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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를 위한 디자인 혁명
데이비드 B. 버먼 지음, 이민아 옮김 / 시그마북스 / 2010년 8월
평점 :
이 책은 창의적인 디자인을 제시해주거나 소위 말하는 소비자들에게 '먹히는' 디자인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논하지 않는다. 현대사회에서 디자인은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고, 우리는 상품 디자인을 비롯한 이미지 광고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저자는 사람들의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있는 디자인의 중요성을 알기에 한걸음 더 나아가 디자인의 역할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디자이너는 의도치않게 예전보다 많은 힘을 발휘할수 있게 됐고 그러니 그에 따르는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소비가 미덕인 자본주의 사회에선 끊임없이 욕구를 촉발시키는 디자인이 최고였지만, 과연 이게 옳은것인가 자문해 볼 필요성이 있다. 좋은 디자인만 하지 말고 좋은 일을 하라 는 저자 데이비드 버먼의 말은 디자이너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우리가 보고 쓰고 버리는것을 만들어내는게 디자이너의 일 이다. 소비를 하는데 기능과 품질만큼 중요하게 보는것이 디자인이고 그 힘은 생각보다 크다. 눈에 한번 각인된 이미지는 생각보다 질긴 생명력을 갖고 있고 우리가 선택하는데 결정적인 힘을 행사한다. 소비가 미덕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광고 디자인은 과소비를 조장한다. 특히 다국적 기업들은 신흥시장에 더 많은 소비를 설득하기 위해 브랜드 광고를 만들어냈다. 이제 사람들은 어떤 이미지만 보고도 이게 어느 브랜드의 광고인지 알수 있게 됐다.
미국은 필요 한 것 이상을 쓰게 만드는 문제 있는 소비 행태를 세계에 가르치는데 앞장서고 있다. 최초의 마케팅 기법을 시도한 코카콜라는 세계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음료가 됐는데, 그들의 광고는 오지에서도 쉽게 볼수 있다. 탄자니아의 고산지대, 고아원 병원, 심지어 이정표에까지 자신들의 브랜드를 새겼다. 콜라 한병이 항말라리아 약 한 알 값과 거의 같은 값에 팔리고 있다는데, 이런 공격적인 마케팅을 건강 정보와 약품, 콘돔 배포에 활용할수 있다면 어떨까 라는 의견을 제시한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정말 현기증이 난다.
도시인들은 수많은 광고판을 보지 않고는 살수 없는데 이건 또 다른 공해이다. 브라질 상파울루엔 약 1만 3천개의 광고판이 있었는데 2007년 불법화 하면서 도시를 덮은 광고가 사라졌다. 이 기획에 참여한 이는 "우리의 공간과 우리의 과거를 되찾았고, 우리의 존엄성을 구했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특히 아이들에겐 거짓된 광고는 혼란을 일으키고 잘못된 이미지를 받아들이게 된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담배회사와 패스트푸드점의 광고는 최악인데 다행히 금지하는 법들이 만들어져 있어 아이들을 보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과대광고, 잘못된 편견을 심어주는 광고들은 무절제한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데이비드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자만하고 무절제한 표현과 소비의 다지안에 탐닉할 것인가, 아니면 모두에게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디자인에 이바지할 것인가" 이다. 물건을 팔고 이익을 챙기기위한 광고를 뛰어넘어 미래를 내다보는 광고를 하자고 한다. 더이상 훼손되어가는 지구를 방치할수 없다고, 문화적 다양성이 심각한 위협을 받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문제는 환경이라는 사실. 과소비는 환경을 파괴의 길로 몰아가고 과소비의 가장 강력한 연료는 모둥게 더, 더 많이 소비하라고 설득하는 기발한 시각적인 주장들이다. 디자이너로서, 디자인 소비자로서 우리의 영향력은 거대하다. 우리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가 제안하는 방법은 당장 실천해야 하는 것으로 '윤리:나는 내 직업에 진실할 것이다. 원칙: 나는 스스로에게 진실할 것이다. 노력:나는 일하는 시간의 적어도 10퍼센트를 세계를 치유하는 일을 돕는 데 쓸 것이다.' 이다. 스스로에게 좋은 디자이너가 되도록 약속한다면 실천할수 있다. 자신과의 약속이니 강제성도 없고 누가 뭐라고 하진 않지만 지구를 함께 살고 미래의 아이들에게 환경을 물려줘야 한다는걸 안다면 마음가짐이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는 과소비 대신 좋은 소비를 지향하는게 어떨까 싶다.
ps. 책의 중간중간 '좋은 일'이라는 제목으로 저자가 겪은 일들이 나와있는데 그 중에 2008년 서울 시장 오세훈을 만난 이야기가 있다. '세계의 디자인 수도라는 구호를 내걸어 디자인을 중요하게 여긴다며 현대 디자인(서울) 총괄본부를 두고있을 정도다.' 라고 쓰여져 있는데, 글쎄..오세훈 시장이 하는 디자인서울이 어떤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는지 안다면 '좋은 일'이라고 쓰지 못했을텐데 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