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책에서 이르길, 어떤 사람들은 행복이 닥쳐오면, 꿈꿔오던 완벽한 상황과 마주치면 그 상황에서 있는 힘을 다해 도망치려는 성향을 갖는다고 한다. 나의 유토피아는 먼 미래에 있거나 과거 어느 시절에 있어야지, 현재 내가 겪고 있는 상황이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나에겐 이 순간을 위한 준비가 필요했다, 이 완벽한 순간은 내가 완벽한 조건에 있을 때 닥쳐왔어야 했다 등등의 생각을 그들은 한다고 한다. 그들은 마음 속 깊이 행복하다는 느낌과 동시에 불안하다. 이 행복을 남김없이 누리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그 불안감은 지레 했던 걱정의 현실화를 조장한다. 행복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불행을 자초하는 격이다. 연애에 있어서도 그렇다. (그렇다. 위의 책은 연애와 관련된 책이다.) 자신이 꿈꿔오던 상대방과의 데이트가 의외로 실패하며 당사자에게 불안을 야기하여 다음 데이트를 기약없이 미루려는 경향은 위의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은 범위의 일이다. 그들은 현재가 빨리 과거가 되길 바란다. 정해진 몇가지의 축을 대상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한다. 지나간 과거는 그를 침범하지 않는다. 그는 안전하다. 바둑알을 쥐고 있다. 한데 그렇다면 그는 행복한가. 과거의 어느 지점, 미래의 행복이 예측 불가능하다지만 가능하다 말하고만 싶은 기만의 욕망이 과연 그를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볼 일이다. 조로의 욕망이여,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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쎈연필 2004-01-11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일기든 수기든 편지든 기록되어지는 것은 봐도 미안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실례를 무릅쓰고 글을 남깁니다. 이 글 참 좋습니다. 공감갑니다. '어느 책'인지 알 수 있을까요? 입대하신다니 아쉽네요. 시간을 두고 님과 이야기 나누어볼 기회를 엿볼 생각이었거든요. 예전, 카운터 2의 주인공은 저였습니다. 제 서재에서 옮겨간 글이 있길래 그 경로를 통해 왔었습니다. 그땐 미안했드랬습니다만, 요즘은 페이퍼가 올려지는 즉시 공개되는 실정이라... 건강하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