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 8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어떻게 그리 쉽게 지난 일들을 잊을 수 있는 걸까. 아니다. 지난 일들의 형식은 기억나되 내용이 모호할 뿐이다. 밟아온 길들의 형식, 발자국은 또렷하되, 걸음 마다 어떤 생각을 했던가, 그 걸음의 힘이라든지 원동력은 무엇이었는지, 좀체 떠오르질 않는다. 지난 일들은, 지우고 싶은 과거이면서 아쉬운 운명이며, 애틋한 발자국이다. 어차피 난 이만큼의 길을 걸어왔으므로, 그동안의 길에 무책임해지고 싶다. 하지만 새로운 시작을 생각하면, 내 뒤에 아무도 없는 듯하고, 있다해도 잘못 본 듯하고, 잘못 봤다손쳐도 누군가 있다고 우기고 싶다.

나는 지금 타인의 생에 간섭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여태껏의 생이 근거 모를 부채와 타인에 대한 의무감으로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 부채의식은 미망의 간섭과 참견만을 유발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제 나와 너는 따로 존재한다. 우리 인생의 축이 언젠가 만날 일도 있으리라. 그때를 기다린다.

내 길을 찾고 싶고, 내 업을 치르고 싶다. 그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2005. 2. 26

김우창, <지상의 척도>, 민음사  한정식, <사진예술개론>, 열화당  강준만, <한국 현대사 산책 1970년대 1,2,3>, 개마고원  조지훈 역, <채근담>, 현암사

2005. 3 - 2005. 9

1. 함석헌, <뜻으로 본 한국역사>, 한길사  2. 스탕달, <적과 흑>, 민음사  3. 베네딕트, <국화와 칼>, 을유문화사  4. 강준만, <한국 현대사 산책 1,2,3>, 개마고원  5. 곰브리치, <서양미술사>, 예문  6. 이상섭, <문학비평용어사전>, 민음사  7. 한정식, <사진예술개론>, 열화당  8. 도스토예프스키,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 열린책들

2005. 10 - 2006. 5

1. 이문열 역, <삼국지>, 민음사  2. 박이문, <문학, 이카루스의 꿈>, 민음사  3. 김현, 김윤식, <한국문학사>, 민음사  4. 김우창, <심미적 이성의 탐구>, 솔  5. 포퍼, <열린 사회와 그 적들>, 민음사  6. 컬러, <소쉬르>, 시공사  7. 옹, <구술문화와 문자문화>, 문예출판사  8. 푸코, <감시와 처벌>, 나남  9. 김지하, <김지하의 사상기행1>, 실천문학사 and etc.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어느 병장님이 이르길, 이제사 하는 이야기지만, 언제가부터 밖이 그리워 휴가를 기다리게 되지는 않고, 안이 징글맞아, 휴가를 그리게 된다고. 제가 딱 그 심정입니다, 병장님.

오늘 귀대를 하게 됩니다. 9박 10일 참 짧더군요. 말년휴가 제외하곤 이렇게 긴 휴가 나올 일도 없을 것 같은데 섭섭도 하고 불안이 엄습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밖이 별난 세상은 아니더군요. 휴가 막바지에 매양 느끼는 이제는 새삼스럽지도 않은 감정이지만. 제대를 하고 싶습니다. 밖은 별나지 않은데, 아무튼 군대는 별난 곳 아닙니까.

지나가는 시간이라고들 합니다. 이제는 일년 하고 몇 개월. 후배 어학연수 다녀오면 병장되고, 친구 교환학생 다녀오면 제대가 눈앞 입니다. 불안합니다. 가슴이 뜁니다. 잊지 못한 옛사랑 소식마냥. 아, 지겹다.

마음을 부리자. 나는 나의 군생활을 하고 있다. 시간은 갈 거고, 그대들의 터전에 나는 합류할테다.

한데, 그게 더 불안하다.

정신 좀 차리세요. 살려 주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선생님을 만나뵙고, 집에 와서 고등학교 때 받았던 선생님의 편지를 뒤적거리니,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휴식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선생님은 너끈히 그런 사람이 되고도 남음이 있다. 선생님과의 만남이 어떤 불변과 정체의 징후 이상이 될 수는 없을거라 불안스레 짐작했지만, 그런 느낌을 아예 버릴 순 없을지라도 나는 선생님과 더불어 충분히 잘 쉬었다. 한 시간 남짓한 만남에서, 나는 하소연했고, 선생님은 경청해주셨다. 그리고 예의 그 대답.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 거냐? 너나 잘 해라.'를 듣고야 말았다. 피식 웃으며 하시는 말씀. 나는 한창 얄미운 고참 이야기를 뇌까리고 있었는데, 일순 무안해졌다. '뭐 그게, 그 사람이 싫다거나 해서가 아니라 부럽잖아요. 부러워서 한번 해본 소리예요.'

선생님은 이제 30대 중반을 향해 치닫고 있다. 새치가 하나 둘 늘고 있다. 나는 나의 처지를  비관하고 있었던 것인데, 선생님은 남과 비교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며, 지금 받고 있는 기간제 교사 월급이 전 월급에 비해 50만원은 족히 적으며, 퇴직금조차 불안정하다고 장난처럼 말씀하신다. 물론 나는 선생님에게 현재 중요한 문제가 돈이 아님을 알고 있다. 선생님은 몇년 전부터 귀농을 준비하고 계셨던 것이다. 자신의 신념이 변색되지 않고 계속 이어져 나갈지에 대한 두려움이 선생님의 가장 큰 두려움일 것이다. 아직은 모험을 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그런 선생님과 헤어지며 난 3만원을 챙겼다. 도망가는 나를 붙잡고 3만원을 구기적 내 바지주머니에 찔러주셨는데, 결과적으로 선생님의 지갑은 빈 지갑이 되고 말았다. 책이나 사 읽으라고. 내게 처음 문학을 알려주셨던 선생님은 이제 소설은 읽지 않으신다. 선생님을 만나뵌지 어느새 7년째. 세월의 힘이랄까. 선생님은 변했고, 두말할 나위 없이 나도 변했다. 하지만 여전히 선생님은 사람을 쉬게 하는 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그는 과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나는 그가 되돌리고 싶은 것이 데이지를 사랑하는 데 들어간, 그 자신에 대한 어떤 관념이 아닐까 하고 추측했다. 그 뒤로 그의 삶은 혼란스럽고 무질서해졌지만, 만약 다시 한번 출발점으로 돌아가 천천히 모든 것을 다시 음미할 수만 있다면, 그는 그것이 무엇인지 찾아낼 수 있었으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 8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