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이야기 - 너무 늦기 전에 알아야 할
애니 레너드 지음, 김승진 옮김 / 김영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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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소비가 미덕인 사회가 된 것 같다. 하루에도 수십,수백개씩 접하게 되는 광고들은 우리에게 지름을 명령하고, 물건의 좋은 점을 설파하며 소비를 부추긴다. 생활을 하려면 당연히 물건을 사서 쓰고 버리게 되는데, 대부분은 없어도 그만인 물건들이 대부분이다. 휴대폰만 보더라도 기계만 사는게 아니라 케이스, 보조 배터리, 스마트폰 전화기 등 굳이 없어도 되지만 사고 싶게 만드는 물건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가만 보면 우리는 물건을 버리기 위해 사는 것 같다. 물론 필요에 의해 사고, 자기가 번 돈으로 산다는데 누가 뭐라 할순 없지만 너무 많은 멀쩡한 물건들이 쓰레기로 변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면 속상한 마음이 있다.

 

물건을 많이 쓰고 버리는 만큼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것만 가지고 소비를 줄이라고 한다면 크게 와닿지 않는다. 이 책 또한 환경의 문제만 거론하며 개인의 소비를 줄이거나 재활용 해야 한다고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개인의 행동이나 잘못된 생활습관을 꼬집는게 아니라 경제 영역의 흐름을 파악하며 잘못된 시스템이 야기한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다. 물건을 반대하는 것도, 덜 쓰는 삶을 찬양하는게 아니라 자원 배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망가진 경제 모델의 진실을 파악해 물건에 에너지를 덜 낭비하는 사회를 꿈꾸고 있다. 아무것도 쓰지 않은 채 숨만 쉬고 살수는 없지만, 최소한 한정된 지구 자원과 에너지를 아끼는 방법으로 전환한다면 지구의 수명이 그만큼 늘어날지 모른다.

 

야생환경 보호론자 존 뮤어는 "어떤 것이든 그것 하나만 꺼내려해도 우주의다른 모든 것이 함께 당겨져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라고 했는데 종이 1톤을 만드는데 다른 자원 98톤이 들어가는걸 보면서 그 말이 확 와닿는다. 값싸게 입을수 있는 티셔츠 한장을 만드는데 수많은 물이 들어가고 낭비된다. 지구 전체적으로 물부족이 심화된 상황에서 이런 과정은 사막화를 가속화 시키고 기후를 달라지게도 만든다. 또 면화를 재배하면서 농약과 화학물질이 대거 사용되고 결국 그 피해는 인간에게 고스란히 돌아오니 5천원짜리 티셔츠 한장을 사는데 더 신중해지게 한다.

 

석유와 광물, 에너지원은 영원하지 않고 곧 바닥을 드러낼 것이기 때문에 더 효율적으로, 더 현명하게, 가치를 존중하면서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저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공정한 분배'도 고려해야 한다. 물건을 공정하게 분배하고 모두가 잘 살수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누군가가 낭비하는 물건을 위해 다른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 걸 떠올린다면 분명 시스템적인 문제가 크다. 특히 개발도상국 같은 나라들의 노동자들은 노동시간 뿐 아니라 각종 독성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다.

 

우리는 물건을 튼튼하게, 수선가능하게, 재활용 가능하게, 유연하게 변경 및 적용할수 있고 지금부터 당장이라도 덜 쓰고 덜 낭비할수 있다. 하지만 더 싸게 물건을 만들고, 더 많이 팔기 위해 그러지 않는 것이다. 중요하고 쓰임새가 많은 알루미늄에 음료수를 담는 불합리한 일 대신, 더 합리적인 곳에 쓸수 있다. 아이들이 독성화학물질에 노출될까봐 우려 된다면, 노출 빈도를 줄이는데 집중하기 보단 전면적으로 독성물질 사용을 중단하고 더 안전한 물질로 바꾸면 된다. 화학물질이 생태계를 파괴하는 과정을 안다면 이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물건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폐기되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보면서 개인이 과다소비를 줄이고 재활용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다짐하게 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시스템의 전면적인 수정이다. 기업이, 정부가 지구에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 경제성장만이 행복의 지름길 이라고 믿지만, 공정한 분배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무 소용도 없고 지구가 망가진다면 더더욱 쓸모가 없는 일이다. 최신형 휴대폰으로 바꾸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라. 아마 곧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경쟁적으로 더 많은 물건을 값싸게 만들려는 기업들은 좀 더 윤리적인 선택을 했으면 좋겠고, 그러기 위해선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요구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소비자들의 인식과 소비 패턴이 변한다면 기업들도 따라 올 수밖에 없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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