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시대를 듣다
정윤수 지음 / 너머북스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예전에 어머니가 클래식 음반집을 사 준적이 있었는데 한두 장 빼고는 비닐이 그대로 씌워진채로 방치되어 있다.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감성이 풍부해지는 느낌을 받지만 이상하게도 자주 꺼내 듣진 않는다. 그러다 최근에 피겨스케이팅에 관심이 생기면서 선수들이 자주 사용하는 클래식 곡을 찾아 듣다보니 더 알고싶어졌다. 그래서 관련된 책도 찾아 읽고 집에있는 음반집의 비닐을 하나하나 뜯어 듣는 중이다. 관심이 생기고 곡의 정보에 대해 알게되니 더 풍성하게 들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전에는 지루하다고만 여겼는데, 지휘자와 연주가에 따라 같은 음악이 다르게 편곡되는 걸 듣다보니 왜 오랫동안 사랑받는지를 알수 있었다. 

<클래식 시대를 듣다>는 제목 그대로 클래식 음악이 아니라 수세기가 흐른 뒤에도 사랑받는 클래식의 탄생 배경과 작곡가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 시대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격동하는 시대를 살아간 작곡가들이 한 시대를 풍미하는 명성을 날리며 명곡을 만든 배경엔 개인의 능력 외에도 그 시대의 변화가 오롯이 담겨있었다.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악인 '사계'를 만든 비발디가 살았던 베네치아는 중세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나라였다. 그런 베네치아가 몰락해가는 시기에 마지막 불꽃을 피우듯이 1년중 최대 6개월을 카니발이 행해졌다는데, 이런 시기에 비발디가 있었다. 그는 가난한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며 유럽 최고 수준의 합창단으로 발전시켰다고 한다. 

보통 이렇게 비발디나 모차르트 같은 유명 음악가들의 생애는 언제 태어나 무슨 음악을 만들고 언제 죽었는지가 대부분 나오는데, 이 책은 그 시대가 어떠했고 그 당시 활동한 음악가들이 누가 있었으며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등을 알려준다. 그래서 정작 음악가의 삶 보다는 외적인 이야기가 많아 폭넓게 이해하는 길을 밝혀준다. 흔히 '신동','천재'로 일컬어지는 모차르트가 이런 이미지를 얻게 된 이유에 대해선 그 자신의 능력보다는 시대를 이해하는게 좋다. 중세 암흑기엔 '정상성' 기준에서 벗어나는 형태는 '마귀 들린 일'이었고, 고로 신동은 천재가 아니라 귀신들린 '이상한 아이'에 불과했다. 하지만 18세기 중엽부턴 어린이에 대한 새로운 가치가 부여되고 시민계급의 왕성한 교육열 등으로 신동과 천재는 특별하게 받아들여졌다. 이런 계몽군주와 신흥시민 사회가 합작해 만든 18세기 산물이 바로 신동 모차르트 이다. 또 모차르트의 시대는 세계주의의 시대였고 귀족들과 궁정을 위한 음악회가 아닌 시민들을 위한 공개연주회가 생기면서 음악가들은 새로운 청중들과 만나게 되었다. 이 모든 시대변화가 천재 모차르트를 더 빛나게 한건 아닐까.  

이 책은 우리가 사랑하는 클래식의 문화사를 다루고 있다. 보통은 작곡가의 생애가 나오고 주요 작품들이 소개가 되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다. 그런 책은 시중에 많이 나와있으니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책이나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으면 좋겠고, 이 책에선 클래식 시대를 들으면 되겠다. 음악을 만들 당시의 시대상이 작품속에 그대로 녹여들여지고, 음악가의 심리 상태에 따라 다양한 음악이 나오기 마련이다. 예술가로서의 고뇌와 시대를 음악의 선율에 담으려는 노력등을 통해 우리는 하나의 음악에서 그 시대의 유산을 만나볼수가 있다. 또 다양한 예술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예술적 지향을 함께 했다. 그러니 클래식을 들을 때 그 시대상을 함께 알면 더 풍요롭게 들을수가 있다. 대중가요도 시대와 사람들의 욕구를 반영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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