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이야기 - 너무 늦기 전에 알아야 할
애니 레너드 지음, 김승진 옮김 / 김영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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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소비가 미덕인 사회가 된 것 같다. 하루에도 수십,수백개씩 접하게 되는 광고들은 우리에게 지름을 명령하고, 물건의 좋은 점을 설파하며 소비를 부추긴다. 생활을 하려면 당연히 물건을 사서 쓰고 버리게 되는데, 대부분은 없어도 그만인 물건들이 대부분이다. 휴대폰만 보더라도 기계만 사는게 아니라 케이스, 보조 배터리, 스마트폰 전화기 등 굳이 없어도 되지만 사고 싶게 만드는 물건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가만 보면 우리는 물건을 버리기 위해 사는 것 같다. 물론 필요에 의해 사고, 자기가 번 돈으로 산다는데 누가 뭐라 할순 없지만 너무 많은 멀쩡한 물건들이 쓰레기로 변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면 속상한 마음이 있다.

 

물건을 많이 쓰고 버리는 만큼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것만 가지고 소비를 줄이라고 한다면 크게 와닿지 않는다. 이 책 또한 환경의 문제만 거론하며 개인의 소비를 줄이거나 재활용 해야 한다고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개인의 행동이나 잘못된 생활습관을 꼬집는게 아니라 경제 영역의 흐름을 파악하며 잘못된 시스템이 야기한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다. 물건을 반대하는 것도, 덜 쓰는 삶을 찬양하는게 아니라 자원 배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망가진 경제 모델의 진실을 파악해 물건에 에너지를 덜 낭비하는 사회를 꿈꾸고 있다. 아무것도 쓰지 않은 채 숨만 쉬고 살수는 없지만, 최소한 한정된 지구 자원과 에너지를 아끼는 방법으로 전환한다면 지구의 수명이 그만큼 늘어날지 모른다.

 

야생환경 보호론자 존 뮤어는 "어떤 것이든 그것 하나만 꺼내려해도 우주의다른 모든 것이 함께 당겨져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라고 했는데 종이 1톤을 만드는데 다른 자원 98톤이 들어가는걸 보면서 그 말이 확 와닿는다. 값싸게 입을수 있는 티셔츠 한장을 만드는데 수많은 물이 들어가고 낭비된다. 지구 전체적으로 물부족이 심화된 상황에서 이런 과정은 사막화를 가속화 시키고 기후를 달라지게도 만든다. 또 면화를 재배하면서 농약과 화학물질이 대거 사용되고 결국 그 피해는 인간에게 고스란히 돌아오니 5천원짜리 티셔츠 한장을 사는데 더 신중해지게 한다.

 

석유와 광물, 에너지원은 영원하지 않고 곧 바닥을 드러낼 것이기 때문에 더 효율적으로, 더 현명하게, 가치를 존중하면서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저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공정한 분배'도 고려해야 한다. 물건을 공정하게 분배하고 모두가 잘 살수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누군가가 낭비하는 물건을 위해 다른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 걸 떠올린다면 분명 시스템적인 문제가 크다. 특히 개발도상국 같은 나라들의 노동자들은 노동시간 뿐 아니라 각종 독성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다.

 

우리는 물건을 튼튼하게, 수선가능하게, 재활용 가능하게, 유연하게 변경 및 적용할수 있고 지금부터 당장이라도 덜 쓰고 덜 낭비할수 있다. 하지만 더 싸게 물건을 만들고, 더 많이 팔기 위해 그러지 않는 것이다. 중요하고 쓰임새가 많은 알루미늄에 음료수를 담는 불합리한 일 대신, 더 합리적인 곳에 쓸수 있다. 아이들이 독성화학물질에 노출될까봐 우려 된다면, 노출 빈도를 줄이는데 집중하기 보단 전면적으로 독성물질 사용을 중단하고 더 안전한 물질로 바꾸면 된다. 화학물질이 생태계를 파괴하는 과정을 안다면 이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물건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폐기되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보면서 개인이 과다소비를 줄이고 재활용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다짐하게 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시스템의 전면적인 수정이다. 기업이, 정부가 지구에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 경제성장만이 행복의 지름길 이라고 믿지만, 공정한 분배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무 소용도 없고 지구가 망가진다면 더더욱 쓸모가 없는 일이다. 최신형 휴대폰으로 바꾸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라. 아마 곧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경쟁적으로 더 많은 물건을 값싸게 만들려는 기업들은 좀 더 윤리적인 선택을 했으면 좋겠고, 그러기 위해선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요구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소비자들의 인식과 소비 패턴이 변한다면 기업들도 따라 올 수밖에 없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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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치맨 Watchmen 1 시공그래픽노블
Alan Moore 지음, 정지욱 옮김 / 시공사(만화)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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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노블은 다른 만화들처럼 쉽게 이해하며 페이지를 술술 넘기기가 힘들다. 내가 이해력이 딸리는 건지, '원티드'같은 경우도 읽기 힘들어서 한번 읽은 후에 또 한번 읽었는데, 처음부터 뒷 페이지에 실려있던 등장인물 소개를 먼저 읽은 후 봤으면 수고를 덜했을텐데 했었다. 이 책도 그렇게 쉽진 앟았지만 그래도 '원티드'보다는 더 잘 봤던 것 같다.

 

 

'왓치맨'은 독특한 내용이다. 슈퍼히어로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은 남들보다 뛰어난 초능력을 가졌다거나, 신비로운 과거를 가진 인물들이 아니다. 가면 속에 감춰진 영웅들의 모습은 우리가 흔히 보는 이웃들, 보통 사람의 모습이었다. 단지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과 자신도 영웅이 되고 싶다는 소망이 그들을 뭉치게 했고, 가면과 이름으로 제 2의 나 를 만든 것이다. 그렇게 많은 히어로들이 만들어지며 자잘한 범죄를 처리하지만 그마저도 냉전시대의 끝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정부의 허가 없이는 범죄자들을 처벌할수 없다는 법이 그들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만화 이외에도 이렇게 캐릭터에 대한 정보가 글로써 소개되는데 2권까지 있는데다 글도 많아서 시간이 꽤 걸리지만, 그만큼 알차고 재미있게 읽을수 있다.

 

 

결국 만들어진 히어로들도 경찰과 다를바 없는 신세였던 것이다. 지구를 위협하는 우주악당이 나온 것도 아닌데, 굳이 그들에게 경찰의 임무까지 부여할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거기가 예전보다 히어로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수도 줄어들었으니, 그들이 설 자리는 없었고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살거나 자신의 정체를 밝혀 돈벌이를 하는 삶을 산다. 로어셰크만이 히어로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 뿐이다. 

 

 

 

 

그런데 대중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진짜 초능력을 가진 사람이 나타났다. 원래는 인간이었지만 사고로 인해 푸른색의 에너지로 다시 태어난 미스터 맨해튼이 주인공이었다. 영화에서 정말 충격적인 비주얼로 등장한 걸 본 터라, 만화로 봤을 땐 감흥이 덜했는데 그래도 독특한 캐릭터이긴 하다. 그가 세상에 나온 후로 다른 히어로들은 자취를 감추게 됐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전직 히어로들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면서 이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뭉치게 된다. 대체 누가 이런 일을 벌인것일까? 어떤 악당이 나온거지? 하지만 범인과 맞서기엔 그들은 보통의, 아니 나이들어버린 평범한 사람일 뿐이었고 아무도 사건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로어셰크만이 진실을 파헤치려고 하지만 혼자 힘으로는 할 수 있는게 거의 없었다. 이젠 히어로들이 위험에 처하게 됐다.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

 

그동안 히어로들은 사회의 정의를 지키는 그런 이미지로 그려왔고, 어두운 부분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았는데 '왓치맨'을 보니 히어로들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다. 시대와 히어로들을 고찰하며 색다른 방향으로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 심각하게 읽게 됐는데, 방대한 양만큼 다루고 있는 주제들도 많았다. 영화를 보고나선 에??했었는데 만화를 보고 나니 많은게 이해가 됐다. 영화는..다시 보라면 못 볼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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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 풍경과 함께 한 스케치 여행
이장희 글.그림 / 지식노마드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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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풍경을 스케치로 옮긴 이 책, 정말 좋다. 평소 이런 그림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사진보다 더 풍성한 느낌을 주고 멋스러워서 자꾸만 보게 된다. 그리고 부럽다. 이런 그림을 쓱쓱 그릴수가 있어서. 이렇게 잘 그린 그림을 보고 반했다가 실제 사진을 보고 실망한 경우가 왕왕 있는데, 그만큼 그림이 주는 느낌은 특별한 것 같다. 이 한장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 얼마나 그 풍경 앞에 서 있었을까. 계절과 날씨에 따라 애로사항도 있었겠고, 좋은 순간도 있었겠지? 그림을 보면서 그린 이의 시간까지 얻게 되는 것 같아 휙휙 대충 보고 지나치지 못하겠다. 더군다나 이 책처럼 개구진 표현이 가득있는데다 평소 그냥 지나쳐 버렸던 장소와 구조물을 소개한다면 더더욱 빨리 읽지 못하고 한컷 한컷 소중히 들여다보게 된다. 스케치로 만나는 또 다른 서울의 숨결. 굉장히 매력적이라 별 다섯개 이상을 주고 싶다.

 

 

 

서울의 다양한 곳 중 가장 먼저 그린 곳은 바로 경복궁이다. 나도 자주 찾아가는 곳인데, 이 곳의 역사와 정보를 알고 가는 것과 그렇지 않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이다. 예전에 경복궁으로 나들이 가서 주위를 둘러보며 앉아있는데 한 아저씨가 말을 건네며 각 장소의 역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준적이 있었다. 일행들은 웬 이상한 아저씨냐는 반응이었지만 나는 역사수업을 듣는 것도 같고, 몰랐던 정보를 얻게 돼서 꽤나 좋았었다. 아저씨의 설명을 듣고 보니 나무 하나도 그냥 보이지 않고, 이 곳에 사람이 살았었다는 사실이 새삼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 후로도 경복궁을 자주 찾았는데 아주 작은 부분까지 그려넣은 스케치를 보니 '여기에 이런 건축물이 있었나' 싶어 놀랐다. 그 곳에 항상 있던 걸 텐데 왜 나는 발견하지 못했을까, 꼼꼼히 본다고 했는데 그러질 못했나 싶었다.

 

 

이 책은 이런 건물과 장소에 대한 역사 이야기가 가득 실려있다. 근정전을 그려 넣은 스케치만 봐도 마당 쇠고리, 뒤로 보이는 북악산, 경회루 지붕, 처마에 잇는 7개의 잡상까지 있는데 저자의 설명이 뒤따르니 훨씬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거기다 평소 눈여겨 보지 않았던 것들까지 소개하는데 근정전을 호위하는 돌짐승들 중 해태 가족에겐 새끼까지 붙어있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만큼 저자가 하나하나 꼼꼼히 봤다는 증거일 것이다.

 

태원전 중첩된 처마 사이의 하늘, 경복궁의 우물들과 팔우정 등 다양한 풍경들이 많이도 그려져 있어 이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할애됐는지를 짐작케 한다. 거기다 익살스러운 표현과 유머가 가득해 많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서울의 시간이 담긴 그림을 보면서 느낀 건, 내가 가본 곳들 중 내가 진짜로 가 본 곳은 없구나 라는 것이었다. 무슨 말인고 하니, 분명 이 책에 나온 곳을 가 봤지만 나는 겉모습만 대충 훑어보고 만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책 속의 장소는 내가 알 던 곳과 다른 장소 같았다. 다음에 다시 간다면 이 책을 들고 가서 하나하나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서울의 번화가 중 하나인 명동은 이제 외국 관광객들의 천국이 된지 오래라 내가 가지 않게 된 곳 중 하나이다. 처음으로 간 서울 바로 명동이었는데,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몇주 전부터 계획을 세우며 설레여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는데, 가 봤자 구경하고 밥만 먹고 오는게 전부였지만 왠지 서울에 간다는 사실만으로도(그것도 부모님이 아닌 친구들과) 굉장히 설레였었다. 아..지금 생각하니 참 촌스럽구나! 그런 명동이었는데, 이제는 번잡한 그 곳을 굳이 찾아서 가진 않게 됐다.

 

이제 크리스마스나 연말이 되면 뉴스에서 명동을 볼 수 있겠지.  바쁜 걸음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행렬, 커플들의 모습을 뒤로 하고 리포터가 "여기는 명동입니다"라고 하겠지.

 

그런 명동 길거리에 '이근석 추모비'가 있었다. 아무도 눈여겨 보지도 않고 존재조차 모르는 이 추모비의 주인은 누구일까. 그는 1997년 3인조 소매치기단에 맞서 싸우다 칼에 찔려 운명을 달리한 인근 행상이었다. 명동엔 또 '이재명 의사의 추모비'가 있는데 그의 이름은 모르나 매국노 이완용은 다 알 것이다. 이재명 의사는 이완용을 죽이려고 했지만 실패했고 현장에서 체포돼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인물이다. 만약 그의 암살 계획이 성공했다면 우리는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을까? 누군가는 그들을 오래도록 기록하기 위해 추모비를 세웠지만 흘러버린 시간 속에서 잊혀져갔다.

 

 

이런 추모비와 표지석은 서울 곳곳에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여겨 보지도 않고 바삐 걸음만 내딛는다. 나도 이 책을 보지 않았더라면 영영 모른채로 살았을 것이다. 효자동엔 세종대왕 생가터가 보도블럭 한쪽에 표지석으로 남겨져 있는데 모든 역사의 흔적들이 표지석으로 남겨진다는 것이 참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낡은 건 허물고 없애는 서울의 공사판에서 집터를 알려주는 표지석만이 남은 것도 어찌보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병자호란 때 청나라와 끝까지 싸우자 했던 척화파 김상헌이 살았던 집터엔 꽃다발이 놓여 있었다. 누군가에겐 소중하고 기억되는 장소인 모양이다.

 

 

저자가 정확히 3개월 2주 걸려 완성한 스케치이다. 종각역에 갈 때마다 같은 의자에 앉아 조금씩 그렸다는데 요즘은 스크린 도어 공사로 이제 곧 가려질 풍경이라고 하니 더 자세히 보게 된다. 저자는 그림을 볼 때마다 그걸 그렸을 때의 일이 같이 떠오르기 마련이라 더웠던 그 여름 날, 정전이 됐던 사건 등을 조곤조곤 이야기한다. 지하철 안이야 사시사철 똑같겠지만 설명을 듣고 있으니 왠지 더운 바람이 훅 불어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보게 된다.

 

 

볼때마다 한숨 쉬게 만드는 청계천의 수표교 이다. 각하의 전시행정은 꼴사납고 보기 흉한 구조물을 탄생시켰다. 그림만 봐도 얼굴이 화끈화끈 거리는데, 부디 이런 흉물은 이게 마지막이기를 바래본다.

 

 

손기정 두상 조형을 그린 저자는 달리는 모습을 계단에라도 그려넣고 싶은 충동을 느껴 이런 그림을 탄생시켰다. 손기정 선생을 기념할 동상을 만들거였으면 이왕 뛰는 모습으로 하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돈이 모자랐던 걸까, 무엇이 문제였을까. 언제나 마라톤 복을 입고 뛰는 모습의 손기정 선생의 사진만 보다가 이렇게 얼굴만 달랑 있는 조형물을 보니 굉장히 어색했다. 손기정 선생님을 달리게 해주세요~!

 

 

스케치 하는 저자의 모습이 많이 그려져 있는데 정말 편안해 보인다. 공원에서, 카페에서, 야외에서, 지하철 등에서 스케치북과 연필 하나만 있으면 그 시간을 그대로 그릴 수 있다는 재능은 참 부럽다. 그 재능이 따뜻한 그림으로 남겨져 책으로 묶여 나왔고 이렇게 서울 곳곳을 새롭게 볼 수 있는 기회를 줬으니 저자의 재능에 감사해야겠다. 더불어 그림 낙서를 하고 싶은 욕구도 간만에 들기 시작한다. 슥삭슥삭, 풍경을 그려내며 그 안에 이야기를 담아내고 그렇게 그 장소를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그런 시간을 갖고 싶다. 서울의 시간을 그려 넣는 작업이 정말 즐거워 보이는데그 즐거움을 같이 공유하게 해줘서 고마움을 느낀다. 다음엔 다른 지역을 그려 달라고 부탁해도 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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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활사박물관 1 - 선사생활관 한국생활사박물관 1
한국생활사박물관 편찬위원회 지음 / 사계절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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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가 있기 때문에 현재가 있고, 지금이 있기에 미래가 도래하는 거지만 어쩐지 박물관을 가거나 역사책을 보면 굉장히 딴 세상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도 조선시대까지는 가깝게 느껴지지만 구석기, 신석기 시대는 공상과학 영화를 보는 것 처럼 이질감이 드는게 사실이다. 발굴 되는 유물과 집터 등을 통해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파악할수는 있지만 사진이 있는게 아니니 최소한의 정보로 최대한의 상상을 발휘해야만 할 것 같다. 옛 조상들의 생김새를 그림을 통해 보면서도 "정말 이렇게 생겼을까?" 라는 의문도 든다.

 

그렇게 나와는 상관없는 아주 오래전의 일로만 여겨졌던 구,신석기 시대를 유물과 각종 자료들을 통해 생생하게 복원한 이 책은 좀 더 가깝게 그 시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현재의 우리와는 다른 생활 패턴을 보이지만, 나와 같은 땅에서 살았던 먼 옛날 조상들을 이해하고 어떻게 인류가 살아왔는지를 포괄적으로 알게 해준다.

 

 

구석기 시대하면 '원시인'이라는 말부터 먼저 생각나는데 그 시대 사람들은 자연에서 최대한으로 얻고 영향을 받으며 살아갔다. 생활과 사냥에 편리한 도구들도 아직 제대로 갖추지 못한데다 집이라고 해봤자 자연이 만들어준 동굴만이 안식처 였는데, 동물에게도 유일한 보금자리였던 터라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만 했다. 도구가 없었기 때문에 덩치가 큰 동물과 싸우는 것도 힘드니 다른 포식동물이 먹다 남기거나 잡은 먹이를 가로채는 정도의 사냥을 했다. 거기다 농사를 지을 줄 모르니 동굴 근처에서 식량을 채집할 수 밖에 없었고, 음식이 다 떨어지면 다음 장소를 찾아 이동하는 생활을 해서 정착은 꿈도 꿀수 없었다. 그래도 동물과 달리 불을 이용할 줄 알았고, 돌도구를 사용하면서 손의 감각을 발달시키고 두뇌를 사용하게 되면서 조금씩 발전해가게 된다.

 

 

이런 구석기 시대가 끝나고 신석기 시대가 도래한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는 바로 자연이었는데,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자 정착 생활을 시작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정착 생활은 사람들의 일상을 여러 면에서 바꾸어 놓았는데 한 곳에 터를 잡고 살게 되면서 여유 시간이 많이 생겼고 이를 도구와 기술을 개발하는데 쓸수 있었다. 특히 간석기와 빗살무늬토기를 끊임없이 개발하고 움집을 지었으며 개와 돼지를 집짐승으로 키우게 됐다. 무엇보다 농경의 시작을 특별한 변화고 꼽을수 있는데, 여전히 채집과 고기잡이가 식량 확보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지만 새로운 도구들이 개발되고 농사를 지으며 삶은 훨씬 더 윤택해지게 됐다.

 

 

최초의 인공주택이라 할 수 있는 움집은 대부분 땅이나 조개 더미를 파고 지은 반지하 주택이었다. 추위를 피하고 지붕을 만들기 위한 기둥을 세우기 위해서 땅을 팠는데 아직 냉난방을 조절할 줄 몰랐기 때문에 움집은 꽤 합리적인 주거형태라고 할 수 있다. 입구엔 도구를, 제일 안쪽엔 각종 토기들과 식량을 넣는 구조 였는데 이렇게 움집을 중심으로 마을이 생겨났다. 이들은 혈연으로 맺어진 하나의 큰 가족인 씨족사회로 불리우는데 마을 회의를 하고 장례를 치르는 등 모든 걸 함께 하는 생활 방식을 보였다.

 

구석기와 신석기 시대를 생생히 그려내며 각 사회의 특징과 대표 유물등을 설명해 전반적인 사회의 모습을 알게 해준다. 야외전시, 구석기실, 신석기실, 특별전시실, 가상 체험실, 특강실, 국제실로 코너를 나누기 때문에 실제 박물관에 간 듯한 재미있는 구성을 보여준다.

 

 

이 땅에 살았던 조상들의 생활상을 배운 후엔 그 당시 세계 곳곳에서 나온 유물들의 공통점도 비교해보는 시간을 갖는데 바위 그림이 대표적이다. 옛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활 모습이나 후대에 전해줘야 할 문화를 이렇게 바위에 그림으로 그려넣었는데 이 그림들을 보면서 바위에 새겨 넣었을 그 누군가를 상상해보게 된다. 돌에 무언가를 새기는게 참 힘들었을텐데 장인처럼 한땀한땀 수 놓았을걸 생각하니 기분이 묘해지고 아주 오래전에 있었던 역사가 무척 가깝게 느껴져서 신기했다. 우리나라엔 울산리 대곡리의 반구대에 새겨진 거대한 바위그림이 있는데 우리나라 선사인 의 삶이 그려진 역사기록 이다. 1970년대 초 인근의 댐 공사로 수장될 뻔한 시기에 발견해서 국보 285호로 지정했지만, 이 국보 그림은 여전히 불어난 태화강 물 속에 잠자고 있다고 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렇다면 유물과 터 는 어떻게 발견되고 관리되는 것일까? 유물은 그렇다쳐도 내가 제일 신기하게 생각하는 건 집터를 발견하고 발굴하는 과정이다. 그동안 수백, 수천 세대가 살아온 곳에서 옛 조상들의 집터를 발굴한다는게 아무리 봐도 신기한 일 같다. 이런 과정을 실제 있었던 과정을 통해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데 1978년 4월, 서울대학교 고고인류학과 고 김원룡 교수가 미 육군 기상예보대 소속 그렉 보웬으로부터 전곡리 한탄강 유원지에서 우연히 발견한 구석기 4점을 받는 일을 예로 들고 있다. 이 유물 가운데에는 동아시아에서는 발견된 적이 없던 주먹도끼가 있었는데 5월에 본격적인 발굴작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치밀한 기록과 보존이 뒤따르는 발굴과정은 신중한 작업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유물의 연대를 측정하고 분류가 끝나면 실측과 촬영을 한다. 그런 과정이 끝나면 학계에 보고해 성과를 공유하고 차원 높은 연구를 이끌어 내는 노력이 뒤따르고 있다. 유적의 현장을 보존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이렇게 발굴되는 유물을 통해 우리는 기록으로 남겨져 있지 않은 오래전 역사의 빈 공간을 채울 수 있는 것이다. 지금도 한반도 어딘가엔 발굴되지 않는 귀중한 유물들이 많이 있을거라는 상상을 해 보는데, 빨리 발굴되어 옛 조상들의 삶의 모습이, 비어있는 퍼즐이 맞춰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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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꼭 가봐야 할 여행지 100 - 여행박사 정보상의 그림 같은 유럽여행지 100곳 꼭 가봐야 할 여행지 100
정보상 글 사진 / 상상출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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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과 영국, 스위스, 독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체코와 터키까지 총 100군데의 엄선된 여행지의 정보가 실려 있다. 여행지의 음식, 숙박, 교통 편 등의 관광 정보가 아니라 이 곳만은 꼭 들러봤으면 좋겠다 라는 저자의 추천 장소들인데 그곳의  느낀점과 역사 그리고 현지 사람들의 숨결을 접할 수 있는 곳들이다. 100군데나 되니 정말 많다고도 느껴지지만, 이것도 추리고 추려서 모은 것이니 꼭 이 책에 실리지 않았더라도 더 좋은 곳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다만 저자가 추천한 장소들은 평소 가보고 싶던 곳이나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곳이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기엔 아쉬운 곳들인지라, 유럽 여행을 한다면 꼭 가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에펠탑 3층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샤요 궁과 센 강-

 

패션과 문화의 나라 프랑스를 대표하는 건축물은 많겠지만 그 중에서도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을 빼놓을 순 없다. 처음 에펠탑이 만들어 졌을 땐 안전성과 흉물스런 외관 때문에 파리 시민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고 철거될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만약 라디오 방송을 위한 안테나로서의 가치만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 에펠탑을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모파상은 에펠탑을 보는게 싫어서 에펠탑 1층 식당에서 식사를 자주 했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을만큼 파리 곳곳에서 볼수있는 에펠탑은 시민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골칫덩어리 였다. 하지만 지금은 파리를 넘어 프랑스의 상징으로까지 유명해졌고, 이와 비슷한 현상을 일컬어 '에펠탑효과'로 까지 불리우게 됐으니 미운오리 새끼에서 백조가 된 케이스이다.

 

개선문과 퐁피두 센터, 베르사유 궁전 등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과 프랑스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장소들이 적절하게 분배되어 소개되고 있는데 프랑스와 이태리, 그리고 스페인이 이 책의 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만큼 볼거리도 많고 저자가 생각하기에 추천하고 싶은 장소가 많은 나라들 인가 보다.  

 

-스페인 광장과 트레비 분수-

 

로마에 가면 꼭 가는 장소가 바로 스페인 광장과 트레비 분수가 아닐까 싶다. '로마의 휴일'의 오드리 헵번을 기억하는가. 지금 봐도 사랑스럽고 귀여운 공주가 광장 계단을 내러오며 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면은 전세계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이 곳에 오면 꼭 해야 할 리스트에 포함시키게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로마를 찾아올수 있도록 기도하면서 동전을 던지고, '진실의 입'조각상에 손을 넣는다. '로마의 휴일'을 어릴 때 보면서 공주와 기자가 이루어지지 않은 게 참 속상했는데,나이가 들고보니 오히려 그러지 않아서 영화가 더 아름답고 오래 기억되는게 아닐까 싶었다.

 

스페인 광장은 '이탈리아인이 설계하고 프랑스인이 지불하고 영국인이 배회하다 지금은 미국인들이 점령하고 있다'고 표현한다는데, 왜 이탈리아에 있는 장소에 스페인 이라는 나라이름이 붙은 걸까 궁금했다. 이유인 즉 17세기에 교황청 스페인 대사가 이곳에 대사관을 두면서 이름 지어졌다는데, 생각보다 김 빠지는 유래였다. 뭔가 대단한 이유가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다. 아무튼 광장 한가운데에는 베르니니와 그의 아버지가 설게한 바르카치아 분수가 있다.

 

로마거리에 간다면 꼭 먹어야 하는게 젤라또(아이스크림)이다. 로마 관광 사진을 볼때마다 관광객들 손엔 대부분 젤라또가 있는데, 트레비 분수에서 판테온으로 가는 길목 국회 하원의사당 부근에 있는 '지올리띠'는 110년 된 곳으로 로마에서 가장 유명한 젤라테리아 중 하나라고 하니 꼭 가봐야겠다. 종류가 무려 100여 가지라고 하는데 베스킨라빈스와 비교하면 골라먹는 재미가 3배는 되는 셈이다. 그곳의 최고 인기메뉴는 리쏘로 더블컵이 3.5유로 정도로 비싸지만 맛있다고 하니 돈 아끼지 말고 사 먹자! 기껏 외국나가서 한국 컵라면이나 먹고 올게 아니라면 말이다.

-바르셀로나의 대표적 명소인 성가족 성당-

 

가우디가 기도와 명상을 위한 신의 집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아 지은 곳인 성가족 성당. 가우디에 관한 책을 읽을 때마다 가장 인상깊게 보는게 바로 이 곳인데 엄청난 규모가 사람들을 압도시키고 각 건물의 의미가 담겨져 있기 때문에 정보를 알고보면 더 대단하게 느껴지는 건물이다. 계단의 작은 장식 하나까지도 소홀함이 없는 정성이 느껴지는 이 곳은 약 120년 전에 착공했지만 아직도 공사가 진행중이라고 하니 완성 되는 날이 언제 일지, 오긴 올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1882년 프라니스코 데 파울라 델 빌라의 설계로 처음 지어지기 시작했으나 1년 반 뒤에 가우디가 넘겨받으며, 자신의 대표작이 될거라 판단해 온 힘을 다해 성당 건축에 매달렸지만 결국 마지막도 못 보고 죽은 가우디는 현재 이 곳 지하에 잠들어 있다. 관광객들은 12개의 종탑 중 완성된 8개의 종탑으로 올라갈수 있다고 하는데 지하에는 성가족 성당의 연혁과 초기 디자인, 기술적 배경 등 성가족 성당 130년의 역사를 볼수있는 박물관이 있다고 하니 두루두루 구경하기 좋은 곳이다.

-세계 최대 규모이자 인류문화의 보고 대영박물관-

 

파리 루브르 박물관과 쌍벽을 이루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박물관이자 세계 최초의 공공 박물관인 대영박물관은 전시된 유물의 양이 얼마나 많은지 대충만 훑어봐도  사나흘은 족히 걸린다고 하니 일정이 빠뜻한 여행객들은 아무래도 다 보기는 힘들 것 같다. 많이 본다고 기억에 오래 남거나 감명을 받는 것도 아닐테니 관심있는 분야의 유물을 보는게 가장 좋은 방법 같다.

 

이 곳이 탄생하게 된건 18세기 영국의 학자이사 의사였던 한스 슬로언 경이 수집한 약 8만 점의 유품을 기증하면서 부터이다. 개인이 8만점이나 되는 유물을 모은 게 놀랍기도 하고, 그 유물들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모았는지도 궁금해진다. 그 후로도 많으 유물들을 기증받기도 했는데 식민지 시대에 가져온 것도 많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입장료를 따로 받지 않고, 입구에 마련된 기부금 상자에 넣고 싶은 만큼 넣으면 된다고 한다. 

 

세 개 층에 걸쳐 94개의 전시실로 나뉘어져 있는데 2000년엔 한국관도 생겨 빗살무늬토기와 신라시대의 금관, 분청사기, 정선의 산수화등이 전시되어 있다고 하니 괜히 반가웠다. 한국에서 보는 거와 외국 박물관에 전시된 걸 보는거랑은 그 느낌이 다를 것 같다. 대영 박물관의 하이라이트 장소를 꼽으라고 한다면 '그리스, 로마 전시실'이라고 하는데 파르테논 갤러리라고 부를 정도로 파르테논 신전의 주요 조각들을 많이 옮겨 놓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도 계속 그리스 정부와 소유권 문제로 분쟁을 겪고 있다는데 외국에 뺏긴 유물이 많은 우리나라 사정을 떠올리니 여러모로 안타까움이 든다.

 

영국 이외의 곳을 둘러보면 자연을 즐길수 있는 장소가 많은 스위스와 문화를 느낄수 있는 독일이 있다. 독일에서 빼놓을수 없는 장소는 아마도 아픈 과거를 가진 유대인 수용소가 아닐까 싶다.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했던(그러고보니 불과 반세기 전의 일인데 아주 먼 과거처럼 느껴진다) 장소를 보면서 이런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말아야겠고, 부끄럽고 창피했던 과거를 교훈삼으려는 독일의 자세를 보면서 위안부 문제를 사과조차 하지 않으려는 이웃나라 일본의 행태와 비교됨을 느낀다. 과거를 제대로 청산하지 않고 사과하지 않고 무조건 덮으려고만 한다면 과거의 망령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다는걸 왜 모를까 싶다.

 

많은 사람들이 오스트레일리아와 헷갈리는 나라인 오스트리아는 벨베데레 궁전 딱 한군데가 소개되어 있다. 네덜란드엔 1개 더 많은 두군데를 소개하고 있는데 운하와 튤립의 도시인 암스테르담과 풍차가 있는 잔세스칸스가 그 곳이다. 그 외에 체코와 터키가 소개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큼지막한 사진이 시원해 보여서 좋았고 볼거리가 풍부하고 역사 이야기도 재미있어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몇몇 나라들에 많은 여행지가 집중 된 것 같아 아쉽기도 했지만 개인이 느끼는 추천장소가 다를테니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각 나라 별로 동일한 숫자만큼 할당해 채우는 것도, 책의 특성과 맞지 않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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