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그빌 SE
라스 폰 트리에 감독, 니콜 키드먼 외 출연 / (주)다우리 엔터테인먼트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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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는 본능대로 사는 것을 용서할 수 있다.' (물론 그런 개도 용서만 해주다보면 유용한 재주를 익힐 기회를 놓친다.) 하지만 인간은?

오... 진정 그러한가? 도그빌 사람들은 한 사람도 남김없이 모두 죽었다. 일곱 남매들은 엄마가 바라보는 앞에서 총에 맞아 차례차례 죽었다. 마을은 불살라지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오로지 하나의 생명, 마당에 분필로 그려져 있던 개만 살아남았다. 왜? 개는 본능대로 사는 것을 용서받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인간은? 도그빌 주민 어느 한 사람도 세상에 전혀 보탬이 안되기 때문에 죽임을 당했다.

이 결말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선악설이라는 끔찍한 결론인가? 아니면 그레이스 또한 인간의 잔인함 앞에서 변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누군가의 말처럼 '그레이스' 자체가 아메리카 - 자비로운 얼굴을 하고 가장 거대한 폭력을 휘두르는 - 라는 점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그도저도 아니라면, 내내 답답한 상황만을 지켜보아야 하는 관중들에게 마지막으로 선사하는 스펙터클인가?


자, 그에 대한 고민은 이쯤에서 멈추기로 한다. 정답이 어디에 있겠는가? 감독 또한 여러가지 중층적인 의미에서 이 결말을 구상했을 수도 있으니까.

* 결국 그레이스는 갱이 될 것이다.

인간 본성의 나약함을 혐오하며 살아갈 것이다. '받은 것은 되갚고', 때로는 '직접 처리'하면서 가지게 된 권력을 '자기식'대로 사용할 것이다. 천사같던 그레이스는 이제 세상에 없고, 마을 주민들도 없다. 그럼에도 여전히 인간 본성은 그렇게 이어져온 방식대로 선함과 악함을 되풀이하고, 상황에 따라 시험에 들고, 또 심판을 받으며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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