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그림처럼 - 나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일상치유에세이
이주은 지음 / 앨리스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표지만 보고는 명화 소개집 인줄 알았는데 '일상치유에세이'라고 소개되어져 있다. 그 소개처럼 이 책은 저자의 개인적인 생각과 감상을 그림들을 통해 풀어내고 새로운 마음을 먹게 한다. 살면서 느끼게 되는 희노애락의 감정과 나이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고민들을 예전 화가들의 작품에서 위로를 받고 깨달음을 얻는다. 그들이 살던 시대는 지금과 다르지만 인간이 느끼는 고민과 감정은 똑같기 때문이다.  

카스파르 다피드 프리드리히의 "뤼겐의 백악절벽"을 보자. 앞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바다가 있고 절벽위엔 세 사람이 있다. 여자는 위태롭게 앉아 있고, 바닥에 엎드린 남자는 모자까지 벗어둔채 뭔가를 보고 있다. 그리고 바다를 보는 남자가 있다. 이 그림을 통해 저자는 '삶의 태도'와 관려해 여러 의미로 해석한다. 가치관과 인간이 지닌 능력의 차이, 비전의 차이 등으로 말이다.  

하지만 또 다르게도 해석한다. "광활하게 펼쳐진 무한한 풍경에 비추어보면 이들의 차이는 아무것도 아닌듯 여겨진다. 끝없는 자연의 공간속에서 나 하나는 잘 보이지 않는 한개의 점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라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서 실패와 좌절을 맛봤을때, 내가 생각보다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는걸 깨달았을때 맛보는 절망감은 크다. '하면된다'라고 스스로 되뇌이지만 노력을 항상 성공을 보장하는 것도, 보답을 얻을수 있는 것도 아니다. 노력해도 안되는 일이 분명히 있고 우리는 거기에서 작아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이 그림과 저자의 해석을 보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진다. 거대한 우주속에서 나의 실패는 아주 작게 여겨진다. 까짓것 다시 한번 해보지 라는 생각이 들고 용기가 생긴다.

타마라 드 렘피카의 "남자의 초상"은 지금 봐도 참 멋져보인다. 무표정한 얼굴과 블랙 옷은 남자를 차갑게 보이게 하지만 그게 매력으로 다가온다. 1920년대 유행한 모던보이의 스타일을 볼수 있는데 그 당시 '모던 보이'와 '모던 걸'은 도시를 휘젓고 다녔단다.  

왠지 '쿨'한 느낌이 풍겨져나오는 그들. 지금도 사랑에 있어서 쿨 한게 멋있다고 생각되어지는 풍토이다. 어디에도 구속받지 않고 자유로워 보이는 그들. 저자는 '위대한 개츠비'의 주인공과 모던한 사람을 비교해 본다. 개츠비는 사랑때문에 지독한 비극을 겪은 사람이다. 반면 모던 보이,걸은 쉽게 마음을 주고 받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개츠비처럼 상처를 받고 인생을 망칠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과연 '쿨'하게 사는게 좋은건지 저자는 묻고 있다.가끔은 개츠비처럼 물불 가리지 않고 저돌적으로 돌파하는것도 좋지 않을까? 비록 쓴 잔을 마신다 할지라도 말이다. 자유 대신 지독한 구속을 당하는것도 한번쯤은 겪어볼 필요성은 있지 않을까 싶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였던 존 싱어 사전트의 "마담 X의 초상"을 이 책에서 만나 반가웠다. 처음엔 어깨 한쪽 끈이 내려온 그림이었지만, 귀부인을 초상화로 했기 때문에 많은 논란이 있었다. 결국 화가는 어깨끈을 올리니 현재의 그림으로 고쳤다.  

만약 논란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안 고쳤다면 지금보다 더 매혹적인 작품을 볼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저 상상하는 수밖엔 없기 때문이다. 어깨 끈을 올림으로써 오른 팔이 부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하다.   

만약 우리에게도 기억을 덧칠할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어떨까? 나에게도 시간을 되돌릴수만 있다면 바꾸고 싶은 부끄러운 기억이 많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추억이 미화된다고는 하지만, 떠올리기만 해도 부끄럽고 미안한 사건들이 많다. 총천연색의 그 기억들을 다시 하얀색으로, 한가지 색깔로 칠할수 있다면 난 몇몇 기억들을 지울 것이다.  

아니, 그렇게 결심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게 해결책은 아닌것 같다. 오히려 울퉁불퉁해지고 지저분한 기억이 남을 테니까. 완벽하게 덧칠한다해도 이 그림처럼 어딘가 부자연 스럽고, 매력이 반감될수 있을테니까.(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자꾸 보게 될만큼  좋아하지만..) 

저자는 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 테마에 맞춰 총 50편의 그림과 개인적인 일을 풀어낸다. 저자의 화려한 이력을 보면 나와 공통점이 없는 일들이 많을것 같았는데, 소소한 일상에서 느끼는 것들을 조곤조곤 풀어낸다.  

남자 동료의 수염을 보면서 '문명적인 삶'을 따르지 않는 일탈을 얘기하고, 엘리베이터에서 떼를 쓰는 사내아이와 엄마를 보면서 모성을 이야기 한다. 하이힐을 신으면 자신감 넘치는 존재로 느껴지고,날씬한 사람만이 각광받는 현실을 꼬집기도 한다. 사회도 문제지만 정작 뚱뚱한 사람들이 자신감을 잃고 자신을 낮게 평가하는 일을 안타까워 한다. "살이 많으면 그냥 덩치 큰 사람이지만, 자기를 부정하면 순식간에 아무런 매력 없는 슬픈 뚱보로 전락하고 만다"는 그녀의 말이 와 닿는다.  

그 외에도 넥타이,커피,자동차,의자 등등 경험한 일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 계속 된다. 화가와 그때 당시의 시대상을 듣는 재미와 저자 개인의 이야기가 한데 어우러져 쉽게 읽을수 있고 지루하지 않은게 이 책의 가장 큰 재미 같다. 마음을 치유하려는 목적보다는 저자와 수다를 떨며 "이 사람도 이런 고민을 하는구나,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하면서 편하게 읽으면 좋을 듯 싶다. 무엇보다 좋은 작품들을 많이 접할수 있어서 좋았다. 왠지 높은 안목이 있어야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끄덕 할수 있을것 같았는데, 이 책을 통해 그림이 어렵지 않다는걸 알게됐다. 그저 찬찬히 보면서 내가 느끼는게 바로 정답인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