단하게 여겨졌다. 상세하게 그린 그림과 방대한 자료는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들었다. 모르긴 몰라도 이 책을 만들면서 밤도 많이 새고 고생도 많이 했을 것 같다. 작가의 노력이 느껴지는 "드로잉 일본 철도 여행"!! 

일본에 특색 있고 멋진 철도가 많다는건 알았지만 이정도로 멋진 철도가 많을줄은 몰랐다. 작가처럼 다 는 아니더라도 몇몇 기차는 꼭 타보고 싶다. 철도여행에 빠질수 없는 추리소설 몇개 챙기고, 마음 맞는 길동무랑 기차를 타고 각 고장의 특산물도 맛보면서 말이다.  

 

JR패스 끊는 법, 여행가방 싸는 법, 많이 헷갈리는 일본 지명등을 귀여운 그림을 통해 자세히 보여준다. 그리고 간간히 사진도 들어있는데 그림과 비교하는 재미도 있었다. 후쿠오카에서 시작된 여행은 도쿄에서 끝나는데 가볼 곳도 많고 먹을 것도 많았다.  

사세보에선 사세보 버거를, 나가사키에선 그 유명한 나가사키 짬뽕을, 신고베역에선 밤이 들어있는 신고베역의 마루테나 케이크를, 사누키 우동집 탐방엔 이 책에서 소개된 나카무라 우동집에 가보고 싶다. 여기 말고도 예전에 TV에서 본 우동집도 찾아가 보고싶다. 오동통하게 잘 뽑아진 면을 계란 노른자에 섞고 고명은 파로 굉장히 단촐했는데 맛은 일품인 곳이었다. 우동하면 국물이 먼저 떠올랐는데 오직 면발의 맛으로 승부를 한다는게 신기했다. 조용히 먹는 일본인들이 우동을 먹을때엔 후루룩 소리를 내는 것도 신기했었다. 침이 고이게 만드는 그 면발을 느껴보고 싶다~!  

유명한 '8지옥탕'중에선 피 지옥탕에 가보고 싶다. 그림으로 봤을땐 잘 몰랐는데, 뒤에 사진으로 찍힌걸 보니 왜 '피'지옥탕 인지 알수 있었다. 물도 연기도 핏빛 그 자체였으니까. 섬뜩하면서도 멋있었다.  

 

무섭고(?) 귀여운 요괴 캐릭터들이 있는 사카이 미나토 요괴열차도 흥미로웠다. 이 기차도 사진으로 소개되어지는데 그림이 더 흥미롭게 느껴졌다. 실제 모습은 그림보다 재밌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실제로 보면 구경할게 참 많을것 같다. 일본의 철도는 기념스탬프를 찍어주는 곳이 많은데 여행의 즐거움을 더 안겨주는 것 같다.  

소설 '도련님'의 배경이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모델인 도고온천도 가보고 싶다. 우리나라도 유명 작가의 생가,자주 갔던 장소를 박물관이나 기념관으로 꾸미는데 많은 공을 들였으면 한다. 지금 있는 곳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형편이긴 하지만.. 

만화 닥터스쿠르의 배경이자 작가 사사키 노리코의 모교인 훗카이토 대학에서 식당밥을 먹는것도 좋은 추억이 될 듯 싶다. 어느 나라나 대학 식당만큼 저렴하게 한끼를 먹을수 있는 곳도 드문것 같다. 일본 대학에선 어떤 메뉴가 나오고 인기가 있을까? 

 

먹는것에서 빠질수 없는 일본의 도시락! 저자는 기차 여행을 하면서 각 역마다 있는 그 고장의 도시락을 먹었는데 그에 대한 품평과 순위를 매겨 보여준다.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도시락의 모양,재료가 차별화 되어있어 먹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 도시락안에 그 고장의 향기가 가득 담겨져 있는것만 같다. 그리고 편의점의 음료와 간식거리도 소개해준다. 체크! 

 

하지만 이 책에서 가장 큰 볼거리는 단연코 기차 이다. 구마모토-히토요시-요시마쓰-가고시마를 잇는 규슈3단 콤보열차, 오사카에서 삿포로 까지 1500km 달하는 구간을 21시간에 걸쳐 운행하는 트와일라잇 익스프레스(남에서 북으로 이동하는 여정동안 기후변화를 느낄수 있을 정도라니 대단하다.), 도쿄 우에노-삿포로 구간을 달리는JR 최고 럭셔리 특급인 카시오페아(전 좌석 침대객실 차량으로 JR패스가 통하지 않는다.), 우에노-아오모리구간의 야간 특급 침대 열차, 아오모리-삿포로 구간인 하나마스, 오사카-도쿄를 잇는 선라이즈 익스프레스는 저자가 가장 좋아하는 기차란다. 이렇게 풍성한 그림과 특색있는 기차는 기차여행의 맛을 알게 해줄것 같다. 비용이 많이 들테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  

그 외에도 도착한 곳의 다양한 미술과, 식당, 건물 등을 그림과 사진으로 보여주고 여행자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숙소도 소개해준다. 한국에서 미리 예약을 해도 되지만, 현지에 가면 많은 호텔과 자신에게 맞는 곳을 정할수 있으니 모험을 해보는것도 좋을 듯 싶다. 여행자 안내소를 가거나 우리의 파출소에 해당하는 코방에 가서 도움을 청할수도 있다. 체인점으로 언제나 쉽게 볼수 있는 유스호스텔과 도요코인은 가격도 저렴하고 하룻밤 묵는데 큰 지장이 없어 보인다.  

천편일률적인 패키지 여행보다는, 관광지 중심의 여행보다는 이처럼 철도를 이용한 여행도 괜찮은것 같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비용도 많이 발생할것 같지만 JR패스로 어느정도 커버 할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색다른 경험이 될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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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그림처럼 - 나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일상치유에세이
이주은 지음 / 앨리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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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만 보고는 명화 소개집 인줄 알았는데 '일상치유에세이'라고 소개되어져 있다. 그 소개처럼 이 책은 저자의 개인적인 생각과 감상을 그림들을 통해 풀어내고 새로운 마음을 먹게 한다. 살면서 느끼게 되는 희노애락의 감정과 나이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고민들을 예전 화가들의 작품에서 위로를 받고 깨달음을 얻는다. 그들이 살던 시대는 지금과 다르지만 인간이 느끼는 고민과 감정은 똑같기 때문이다.  

카스파르 다피드 프리드리히의 "뤼겐의 백악절벽"을 보자. 앞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바다가 있고 절벽위엔 세 사람이 있다. 여자는 위태롭게 앉아 있고, 바닥에 엎드린 남자는 모자까지 벗어둔채 뭔가를 보고 있다. 그리고 바다를 보는 남자가 있다. 이 그림을 통해 저자는 '삶의 태도'와 관려해 여러 의미로 해석한다. 가치관과 인간이 지닌 능력의 차이, 비전의 차이 등으로 말이다.  

하지만 또 다르게도 해석한다. "광활하게 펼쳐진 무한한 풍경에 비추어보면 이들의 차이는 아무것도 아닌듯 여겨진다. 끝없는 자연의 공간속에서 나 하나는 잘 보이지 않는 한개의 점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라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서 실패와 좌절을 맛봤을때, 내가 생각보다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는걸 깨달았을때 맛보는 절망감은 크다. '하면된다'라고 스스로 되뇌이지만 노력을 항상 성공을 보장하는 것도, 보답을 얻을수 있는 것도 아니다. 노력해도 안되는 일이 분명히 있고 우리는 거기에서 작아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이 그림과 저자의 해석을 보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진다. 거대한 우주속에서 나의 실패는 아주 작게 여겨진다. 까짓것 다시 한번 해보지 라는 생각이 들고 용기가 생긴다.

타마라 드 렘피카의 "남자의 초상"은 지금 봐도 참 멋져보인다. 무표정한 얼굴과 블랙 옷은 남자를 차갑게 보이게 하지만 그게 매력으로 다가온다. 1920년대 유행한 모던보이의 스타일을 볼수 있는데 그 당시 '모던 보이'와 '모던 걸'은 도시를 휘젓고 다녔단다.  

왠지 '쿨'한 느낌이 풍겨져나오는 그들. 지금도 사랑에 있어서 쿨 한게 멋있다고 생각되어지는 풍토이다. 어디에도 구속받지 않고 자유로워 보이는 그들. 저자는 '위대한 개츠비'의 주인공과 모던한 사람을 비교해 본다. 개츠비는 사랑때문에 지독한 비극을 겪은 사람이다. 반면 모던 보이,걸은 쉽게 마음을 주고 받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개츠비처럼 상처를 받고 인생을 망칠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과연 '쿨'하게 사는게 좋은건지 저자는 묻고 있다.가끔은 개츠비처럼 물불 가리지 않고 저돌적으로 돌파하는것도 좋지 않을까? 비록 쓴 잔을 마신다 할지라도 말이다. 자유 대신 지독한 구속을 당하는것도 한번쯤은 겪어볼 필요성은 있지 않을까 싶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였던 존 싱어 사전트의 "마담 X의 초상"을 이 책에서 만나 반가웠다. 처음엔 어깨 한쪽 끈이 내려온 그림이었지만, 귀부인을 초상화로 했기 때문에 많은 논란이 있었다. 결국 화가는 어깨끈을 올리니 현재의 그림으로 고쳤다.  

만약 논란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안 고쳤다면 지금보다 더 매혹적인 작품을 볼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저 상상하는 수밖엔 없기 때문이다. 어깨 끈을 올림으로써 오른 팔이 부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하다.   

만약 우리에게도 기억을 덧칠할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어떨까? 나에게도 시간을 되돌릴수만 있다면 바꾸고 싶은 부끄러운 기억이 많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추억이 미화된다고는 하지만, 떠올리기만 해도 부끄럽고 미안한 사건들이 많다. 총천연색의 그 기억들을 다시 하얀색으로, 한가지 색깔로 칠할수 있다면 난 몇몇 기억들을 지울 것이다.  

아니, 그렇게 결심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게 해결책은 아닌것 같다. 오히려 울퉁불퉁해지고 지저분한 기억이 남을 테니까. 완벽하게 덧칠한다해도 이 그림처럼 어딘가 부자연 스럽고, 매력이 반감될수 있을테니까.(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자꾸 보게 될만큼  좋아하지만..) 

저자는 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 테마에 맞춰 총 50편의 그림과 개인적인 일을 풀어낸다. 저자의 화려한 이력을 보면 나와 공통점이 없는 일들이 많을것 같았는데, 소소한 일상에서 느끼는 것들을 조곤조곤 풀어낸다.  

남자 동료의 수염을 보면서 '문명적인 삶'을 따르지 않는 일탈을 얘기하고, 엘리베이터에서 떼를 쓰는 사내아이와 엄마를 보면서 모성을 이야기 한다. 하이힐을 신으면 자신감 넘치는 존재로 느껴지고,날씬한 사람만이 각광받는 현실을 꼬집기도 한다. 사회도 문제지만 정작 뚱뚱한 사람들이 자신감을 잃고 자신을 낮게 평가하는 일을 안타까워 한다. "살이 많으면 그냥 덩치 큰 사람이지만, 자기를 부정하면 순식간에 아무런 매력 없는 슬픈 뚱보로 전락하고 만다"는 그녀의 말이 와 닿는다.  

그 외에도 넥타이,커피,자동차,의자 등등 경험한 일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 계속 된다. 화가와 그때 당시의 시대상을 듣는 재미와 저자 개인의 이야기가 한데 어우러져 쉽게 읽을수 있고 지루하지 않은게 이 책의 가장 큰 재미 같다. 마음을 치유하려는 목적보다는 저자와 수다를 떨며 "이 사람도 이런 고민을 하는구나,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하면서 편하게 읽으면 좋을 듯 싶다. 무엇보다 좋은 작품들을 많이 접할수 있어서 좋았다. 왠지 높은 안목이 있어야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끄덕 할수 있을것 같았는데, 이 책을 통해 그림이 어렵지 않다는걸 알게됐다. 그저 찬찬히 보면서 내가 느끼는게 바로 정답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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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시스터즈 키퍼 - 쌍둥이별
조디 피콜트 지음, 곽영미 옮김 / 이레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로 먼저 접했는데 원작과는 결말이 다르다는 말을 들었다. 대부분 원작의 결말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는데 그것때문에 더 궁금해서 읽게됐다. 읽어보니 정말로 원작의 결말은 영화와는 달랐고 더 가슴아팠다. 솔직히 마음에 썩 드는 결말은 아니었다. 안타깝고 슬픈 결말을 안 좋아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안나는 언니 케이트의 백혈병 때문에 태어난 맞춤형 아기였다. 다른 평범한 아이들과는 조금 다른 탄생 배경을 갖고있는 셈이다. 만약 케이트가 아프지 않았다면 안나는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엄마 사라는 케이트를 병으로 보낼수 없었기 때문에 케이트와 유전자가 똑같은 안나를 낳게 됐다. 그렇게 태어난 안나는 케이트를 위해 피,골수 등등을 주었고 이젠 신장마저 줄 상황에 처한다.그동안 아무런 반항없이 이 모든 일을 꿋꿋히 해오던 안나. 하지만 더이상은 할수없어 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낸다.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을 스스로 하게 해달라는게 소송의 목적이었다.  

안나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가 됐다. 아픈 언니를 위해 모든것을 주고 병원 신세를 져야 했고 신장마저 주게 됐다. 언니를 사랑하고 이 소송이 언니를 죽게 만들거라는것도 알지만 할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쓰러웠다. 반면 엄마 사랑의 입장도 이해가 됐다. 두살배기 딸에게 닥친 백혈병,얼마 못살거라는 말을 듣고 어느 부모가 쉽게 자식을 포기할수 있겠는가. 윤리,도덕적인 문제도 아이의 생명 앞엔 뒤로 밀릴수밖에 없었다.  

맏아들 제시의 반항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가족 중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 자연스레 그 사람에게 관심과 집중이 갈수밖에 없고, 그로인해 다른 가족은 소홀할수밖에 없다. 항상 죽음을 생각할수밖에 없는 케이트의 상황도 슬프긴 매한가지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는 가족이지만 이 처럼 안나의 가족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태로움 속에서 살수밖에 없다. 케이트의 병으로 인해서 말이다.  

이 소송에서 이긴다해도 누구 한사람 크게 기뻐할수 없는게 바로 이 사건이다. 책을 읽으면서 안나의 입장이 됐다가도, 사라와 다른 가족의 입장이 되기도 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가족의 일이기 때문에 더 힘들었을 이야기. 마지막 에필로그를 읽으면서도 가슴 아프고 쓸쓸한 느낌은 가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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