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에 필이 꽂혔다.

밥짓기는 귀찮고, 사먹는 음식은 먹기 싫고.. 오늘 새벽까지의 음주로 지친 속도 부드럽게 풀어줄 겸, 떡국을 끓여먹기로 했다. 근데 만만치가 않았다. -.-

무려 네 군데 가게를 돌아다녀 재료 준비를 해야 했다. 큰 슈퍼에서 떡과 국거리용 쇠소기를 반근 샀다. 파를 사려고 보니 천 오백원짜리 한 단을 사야했는데, 이거 보나마나 반 뿌리만 쓰고 나머지를 냉장고에서 썩을 게 분명하다. 동네 작은 슈퍼로 가서 한 뿌리만 사자. 일단 고 홈.

집에 가서 냉장고를 열어보니 마늘이 없었다. 맞다. 얼마전에 냉장고 정리할 때 유효기간 지난 다진 마늘을 모두 버렸지. 근처 슈퍼로 가서 파가 있느냐고 물어보니 마침 떨어졌다고 한다. 마늘만 천원어치를 사왔다. (말라빠진 마늘이었다. -.-) 또 다른 슈퍼로 가보니 아주머니는 안보이고 어린애만 있다. 파 있냐고 물어보니 저기라고 손가락질을 한다. 파가 있다. 파가 단으로 묶여있지 않고 수북히 쌓여 있었다. 왠지 한 뿌리만 달라고 하면 줄 것 같아서 수북한 파 더미에서 가장 싱싱한 놈을 쑥 뽑았는데... 이를 어쩌나, 잘 보니 그것도 단으로 묶여 있는 것이었다. 어디선가 돌아오신 아주머니가 파를 낱개로는 안팔겠다고 하신다. 그리고 한 단에 이천원이라고. -.- 파 넣기를 포기했다. 그냥 나오려니 파 단을 망쳐놓은게 미안해서 그럴 수 없었고 과장 한 봉지를 사가지고 나왔다.

떡국을 끓였다. 물에 고기와 저민 마늘을 넣고 푹 끓이다가 물에 담가놓은 떡첨을 넣고 더 끓였는데, 영 썰렁했다. 에이.. 계란이라도 넣어야겠다. 또 다른 슈퍼에 가서 계란 두 알을 삼백원에 사다가 그 중 하나를 깨 넣었다. 그래서 떡국 완성.

네 군데 가게를 전전하여 산 재료들로 끓인 떡국이었으나, 맛이 그닥 훌륭하다고 볼 순 없다. 파... 파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슈퍼 주인님들,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해 파 한 뿌리씩도 팔아 주세요. 마늘도 다섯 톨 기준으로 팔아주시구요. 음식물 쓰레기 절감과 자취족들의 건강증진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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