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뮤지컬 렌트를 봤다.

한마디로 평하자면 아주 좋았다. 가장 좋았던 것은 공연장이 크지 않아서 배우들과 교감할 수 있었다는 점. 이전에 본 뮤지컬들은 오페라 극장이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같은 대형 공연장이었는데, 그나마 앞자리에서는 볼만한 능력이 안되었기 때문에, 늘 2층 이상 A석 이하의 자리에서였다.

어제처럼 작은 공연장에서 뮤지컬을 보니 마치 연극을 보듯 배우들의 표정 하나 숨소리 하나까지도 생생하게 캐취되었다. 남경주, 전수경, 최정원으로 이어지는 2000 년 렌트처럼 호화로운 캐스팅은 아니었지만, 실제 뉴욕 뒷골목의 가난한 예술과들과 같은 또래였을 20대 젊은 배우들의 춤과 노래는 신선했다.

렌트는 또한 뮤지컬을 보면서 뭉클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작품이기도 했다. (몇 편 되진 않지만) 이전에 본 뮤지컬들은 똑 떨어지는 사랑 이야기가 다였다. 뮤지컬이 담은 내용이란 단지 춤과 노래를 멋드러지게 보여주기 위한 껍데기, 또는 단순히 즐거움과 웃음을 주기 위한 장치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렌트는 그게 아니었다. 분명 인생의 어떤 중요한 것을 담고 있었다.

이 작품의 각본, 작사, 작곡을 도맡은 조나단 라슨은 1996년 36살의 젊은 나이에 요절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같은 해에 최고의 뮤지컬 상을 비롯하여 토미상 주요 4개 부분을 휩쓸게 된다. 마약, 동성애, 에이즈와 같이 극단적인 소재들이 등장하므로 '온가족이 다함께' 보기엔 적절치 않고(그런데도 버젓이 8세 이상 관람가로 되어 있다) 혼자, 혹은 맘 맞는 친구와 본다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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