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각기동대 TV 판도, 전작도 보지 않은 내가 이해하기 쉬운 작품은 아니었다. 워낙 심오하고, 거기에 심오한 후까시의 외피를 두르고, 가뜩이나 머리 회전이 둔해진 요즘이라 영화는 코드처럼 난해하기만 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비쥬얼 하나는 끝내준다'는 것. 그 섬세한 스케치와 풍부한 색채감, 2D와 3D의 환상적인 조화는 보는 내내 입을 벌어지게 했다.


 

 

 

 

 

 

 

 

 

 

 

 

 

 

 

 


 

 

 

 

 

 

 

 


 

 

 

 

 

 

 

 

 

 

 

 

(스포일러) 영화는 인간과 사이보그가 혼재되어 살아가는 미래의 어느 날. 성(性)기능이 추가된 신형 섹서로이드 몇 대가 주인들을 살해하고 자살(자기파괴)을 시도한다. 정치 테러일 가능성을 포함하여 이를 수사하던 공안 9과의 형사 버트와 파트너 토그사는 그 로봇을 제작한 로커스사(社)의 중심부까지 깊숙이 침투하는데... 놀랍게도 그 로봇은 어린 아이의 혼을 주입하여 제작된 것이고, 아이는 누군가 자신을 구해주러 오기를 바라며 로봇에 치명적인 에러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아마도 감독이 의도한 영화의 중심 메시지는 이것이리라.

버트는 구해낸 아이에게서 이와 같은 이야기를 듣고 분노한다. "희생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니?" 그 로봇들에 의해 살해된 잘난 정치인 이야기가 아니다. 아이의 혼이 주입된 섹서로이드 로봇의 대량파괴를 이르는 말이다. 작가는 버트의 입을 통해 혼을 빼앗긴 아이와 아이의 혼을 주입받은 로봇의 경계가 사라졌음을 이야기한다.

인간이 인형놀이를 하는 것은 육아를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닮은 인형을 만들고자 하는 욕망 그 자체이다. 출생과 육아는 인간의 이러한 욕망을 가장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었을 따름이다... 극중 법의학자인 해러웨이의 말이다.

인간과 기계의 공진화는 이미 몇 백년 전부터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쥐의 등에서 배양된 귀를 인간의 머리에 붙이게 될 날을 생각해보라. 인간을 분해/조립가능한 개체로 인식하기 시작한 때부터, 인간의 행동과 사고가 고유한 '자유의지'가 아니라 진화의 산물임을 설명하기 시작한 때부터 우린 어쩌면 우리의 모습을 한 로봇을 꿈꾸었는지도 모르겠다.

전작보다 나아진게 없다는 비판도 많지만, 전작을 보다 졸아버린 나로서는 비판할 자격이 없겠다. ^^;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곱씹어봤으면 하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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