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영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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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이 죄없는 확신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변호를 기꺼이 맡겠다고 결심했다. 법정에 출석하여 원고인 고등학생들에게 재판에 참석할 수 없는 피츠제럴드를 대신하여 '졸라 재미없는 소설'이라는 원고의 터무니없는 논고에 항변하고, 동시에 이 모든 것은 원고인 고등학생 독자의 악의나 무지 때문이 아니라 1920년대와 2000년대라는 팔십 년의 격차, 한국어와 영어의 어쩔 수 없는 다름 때문이라고 변론하려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변론은 결국 새로운 번역으로 제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내친 김에 바로 번역에 착수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번역의 속도는 언제나 창작의 속도보다 느렸다. 내가 최종 결정권자인 내 소설은 누구의 재가도 필요 없이 그저 내 상상력의 속도에 따라 앞으로 나아가는데 반해, 번역은 이미 저세상 사람인 작가의 의도를 가늠하고, 문맥을 살피고, 사전을 뒤지며, 그러고서도 못내 미심쩍어 다시 앞뒤를 살피는 일을 반복하는 과정이었다. 창작이 전차부대라면 번역은 지뢰제거반이었다. 전진한다고 전진이 아니며 제거했다고 제거가 아니다. 다시 돌아가는 길에도 이마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뇌관을 제거한 후에도 다른 뇌관이 남아 있을 것을 염려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번역은 한쪽으로 치워두고 내 소설의 창작에만 마음을 쓰게 되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그 고등학생들(이제는 아마 사회인이 되었을)에게 좀더 신선하고 재미있는 번역으로 이 소설을 읽혀야 한다는 부채감이 남아 있었다.(p.229)

* 보통 '옮긴이의 말'은 잘 읽지 않는다. 대개의 세계문학은 번역된 본문을 읽어내는 것만으로도 체력(!)을 소진하기 때문이다. 북플 유저라면 누구나 다 읽었을 것만 같은 『위대한 개츠비』를 이제서야 읽었다. 옮긴이가 김영하라는 이유로 문학동네판을 손에 잡았다. 김영하를 제법 읽어서 그런지 역자 후기에도 음성지원이 된다. 소설을 반쯤 읽었을 때 영화도 보았다. 영화를 본 게 소설감상에 도움이 되었는지, 방해가 되었는지는 판단 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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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9-19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날의 언어님

추석 연휴 동안 가족과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해피 추석~


∧,,,∧
( ̳• · • ̳)
/ づ🌖
 
그 쇳물 쓰지 마라 (리커버)
제페토 지음 / 수오서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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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서 20대 철강업체 직원 용광로에 빠져 숨져

7일 새벽 2시께 충남 당진군 석문면 한 철강업체에서 이 회사 노동자 김모(29)씨가 작업 도중 5m 높이의 용광로 속에 빠져 숨졌다. 당진경찰서에 따르면 숨진 김씨는 용광로에 고철을 넣어 쇳물에 녹이는 작업을 하던 중 발을 헛디뎌 추락했다.
용광로에는 섭씨 1,600도가 넘는 쇳물이 담겨 있어 김씨의 시신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0. 09. 07.

_______

광염狂焰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은 쓰지 마라.

자동차를 만들지 말 것이며
가로등도 만들지 말 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말 것이며
바늘도 만들지 마라.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그 쇳물 쓰지 말고
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
살았을 적 얼굴 흙으로 빚고
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
정성으로 다듬어
정문 앞에 세워주게.

가끔 엄마 찾아와
내 새끼 얼굴 한번 만져보자, 하게.

<그 쇳물 쓰지 마라>
(p.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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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9-11 1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당시 사건을 찾아보고 시를 읽으니까 참 슬프고 안타까운 현실이 느껴지네요 ㅜㅜ
 

내린다는 말보다
온다는 말이 좋다

너도 눈처럼
마냥 오기만 하여라

<눈이 오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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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학교는 질문을 가르치지 않는가 - 어느 시골교사가 세상에 물음을 제기하는 방법
황주환 지음 / 갈라파고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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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교육부는 노란 리본을 금지했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학생들에게 편향된 시각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며 노란 리본을 금지한다는 공문을 각 시도교육청에 보냈었다. 나는 이쯤에서 교육의 막장을 보는 듯했다. 이것이 교육이란 말인가? 이것이 한국교육의 민낯이다. 친구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이 폭력이라고 떠들어온 그들 교육의 진짜 모습이 이것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인성교육'을 말하는 그들 교육의 더러운 위선이다. 그들은 염치를 모른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조차 '정치적인' 이 나라에서, 어떤 교육이 가능한지 나는 한참이나 망연했다. 여전히 가만히 있기만을 강요하는, 폭력의 교육.(p.75)

그리고 항상 질문하라고 요청한다. '선생님이 옳아요'라며 나를 무조건 따르지 말라고, 교사인 내게도 질문하고 반론하고 비판하라고 주문한다. 이는 학생들에게 제시하는 내 믿음을 의심해서가 아니다. 지금 눈앞에 있는 권력(교사)의 언어에 환호한 학생은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서 다른 권력에도 쉽게 환호하기 때문이다. 한국사회 곳곳에 포진한 자본과 권력의 언어에 대항해 자기 이익을 배반하지 않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으려면, 타인의 언어에 쉽게 휘둘려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p.107)

학부모들은 어떤 교사를 바랄까? 수업 열심히 하고 입시지도를 잘해주며 학생들에게 자상한 교사가 최고다. 학부모 모임에서 그 이상의 요구를 들어본 적이 없다. 학부모의 그런 요구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교사는 학부모의 요구에 나름대로 부응해야 한다. 그런데 대개의 학부모는 딱 거기에서 멈춰버린다. 내 아이의 입시만 끝나면 세상은 평온해진다는 듯 더 이상 질문하지 않는다. 지금 절벽으로 질주하는 버스 안에서 자기 아이 자리 찾기에만 분주할 뿐, 버스가 나아가는 방향은 살피지 않는다. 그렇게 한국사회의 미친 질주를 고민하지 않았기에 결국 내 아이의 안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사회가 되었다.(p.47~48)

그런데 사르트르는 지식인이란 바로 이런 실용적 지식전문가에게서 나올 수밖에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혜택 받지 못한 계층"에서는 그런 지식전문가를 길러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런 실용적 지식전문가는 어떻게 지식인이 되는가? 지식전문가가 자기를 형성해낸 이데올로기의 자기중심성을 부당하게 여길 때, 그리고 지배권력의 원칙을 자기 것으로 내면화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그래서 지배권력에 봉사하기를 거부할 때, 비로소 지식인이 된다고 한다. 가령 핵전쟁을 위한 원자폭탄을 연구하는 과학자는 지식전문가일 뿐이다. 그러나 그가 핵무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선언문을 작성하고 발언하여 지배권력의 이익에 복무하기를 거부할 때, 즉 "자기와 관계없는 일에 관심"을 가질 때 비로소 지식인이라 할 수 있다. 이때 자기의 안락은 보장받지 못하기도 한다.(p.229~230)

* 이 선생님의 글이 불온한 것이 흥미로워 다른 저서가 있나 찾아보았는데 아쉽게도 개정증보판인 이 책 외에 약간 다른 제목의 구판만 있었다. '질문을 가르치지 않는'이라는 제목에 이끌려 질문하는 방법, 학습하는 방법 따위의 기술을 가르치는 책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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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시아의 여정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5
윌리엄 트레버 지음, 박찬원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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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들은 엉망진창이 된 삶에서 도망치기 위해서, 혹은 그냥 뭔가 다른 것을 원해서 길을 떠난다. 여정중인 그들을 본 이들은 알다가도 모를 아이들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대도시나 여자를 사고파는 일이 있을 만한 큰 동네에서는 랜드로버나 폭스바겐, 도요타의 차문이 열리며 아이들을 태운다.

콘스 씨 집에 그들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그들은 상점 입구에 머물러보기도 한다. 모든 일에는 다 처음이 있기 마련이라고 말하며 노상의 잠자리에 자리잡는다. 한동안은 실종으로 처리되지만 나중에는 새로운 정체성을 갖게 된다. 밑바닥 인생, 이제 그들은 그렇게 불린다.(p.306~307)

* 한 순간에 삶이 나락으로 떨어진 이의 심정은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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