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의 암소 - ...한줌의 부도덕
진중권 지음 / 다우출판사 / 2000년 11월
평점 :
절판


나는 진중권의 글을 즐겨 읽는 편이지만, 이번 책 – <시칠리아의 암소>를 사지는 않았다. 책의 목차를 훑어보니 이미 내가 읽은 글들도 많이 있었고,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보면 찾을 수 있겠다 싶은 글들이다. 그가 출판사의 어떤 감언이설에 넘어가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평소 그의 지론으로 추측하건대, 몇 푼의 인세 때문에 자신의 책을 사지 않는 ‘팬’을 타박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만큼 진중권의 글은 ‘흔하게’ 널려있다. 이런저런 진보적 매체에 활발히 기고하고, 인터넷 사이트를 종횡무진하며 게시판에 글을 남긴다. 요즘은 심지어 조선일보 독자마당에까지 진출한 모양이다. 물론 다 좋은 글들만 남기는 것은 아니다. 뻔뻔함이 지나쳐 자만으로 보이기도 하고, 자유로움이 지나쳐 방종해 보이기도 한다. 가끔은 넘쳐나는 지식을 주체하지 못해 결코 향기롭지 않은 현학적인 냄새를 풍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진중권의 가장 큰 미덕이 바로 이 점이다. 지식으로 자신의 이름을 드높이려 하지 않고(오히려 그는 자신의 이러한 글쓰기 행태로 적을 만들거나, 지식인의 반열에서 끌려 내려와 폄하되기 일쑤이다) 지식을 밑천으로 떼돈 벌 생각을 하지 않는다(그가 쏟아내는 엄청난 글들의 대부분은 돈이 되지 않는다). 철저히 지식을 자신의 목적에 종속시키는 것이다. 그 목적? 글쎄… 그의 머리 속에 들어갔다 나오지 않아서 잘은 모르지만, 극우세력 왕따 만들기를 위한 대중선전, 선동쯤이 되지 않을까.

오늘도 그는 안티조선운동의 당위와 박정희 우상화 반대, 지역감정 타파, 근대 완성, 포스트모던 범람 반대 등 주제를 넘나들며 무수히 많은 담론을 쏟아내고 있을 것이다. 그를 아끼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저러다 고갈되면 어쩌나 하는 근심이 들기까지 한다. 하지만 지칠 듯, 밑천이 떨어질 듯 하면서도 꿋꿋하게 버티며 촌철살인의 기지를 보여주는 그를 보면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박사학위 취득도 때려치우고 고국에 돌아와 전투력 최고의 진보진영 논객이 된 진중권. 그의 지식은 진정 낮은 곳에 임하였음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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